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움직일 여야 정치 거물급 인사들이 새해 구상에 들어갔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흑 속에서 거물급 인사들의 향후 행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2기 프로젝트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각 당 대표와 당내 핵심 인사들은 과연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2009년 정치권을 움직일 거물급 인사들의 새해 구상을 조명해봤다.
2009년 정치권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거물급 인사들의 향후 행보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집권 2기 프로젝트 성공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신년 연설에서 “지금 당장의 위기도 극복해야 하지만, 위기 이후에 올 미래를 함께 대비하는 것이 올바른 국가전략이며 지금은 대안 없이 비난만 하거나 방관자로 머물 때가 아니라 적극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국회만 도와주면 경제 살리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회 도움 없이는 경제 살리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 집권 2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2009년 정치권을 이끌 만한 정치인은 과연 누가 있을까. 가장 먼저 여당의 수장인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를 꼽을 수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2009년 신년사를 통해 “소의 해를 맞아 한나라당은 ‘석전경우(石田耕牛:돌밭을 갈아매는 소)’처럼 경제 살리기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또 박 대표는 지난해 12월 15일, “대통령의 신화적 돌파력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지금도 엄청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런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통령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그런 내각의 행태를 보여야 한다. 대통령이 앞장서고 내각이 따르는 내각이 돼야 하고 경제회복이라는 고지를 점령하는 ‘돌격 내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에 대해서는 강경모드 일색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박 대표는 “우리는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고, 거의 다 벗어줬다. 우리에게 후퇴를 바란다면 안 만나는 게 좋다. 우리는 물러설 생각도 없고 물러설 땅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박 대표가 국정운영에 있어서만큼은 이 대통령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얘기인 동시에 영락없는 ‘MB맨’으로 급부상하겠다는 얘기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중요 직책’을 맡고 있다. 여야가 MB법안을 놓고 입법 전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전쟁이다”라고 선포할 정도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 ‘이명박 정부’를 물심양면 도와주고 있을 정도다. 홍 원내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서는 홍 원내대표와 청와대가 교신하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예산안과 법안 등이 야권의 반대를 무릅쓸 경우 ‘원안대로 가라’는 특명을 받고 움직일 정도다. 그만큼 홍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의중을 국회에 직접 전달하는 ‘전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홍 원내대표가 법무부 장관 등을 희망하고 있는 만큼 한 자리를 꿰차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새해 구상에 대한 윤곽이 구체적으로 선 듯하다. 2008년은 매우 바쁜 시기를 보냈는데 이는 MB정부의 성공을 위한 행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 정 최고위원 측 한 관계자는 “과거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파기와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자신의 세가 부족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MB맨으로 등극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즉 정 최고위원이 대권 플랜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MB맨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전히 최고위원은 설 자리가 없다. 그동안 스스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지 않았던 것. 최고위원회의를 불참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자신의 입지부터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과 10월의 재보선에서 정 최고위원이 당의 승리를 위해 기여하고 독자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성공할 경우 2009년 기축년을 맞이하는 정 최고위원의 앞날은 ‘쾌청’ 그 자체다. 따라서 정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 집권 2기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정몽준계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도 MB 공신 중의 공신이다. 이 전 의원은 4월 총선에서 문국현 대표에게 패해 18대 국회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공천과정에서 친박계 인사들에게 ‘양날의 칼’을 휘두를 정도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2009년 이 전 의원의 행보는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전 의원의 행보는 이 대통령의 의중과 같다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왕의 귀환”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실제 이 대통령은 ‘불도저’, 이 전 의원은 ‘한반도 대운하 전도사’로 불린다. 이들의 추진력은 대단하다. 때문에 이 전 의원이 복귀할 경우 한반도 대운하 추진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이 대통령의 의중에 숨어있는 ‘한반도 대운하 추진설’을 현실화시킬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특히 ‘이재오 1월 귀국설’이 나돌고 있고 새해에 복귀하는 만큼 나름의 새해 구상을 마쳤을 것이다.
이 전 의원은 “이상득 의원을 형님으로 모시겠다”는 등 당내 분란을 잠식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며 “정치 일선에서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정치권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공성진 최고위원,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 등 친이재오계 인사들이 이 전 의원과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 ‘막후 사령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 전 의원의 귀국은 정치권의 핵폭탄을 싣고 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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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정작 다른 곳에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다. 박 대표, 홍 원내대표, 이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더라도 박 전 대표의 지지 없이는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박 전 대표는 새해 정국 구상에 돌입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여야가 MB법안을 놓고 극한 대치를 보이고 있는 반면, 박 전 대표는 한마디의 언급도 없다. 하지만 아직 이 대통령과 등을 돌리지는 않았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친박계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 차기 대권 플랜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너무 일찍 등을 돌리면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천천히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서로 다른 길을 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간의 ‘이혼’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다만 그 시기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4월 재보궐 선거 승패에 따라 이 대통령과 서서히 등을 돌릴 것이라는 게 친박계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만큼 굳이 이 대통령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것.
또 이 전 의원의 귀국은 친박계 인사들이 친이계와 등을 돌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어차피 함께하지 못할 것이 분명한 만큼, 이를 명분삼아 친이-친박 갈등을 드러낸 뒤 향후 독자적인 행보를 취하겠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이 대통령의 집권 2기 프로젝트 성공 여부를 저울질 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면서 여야 인사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총재의 행보도 ‘큰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이 총재 역시 새해 구상의 일환으로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 체제로서는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권이 아닌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총재의 다른 노림수는 무엇일까. ‘이회창-박근혜 연대설’이 그것이다. 고령의 나이가 대권 행보의 최대 걸림돌이 됨에 따라 박 전 대표와의 연대를 통해 황금분할 ‘땅따먹기’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총재는 선거 시기에만 충청권에서 당 지지율이 15%정도로 올라가는 정당의 총재라는 점 때문에 기대하는 역할만큼의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기반도 견고하지 못했고, 이념기반도 단단하지 못했던 것. 게다가 정통보수층이 선진당과 한나라당으로 나뉘어 있는 것도 한몫 한다.
이에 반해 박 전 대표는 3년 후 있을 총선에서 주도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말들이 회자되고 있다. 때문에 이 총재는 박 전 대표와의 연대를 통해 ‘대권 후보 박근혜, 당대표 이회창’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농후하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새해구상에 대한 윤곽이 드러난 모양새다. MB법안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파행 정국의 근본 원인이 대통령의 국회 개입이다. 대통령은 한나라당 박 대표와 홍 원내대표를 수시로 불러 지시하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라도 중립적으로 의회의 품격과 권위를 지켜야 하는데 직권상정 등으로 동조하고 있다. 이런 불신이 어우러져 현 상황을 만들었다”고 여당과 청와대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른바 ‘MB악법’이라고 주장한 사항에 대해 반이명박 체제를 가동하며 연일 ‘재’를 뿌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까닭에 정 대표가 여-야 대치 국면에서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하면 그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 분명하다.
실제 정 대표에 대한 당내 불만감은 ‘극치’에 달했다. 리더십뿐 아니라 당 정체성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오르내리면서 ‘퇴진론’까지 꿈틀거리고 있던 것. 정 대표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야성 회복’과 동시에 반이명박 체제를 전격적으로 가동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또 ‘뉴 민주당 플랜’으로 대변되는 당 쇄신작업의 성과 여부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 개최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 대표는 새해구상의 일환으로 반이명박 체제 가동과 함께 당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처럼 2009년 정치권을 움직일 여야 정치 거물급 인사들의 새해 구상은 나름대로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이들의 ‘역할론’이 향후 이명박 정국 운영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거물급 인사들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요즘이다.
거물급 손학규-정동영 복귀설 추적
재보궐 선거 노려? 말어?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은 여전히 ‘거물급’ 인사로 통한다. 이들의 복귀에 따라 ‘인물 부재론’에 시달리는 민주당의 묵은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하다.
그렇지만 이들의 복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손 전 대표는 4월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서 박진 한나라당 의원과 맞붙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 이후 그는 정치 일선에서 떠났다.
실제 손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측근들을 서울 종로구의 한 선술집에 불러 막걸리로 서로의 마음을 달랬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좀처럼 정치권과 교류하지 않고 있다. 간혹 자신의 지역구인 종로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지만 가을 이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을 정도다.
정 전 장관 역시 마찬가지다. 4월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에게 대패하면서 쓰디쓴 ‘독배’를 마셔야 했다. 그 이후 유학길에 올랐다.
실제 정 전 장관은 미국 듀크대에서 유학 중이다. 측근 인사들과 전화통화를 한다는 얘기만 들릴 뿐 정치 일선에 나서는 것을 여전히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들의 복귀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재출마설’이 솔솔 나돌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손 전 대표는 수도권에서, 정 전 장관은 전주에서 재보선에 출마한다는 설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정 전 장관보다는 손 전 대표가 ‘재보선 승리’의 과실을 더 많이 먹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 전체 의원의 과반 이상이 ‘대안야당’을 지향하고 있어 이들과 함께 신주류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재보선을 놓치면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도 없다. 게다가 대선 출마에도 ‘먹구름’이 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이들은 ‘신중론’을 내세우며 ‘관망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복귀 시나리오가 예정대로 성사된다면 민주당에서는 큰 힘을 얻을 뿐 아니라 반 이명박 체제를 가동하는데 한 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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