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작전에 준하는 대규모 불법단속 시민들 ‘경악’
사전 허가 없는 난입 ‘법 지키는 사람들이 무법을?’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출입국의 무차별 단속과 강제 연행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족쇄로 인해 법으로 정해진 최소한의 권리조차 행사 할 수 없는 이들에게 국가기관이 공권력을 악용해 인권침해 행위를 버젓이 벌이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그 현장을 좇아봤다.
지난 12월7일,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오갈 곳 없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쉼터 등에 사전 허가 없이 기습적으로 들어 닥쳤다.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김해지역 상가와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식당을 운영하거나 식품을 매매하는 마트 등이 주 타깃.
이 과정에서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불법적인 단속행위가 이뤄졌다고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법무부가 올 연말까지 미등록이주노동자를 2만명 단속하고 향후 5년 이내에 10%로 감축하겠다고 발표가 있은 직후였다.
무단침입에 윽박지르기는 기본
법무부 출입국은 경기도 마석지역에서 지난 11월12일, 군사작전에 준하는 대규모 불법단속을 강행해 120명을 단속했으나 5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기존의 단속이 미등록(불법)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와 기숙사 위주였다면 7일 벌어진 단속은 일반시민들과 차량의 이용이 번잡한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게다가 상가주인이나 건물주인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침입했다고 알려지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이주민과 함께하는 다국적 상가 협의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경에 베트남식당(하노이퍼)에 법무부 직원 한 명이 식당을 점검하러 나왔다고 이야기하고 단속반원 10명 정도가 무단으로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식사 중이던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신분증조회를 시작하고 이에 항의하는 사람에게 반말로 윽박질렀다는 것.
미얀마 이주노동자 쉼터에는 당시 생일파티 준비로 미얀마 이주노동자 20여 명 정도가 쉼터에 있었음에도 아무런 설명 없이 무단으로 난입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을 실시했다는 주장이다.
항의하거나 동영상 등으로 당시의 상황을 기록하려던 이주노동자들에게 욕설을 하는 등 법치국가로서의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곳이 주택이란 이유로 무단침입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식당에서는 도주하던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를 전기 충격봉으로 실신시키기까지 해 ‘과잉진압’이라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은 하지 않고 단속 일변도로만 해결하겠다는 법무부의 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특별한 범법 행위도 하지 않은 외국인상가에 영장도, 사전 허가도 없이 함부로 난입해 단속을 한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게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는 법無부임을 천명한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단속이 이뤄진 상가 업주와 동료 목격자 등 관계자들이 나와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김형진 이주민인권센터 대표는 “상가와 음식점이 대부분 시내 상가 밀집지역 내 2층 이상 건물에 있는 데다 차량이 많은 도로를 끼고 있어 단속과정에서 안전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이 같은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근거자료로 단속 상황보고서와 CCTV(단속당시 상황녹화)를 제시했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단속된 인원은 총 10명이며 단속과정에 불법은 없었으며 부상자도 없었고 전기 충격봉은 소지하지 않았으며 기물도 파손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거세지는 과잉진압 논란
그리고 만약 단속과정 중의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다면 상부의 지시를 받고 한 것이기 때문에 단속반원에게 책임소재가 있다기보다는 부산법무부 출입국 관리사무소장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은 지난 7~8일 이틀간 김해지역에서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단속을 벌여 모두 28명을 검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