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③> 2007년 뜰 ‘억만장자 4인’

‘쩐주 비상’…기축년 ‘진짜 큰손’들 납시오!

2009년도 불황의 그늘이 짙게 깔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숨은 갑부들’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재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흥 부호들이 어떤 기업·사업에 투자할지가 관심거리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들이 쥐고 있는 수조원이 풀릴 경우 ‘돈맥경화’ 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돈 가뭄으로 한 푼이 아쉬운 기업들도 물밑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베일에 싸인 억만장자들의 자금을 유치하거나 아예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큰손’들도 지금과 같은 불황이 적기라고 판단, 눈을 부릅뜨고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희망으로 가득차도 모자랄 새해가 밝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극심한 불안과 절망에 사로잡혀 있다. 2009년도 불황의 그늘이 짙게 깔릴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제2의 IMF 외환위기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온다.
벼랑 끝에 몰린 기업들은 ‘돈 구하기’에 바쁘다. 은행들이 돈을 움켜쥐고 내놓지 않으면서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가 금리를 내리는 동시에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도 시중의 ‘돈맥경화’는 시원스럽게 풀리지 않고 있다.
급기야 구조조정을 통한 정부의 부실기업 퇴출작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한 기업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평가 기준은 자금 사정이다.
기업으로선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선 어떡해서든 금고를 채우는 수밖에 없다. 바로 이 대목이 돈 가뭄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큰돈을 쥐고 있는 ‘숨은 갑부들’들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반대로 투자처를 찾고 있는 ‘큰손’들도 지금과 같은 위기가 막대한 현금을 ‘올인’할 수 있는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불황 때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투자해 경기가 활성화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회사 매각과 주식, 시세차익 등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갖고 있는 알짜배기 부호들이 올해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이민주 전 씨앤앰(C&M) 회장이다. 이 전 회장은 재벌그룹 총수일가 못지않은 재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실체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쟁쟁한 재벌들을 제치며 신흥거부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국내 부호 리스트에 16위로 이름을 올린 것. <포브스>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이 보유한 금액만 무려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내로라하는 재벌 오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네이버를 창업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33위·5억8500만 달러),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40위·5억1000만 달러)보다는 월등히 앞선 순위다.
1948년 서울 출생인 이 전 회장은 서울고와 연세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1975년 조선무역(현 조선아이앤씨)을 창업했다. 당시 창업비용은 15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조선아이앤씨는 완구제조업체로 현재 이 전 회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후 이 전 회장은 1988년 한미창투를 창업하면서 ‘투자의 귀재’란 명성을 얻었다. 1990년대 중소 금융기관들을 사고팔기를 반복하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모두 매각했다.
이 전 회장은 이때 종자돈을 만들어 2000년 지역 중소 케이블TV 업체를 헐값에 인수해 씨앤앰을 세웠다. 씨앤앰은 경동케이블TV를 모체로 출발해 서울 지역 케이블TV와 중계유선업체를 줄줄이 인수하며 거대 유선방송사로 성장했다.
씨앤앰은 결과적으로 이 전 회장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 줬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자신(51.92%)과 부인(9.25%) 등 가족이 보유한 씨앤앰 지분 전량을 1조원이 넘는 금액으로 맥쿼리-MBK파트너스(국민유선방송투자)에 매각했다.

이민주·차용규·손정의·한창우 ‘숨은 갑부’ 물밑행보 주목
‘돈가뭄’기업 자금유치 러브콜… “지금이 적기” 투자처 물색


일각에선 환차익 등을 감안하면 이 전 회장의 수중에 2조원이 넘는 돈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돈 냄새’를 맡은 기업들이 이 전 회장의 환심을 사려는 까닭이다. 실제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A그룹이 최근 극비리에 이 전 회장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회장도 적당한 투자처를 모색하고 있다는 후문.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M&A 등 투자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월 2000억원 가량을 국민유선방송투자에 재투자해 지분 약 20%를 확보한 데 이어 연세대, 카이스트, 명지대, 동국대 등 대학에 모두 200억원을 기부해 ‘큰손’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쩐주’를 잡기 위해 안달인 기업들에게 이 전 회장 만한 타깃이 없다”며 “이 전 회장도 10년 전 IMF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와 절묘한 타이밍으로 대박을 터뜨린 만큼 이번 금융위기에도 투자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에 뒤지지 않는 숨은 갑부는 또 있다. 바로 차용규 전 카작무스 대표다. 차 전 대표 역시 베일에 싸인 인물로 그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다만 재벌도 아니면서 거부 반열에 오른 ‘성공 신화’만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세간의 관심이 차 전 대표에게 쏠리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마찬가지로 <포브스>가 발표한 국내 부호 리스트에 당당히 7위로 랭크된 것. 재산규모는 13억 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754위·13억 달러)과 같은 수준이다.
차 전 대표는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거부로 단숨에 뛰어오른 그야말로 ‘성공 신화’주인공이다. 1956년생인 차 전 대표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1995년 독일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중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로 배치 명령을 받았다. 삼성물산은 파산상태에 몰린 카작무스의 위탁 경영을 맡게 되자 그를 현지에 파견했다. 카작무스는 카자흐스탄 최대의 구리 채광·제련 업체다.
삼성물산 지휘 하에 카작무스는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위탁경영이 만료된 2000년엔 자산가치 30억 달러, 세계 9위 구리 제련업체로 거듭났다. 이런 이유로 카자흐스탄 정부는 위탁 경영이 만료된 삼성물산에 카작무스 지분 매입을 요청했고 삼성물산은 이를 수락해 2000년 지분 42%를 취득했다.
당시 카작무스 사업을 진두지휘한 인물이 차 전 대표다. 그는 1998년 부장으로 승진한 후 1999년 이사를 거쳐 2000년 공동대표에 올랐다. 말 그대로 ‘고속 승진’이었다. 그러던 중 삼성물산은 2004년 사업에서 손을 떼고 철수했다. 지분은 모두 카작무스 파트너들에게 매각했다.
하지만 차 전 대표는 잔류를 선택했다. 카자흐스탄을 ‘기회의 땅’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지 고려인 3세인 블라디미르 김씨와 함께 카작무스의 지분을 대거 인수했고, 각각 대표이사 사장과 회장을 맡았다. 김씨는 과거 사회주의 시절 지역 청년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만큼 현지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차 전 대표의 ‘인생역전’은 이듬해 일어났다. 2005년 카작무스가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면서 대박을 터뜨린 것. 시가총액이 무려 100억 달러(약 13조원)에 육박했다. 그는 2006년 9월 카작무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2007년 초 보유 지분(4.5%·2천1백만주)을 모두 처분했다. 이를 한화로 계산하면 1조원이 훌쩍 넘는다.
이때부터 차 전 대표는 종적을 감췄다. 현재 소재와 근황도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그가 쥐고 있는 1조7000억원도 연기처럼 사라진 상태. 주식 처분으로 확보된 현금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갔는지 오리무중이다.
 항간에선 ‘잠적설’, ‘실종설’이 나오는가 싶더니 급기야 ‘납치설’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그의 재산이 ‘차명 자금’이란 의혹도 있지만 아직까지 확인된 사실은 없다.
재계 관계자는 “유수의 언론들이 차 전 대표가 거부로 떠오른 뒤 그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지만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며 “얼굴을 드러내길 싫어하는 언론기피증이거나 부를 축적한 부담이 은둔 생활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재계엔 차 전 대표의 복귀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A사에 투자한다”, “M&A 회사를 설립하려 한다”, “친정인 삼성물산으로 되돌아간다” 등의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차 전 대표는 지난해 국내에 잠시 들어와 지인들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중”이라며 컴백 여운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최고 갑부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행보도 눈여겨 볼만하다. 재일교포 3세인 손 회장의 재산은 약 7000억엔. 우리나라 돈으로 9조원 정도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약 2조4000억원)보다 훨씬 앞선다. 이처럼 손 회장이 일본 최고 갑부로 등극하면서 국내 언론은 물론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가 누구며, 무슨 사업을 하나’등의 궁금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손 회장은 국내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인물. 다만 그가 재일동포란 사실만 알려졌을 뿐이다. 1957년 일본 규슈에서 태어난 손 회장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에서 ‘한국계’란 이유로 왕따는 기본. 그렇다고 한국에서 환영받은 것도 아니다.
수많은 좌절과 위기를 이겨낸 손 회장의 성공신화는 결국 M&A를 통해 완성됐다. 그는 1981년 자본금 1억엔과 직원 2명으로 소프트웨어 유통업체이자 정보기술(IT) 투자업체인 소프트뱅크를 설립한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 M&A에 ‘올인’해 세계 거부로 우뚝 섰다.
손 회장은 이미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운 것.
그는 2000년 창업한 소프트뱅크벤처스를 통해 2012년까지 최대 2500억원을 국내 IT 분야와 미디어, 콘텐츠, 게임 분야 벤처기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손 회장이 이끄는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100% 출자한 한국 내 창업투자회사로 국내 유망 벤처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 갑부인 한창우 마루한 회장의 행보도 관심이다. ‘파친코 대부’로 불리는 한 회장은 손 회장과 함께 2005년부터 3년 연속 일본의 30대 부자에 선정됐다. 경남 삼천포 출신인 그는 14세에 일본으로 밀항한 이후 일본 ‘파친코’ 업계를 평정했다.
한 회장의 재산은 1300억엔(약 1조8000억원)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평소 수행비서 없이 혼자 다니고 택시를 이용하는 검소함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쌓은 부를 바탕으로 모국과 재외동포들을 위해 지원에 나서고 있는 한 회장은 국내 기업으로부터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한 회장에게 지자체의 카지노 투자 요청과 학교, 호텔, 은행 등의 지분 매입 제의, 매물로 나온 기업의 인수 제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한 회장의 국내 투자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기축년 소띠 CEO는?
“소의해 우리가 뛴다”


재계의 소띠 최고경영자(CEO)는 누가 있을까. 우선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1949년생으로 소띠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도 1949년생이다. 이들은 모두 내년에 환갑을 맞는다.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정몽혁 아주금속 회장, 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박대혁 리딩투자증권 부회장, 원종석 신영증권 사장 등은 1961년생 소띠다. 올해 73세로 1937년생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과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 등이 있다.
재계 2·3세 중에도 소띠는 눈에 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씨,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 이경후 씨, 허명수 GS건설 사장의 차남 허태홍 씨, 두산가 박재원 씨 등은 1985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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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