사회적 책임 실천하는 토종 프랜차이즈 '열전'

기업도 나눠야 산다!

기업의 전통적인 형태는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여 올린 이익을 판관비로 쓰고, 남으면 주주에게 분배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창출이다. 그 반대편 극단에 적십자사 등과 같은 사회 공익 단체가 있다. 주로 기부나 보조금, 또는 간단한 수익사업을 통해 수입을 올려서 사회 공익사업에 지출한다.

이러한 형태의 기업의 양극단 중간에 위치하는 것으로 유럽 등 선진국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고, 근자에 우리나라에서도 큰 이슈가 되는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이 있다. 기업이 영리활동을 하되, 그 설립 목적 자체가 사회적 약자나 지구 환경을 위해 설립된 기업을 말한다. 

시스템 구축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 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끝나면 생존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경제적 동물인 인간의 욕망을 억제하면서 지속적으로 사회적 목적을 위해서 기업 경영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다. 점점 더 심화하는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공생발전을 위해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4.0 시대에 주목받는 기업의 형태다. 그런데 이 역시 말이 쉽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과당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웬만한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기업이 생존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먼저 수신제가(修身齊家)를 해야 한다.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고객의 니즈에 맞추면서 생존해야 하고, 직원 등 구성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우선이다. 프랜차이즈 기업이라면 가맹점의 안정적인 수익창출 시스템도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전제되지 않고서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는 것은, 그것이 마케팅 활동의 수단이든, 또는 CEO의 사회복지적 마인드에서 나오든 바람직하지 않다. 거시적으로 보면 기업이 먼저 자신의 기본적 역할(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 일자리 창출, 직원복지 등)에 충실하는 것이 국가 경제 발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신제가를 이룬 후 사회적 책임 활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이 국내 토종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 프랜차이즈 산업의 미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외식전문 프랜차이즈 기업 ‘훌랄라’는 10년이 넘도록 매년 세계 10여개 국가에 우물파기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으며, 전국 사랑의 밥차 운영, 독거노인, 장애인 결식아동 지원, 고액기부자 모임 가입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해오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상생경영과 장학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훌랄라숯불치킨과 자매 브랜드인 ‘홍춘천치즈닭갈비’ 가맹점 중 올해 대학교 신입 입학한 가맹점 자녀 모두에게 장학금을 지급했고, 용인 칼빈대학교 학생 20명(상반기 10명, 하반기 10명)에게도 장학금을 지급했다. 지난달 16일 장학금을 지급받은 이기택(신학과 3학년)과 박채현(아동보육학과 2학년)은 “더욱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훌랄라는 향후 10년간 본사가 있는 용인시 소재 칼빈대학교에 장학금 및 발전기금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사회 발전에 적극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들어 500호점을 넘기며 급성장하고 있는 ‘커피베이’도 작년과 올해 10여 차례에 걸쳐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쳤으며, 특히 작년에는 미국 월마트에 진출한 브랜드로서 LA 한인타운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를 후원하면서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 3000여명에게 한국 기업의 위상을 알리기도 했다. 백진성(39) 커피베이 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사회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커피베이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쌈 대한민국 1등 브랜드인 ‘원할머니보쌈·족발’로 유명한 ‘원앤원’도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유락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지역 내 홀로 계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청계천 은빛 사랑나눔’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올해로 13회를 맞는 이 행사는 1975년부터 지금껏 한결같이 원할머니보쌈·족발을 찾아주신 어르신들에게 보답하고 ‘마음 함께 나누어요’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 2005년부터 매년 10월경 유락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생필품 및 필요물품을 선물로 전달해왔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1위 기업 ‘한솥도시락’은 1993년 창업 초기부터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해왔다. 한 해 경영목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을 사회공헌활동으로 정하고 장애인, 노약자, 장학금, 사랑의 밥차, 김장나눔 행사, 굿네이버스 기부, 각종 행사 기부 등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단체와 개인에게 달려가고 있다. 

상생경영

최근 사회적 이슈인 플라스틱 사용량 줄이기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솥도시락은 창업 초기부터 플라스틱 사용량이 훨씬 적은 PSP 소재의 사각용기 두 가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편의점 등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PP 소재 용기보다 플라스틱 사용량이 4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솥도시락은 향후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 숟가락의 경우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제품을 개발하고 있고, 점포 내에서 발생하는 용기를 수거해 재활용하여 다시 PSP 용기로 재생산하는 선순환 구조의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처럼 프랜차이즈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공생발전을 위해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시각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 그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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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