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역습나선 이명박 ‘회심의 카드’

‘가카’ 향한 똥침들에 서슬 퍼런 칼 빼들었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MB정부에 파란의 전주곡이 서서히 울려 퍼지는 양상이다. 임기 말 화수분마냥 대형 악재가 끝도 없이 쏟아지는 가운데 대통령 본인마저 의혹의 중심에 서면서다. 민심은 바닥을 치고 검찰의 칼날은 예사롭지 않다. 야권은 맹공을 가하고 여권마저 MB에 선을 그은 상태다. 하지만 맷집으로 단련된 MB도 막판스퍼트를 올리기 시작하며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태세이다. 아직 서슬 퍼런 칼자루를 쥐고 있는 ‘현재권력’ MB의 반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권력이 미래권력 방해하면 필패 불문율…MB 칼날 관심집중
퇴임 이후 2013년을 생각한다? MB ‘안전판 구축’에 ‘물심양면’
 
이명박 대통령의 역습이 시작된 모양새다. 그간 이 대통령은 집권 4년차 레임덕에 빠져 허우적대며 수난의 시간을 보냈다.
 
악재만 터졌다하면 이 대통령의 핏줄과 측근들이 배후 ‘0순위’로 거론되며 비난여론이 들끓었고 민심은 바닥을 쳤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에게 국정파탄의 책임을 물어 탈당 압박을 가한데 이어 야당에서는 탄핵까지 운운하던 실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대통령의 작심행보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이 대통령이 본격 정국 현안에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고 입법에 제동을 거는 등 공세를 취하면서다. 
 
게다가 퇴임 후 안전판 구축 작업에도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임기가 1년이나 남은 현재권력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쥔 칼자루의 향방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MB, 정치권 기선 제압
대국민 사과 카드 만지작
 
먼저 이 대통령은 총·대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선심성 공약에 대해 선제공격을 가하며 기선제압에 나선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그간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에 대해 그저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포퓰리즘’으로 지적받는 ‘저축은행특별법’ 등이 통과될 경우 법질서를 해치는 등 사회에 미칠 파장을 이유로 본격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저축은행특별법 등 불합리한 법안에 대해 입법 단계부터 각 부처가 적극 대처하라”고 지시한 것. 본회의에 통과하면 최종단계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이 대통령은 야권을 향해서도 포문을 열었다. 앞서 지난 8일 민주통합당 등 야권이 한미FTA 발효 정지와 전면 재검토를 요청한 서한을 주한 미국대사관에 전달한 바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날을 세운 것.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세계가 경쟁하고 있고, 모두가 다 미국과 FTA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발효도 하기 전에 폐기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며 “민주화 시대에, 과거 독재시대도 아니고 외국대사관 앞에 찾아가서 문서를 전달하는 것은 국격을 매우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갖가지 파장을 일으켰던 잡음들에 대해 진솔하게 해명하고 ‘대국민 사과’카드까지 꺼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 대통령이 오는 22일 취임 4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통해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논란, ‘형님’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 자신과 친인척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된 측근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표명하고 사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선 그은 미래권력 박과
후계구도 구축 나선 MB
 
이는 정권심판의 의미가 짙은 4·11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민심 이탈의 가속화를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진솔한 해명과 사과를 통해 화해의 손을 내밀어 민심 수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은 조만간 후계구도 구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 상태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MB정부와 선긋기를 공식화함으로써 이 대통령으로서도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인식에서다.
 
박 위원장은 지난 15일 라디오 정당 대표 연설에서 “저와 새누리당은 잘못된 과거와는 깨끗이 단절하고 성큼성큼 미래로 나가겠다”며 “이번 총선은 과거에 묶이고 과거를 논박하다 한 발자국도 앞으로 못 나가는 선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전진하는 총선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 대통령과의 단절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야권이 정권탈환 후 MB정권 심판을 단단히 벼르는 가운데 박 위원장마저 등 돌리는 모양새를 취하자 이 대통령에게는 퇴임 후 안전판 마련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때문에 이 대통령이 직접 ‘박근혜 대항마’를 물색할 것이라는 얘기다. 친이 직계로 꼽히는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에 이어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등의 이름이 후계자 명단에 거론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현재권력이 정권재창출은 장담 못해도 미래권력을 방해하면 필패구도라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이 대통령은 아직 칼자루를 손에 쥔 현재권력이다. 때문에 박 위원장이 이 대통령을 계속해서 벼랑 끝으로 몰아갈 경우 이 대통령도 언제든 박 위원장을 위협할 수 있는 카드를 쥔 셈이다. 
 
이른바 ‘MB맨’들이 MB정부의 공과를 떠안으며 심판받겠다고 4·11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도 이 대통령으로서는 눈물겨운 대목이다. ‘MB맨’들은 이 대통령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쌓아놓은 유산(?)이 물거품 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최전방으로 속속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여야 싸잡아 날선 비판, ‘포퓰리즘’에 본격 제동 건 MB의 작심  
MB가 쌓은 유산(?) 지키기 위해 최전선에 뛰어든 MB맨 출사표 
 
사실상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MB정부 실정 주역들의 ‘용퇴론’이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MB측근들이 철저히 배제되면 ‘공천학살’ 반발로 당의 분열위기와 더불어 박 위원장의 대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친이계가 공천학살을 당하고 탈당과 무소속 출마로 대거 생존할 경우 이 대통령에 힘을 실어 막바지 국정운영에 탄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수성전에 나선다. ‘MB아바타’로 불리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종로 또는 동대문 출마를 저울질 중이고,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부산 수영구 출마를 선언했다. 
 
MB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정동기 전 수석은 서울 강남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미 FTA로 이 대통령과 보조를 맞춘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교섭본부장 역시 강남을 출마를 고심 중이다.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차관은 대구 중남구에, MB대선캠프 외곽조직을 이끌었던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부산 사상구에, 김희정 전 청와대 대변인은 부산 연제구에 깃발을 꽂았다. 
 
'용산참사' 진압을 지시했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도 경북 경주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친이계 초선인 진성호 의원과 신지호 의원은 각각의 지역구인 중랑을과 도봉갑 수성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내곡동 사저' 논란은 대통령 본인이 연관된 것이기에 폭발력이 큰 사안이다. 때문에 총선의 결과에 따라 야권에서 내곡동 사저에 국정조사 및 특검을 추진할 경우 이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 커진다. 때문에 이 대통령은 형사소추에 대한 방패막이 구축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재임 시 개인비리로 형사처벌이 예약된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이 대표는 김인종 전 대통령실 경호처장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형사처벌 되는 명의신탁을 대통령이 직접 했다”는 폭로를 결정적 증언으로 ‘대통령 고발장’을 작성해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의 딜레마
MB 처치여부 고심 
 
특히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미 사법부와 검찰에는 MB맨인 ‘권재진-한상대 카드’가 있는 만큼 변호인단 구성이 관건이 된다. 가장 유력한 변호인단은 법무법인 ‘바른’이 꼽히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은 법조계에서 MB정부의 ‘법률 전담법인’이라 불릴 정도로 MB정부 출범 전부터 최근까지 여권과 관련된 소송을 독식해 왔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불거진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을 두고 이 대통령의 처남인 고 김재정씨의 변호를 담당한 곳이 바른이다. 바른은 BBK 사건을 직접 담당한 강훈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형사소추는 대통령의 재임기간에는 면제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이 대표의 고발장 접수로 즉시 조사가 이뤄질 경우 일각에서는 MB소방수로 바른이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기 말 갖가지 악재가 겹치며 레임덕의 가속화와 정치권의 공세가 이어지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이 대통령.
 
하지만 임기가 1년이나 남은 현재권력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쥔 칼자루의 향방에 따라 권력구도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농후한 상태다. 
 
이제 본격 역습에 나선 이 대통령의 칼끝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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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