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명박 정부와 같이 시작한 18대 국회. 지난 국회의원들이 그랬듯이 18대에도 여야의 갈등의 골은 깊기만 하다.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상정을 놓고 여당의 강행과 야당의 저지가 맞서면서 폭언을 주고받던 의원들이 극기야 몸싸움을 벌였다. 이것도 부족한 의원들은 외교통상위원회가 열리던 지난해 12월18일 여당 측에서 의자와 책상 등으로 바리케이트를 만들고 야당 측의 진입을 막자 야당 측에서는 해머로 문을 부수고 전기톱질을 하는 등 조폭들이나 할 법한 일들이 국회에서 일어났다. 한미FTA 비준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벌어졌던 폭력사태는 미국의 주요 언론에 속속들이 보도되고 있다. 외신보도에서는 외교통상위에서 벌어졌던 몸싸움과 소화기 분말을 뒤집어 쓴 야당 관계자들의 모습을 보도하면서 “한국 의원들은 싸우기를 좋아한다”며 비꼬는 말까지 하고 있다.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로 의정활동과 통상적인 업무가 중단된 국회는 대형 여관이나 다름없다. 여당의원들의 본회의장 진입을 막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내에서, 민주당 보좌진과 비서들은 로텐더 홀에서 숙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으로 대기 중인 국회 경위들까지 포함하면 국회의사당 내에서 숙박하는 인원은 대략 300여명에 이른다.
2009년 새해 첫날을 본회의장에서 맞은 민주당의원들은 농성이 길어지면서 농성장의 애로사항을 토로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밀폐된 본회의장의 탁한 공기로 기관지나 폐가 안 좋아지고 있고, 불편한 잠자리로 인해 허리에 통증을 느끼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며 “심지어는 쥐벼룩에 물려 잠을 이룰 수 없다”는 하소연을 했다.
이처럼 한미 FTA 상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정국이 결국 다사다난했던 2008년을 뒤로한 채 해를 넘겼다. 새 해를 맞는 국회는 희망보다는 팽팽한 긴장감만 감돌고 있다. 2009년 대한민국 국회는 평온한 한 해를 맞이하길 기대해보지만 국회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당리당략에 빠져있는 대다수의 의원들에게 어떤 기대를 가져야 할지 의구심만이 가득하다.
2004년 법안통과를 막기 위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다.
2006년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을 막기 위해 의장석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2007년 ‘BBK 수사 검사 탄핵소추안’, ‘이명박 특검법’ 강행처리를 놓고 여야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2008년 12월 외통위에서 한미FTA 비준 동의안 상정을 강행하기 위해 한나라당 관계자가 분말 소화기를 뿌리고 있다.
여야 3당 원내대표회담 결렬과 함께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이 발동되자 지난해 12월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중인 민주당 당직자들이 쇠사슬로 출입문을 잠그고 철저히 봉쇄했다.(좌)
지난해 12월31일 전운이 감돌고 있는 국회본회의장 앞 로비 ‘로텐더 홀’에서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결의대회를 마친 뒤 당직자들이 잠을 청하고 있다. (우)
2008년 12월31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긴급 회담을 갖고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양당대표는 새해에도 대화를 계속하기로 합의하고 2008년을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