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괴담’으로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각종 설로만 떠도는 ‘박연차 리스트’를 비롯해 박 회장의 로비 행적에 대한 괴담이 판을 치고 있어서다. 박 회장이 정치권 인사들은 물론 언론사 인사들에게까지 로비를 했다는 게 괴담의 주된 골자다. 거론되는 로비 대상이 정치인뿐만이 아니란 점에서 폭발할 경우 상상을 초월한 파괴력을 지닐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또 참여정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 인사들에게도 로비를 했다는 괴담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은 지난 11일 거액의 소득세를 탈루한 혐의 등으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로써 박 회장 수수가 정·관계 로비로 불똥이 튀는 일만 남았다. 이른바 박연차 커넥션이다.
실제 박 회장은 지난 2003~2007년까지 홍콩에 유령회사를 세웠다. 그 뒤 태광실업 계열 해외 법인들과 거래를 통해 8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중 소득세 200여억원을 탈루한 혐의다. 문제는 800억원이 사실상 박 회장의 비자금이라고 봐도 무관하다는 점이다.
로비 과정 괴담 나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회장을 둘러싼 괴담이 무성하다. ‘박연차 리스트’가 바로 그것이다. 아직 이 리스트에 대한 실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참여정부 핵심인사, 한나라당 일부 인사들의 명단이 줄줄이 적혀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명단에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사들도 이미 공개된 상태다. 민주당 김우남, 이광재, 조경태, 박병석, 김재윤, 김종률, 변재일 의원, 안희정 최고위원, 윤원호, 김교흥, 김명자, 이화영, 조성래, 김형주, 이근식, 유필우 전 의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 출신의 전직 의원들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PK지역 전직 인사 2~3명이 박 회장과 친분이 두텁다는 점에서 정치 자금을 받았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동기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J 전 의원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실제 박 회장은 ‘정치권의 마당발’로 불린다. 지난 2002년 안 최고위원에게 7억원의 불법 자금을 제공했다가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게다가 2006년 5·31 지방선거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임직원과 가족 명의로 300~500만원을 후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되기도 했다.
또 박 회장은 지난 2002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 재경위원이었다. 이 때문에 부산지역 전직 의원들과 친분이 두텁다. 박 회장은 휴켐스 인수 직후 J 전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했다고 자랑하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이 외에 박 회장의 수첩도 논란의 대상이다. 국회의원 200여명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는 것. 여기에다 중앙 언론사와 지방언론사 기자들의 이름도 빼곡히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이들에게 로비를 했을 뿐 아니라 정·재계 등 전방위로 로비를 했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더 나아가 박 회장의 “계속적으로 나를 괴롭힌다면 XX내릴 것”이라는 괴담도 나돌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로비 과정에 대한 괴담까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박 회장은 현금 동원력이 뛰어난 재력가로 소문이 자자하다. 심지어 ‘거액의 현금을 항상 보유하고 다닌다’는 괴소문도 빗발친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박 회장이 만나는 사람마다 돈을 건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그는 “박 회장을 둘러싼 괴담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박 회장이 다방면에 걸쳐 로비를 했다는 소문은 익히 알려졌다”면서도 “박 회장은 만나는 사람마다 5백만원을 줬고 특별한 사람(?) 같은 경우 1천만원을 줬다는 괴담이 나오고 있는 형국”이라고 귀띔했다.
이 때문일까. 박 회장을 둘러싼 괴담은 검찰로까지 향하고 있다. 정·재계 등에 대한 ‘전방위 로비설’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검찰이 박 회장에 대한 수사를 어느 정도 덮으려 한다는 것이다. ‘박연차 리스트’가 공개될 경우 정치권이 A급 태풍에 휩쓸려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박 회장은 ‘자물통 입’을 자랑할 정도로 입이 무겁다. 이 때문에 모든 것을 혼자 덮어쓰고 정관계 로비에 대해 ‘함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검찰에서도 “박연차 리스트를 확보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 수사를 일정선상에서 덮으려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여·야를 넘나든 인물”이라며 “지난 정권 인사들을 수사할 경우 표적수사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뿐 아니라 그동안 거론됐던 전 정권 핵심인사들이 다른 건으로 엮일 수도 있어 축소 수사한다는 말이 파다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괴담, 검찰로까지
반면 박 회장이 입을 열더라도 전 정권의 핵심 실세 몇 명에 대해서만 진술을 하고, 이명박 정부 인사들에 대해서는 함구할 수도 있다. 따라서 검찰이 수사를 하더라도 박 회장을 둘러싼 정치권 로비에 대한 실체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이처럼 ‘박연차 괴담’이 정치권을 넘어 검찰로까지 팔을 뻗고 있다. 비록 괴담에 대한 실체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박 회장이 입을 열 경우 정치권은 추운 겨울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박연차 괴담’을 둘러싼 의혹들이 양파껍질이 벗겨지듯 하나씩 벗겨지고 있는 가운데 온 국민의 시선이 서울 서초동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