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 <특별인터뷰>

“5대 악법 통과 저지에 사활 걸겠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뿔났다. 정 대표는 야권의 실력저지에도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단독 상정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리더십에 손상이 가면서 정 대표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 공룡여당에 끌려 다닌다는 이미지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입법전쟁은 정 대표의 정치 생명에 중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대표는 한나라당이 시도하고 있는 한미 FTA 법안을 비롯해 5대 악법 저지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천명했다. 따라서 연말 정기 국회는 입법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 한미 FTA 비준안이 단독 상정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 민주당은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졸속비준을 반대하는 것이다. 충분히 대책을 세우면서 FTA 비준에 임하자는 게 당의 기본입장이다. △ 소 사육 직불금 등 농 축산업대책 △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감독 강화 △ 중소기업의 사업전환대책 △ 제약분야 보호대책 △ 영화 등 문화산업 전반 지원대책 등을 피해대책의 핵심내용으로 꼽고 정부에 대해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FTA 비준을 위해 질서유지권 발동을 밥먹듯 하고 있다. 국회에 한나라당만 존재하고 야당이 필요없다면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모든 걸 결정하지 왜 국회가 존재하겠나. 미국 행정부가 의회에 내년 후반기에나 비준안을 보낼 예정인데, 미국이 준비될 때까지 국익차원에서 보조를 맞추고 피해대책을 잘 세워야 한다.

- 한나라당은 무조건적인 반대라고 주장하는데.
▲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대화를 하자면 충분히 논의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부분에 대해선 원천봉쇄할 수밖에 없다. 여야 합의를 거쳐 한미 FTA 비준안을 상정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약속을 뒤집었다. 우리가 집권당(열린우리당)이었던 시절에도 지금의 한나라당처럼 야당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짓은 하지 않았다. 거대여당은 대화와 타협 없이 그냥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인데 야당이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면 헌법상 정당 체제의 존재 자체 의미도 없어지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으로서 좀 더 성숙하고 스케일 큰 행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계속 강경 행보를 이어 나갈 경우 일방통행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민주당의 분명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여당의 일방적인 독주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5대 쟁점 법안 강력 저지 방침을 밝혔다. 사안별 대책은. 
▲ 법안별로 분석하면 우선 경제 분야의 경우 한나라당은 금산분리 관련 법안인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및 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규제완화 법안을 `무조건 처리’ 법안 목록에 포함시켜 놓고 있다. 민주당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는 대기업 위주 정책이고 금산분리 완화도 은행이 산업에 종속되면 대기업의 사금고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코 용인할 수 없다. 사회 관련 분야에선 무엇보다 집회시위 피해 구제를 위한 이른바 떼법 방지법(불법집단행위 집단소송법) △ 과거사위 통폐합법 △ 집회, 시위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법 개정안 등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발의한 것이다. 절대 용인할 수 없는 법안이다. 재정경제위 소위에서는 폐기된 불법시위단체 보조금 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의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법 개정안의 경우 재발의가 추진중에 있다. 미디어 관련법의 경우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골자로 한 신문법 및 방송법 개정안, 사이버모욕죄 신설을 골자로 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상정이 될 예정이다. 이념 관련법 중에선 국정원 업무범위를 포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이 법안으로 상정된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양보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대북 전단 살포 단체 지원 등 내용을 포함한 북한인권법은 우리 민주당이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법안이다. 복지관련 분야에선 교육세법 폐지를 한나라당이 조속히 처리할 방침이지만 교육재정 안정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고 국민연금법 및 공무원연금법 개정 범위와 관련해 한나라당과의 의견 조율이 아직 안 되고 있는 상태다. 5대 쟁점법안과 관련 우리 민주당은 우리가 옳다고 보는 것,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를 실천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해야 할 때이기 때문에 강력 저지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흩어지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서로 화합해야 한다. 우선 각 상임위부터 원내지도부가 요청하는 사항에 대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임해 악법 통과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소속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 종부세 폐지반대와 부가세인하 여론 조성에 적극 나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종부세 폐지반대와 부가세인하 국민서명에 265만 명이 참여해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265명이라면 1000만 명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이지만 민주당이 추진한 일중에 전례 없는 성과다. 종부세가 부자감세 중 중요한데 그 목표가 6조였다. 우리가 저지한 것이 2조260억이었다. 이는 3분의 1을 성공시킨 것이다. 또 부가세 3%를 돈으로 환산하면 12조인데 부가세율은 만지지 못했지만 서민감세를 달성한 금액이 3조3천5백억이다. 이번 서명운동이 가치가 있었던 것은 당이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직능단체 분들이 같이 했다는 것이다. 정당이 민간단체와 함께 같은 목적을 가지고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당사에 기록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다.

- 한나라당의 내년도 예산 단독 처리를 막지 못했는데.   
▲ 1997년 시작된 IMF 위기로 실업이 큰 문제였을 당시 당 정조위원장으로 실업대책 만들고 논의할 때 말보다 실제 행동이 어려웠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고 국민 동의를 받는 예산 집행이 되게 하는 것이 야당 입장에서 매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민주당을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 한나라당의 일방처리에 의해 위기극복 예산이 만들어지지 못한 점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사실 예산안 처리를 놓고 약식 의원총회를 할 때 내가 제일 강경했다.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이 통과시키자고 하는데 ‘나는 반대다’라면서 세 번이나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의원들이 찬성한 것이다. 바깥에 계신 분들은 사정을 잘 몰라서 그런 비판을 하는 것 같다. 당 안에서는 그런 것을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의도적으로 그러는지 의구심이 간다. 회의에 적극 참여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굴러가도록 주체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나중에 남의 일을 품평하듯 하면 안 된다. 내년도 예산안에 실업, 비정규직,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예산 반영을 주장했는데 성과가 미약해 지금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 한나라당의 직권 법안 상정 사례가 늘어나면서 육탄전 사례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 직권상정의 내용이 너무 광범위하고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국회사에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에 대해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에 소홀할 수 없다. 의회 독재가 자행되고 있고, 이런 쿠데타가 다시 시도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민주당은 철저히 끝까지 투쟁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흩어지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96년말 노동법 날치기의 후예다운 의회독재, 의회쿠데타의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각 상임위 소속의원들이 원내지도부의 요청대로 하는 사항에 대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대응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도 이제 실력 저지 등 몸으로라도 막아 독재적 의회주의를 막는 것을 실천해보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몸으로라도 대응할 것이다. 내가 야당도 해보고 여당도 해봤지만 이렇게 편협하고 자기중심적이고 일방통행식의 여당이 과거 대한민국에는 없었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여당일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

- 관련 예산 국회통과에 따라 4대강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 일반 국민은 물론 전문가들까지 대운하로 의심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명박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번 예산안의 가장 큰 문제는 형님은 형님예산 챙기고, 대통령은 대운하 예산을 챙겼다는 점이다. 대운하를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대통령 답변을 요구할 시점이 됐다. 만약 대통령이 밝히지 않으면 당 차원의 대운하 저지 대책위라도 띄워야 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질서유지권 발동 ‘밥먹듯 한다’… “국회 필요없다는 얘긴가”
“떼법 방지법·과거사위 통폐합법 등 절대 용인할 수 없는 법안” 강조
 4대강 정비 사업 대운하 의심…“대통령 입장 확고히 밝혀야 한다”
당 효율성 강조 위한 체제·정체성 강화 만전…“당 화합해야 한다”

- 너무 무기력하고 선명성도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 당 지지율 10%대는 국민 대표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당 내외에서 그런 식으로 비친 면이 있다면 당 효율성 강화를 위한 체제와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이다. 구성원 한 사람이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이거나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이라는 정당이 최소한 1987년 체제 이후 가져온 정체성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선명성이 부족하다는데 대안 없이 반대만 하면 잠시 어필할 수 있겠지만, 수권정당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우리는 집권 경험이 있는 정당으로, 집권 안 해 본 정당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 회동 한 번 한 이후 청와대 초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 중소기업 지원과 환헤지 파생상품 키코(KIKO) 대책 마련은 지켜졌다. 당시 공안정국을 조성하지 않도록 강력히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긍정적 이야기를 했는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뒤 두 차례 회동하자는 데 응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지금까지 한 방식을 그대로 고집하면 업적을 남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본인도 성공하기 어렵고 국민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대 쇄신을 해야 한다. 인적 쇄신을 포함한 국정 쇄신을 해야 한다.


- 한나라당 지도부는 중점 추진 중인 122개 법안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임을 밝혔다.
▲ 예산안을 대하는 야당 태도와 이런 법안들을 대하는 야당 태도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반민주 악법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제 1야당의 책무를 다할 것이다. 재벌에 특혜를 주는 입법안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반민주악법은 절대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다.
 
- 경색된 남북문제와 관련 대안이 있다면.
▲ 한반도에서 평화는 곧 경제이며 미래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남북관계의 개선은 절실히 요구된다.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 이행의지 선언 △ 개성공단의 차질 없는 추진 △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 재개 △ 남북 당국간 대화 개재 등 4대 혁신안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언론장악 7대 악법 저지를 위해 언론단체 대표들과 만나 한나라당 언론법 저지에 공동 대응해 나갈 방침을 밝혔다.
▲ 언론장악 7대 악법은 민주질서 수호 차원에서 맞설 수밖에 없다. 지난 12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미디어행동 등 언론 단체 대표들과 만났다. 이날 나는 ‘(언론법은) 국가의 문제이고 국민의 문제다. 이것은 당의 이해를 훨씬 뛰어 넘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이명박 정권 출범 1년도 안 돼 20년, 30년 후퇴시키는 상황을 어떻게 우리가 좌시할 수 있나. 확실한 문제 의식이 있고 싸울 것이다. 의석수는 작지만 80석이 넘는 제1야당이다. 공동전선을 통해 언론장악 7대 악법을 저지할 운명적 상황에 같이 처한 상황이고 민주당과 언론인 여러분들 생각이 같으니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앞으로 이들 전국언론노동조합, 미디어행동 등 언론단체 대표들과 만나 한나라당 언론법 저지에 공동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 한나라당의 일방독주와 관련해 의회독재라고 비평했다.  
▲ 오늘 일방적 법안처리 행보와 이를 막기 위한 민주당의 살신성인의 모습에 국민들의 눈이 국회로 쏠려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눈과 귀를 열어 놓고 국회에서 어떻게 선량들이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는가를 지켜볼 것이다. 언론과 정치권 일각에서 의회독재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172석 거대여당의 지도자들이 하는 얘기나 국회를 운영하거나 정치를 해나가는 모양을 보면 의회독재로 흐를 위험이 대단히 많다. 국회의장이 16건에 달하는 여건도 마련되지 않은 법안들에 대해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등 의장의 국회 운영 행태, 그리고 여당이 야당을 대하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운영되는 것이 의회주의인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의회독재로 흘러가는 전주곡이 나오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다. 우리는 이런 기도를 절대 그냥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의회주의를 지켜내고 여야가 공존하면서 국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공당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진 송원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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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