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제작자협회, 박신양 출연정지 ‘왜 박신양인가?’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드라마제작사협회는 최근 <쩐의 전쟁> 고액 출연료를 문제 삼아 배우 박신양의 드라마 출연정지는 물론 그와 계약한 제작사 이김 프로덕션을 상대로 편성 금지 요청, 드라마제작사협회 회원사로의 입회 당분간 금지 등을 의결했다. 이런 조치를 두고 드라마제작사협회 측은 드라마 산업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상식 테두리 범위 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박신양에 대한 ‘마녀사냥’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제작사협회 차원을 넘어 최근 방송 3사 드라마국과 드라마PD협회 등 관련 단체가 ‘드라마 산업의 위기’를 공론화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따라서 이번 조처가 드라마 산업의 위기를 타개할 실마리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그저 일벌백계 차원의 본보기에 그칠 것인지가 관심사다.


사건의 발단은 박신양이 지난해 7월 종영한 <쩐의 전쟁> 4회분을 연장 출연하는 조건으로 출연료 6억2000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제작사와 계약했으나 이 가운데 3억41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소를 제기하면서다.
외주 드라마 제작사들의 모임인 드라마제작사협회는 지난 5일 박신양이 과다 출연료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박신양에 대해 무기한 출연정지, 제작사 방송사편성금지 요청 등을 의결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배우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일선 PD들은 “박신양은 고액 출연료 문제의 희생양이다”라며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방송사의 드라마PD는 “솔직히 요즘같이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박신양이 드라마 한 회당 2억원에 가까운 출연료를 요구했다는 사실은 국민적인 반감을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에게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박신양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PD는 박신양의 독특한 할리우드식 출연료 정산방법을 주목하며 “박신양의 할리우드식 출연료 요구는 궁극적으로 우리 드라마 업계에 도입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현재 제작현실에 비추어 봤을 때 너무 이른 것 같다”며 “다른 이들은 밤샘 촬영 뒤 2~3시간 자고 다시 새벽같이 모여 촬영을 하는데 자신은 계약서상의 심야촬영거부안을 들어 프로듀서를 대신 보내고 거액의 출연료를 챙긴다면 협동작업인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미운털이 박힐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신양의 출연정지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도 “박신양 씨 드라마 무기한 출연정지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을 내고 거세게 반발했다. 현재 4200여 명의 네티즌이 서명에 참여했다. 박신양을 두둔하는 네티즌들은 “박신양에게만 출연 정지를 시키는 것은 마녀사냥”이라고 들고 나섰다.
비판의 화살은 드라마제작협회로 돌아갔다. 지상파 방송사에 배우 출연 정지와 편성 금지를 요청한 것에 대해 ‘칼만 안들었지 배우를 죽이는 강도’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박신양을 비판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네티즌은 “다른 배우들은 전부 4회 연장 계약을 했는데 박신양 혼자서 회당 1억7000만원이라는 거액을 제시했다. 박신양이 훌륭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인 것은 인정하지만 융통성이 있어야지 이것은 양심이 없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한류스타 배용준과 비교하며 “배용준은 회당 2억원 이상씩 요구해도 해외에 드라마를 수출하면 수익이 나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국내시장만 노리는 작품에서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신양을 향한 질타에 경기 불황도 한몫을 했다. “이번 일은 박신양의 지나친 욕심과 자만에서 비롯된 것 같다. 어려운 시기에 많은 국민들에게 좌절과 상실감을 안겨줬다”는 댓글도 이어졌다.
드라마제작사협회의 결정에 찬성표를 던진 다른 네티즌은 “제작비용이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많이 집중될 경우 다른 출연자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드라마 출연정지 결정은 자신을 한번 돌아보고 반성하라는 의미에서 근신하라는 조치다”라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입을 닫고 있던 박신양은 지난 10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근황을 전했다. 지난 4일 <바람의 화원>의 마지막 촬영 후 가족이 머물고 있는 미국 뉴욕으로 떠난 박신양은 자신의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 뒤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프로젝트로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나의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줘야 하는 약속을 지켜야 하고 강아지를 데리고 함께 놀아준다는 약속도 지켜야 한다”며 가족과 조우한 기쁨을 나타냈다.

드라마제작자협회, 박신양 출연정지·제작사 편성 금지 요청
네티즌 ‘배우 죽이는 강도’ vs ‘박신양 지나친 욕심과 자만’


이어 “드라마를 본 아이들이 바닥에 엎드려서 그림을 그리는 흉내를 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하는 일이 절대로 무책임한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드라마제작사협회가 자신에 대한 무기한 출연 정지를 의결한 것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매년 혹독하고 긴 시간들이 지나면 어김없이 들판에는 꽃들이 피어났다”며 “그 꽃은 노란 민들레였다. 노란 민들레가 빨리 많이 피었으면 좋겠다”고 최근 자신의 심경을 돌려 말했다.
드라마 제작 위기론 속에서 박신양의 고액 출연료 파문이 맞물려 업계에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단 박신양에 대한 조치는 확실히 고액 몸값을 받은 스타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듯하다. 박신양의 사례를 토대로 앞서 방송사에서 호소한 출연료 1500만원 상한선과 비슷하게 스타들이 파격적인 몸값 낮추기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못된 사랑>에서 회당 5000만원을 받은 권상우는 박신양 파문 이후 차기작 <신데렐라맨>에서 1500만원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제대 후 첫 드라마인 <카인과 아벨>에서 회당 3000만원을 받기로 했던 소지섭도 2000만원으로 몸값을 낮췄다. 현재 방영 중인 <에덴의 동쪽>에 출연하는 송승헌은 회당 7000만원에서 50% 삭감해 3500만원만 받기로 했다.
내년 방영 예정인 <선덕여왕>의 고현정, <친구, 못 다 한 이야기>의 현빈, 김민준 등 톱스타들의 출연료 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스타들은 드라마 위기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몸값 낮추기에 동참한다고 한다. 불황을 겪고 있는 드라마제작사협회와 방송사가 한 목소리로 스타들의 몸값 낮추기에 높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몸값 낮추기는 표면적으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제작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 편수가 줄고, 생계 위협을 받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스타 출연료와 제작비를 낮추면 저예산 드라마 시스템이 구축돼 드라마의 다양성을 찾을 수 있다”며 “방송사 쪽과 출연료 상한제 등 필요한 조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이 출연료를 둘러싼 제작사와 소속사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드라마 산업 위기를 타개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뒷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형 매니지먼트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 산업이 위기라는 사실엔 공감한다. 하지만 최근 논란은 일부 톱스타와 잘못된 관행을 가진 소속사들의 문제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 방송관계자도 “당장 톱스타들과 소속사, 드라마 제작사들이 심리적 위축은 되겠지만 부풀려지고 왜곡된 드라마 제작 관행과 제작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방송사와 제작사가 추진 중인 출연료 상한제나 등급제 재조정 등의 조처가 실제로 잘 지켜질지, 또 이를 통해 드라마 제작비의 거품을 얼마나 걷어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톱스타를 기용하려고 특정 제작사가 업계 관행보다 많은 출연료를 지급하는 ‘이면계약’을 한다 해도 이를 일일이 규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00여 개에 이르는 제작사들 가운데 37개 회원사를 대표하는 제작사협회가 법적으로 다른 제작사들을 감시하거나 규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한정된 방송 시간을 따내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제작사들 가운데 단 한 곳이라도 약속을 깨고 거액 출연료를 지불해 방송사의 편성을 따낸다면 그나마 제작사협회의 자구책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방송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제작사를 관리한 사례들도 있어 불공정 거래가 사라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상대를 규제하고 퇴출시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 각자가 자신의 원칙을 만들고 합의해 나가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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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