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집에 부채질 한 MB ‘기자회견’ 뒷담화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2.25 11: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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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로 끝난 ‘자화자찬’ 한마당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2일 취임 4주년을 맞아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전격 기자회견에 나섰다. 지난해 4월1일 이후 10개월 만이었다. 연이어 터지는 친인척 비리와 서민생활 악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 등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반성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 국민들은 많은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철저하게 국민적 기대를 저버렸다. 시종일관 자화자찬에 자기 합리화와 변명뿐이었다. 기자회견은 모두발언과 마무리 발언, 8개의 질문을 받는 식으로 63분간 짧게 진행됐지만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친인척 비리’ 질문에 난데없는 ‘시장 할머니’ 이야기만 장황
“할 말이 없다” “이해해 달라”라는 말로 모든 의혹 덮어버려 

이명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온통 자신이 하고 싶은 말뿐, 국민이 원하는 목소리는 없었다는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각종 비리와 악화된 경제 문제 등으로 국정 전반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개선의 의지는 없었고, 야당을 향한 공격과 ‘나는 옳다’는 고집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이나 그 수위가 너무 지나친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임기 말을 맞이하면서까지 소통의 한계를 표출하고 정치적 불씨를 남겼다는 게 세간의 혹평이다.

끝까지 일관된
‘소통의 한계’


먼저 모두발언을 살펴보면 이 대통령 특유의 어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예전부터 자주 사용했던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직설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열심히 했다” “~한 심정으로 임했다” “새벽같이 모였다” “모든 사항을 꼼꼼히 점검했다”라며 자신은 모든 부분에서 최선을 다 했다는 것을 은연중에 자랑했다.

또한 그 결과 “2008년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신용등급이 올라갔다” “그리스 재정위기도 해결의 기미가 조금 보이고 있다”라며 자찬을 해댔다.

하지만 자신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경제위기가 닥친 데 대해 “이러한 일은 세계 경제사에 일찍이 없었다”며 불가항력의 일이었지 절대 자신이 잘못해서가 아니라고 에둘러 말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에 한 네티즌은 “국민은 대통령 때문에 경제가 어렵고 살기가 힘들다고 외치는데, 대통령은 절~~대 자신의 탓이 아니고 세계 경제사에 없었던 일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며 “한마디로 나 때문에 이 정도라도 살 수 있었다고 외치는 것 같아 어이가 없다”고 힐난했다.

모두발언에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친인척 비리와 사저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첫 질문을 하자 이 대통령은 난데없이 ‘시장의 한 할머니’ 이야기를 장황하게 소개했다.

할머니를 만난 이야기부터 살아온 이야기, 할머니에 대한 심정 등을 소개하다 갑자기 뜬금없이 “사실 우리 정부는 많은 일도 했다. 열심히도 했다. 국위도 선양했다. 국격이 아주 높아졌다”라며 자찬했다.


그러다 또 할머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할머니가 삶이 나아지는 것이 없고 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또 할 수도 없다”며 할 말이 없다고만 했다.

측근비리와 관련해서는 “정말 가슴이 꽉 막힌다. 화가 날 때도 있다. 저는 가슴을 칠 때가 있다. 정말 밤잠을 설치고 생각 한다”며 비리와 자신을 분리했고 “제 심정이 이런데 국민들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국민 여러분들께 이에 관한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자신도 가슴이 꽉 막히고 화가 날 때가 있다고 밝히며 국민들의 마음은 어떻겠냐고 이해하는 척 했지만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 한마디 없이 ‘할 말이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말로 덮어버린 것이다.

사저문제에 대해서는 “사실 좀 소홀했다”면서 “제가 챙기지 못한 것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건 전적으로 제 탓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챙기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고만 했다.

더 중요한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등 사저를 둘러싼 국민적 의혹에 대해서는 역시 일언반구도 없이 함구했다. 마치 자신이 꼼꼼하게 챙겼으면 이런 논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듯 보였다는 시각이다.

이어 “30년 이상 살던 옛 곳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 널리 이해를 해 주시면 고맙겠다”며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국민들에게 이해만 요구하고 정리해 버렸다.

인사문제에 대해서도 “의식적으로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신 분이 많다면 앞으로 시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제기하는 문제와 자신을 분리시키고 지금 심정을 밝히는 식으로 사과나 해명을 피해 간 것이다.

‘사과’와 ‘반성’
철저히 비켜가

하지만 이 대통령은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 등에 대해선 “전 정부에서 결정했다”고 선을 그었다.

“지금 반대하는 분들도 그때 매우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추진했던 분들이라서 안타깝다”며 참여정부시절 총리를 지냈던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이해찬 전 총리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발언록까지 들춰가며 공박했다.

이에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에는 두루뭉술하게 넘기고 과거 국회 대정부 질의 답변록까지 인용하며 공세를 펼친 것에 대해서도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무슨 정치적 공방을 벌이려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했지만 정치적 공세를 펼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4년을 ‘암흑기’로 주장하는 야당의 공격에 전면적으로 맞서고, 현 정책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동시에 한·미 FTA를 놓고 야당과 대치중인 여당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의중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기자의 질문에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이 넘어갔고, 원자력발전소 문제에 대해서는 수치를 언급하면서까지 선진국과 비교했지만 기자회견 후 관련단체들이 이 대통령의 주장은 엉터리라며 비난하고 나서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뭐 상대를 하겠다, 상대를 하지 않겠다는 말은 수십 년 간 1년에 몇 번씩 들어오던 말이다”며 북한의 강경태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를 보였다.

“북한이 진정한 자세를 가지고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맞을 것이다”는 말로 북한의 태도변화만을 촉구했으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라는 전제조건을 철회할 수 있는지?’란 질문이 나왔지만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 참여정부 인사 발언 비판하는 꼼꼼함도
‘4대강 사업’ 질문, 언급조차 안하고 넘겨버려, 탈당 질문도 못해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한 “현 정부는 친재벌적이 아니냐?”며 기업상을 묻는 질문에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기업이 세금을 내서 복지를 하고 또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 기업이 잘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반기업 정서는 아주 나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기업을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생발전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면서도 “대기업들의 빵, 외식업을 들어보니까 순대도 하고 떡볶이도 한다고 하더라. 저는 본적도 없고 먹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또한 “대기업이 스스로 이것을 자제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노력해주기만 바랄뿐 규제의지가 없음을 밝혀 많은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국가재정이 비교적 튼튼한 편이다. 외환보유고도 충분한 편이다”라며 자랑을 이어 나갔고 “요즘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확실한 재정 뒷받침이 없는 선심성 공약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고 발언해 ‘명백한 선거개입’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한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는 일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며 “오늘의 젊은 세대에게 과대한 짐을 지우는 일도 저는 하지 않겠다”고 말해 임기 말 대형무기 도입과 4대강 사업마무리 등을 추진하고 있는 최근의 행보와 정 반대되는 발언을 해 빈축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남은 1년 하루도 소홀함 없이, 흔들림 없이 일해 나가겠다”고 회견을 마무리했다. 현 정부 지역발전 정책의 문제점과 여당 내 대통령 탈당 요구에 대한 질문은 뒤로 배치돼 시간이 모자라 거론조차 되지 못했다.

이에 한 지방지 기자는 기자회견 후 대통령에게 “이명박 정부의 지방 홀대가 기자회견에서도 나타난다”고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고 이 대통령은 “지방은 따로 한번 (기자회견을) 할까”라며 대수롭지 않게 농담조로 받아넘겼다.

진정성 없어
국민적 분통

이처럼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성찰할 대목에 자화자찬했고, 사과할 일은 변명으로 피해 갔으며, 정치적 중립 의지를 다져야 할 시점에 정쟁의 불을 지폈다.

예정된 중요한 질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 이야기만 늘어놓고 야당을 공격한 그의 기자회견에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룬다.

진정성을 느끼기는커녕 무성의한 그의 태도에 국민들은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이 대통령은 이제라도 민심이 뭘 원하는지 파악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남은 1년의 임기를 별 탈 없이 마무리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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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