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르는 ‘MB씨’들의 대몰락 막전막후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14 10: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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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 닿은 인연 챙기기 급급하더니 결국 말로에는....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이명박 정부의 개국공신인 ‘영포라인’이 몰락하고 있다. 취임 초부터 친인척 측근비리로 시달려 왔던 MB정권의 근간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한 말은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말로 바뀌어 MB정권을 조롱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하지만 몰락하는 것은 ‘영포라인’ 뿐만이 아니다. 5000억원에 이르는 불법 대출과 횡령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영업정지를 받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도 이명박 대통령과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 말기 MB맨들의 몰락은 어디까지일지 예측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파이시티 게이트’가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MB정권의 서열 3위로 분류되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4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구속수감 됨으로써 결국 임기 말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되고 말았다.

이에 앞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등 현 정권 들어 실세로 불린 이들이 SLS그룹사건, 저축은행 사건 등으로 줄줄이 구속됐다.

또한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과 진경락 전 총리실 기획총괄과장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마치 굴비 엮듯 구치소로 향했다.

지위고하 막론
줄줄이 구속

박영준 전 차관은 민간인 불법사찰의 배후로 알려진 데다 CNK 주가조작 사건에서도 이름이 거명됐다. 또한 SLS그룹 이국철 회장의 로비사건으로도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매번 이리저리 잘 빠져 나갔다.

하지만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의혹을 조사한 검찰의 네 번째 칼날은 피하지 못했다. ‘

영포라인’의 핵심이었던 이상득 의원은 이미 보좌관 비리로 정계를 은퇴했고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도 비리 혐의로 수감된 상황이라 박 전 차관의 추락은 영포라인의 몰락을 확인하는 마침표인 셈이었다.

이들에게 닥친 더 큰 난관은 검찰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사 강도를 한층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불법 대선자금 등 MB정권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측근들의 잇따른 구속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지난 2월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에서 “주변에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있다고 할 때마다, 또 그것이 생길 때마다 가슴이 꽉 막힌다. 화가 날 때도 있다. 국민 여러분께 할 말이 없다”고 입장을 표명한 것이 다였다. 앞으로도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그만큼 심기가 복잡하다는 얘기다.

정권 실세 3(방통대군)-4(왕차관)위 줄줄이 구속 
2군이 5000억인데 정권 실세 1군은 어느 정도?

측근들이 몰락하고 있는 가운데 터진 저축은행 사태도 이 대통령의 심경을 더욱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5000여억 원을 횡령해 해외로 도피하려다 잡힌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5년 전에 이 대통령과 고려대 박물관 문화예술최고위과정(APCA)을 함께 다닌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APCA 출신들은 이 대통령 집권 후 각계각층에서 주요 보직에 중용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는 지난 2007년 5월 APCA 1기에 등록했고 당시 김 회장과 부인 하모씨도 같은 과정에 등록해 수업을 받으며 돈독한 인맥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APCA 과정은 부부가 함께 듣는 과정으로 16주 프로그램 진행에 수강료는 700만원 가량이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고려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개설한 APCA는 현재도 진행 중이며, 주중에는 목요일에 한 번 수업을 하고 주말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김 회장이 APCA 과정을 수강할 때는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있던 시점으로 인맥관리 차원으로 등록한 것이 아니었나는 추측도 있다.

특히 APCA에는 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다수 수강했던 것으로 알려져 김 회장은 이 대통령의 측근들과도 인연을 맺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닿는 인맥마다
모두 의혹투성이

APCA에 대해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2008년 9월5일(당시 민주당 의원) 논평을 통해 “APCA 수강생들이 이명박 정부 들어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중용되고 있는 인맥”이라며 “고려대 박물관 APCA는 처음부터 정치인맥을 맺기 위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 지사에 따르면 APCA 출신 중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주요 직책을 맡은 인사들이 수두룩하다. 임충빈 육군참모총장, 김종천 국방부 차관, 조청원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 노영혜 인쇄산업진흥위원 등이 대표적인 APCA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임충빈 육참총장은 APCA 1기 수강생으로, 전해에는 중장에 해당하는 육군사관학교 교장이었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대장 진급과 동시에 육군참모총장에 올랐다.

APCA 강좌를 개설할 당시 고려대 박물관장이었던 최광식씨는 그해 3월 차관급에 해당되는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임명됐다.

최 지사는 당시 “최 관장의 임명은 1945년 해방과 함께 출발한 국립박물관 역사에 ‘역사학 전공자로서는 첫 수장’이란 기록을 세울 만큼 이례적인 인사로 받아들여졌다”며 “유물학자가 아닌 문헌사학자인 데다 규모면에서 대학 박물관과 비교가 안 되는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직행했기 때문”이라고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밖에 APCA 1기 가운데 주요 재계 인사로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고려대 교우회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비롯해 박용만 두산 부회장, 박정원 두산건설 부회장 등이 있다. 또한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과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 등 언론계 인사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서는 지난해 미래저축은행이 수천억 적자로 퇴출위기에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김찬경 회장이 동아일보 종편인 <채널A>에 무려 46억원이란 거액을 출자한 배경이 김 회장과 김재호 사장이 APCA를 통해 맺은 인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던지고 있다.

APCA 외에 이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이 다니는 소망교회의 금융인 모임인 ‘소금회’도 떠오르고 있다. 소금회는 홍인기 전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96년 창립한 뒤 이명박 정권 내내 경제정책을 쥐락펴락해온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이 중심축이다.

이밖에 장병구 전 수협은행장, 이우철 전 생명보험협회장,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장관 등 쟁쟁한 멤버들로 구성돼 있어 현 정권 내 금융계의 최대 ‘숨은 파워’로 군림해온 모임이다.

소금회에는 솔로몬저축은행의 임석 회장과 김 회장도 소속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외곽조직인 민주연합청년회 기획국장을 지냈고, 1994년에는 청년 YMCA 회장을 맡았지만 현 정권에서도 버티자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뒤를 봐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터졌을 때도 버텨내자 현 정부의 핵심 관료가 그의 뒤를 봐주며 퇴출을 막고 있다는 소문과, 이상득 의원에게 로비자금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그를 따라다니기도 했다.

소금회가 의혹을 받고 있는 이유이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5년 전 MB와 고려대 APCA 동기생
MB정권 금융계 최대 ‘숨은 파워’, 소망교회 금융인 모임 ‘소금회’ 

두 회장은 개인 대주주가 맨손으로 저축은행을 설립, 잇단 인수·합병으로 사세를 넓힌 만큼 이 과정에서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한 로비가 벌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따라서 임 회장과 김 회장의 정·관계 인맥 및 수사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또한 최 전 위원장의 대선자금 지출 발언은 자칫 정계는 물론 재계까지 한바탕 뒤집어 놓을만한 뇌관으로 여겨져 검찰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장 등 관련자의 계좌추적 범위와 수사결과에 따라 파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정권 실세 두 명의 구속과 저축은행 영업정지 파문이 끝이 아니라는 말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측근 중 2군으로 분류되는 이들이(김찬경·임석 회장) 5000억인데 실세인 1군들은 어느 정도 겠느냐?”면서 “캐다 보면 끝도 없이 나올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꼬리 자르기’ 의혹도
강도 높은 수사 요구

일각에서는 저축은행 사태와 파이시티 게이트가 일종의 꼬리 자르기라는 시각도 있다.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자’는 청와대와 여당의 방침아래 계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이다.

그래야만 대선 정국에서 야권이 강력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이는 정권 심판론에 물타기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두 정권 실세를 구속하며 국민들에게 비리척결을 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김대중 정부 때 성장했던 임 회장을 옥죄며 지난 정권에 대한 심판까지 했다는 효과를 노린다는 시나리오다.

따라서 이런 의혹들을 말끔히 해소하기 위해 강도 높은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있으며, 정권실세 서열 1위 이상득 의원에 대한 수사요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임기 말 권력형 게이트로 인한 측근들의 연이은 구속으로 국정동력을 잃어가는 이 대통령은 이제 퇴임 후 자신의 안위도 낙관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고 말았다.

결국 모든 책임은 측근들의 부패와 월권을 잡지 못한 이 대통령에 있다는 시각 또한 지배적이다. 가시밭길 앞에 선 이 대통령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펼쳐질까? 벌써부터 그것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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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