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의 모든 것 들춰 보니

대낮에도 싼값에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유흥문화는 다양한 층위를 가지고 있다. 이른바 ‘선술집’이 있는가 하면 포장마차도 있고 호프집도 있으며 소주방도 있다. 각자가 가진 경제력에 따라 그리고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어느 곳을 택할지는 각자가 정할 뿐이다. 이 가운데에서 가장 비싸고 고급스러운 유흥문화의 형태는 다름 아닌 룸살롱. 룸살롱을 많이 가 본 일부 남성들의 경우 그 문화에 익숙하고 또한 그 시스템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거나 혹은 경제력이 되지 않는 경우 그리고 여자들은 룸살롱 문화 자체가 생경한 경우가 많다. 강남 두바이 룸살롱에서 일하고 있는 이영민 상무의 협조를 받아 이른바 ‘룸살롱의 모든 것’을 집중 분석했다.


사실 룸살롱은 직접 가보지 않으면 실제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같은 룸살롱이라고 해도 또 그 내부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나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문화도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다.
룸살롱을 크게 구분하자면 ‘전통적인 룸살롱’, ‘북창동식 룸살롱’, ‘텐프로 룸살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그 운영 형태에 따라 ‘대낮 룸살롱’ 등으로도 새롭게 가지치기를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형태에 있어서 유일하게 공통적인 것이 있으니 바로 그것은 술과 여자라는 두 가지 축이다.
기본적으로 양주를 시켜야 하고 자신이 원하는 여성을 초이스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 어떤 룸살롱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일부 초이스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때는 담당자와 친분이 매우 깊은 때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 ‘지명 아가씨’를 제외하고는 그리 많지 않아도 할 수 있다.

룸살롱·북창동식·텐프로·대낮 룸살롱 등 각양각색
천차만별 룸살롱도 알고 보면 공통 축은 ‘술’과 ‘여자’

이 중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다름 아닌 북창동식 룸살롱이다. 이곳은 일명 ‘하드코어 룸살롱’으로 불리기도 했다. 룸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이 소프트하지 않아서(?) 생긴 이름이다.
북창동식 룸살롱은 그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당연히 북창동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 그런데 이곳이 인기를 끌면서 강남에서 북창동식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룸살롱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고 따라서 ‘북창동 룸살롱’은 이제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 특히 이런 시스템은 지방에까지 퍼지고 있으니 그 위력을 실감할 정도다.
북창동 룸살롱의 가장 큰 특징은 ‘인사’와 ‘전투’라는 것이 있는 점이다. ‘인사’란 것은 아가씨들이 초이스가 된 뒤 입장을 하고 손님들에게 말 그대로 인사를 하는 개념이다. 그녀들은 옷을 벗어던지고 ‘계곡주’라고 하는 술을 만든다.
자신의 유방 사이에 있는 ‘계곡’과 유두를 타고 술을 흘려보내기 시작하면 그것이 여자의 성기 부위에서 다시 모여고 그것을 컵으로 받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손님에게 ‘첫잔’으로 올리는 것. 그런데 손님에게 잔을 건네는 차원이 아니라 나체가 된 그녀가 자리에 앉아있는 손님에게 다가가 섹시하고 요염한 포즈를 취해 준다는 것이다.

물론 이때에는 상당히 스피디하고 경쾌한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고 남성들은 그 술을 한 잔 마신 뒤 안주로 그녀의 유두를 살짝 애무할 수 있다. 이렇게 인사가 끝나고 나면 이제 본격적인 술자리가 시작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때 이미 남성과 여성은 거의 팬티만 남겨둔 채 옷을 다 벗어버린 상태라는 얘기다. 이렇게 남녀는 질펀하게 한 시간 가량을 보내게 되고 이제 남은 것은 ‘전투’라고 하는 최종적인 단계다.
이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다름 아닌 웨이터가 종이컵에 담아 가지고 들어오는 가그린. 각각의 종이컵에 담겨진 가그린은 여성의 입을 보호하는 청결제일 뿐만 아니라 남성의 성기를 자극하는 자극제이기도 하다. 맨솔과 비슷한 ‘화~’하는 느낌이 한층 느낌을 강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때 손님들은 넓은 좌석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각각 눕게 되고 조명은 거의 꺼지는 상태가 되는 것.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여성은 오럴 서비스를 통해 남성이 사정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대략 길게는 5분 정도까지 가지만 이미 상당한 자극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더 빨리 끝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전투가 끝나면 북창동식 룸살롱의 거의 모든 서비스가 끝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1회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손님들도 있고 또 기존의 룸살롱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무제한 전투’를 표방하는 업소도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술자리 내에서 한 번만 전투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원하면 계속해서 사정을 하게 하는 것. 물론 많아야 두 번 이상의 사정을 하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지만 어쨌든 손님의 입장에서는 ‘플러스 알파’의 서비스를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드코어적인 유흥업소의 대명사인 북창동식 룸살롱과 함께 남성들에게 각광받는 최상위급(?)의 룸살롱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이 바로 ‘텐프로 룸살롱’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이른바 ‘상위 10% 이상의 외모를 가진 여성만 모여있는 룸살롱’이라는 의미다. 그만큼 고급스러운 ‘수질’로 승부하겠다는 신념을 가진 곳이 바로 이런 텐프로 룸살롱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곳은 북창동과는 그 문화가 판이하게 다르다.
일단 이곳에서는 인사도 없고 전투도 없다. 초이스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지명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나름대로의 ‘품격’이 있기 때문에 신체접촉도 ‘매우’ 가벼운 편에 속한다. 옷을 벗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행동이며 텐프로에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이른바 고수들은 이곳에서도 북창동 못지않은 수위로 확실하게 즐기기도 하지만 대개의 손님들은 점잖게 술을 마시며 대화를 하고 나가요 걸들은 그에 따라 술을 따르거나 안주를 먹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술값은 북창동의 3~4배를 훌쩍 넘어선다. 따라서 일부 남성들은 ‘만지지도 못하고 인사와 전투도 없으면서 엄청나게 비싼 텐프로를 뭐하러 가느냐’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래도 텐프로에 손님들이 모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상위 텐프로라는 외모와 수질 때문이다.
따라서 이곳에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친구들과 놀러 가는 것보다는 상당한 수준의 비즈니스 때문에 가거나 혹은 돈이 남아 주체할 수 없는 정도의 남성들이 ‘정체성의 차별화’라는 수준에서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텐프로의 경우 또 다른 매력이 하나 있으니 바로 2차라고 하는 성매매다. 사실 북창동에선 이미 룸 내부에서 사정까지 모두 끝내기 때문에 특별히 2차를 갈 이유 자체가 없어지고 이곳에 있는 여성들 역시 별로 2차를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텐프로의 경우 상당한 수준의 외모를 지닌 여성과 밤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물론 가격 역시 상당히 비싼 수준. 물론 일부 텐프로의 경우 아예 2차가 없다는 것을 공식화하기는 하지만 은밀하게 내부 거래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룸살롱’은 어떤 의미에서 이런 룸살롱과 텐프로를 섞어놓은 듯하기도 하다. 물론 이곳에서도 인사와 전투는 없지만 그렇다고 텐프로처럼 아주 가벼운 터치만 하는 것만은 아니다. 나름대로 아가씨를 ‘만질 수 있는’ 손님의 재량이 허락되고 좀 더 진한 스킨십도 충분히 가능하다.
수질은 텐프로보다는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곳 역시 북창동과는 다르게 2차가 있기 때문에 손님들로서는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가격은 텐프로보다 저렴하다.
이곳에 가는 손님들은 북창동식의 난잡함을 싫어하면서도 그렇다고 텐프로급의 비싼 가격과 터치도 하지 못하는 문화를 별로 즐기지 않는 손님들이 많다. 그냥 적당하고 젊잖게 즐기고 싶지만 그렇다고 텐프로에 가기 싫은 사람들이 주요 손님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세 가지 형태의 룸살롱과 더불어 최근의 경기 불황 때문에 새롭게 생겨난 곳이 ‘대낮 룸살롱’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는 룸살롱의 형태에 대한 구분이라기보다는 영업방식에 따른 구분이라고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
대부분 북창동식 룸살롱에서 이 같은 형태의 대낮 룸살롱을 운영하기도 하는데 이는 조금 이른 시간의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것. 보통 오후 5시 이후부터 7시 이전에 오는 손님들에게는 기존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파격적인 가격으로 서비스를 한다.

1인당 대략 15만원을 전후해서 서비스를 하다 보니 대딸방보다 조금 비싸고 심지어 안마 시술소보다 싼 가격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오후 4시부터 7시 사이다 보니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근무를 하다 갈 수는 없겠지만 자영업자나 직장인들의 휴가, 대학생 등이 자주 이곳에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이런 룸살롱에는 이른바 ‘중독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다. 비록 가진 돈은 별로 없지만 외상까지 해가면서 룸살롱을 들락거리는 경우다.
어쨌든 룸살롱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비싼 유흥문화라는 점에서 때로는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과도한 지출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접대’가 있고 ‘유흥 문화’가 존재하는 한 룸살롱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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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