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위대’ 문건 폭로에 고립무원 된 MB

  • 홍정순 jshong@ilyosisa.co.kr
  • 등록 2012.05.22 09: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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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돌린 새누리당 칼 빼든 검찰 “나 어떡해”

[일요시사=홍정순 기자] MB정권의 장막이 벗겨질수록 충격적이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MB의, MB에 의한, MB를 위한 친위대’였음을 증명하는 문건이 드러나면서다. 공개된 문건에 따라 이제 불법사찰의 ‘몸통’ 논란에서 이명박 대통령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등 돌리는 새누리당과 칼 빼들은 검찰에 이 대통령은 점차 고립무원 처지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불법사찰의 몸통이 이명박 대통령을 향하는 모양새다. MB정권의 충격적인 ‘쌩얼’이 담긴 문건이 여과 없이 드러나면서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이 대통령의 친위대로 설치·운영됐음을 입증하는 내부 문건이 언론에 의해 공개된 것. 특히 문건에는 지원관실이 참여정부 당시 임명된 고위공직자를 표적 사찰하고 그 결과를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음을 짐작케 하는 내용도 담겨 있어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충격적 ‘MB쌩얼’ 드러나

민간인 불법사찰·증거인멸 사건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지난 16일 김경동 전 지원관실 주무관으로부터 압수한 USB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 2008년 8월28일 작성’이라는 문건을 확보하고 사실관계를 확인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지원관실의 신설 목적과 운영방안, 활동과제, 보고체계 등이 정리돼 있다. 문건작성자는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45·구속 기소)으로 알려졌다.

문건에 따르면 지원관실 신설 목적에 대해 “새 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노 정권 코드인사들의 음성적 저항과 일부 공직자들의 복지부동으로 인해 VIP(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차질”이라며 “공직사회의 기강확립과 사기진작을 통해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총리실에 공직윤리지원관실 설치”라고 명시했다. 참여정부 때 임명된 고위공직자를 표적 사찰해 ‘솎아내기’가 중요 임무라는 얘기다.

문건에 적힌 내용은 고스란히 실천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지원관실 말단 직원부터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48·구속 기소)까지 ‘비선 친위대’에 해당하는 인사들은 모조리 이 대통령의 고향 인사들인 ‘영포라인’ 인사들로 채워졌다.


곧바로 정부는 출범 초기 이전 정권에서 임명됐던 공기업 사장 등 ‘대못질 인사’들을 퇴진시키기 위해 회유와 압박을 가했다. 실제로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대부분의 인사들이 유·무형의 압력을 받고 사퇴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건은 대표적인 사례다.

문건은 또 “VIP 의중이 정확히 전달되고, 보안을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마찰 없이, 밀도 높게 추진될 수 있는 지휘 보고라인을 모색”이라며 “VIP께 일심(一心)으로 충성하는 별도 비선을 통해 총괄지휘”라고 적혀있다.

문건은 또 “현 정국은 야당이 정권교체로 인한 상실감, 재집권에 대한 절망감 때문에 정치공세의 빌미만 생기기를 바라는 상황”이라며 “정치공세의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 VIP의 원활한 국정수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상적인 공직기강 업무는 국무총리가 지휘하되, 특명사항은 VIP께 절대 충성하는 친위조직이 비선에서 총괄지휘”라고 써져있다.

청와대보다 정치색이 덜한 총리실에 지원관실을 설치해 야당의 눈을 피하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친위활동은 비선이 전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새누리 너마저도"… 청와대 '일심회' 정조준

지원관실 특명은 ‘MB의, MB에 의한, MB를 위한’

“VIP에 일심으로 충성…국정수행에 차질 없도록”


지원관실의 VIP 보고체계는 ‘공직윤리지원관→BH(청와대) 비선→VIP(또는 대통령실장)’ 순으로 적혀있다. 문건 내용대로라면 민간인 불법사찰 등 친위 활동의 결과는 민정수석실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 비선라인을 통해 이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장에게 보고됐을 개연성이 크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비선라인을 통해 직접 보고받거나 정정길 당시 대통령실장을 통해 ‘친위대’의 활동 결과를 지속적으로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친위대’ 활동을 묵인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불법사찰 논란에서 이 대통령 역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이처럼 MB친위대를 입증하는 문건이 공개되자 새누리당이 본격 MB차별화에 시동을 거는 분위기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와 관련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문건이 공개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며 ‘청와대 일심회’ 문건을 정면 거론한 것. 그는 “불법을 저지른 책임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처벌해야 한다”며 성역 없는 처벌을 촉구했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논평은 이 대통령을 정면 거론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이례적이다. 때문에 새누리당이 이 대통령과의 선긋기 작업에 본격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계속해서 악재가 터지며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불법사찰이야말로 MB와 선긋기를 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검찰의 칼날도 예사롭지 않은 상태다. 지난 불법사찰 파문에 ‘몸통’이라고 자처하며 비웃음만 샀던 이영호 전 비서관 선에서 수사를 끝낼 수 없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당장 청와대 비선 보고라인의 마지막 경유지로 문건에 적시된 당시 대통령실장(정정길 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웃음폭탄 검찰, 이번엔?

검찰은 비선라인으로 지목되는 박 전 차관이 지원관실로부터 불법사찰과 관련된 보고를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감 중인 박 전 차관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어디까지 보고 받았을지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태다. 때문에 검찰의 칼날이 어디까지 겨눌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제 최측근들의 철창행으로 방어막이 완벽하게 뚫린 이 대통령. 여기에 등 돌리는 새누리당과 옥죄어 오는 검찰의 칼날에 점점 고립무원 처지로 전락하는 양상이다. 과연 이 대통령은 이러한 난관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세간의 관심이 쏠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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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