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자연에 물들다, 캠핑장의 하루-여주 이포보 캠핑장

강바람 솔솔 불어오는 캠핑장 “아~상쾌해”

여주 이포보 캠핑장은 자연과 사람, 강이 자연스레 하나 되는 곳이다. 남한강을 지나온 살랑거리는 바람과 막힘없이 탁 트인 시야가 시원하다. 옹기종기 어깨를 맞댄 텐트로 가득한 이곳엔 주차장과 캠핑장이 분리돼 있는 웰빙캠핑장 65면, 차량 옆에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 60면이 있다. 두 캠핑장의 거리는 약 500m. 세면장, 취사장은 물론 인라인스케이트장, 축구장, 족구장, 농구장 등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그중에서도 양평에서 여주를 거쳐 충주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이포보 캠핑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자전거마니아는 물론 일반인도 부담 없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캠핑장 가까이에 여주의 대표여행지인 신륵사, 명성황후생가, 목아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으니 오가는 길에 들러보자.

아득하고 널찍한 사이트 눈길…넉넉한 도로와 아담한 풀밭
신륵사·황포돛배·명성황후 생가 볼거리도 다양

살랑거리는 강바람이 상쾌하다. 막힘없이 탁 트인 시야도 시원스럽다. 도도하게 흘러가는 남한강이 빚어낸 풍경. 그 속에 사람이 있고, 옹기종기 어깨를 맞댄 텐트가 있다. 강물과 사람, 자연과 사람이 자연스레 하나 되는 곳, 여주 이포보 캠핑장의 풍경이다.

자연과 사람이
자연스레 하나 되는 곳

여주 이포보 캠핑장은 웰빙캠핑장과 오토캠핑장으로 구분된다. 주차장과 캠핑장이 분리돼 있는 웰빙캠핑장은 65면, 차량 옆에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은 60면으로 이뤄져 있다. 두 캠핑장의 거리는 500m 남짓. 자신의 캠핑스타일에 맞춰 캠핑장을 선택할 수 있다. 간소한 장비를 이용해 호젓한 캠핑을 즐기고 싶다면 웰빙캠핑장을, 완벽한 장비를 갖춘 캠핑을 원한다면 오토캠핑장을 선택하면 된다.

웰빙캠핑장은 말 그대로 차량과 캠핑 사이트가 분리되어 있는 공간이다. 때문에 수시로 차량이 드나드는 오토캠핑장에 비해 아늑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주차장에서 캠핑장까지 장비를 직접 들고 옮겨야 하는 불편은 감수해야 할 부분. 그래도 캠핑장과 주차장의 거리가 멀지 않아 크게 고생스럽지는 않다.


웰빙캠핑장을 지나면 오토캠핑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토캠핑장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산뜻하게 정돈된 사이트가 시선을 끈다. 사이트는 외곽에서 중심부로 차량통행로를 따라 동심원처럼 자리해 있다. 앞뒤 사이트가 마주하고 있는 구조이지만 차량이 교행할 정도로 넉넉한 도로가 있고, 좌우로 아담한 풀밭이 있어 사이트는 아늑하고 널찍하다. 주차공간을 포함하고 있는 사이트는 리빙쉘이라 부르는 거실형 텐트는 물론 캠핑카나 트레일러를 이용한 캠핑도 가능할 정도.

사이트가 여유롭다는 건 다양한 구성의 텐트를 구축할 수 있어 캠퍼들에겐 반가운 일이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 이런 면에서 이포보 오토캠핑장은 텐트만을 사용하는 실속형에서 텐트와 타프, 심지어 트레일러를 조합하는 고급형에 이르기까지 캠퍼들의 입맛을 폭넓게 충족시킨다. 배전시설도 사이트 두 개당 하나꼴로 설치돼 있어 전기연결선만 준비하면 별 어려움 없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웰빙캠핑장보다 외곽에 위치한 오토캠핑장은 그만큼 남한강과 가깝다. 덕분에 풍경도 참 좋다. 낮이면 수면에 닿아 부서지는 은빛 물비늘이, 해질녘이면 서산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이 캠핑장까지 그 빛을 드리운다. 노을이 물러간 뒤 찾아오는 밤하늘의 아름다움도 놓칠 수 없다. 칠흑 같은 밤, 야전침대에 누워 쏟아질 듯 일렁이는 별빛을 감상하는 호사는 이곳 이포보 캠핑장을 찾은 이들에게 주어지는 보너스다.

노을 물러간 뒤 찾아오는
밤하늘의 아름다움

이포보 캠핑장은 캠핑을 위한 화장실과 샤워장, 세면대를 겸한 개수대는 물론 인라인스케이트장, 축구장, 족구장, 농구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전거 도로는 이포보 캠핑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양평에서 여주를 거쳐 충주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정비가 잘 돼 있어 자전거마니아는 물론 일반인도 부담 없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자전거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이포대교 앞 천서사거리 부근의 자전거 대여점을 이용하면 된다. 대여점에서 1·2인승 자전거와 전기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이포보 오토캠핑장과 웰빙캠핑장은 5월 말 시범운영 중이다. 별도의 공지가 있기 전까지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사전에 4대강이용도우미 홈페이지에 가입한 뒤 예약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예약은 선착순이며 예약승인 메일을 인쇄해 현장 관리인에게 제출하면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캠핑장 이용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익일 오전 10시까지. 한 ID당 일주일에 최대 2박3일까지 캠핑이 가능하다. 캠핑장에서 사용할 여주군 관내의 음식물쓰레기봉투와 식재료, 물, 상비약 등 필수품은 준비해가는 것이 편리하다.

이포보 캠핑장을 오가는 길에는 온 가족이 함께 돌아볼 수 있는 볼거리가 많다. 신륵사다층전탑(보물 제226호), 신륵사대장각기비(보물 제230호), 신륵사다층석탑(보물 제225호), 신륵사보제존자석종(보물 제228호) 등을 보유한 신륵사가 첫 번째 볼거리이다.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이 사찰은 강변에 자리하고 있다. 신륵사삼층석탑(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33호) 앞 강월헌에서 바라보는 남한강의 모습이 꽤나 아름답다.


명성황후 관련 전시물
마음까지 숙연해져

여주의 명물인 황포돛배는 신륵사 맞은편 조포나루에서 출발한다. 마포나루, 광나루, 이포나루와 함께 한강 4대 나루로 손꼽히던 조포나루는 조선시대에는 한강을 오르내리는 배들로 북적였다. 조포나루에서 출발해 얼굴바위와 여주대교, 여주군청을 거쳐 다시 조포나루로 돌아오는 황포돛배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6회 운항한다.

명성황후가 8세까지 생활했던 명성황후 생가는 여주읍 능현리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생가 외에도 명성황후기념관, 감고당, 민가마을 등 볼거리가 많다. 특히 명성황후기념관에선 명성황후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그중 명성황후 시해에 사용된 일본도를 복원해 놓은 전시물 앞에서는 마음까지 숙연해 진다.

생가 옆 감고당은 명성황후가 왕비로 간택·책봉되기 전까지 머물렀던 곳이다. 본래 종로구 안국동에 있었으나 1966년 도봉구 쌍문동으로 옮겨졌고, 2006년 쌍문고등학교가 신축공사를 하면서 지금의 자리로 다시 옮겨왔다. 감고당은 인현왕후가 왕비에서 물러난 뒤 복위할 때까지 5년여 동안 거처한 곳이기도 하다. 목아박물관은 1989년 우리나라 전통 목조각과 불교미술의 계승발전을 위해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인 목아 박찬수 선생이 건립한 곳이다. 야외전시장과 실내전시장으로 구성돼 있는 목아박물관에는 설립자의 조각작품 15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여행정보>
■ 당일 코스
·여주 이포보 캠핑장 → 신륵사 → 명성황후 생가

■ 1박 2일 코스
·첫째 날 : 여주 이포보 캠핑장, 캠핑 즐기기
·둘째 날 : 신륵사 → 황포돛배 → 명성황후 생가 → 목아박물관 → 귀가

■ 대중교통
 [버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여주종합터미널 20~30분 간격으로 운행, 약 1시간10분 소요.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 하남IC → 6번 국도 → 양평 → 37번 국도 → 천서사거리(이포대교) → 이포보 오토캠핑장

■ 먹거리
·홍원막국수 : 막국수,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 031)882-8259
·춘천본가닭갈비 : 닭갈비,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 031)884-1909
·통나무정육식당 : 한우,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 031)884-1060
·천서리버드나무집 : 장어구이,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 031)884-7892

■ 주변 볼거리
황학산수목원, 세종대왕릉, 효종대왕릉, 고달사지, 파사성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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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