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의 모든 것 들춰 보니

대낮에도 싼값에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유흥문화는 다양한 층위를 가지고 있다. 이른바 ‘선술집’이 있는가 하면 포장마차도 있고 호프집도 있으며 소주방도 있다. 각자가 가진 경제력에 따라 그리고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어느 곳을 택할지는 각자가 정할 뿐이다. 이 가운데에서 가장 비싸고 고급스러운 유흥문화의 형태는 다름 아닌 룸살롱. 룸살롱을 많이 가 본 일부 남성들의 경우 그 문화에 익숙하고 또한 그 시스템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거나 혹은 경제력이 되지 않는 경우 그리고 여자들은 룸살롱 문화 자체가 생경한 경우가 많다. 강남 두바이 룸살롱에서 일하고 있는 이영민 상무의 협조를 받아 이른바 ‘룸살롱의 모든 것’을 집중 분석했다.


사실 룸살롱은 직접 가보지 않으면 실제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같은 룸살롱이라고 해도 또 그 내부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나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문화도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다.
룸살롱을 크게 구분하자면 ‘전통적인 룸살롱’, ‘북창동식 룸살롱’, ‘텐프로 룸살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그 운영 형태에 따라 ‘대낮 룸살롱’ 등으로도 새롭게 가지치기를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형태에 있어서 유일하게 공통적인 것이 있으니 바로 그것은 술과 여자라는 두 가지 축이다.
기본적으로 양주를 시켜야 하고 자신이 원하는 여성을 초이스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 어떤 룸살롱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일부 초이스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때는 담당자와 친분이 매우 깊은 때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 ‘지명 아가씨’를 제외하고는 그리 많지 않아도 할 수 있다.

룸살롱·북창동식·텐프로·대낮 룸살롱 등 각양각색
천차만별 룸살롱도 알고 보면 공통 축은 ‘술’과 ‘여자’

이 중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다름 아닌 북창동식 룸살롱이다. 이곳은 일명 ‘하드코어 룸살롱’으로 불리기도 했다. 룸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이 소프트하지 않아서(?) 생긴 이름이다.
북창동식 룸살롱은 그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당연히 북창동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 그런데 이곳이 인기를 끌면서 강남에서 북창동식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룸살롱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고 따라서 ‘북창동 룸살롱’은 이제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 특히 이런 시스템은 지방에까지 퍼지고 있으니 그 위력을 실감할 정도다.
북창동 룸살롱의 가장 큰 특징은 ‘인사’와 ‘전투’라는 것이 있는 점이다. ‘인사’란 것은 아가씨들이 초이스가 된 뒤 입장을 하고 손님들에게 말 그대로 인사를 하는 개념이다. 그녀들은 옷을 벗어던지고 ‘계곡주’라고 하는 술을 만든다.
자신의 유방 사이에 있는 ‘계곡’과 유두를 타고 술을 흘려보내기 시작하면 그것이 여자의 성기 부위에서 다시 모여고 그것을 컵으로 받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손님에게 ‘첫잔’으로 올리는 것. 그런데 손님에게 잔을 건네는 차원이 아니라 나체가 된 그녀가 자리에 앉아있는 손님에게 다가가 섹시하고 요염한 포즈를 취해 준다는 것이다.

물론 이때에는 상당히 스피디하고 경쾌한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고 남성들은 그 술을 한 잔 마신 뒤 안주로 그녀의 유두를 살짝 애무할 수 있다. 이렇게 인사가 끝나고 나면 이제 본격적인 술자리가 시작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때 이미 남성과 여성은 거의 팬티만 남겨둔 채 옷을 다 벗어버린 상태라는 얘기다. 이렇게 남녀는 질펀하게 한 시간 가량을 보내게 되고 이제 남은 것은 ‘전투’라고 하는 최종적인 단계다.
이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다름 아닌 웨이터가 종이컵에 담아 가지고 들어오는 가그린. 각각의 종이컵에 담겨진 가그린은 여성의 입을 보호하는 청결제일 뿐만 아니라 남성의 성기를 자극하는 자극제이기도 하다. 맨솔과 비슷한 ‘화~’하는 느낌이 한층 느낌을 강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때 손님들은 넓은 좌석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각각 눕게 되고 조명은 거의 꺼지는 상태가 되는 것.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여성은 오럴 서비스를 통해 남성이 사정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대략 길게는 5분 정도까지 가지만 이미 상당한 자극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더 빨리 끝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전투가 끝나면 북창동식 룸살롱의 거의 모든 서비스가 끝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1회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손님들도 있고 또 기존의 룸살롱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무제한 전투’를 표방하는 업소도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술자리 내에서 한 번만 전투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원하면 계속해서 사정을 하게 하는 것. 물론 많아야 두 번 이상의 사정을 하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지만 어쨌든 손님의 입장에서는 ‘플러스 알파’의 서비스를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드코어적인 유흥업소의 대명사인 북창동식 룸살롱과 함께 남성들에게 각광받는 최상위급(?)의 룸살롱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이 바로 ‘텐프로 룸살롱’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이른바 ‘상위 10% 이상의 외모를 가진 여성만 모여있는 룸살롱’이라는 의미다. 그만큼 고급스러운 ‘수질’로 승부하겠다는 신념을 가진 곳이 바로 이런 텐프로 룸살롱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곳은 북창동과는 그 문화가 판이하게 다르다.
일단 이곳에서는 인사도 없고 전투도 없다. 초이스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지명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나름대로의 ‘품격’이 있기 때문에 신체접촉도 ‘매우’ 가벼운 편에 속한다. 옷을 벗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행동이며 텐프로에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이른바 고수들은 이곳에서도 북창동 못지않은 수위로 확실하게 즐기기도 하지만 대개의 손님들은 점잖게 술을 마시며 대화를 하고 나가요 걸들은 그에 따라 술을 따르거나 안주를 먹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술값은 북창동의 3~4배를 훌쩍 넘어선다. 따라서 일부 남성들은 ‘만지지도 못하고 인사와 전투도 없으면서 엄청나게 비싼 텐프로를 뭐하러 가느냐’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래도 텐프로에 손님들이 모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상위 텐프로라는 외모와 수질 때문이다.
따라서 이곳에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친구들과 놀러 가는 것보다는 상당한 수준의 비즈니스 때문에 가거나 혹은 돈이 남아 주체할 수 없는 정도의 남성들이 ‘정체성의 차별화’라는 수준에서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텐프로의 경우 또 다른 매력이 하나 있으니 바로 2차라고 하는 성매매다. 사실 북창동에선 이미 룸 내부에서 사정까지 모두 끝내기 때문에 특별히 2차를 갈 이유 자체가 없어지고 이곳에 있는 여성들 역시 별로 2차를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텐프로의 경우 상당한 수준의 외모를 지닌 여성과 밤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물론 가격 역시 상당히 비싼 수준. 물론 일부 텐프로의 경우 아예 2차가 없다는 것을 공식화하기는 하지만 은밀하게 내부 거래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룸살롱’은 어떤 의미에서 이런 룸살롱과 텐프로를 섞어놓은 듯하기도 하다. 물론 이곳에서도 인사와 전투는 없지만 그렇다고 텐프로처럼 아주 가벼운 터치만 하는 것만은 아니다. 나름대로 아가씨를 ‘만질 수 있는’ 손님의 재량이 허락되고 좀 더 진한 스킨십도 충분히 가능하다.
수질은 텐프로보다는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곳 역시 북창동과는 다르게 2차가 있기 때문에 손님들로서는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가격은 텐프로보다 저렴하다.
이곳에 가는 손님들은 북창동식의 난잡함을 싫어하면서도 그렇다고 텐프로급의 비싼 가격과 터치도 하지 못하는 문화를 별로 즐기지 않는 손님들이 많다. 그냥 적당하고 젊잖게 즐기고 싶지만 그렇다고 텐프로에 가기 싫은 사람들이 주요 손님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세 가지 형태의 룸살롱과 더불어 최근의 경기 불황 때문에 새롭게 생겨난 곳이 ‘대낮 룸살롱’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는 룸살롱의 형태에 대한 구분이라기보다는 영업방식에 따른 구분이라고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
대부분 북창동식 룸살롱에서 이 같은 형태의 대낮 룸살롱을 운영하기도 하는데 이는 조금 이른 시간의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것. 보통 오후 5시 이후부터 7시 이전에 오는 손님들에게는 기존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파격적인 가격으로 서비스를 한다.

1인당 대략 15만원을 전후해서 서비스를 하다 보니 대딸방보다 조금 비싸고 심지어 안마 시술소보다 싼 가격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오후 4시부터 7시 사이다 보니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근무를 하다 갈 수는 없겠지만 자영업자나 직장인들의 휴가, 대학생 등이 자주 이곳에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이런 룸살롱에는 이른바 ‘중독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다. 비록 가진 돈은 별로 없지만 외상까지 해가면서 룸살롱을 들락거리는 경우다.
어쨌든 룸살롱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비싼 유흥문화라는 점에서 때로는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과도한 지출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접대’가 있고 ‘유흥 문화’가 존재하는 한 룸살롱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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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