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탐구> ‘연예대상’ 그랜드슬램 달성 ‘뚝사마’ 유재석

“오늘은 내가 받아도 되겠나?”

‘뚝사마’ 유재석이 지난 12월30일 열린 2008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면서 ‘연예대상 그랜드슬램 달성’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 2005년 KBS 연예대상, 2006년 MBC 연예대상을 거머쥔 데 이어 2007년 <무한도전> 팀과 함께 공동수상하며 2연패를 달성한 유재석은 이날 SBS 연예대상 수상으로 지상파 방송3사 대상을 석권,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한편 2005년부터 4년 연속 대상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연예대상 3년 연속 수상은 방송인 개그맨 이경규 외 유재석이 유일하다. 유재석은 이경규가 2000, 2004, 2005년 MBC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데 더해 4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전성기임을 입증했다.


올 한 해 SBS 연예 오락 프로그램을 총정리하는 2008 SBS 연예대상에서 유재석은 <패밀리가 떴다>로 맹활약, 대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유재석은 현재 SBS뿐 아니라 KBS 2TV <해피투게더3>,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무한도전> 등 방송 3사의 간판 오락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최고의 흥행 파워임을 입증하고 있다.

유재석은 이날 수상소감에서 “신인 시절을 많이 반성했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최고가 되고 싶어 했었고, 늘 주변 상황을 탓했던 걸 반성했다. 늘 혼자만 빛나려, 혼자만 잘먹고 잘살려 하지 않겠다. 많은 분들과 함께 시청자들께 늘 큰 웃음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MC를 맡고 있는 <패밀리가 떴다> 제작진에 감사의 말을 전한 유재석은 이어 “내 인생에 있어서 좋은 이야기만 해주는 호동이 형, 김제동 씨, 이경규, 김용만 등 큰 형님들에게도 감사한다”며 “부족한 저에게 개그맨의 꿈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해준 시청자들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수상소감을 마무리했다.
지금은 최고봉의 위치에 오른 유재석이지만 수상소감에서 밝혔듯 동료 개그맨 김용만이 아니었더라면 유재석에게 오늘과 같은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김용만과 유재석은 1991년 KBS 제1회 대학개그제에서 대상과 장려상을 받고 연예계에 입문한 입사 동기. 유재석은 KBS 입사 후 방송 5분 출연을 위해 일주일을 밤을 새워 연습하는 고달픈 신인 시절을 6개월간 계속해오다 일에 회의를 느끼고 방송국을 떠나 김태균(컬투)과 함께 호프집에서 서빙을 했다.
이때 유재석을 설득한 사람이 바로 김용만. 김용만은 김수용, 박수홍 등 대학개그제 동기들과 함께 유재석이 일하는 호프집을 찾아가 “그렇게 고생하고선 여기서 그만두면 어떻게 하냐”며 혼을 내면서 “언젠가는 기회가 꼭 찾아올 것이다”라고 다독여 유재석을 다시 방송국으로 데리고 왔다.
김용만은 이후에도 승승장구했지만 유재석의 무명시절은 한동안 계속됐다. 김용만은 유재석이 좌절하지 않도록 친형처럼 곁에서 보살피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고 공을 들여 오늘날의 유재석이 있게끔 만들었다. 유재석은 지난 2003년 김용만이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을 때 자신의 일인 양 기쁨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유재석은 1991년 데뷔 이후 무명의 설움도 겪었지만 그의 착한 심성과 넘치는 유머로 남녀노소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모든 연령층의 팬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현재 국내 톱 MC이자 개그맨이지만 언제나 우리에게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와 지금의 유재석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2008 SBS 연예대상 시상식 후 평소 사람 좋기로 소문난 유재석은 자신의 팬 카페에 송년 인사 겸 이번 대상 수상에 대한 답례 인사를 남겨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이 글에서 유재석은 “늘상 저를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라고 말문을 연 뒤 “제가 많은 분들께 보답하는 길은 앞으로도 열심히 제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라고 전했다.
이어 “사실 열심히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제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네요. 죄송합니다”라며 “2009년 정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말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웃는 일만 생기시길 바랍니다. 저도 2009년엔 더욱더 많은 분들께 즐거운 웃음을 드리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하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지금까지 개그맨 할 수 있게 도와준 이경규·김용만에 감사
방송 일에 회의 느껴 잠시 외도… 호프집에서 서빙 하기도

유재석은 마지막으로 “정말 분에 넘치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제 어릴 적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신 많은 분들께 이렇게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라며 끝까지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2008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차지한 유재석의 한결같은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그의 성실함과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를 꼽을 수 있다.
방송을 함께 해본 동료 연예인들은 “그렇게 좋은 사람은 처음 본다. 연예인으로서 혼신의 힘을 다한다. 녹화가 길어지거나 하면 후배들 다독여주고 잘 챙겨준다. 한결같은 사람이다”라고 유재석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대다수 연예인들은 유재석의 마음 씀씀이와 방송에 임하는 자세 등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제작진의 한 관계자는 “방송에서의 모습과 실제 모습이 일치하는 사람이다”라며 “진실한 모습과 늘 겸손한 자세 등을 견지해 방송가에서도 적이 별로 없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유재석 전성시대를 이끈 또 하나의 요인으로 그의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프로 정신을 꼽을 수 있다.
<패밀리가 떴다> 제작진의 한 관계자는 “유재석은 프로그램을 위해 자신이 망가지는 걸 좋아한다. 타인의 의도가 아니라 자신이 정말로 그걸 좋아하는 것이란 느낌을 받는다. 방송을 위해 희생할 줄 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유재석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스스로를 던진다.
유재석의 인기 순항에 겸손함과 친화적인 성격 등 인간적인 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방송인 표영호는 그의 미니홈피에 유재석에 대한 느낌을 전하며 “겉과 속이 같은 사람, 뜨고 나서도 한결 같은 사람, 인간미 물씬 풍기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한 바 있다.
유재석은 타고난 MC라기보다는 노력형에 가깝다. 요즘도 특집 방송 때마다 나오는 <연예가중계> 리포터 시절의 유재석은 말더듬기 실수를 반복했다. 당시 진행자인 임백천이 이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포착됐을 정도다. 유재석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유재석은 신동엽이 정상급 MC들과 함께 만든 DY엔터테인먼트 출범식에서 목소리가 안 나와 애를 먹는 광경을 많은 기자들이 목격했다. 전날 <일요일이 좋다-X맨을 찾아라>를 녹화하느라 목이 완전히 쉬어버린 것이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도 매번 목이 쉰다고 하니 역시 ‘프로페셔널’이라는 말밖에 안 나온다.
MBC <무한도전> 제작진의 한 관계자는 “유재석에게는 더 풀어져도 괜찮은데 너무 긴장하면서 사는 것 같다”며 “옆에서 보기에 힘들어 보일 때가 있다. 더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힘들었던 시절을 거쳐 다재다능함과 성실함 등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유재석의 재치 있고 순발력 넘치는 입담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민 MC 양강 체제 ‘유재석-강호동’ 
‘라이벌’이 있기에 더욱 빛난다


최고의 성적을 올리는 선수 옆에는 항상 최고의 ‘라이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국민 MC 유재석 옆에는 강호동이라는 최고의 동반자이자 라이벌이 존재하고 있다.
2008년 유재석과 팽팽한 양강 체제를 이루며 국민 MC의 권좌를 양분했던 강호동은 연말 방송 3사 중 KBS와 MBC 2개의 연예대상 트로피와 함께 ‘예능판’을 번쩍 들어올리며 ‘웃음판 천하장사’로 등극했다.
강호동은 KBS 연예대상 수상 소감을 통해 “재석아, 이 상 내가 받아도 되겠나”라며 유재석에게 미안함을 표현했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과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서 그는 시청률과 완성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는 성과를 거두며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강호동만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해피선데이>는 지난 7월20일 최고 41.2%를 기록하며 올해 전체 프로그램의 분 단위 시청률 리스트에서 <무한도전>(MBC·9월2일 36%)을 크게 앞질렀다. 기존 토크쇼의 포맷을 깬 <무릎팍도사>에서는 단도직입적이면서도 위악적인 질문을 통해 게스트들로부터 오히려 진솔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최근 SBS <일요일이 좋다>의 시청률이 <해피선데이>를 앞서고 있지만 간판 코너인 <패밀리가 떴다>와 <1박2일>만 놓고 보면 두 프로그램 모두 20%대를 기록, 어느 한 쪽의 우세를 말하기 힘들다.
방송계에서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대변되는 유재석과 달리 강호동의 리더십은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두 얼굴의 카리스마’에 있다고 분석한다.
<1박2일>의 동료 이수근은 강호동에 대해 “포용력이 대단하다. 어려운 일을 몸소 부딪치고 이겨내는 진정한 방송인이다. 또 개인의 장점을 끄집어낼 줄 아는 능력이 뛰어나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큰 목소리와 사투리 억양도 그만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강호동은 1970년생의 천하장사 출신의 씨름 선수로 1993년 MBC를 통해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유재석은 1972년생으로 1991년 KBS 대학개그제 출신이다. 나이는 강호동이 두 살 많지만 데뷔는 유재석이 두 해 먼저 한 셈. SBS <일요일이 좋다-X맨> 코너에서 환상적인 호흡을 과시하기도 했던 두 남자는 실제로도 절친한 사이다.
그렇다면 가까운 곳에서 강호동을 바라보는 사람은 그를 어떻게 평가할까.
MBC <황금어장> 제작진의 한 관계자는 “녹화 시간이나 환경을 탓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인기의 비결일 것이다”라고 주저 없이 말하며 “일하는 순간만큼은 자만하지 않고 정말 최선을 다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강호동의 장점으로 “파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릎팍도사>의 의상을 입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고 본인도 처음에는 꺼렸으나 ‘정말 재미있다. 시청자가 많이 웃을 것이다’라는 한마디에 바로 받아 들였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유재석과의 차이점에 대해 “일에 있어서 유재석은 처음부터 제작진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계속 회의에 참석해 꼼꼼하게 체크하는 편이다. 반면 강호동은 처음에 설득하기가 어렵지만 한번 마음을 먹고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다음은 제작진에 맡기는 스타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재석은 술을 한 잔도 안 하지만 강호동은 술을 좋아하는 것처럼 평소 성격도 다른 면이 많다”며 “유재석이 자기 관리가 철저하며 오히려 자신의 원칙에 대해서는 더 고집이 더 세고, 강호동은 어떤 면에서 보면 마음이 약하다”고 말했다.
예능계 절친한 선후배 사이이자 상반되는 진행 스타일로 눈길을 끌고 있는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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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