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터지면 ‘해외로 꽁무니’ 빼는 MB 노림수

예전엔 ‘오비이락’! 요즘엔 ‘엠비폭락’?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옛말에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더니 요즘은 ‘엠비폭락(M飛爆落)’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사자성어를 빗대 만든 말로 ‘MB(이명박 대통령)가 날자 폭탄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내에서 사건만 터지면 해외로 꽁무니를 뺀 것을 두고 쏟아지는 비아냥이기도 하다.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산이었을까? 권력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이 터지면 해외순방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돌려 여론 환기를 노린 이른바 ‘나꼼수’가 아니었겠느냐는 지적이다.

‘다이아 게이트’ 돌파하려 자원외교 보따리 새로 꾸렸나?
‘내곡동 사저’ ‘디도스 파문’ 확산 때도 해외로 발길 돌렸다

임기 말 이명박 대통령의 ‘외치(外治)’가 더욱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지금껏 약 43회에 걸친 해외순방으로 전·현직 대통령 중 최다 순방을 기록하고 있다. 그간 가장 많이 해외를 다녔다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27회 해외순방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육박하는 횟수이다.

더욱이 임기 말 대형 악재 등이 줄줄이 터진 미묘한 시점에 잦아지는 이 대통령의 바깥나들이에 의혹의 눈초리가 따가운 실정이다.

자원외교 재시동으로
막판 스퍼트 올리나?  

‘카메룬 다이아 스캔들’이 정국을 휘감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얼마전 중동행 특별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 4일부터 일주일간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를 차례로 방문한 것. 자원외교에 재시동을 건 이 대통령은 중동 순방을 통해 ‘빅딜’을 성사시키는 알찬 순방보따리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아딜레 술탄 궁전에서 ‘실권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의 단독회동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2년여 동안 중단됐던 200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의 원전건설사업 협상을 재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한국과 터키 양국 간 FTA(자유무역협정)도 올 상반기 내에 타결 짓기로 노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특히 터키가 원전재개 및 FTA를 강력 요청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무협상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사우디·카타르·UAE 방문을 통해 에너지·국방·건설·보건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세 나라는 우리가 필요한 원유의 50% 이상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중동 산유국이다.

특히 사우디는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원유의 3분의 1을 공급한다.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광물부 장관은 한국의 비상 위기상황 시 안정적 원유공급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긍정적 입장이다. 때문에 이번 순방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 대비해 원유수입선을 다변화하는 전략적 성격을 띠고 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중동행 보따리에는 자원외교 등 성과물이 두둑해 보인다. 하지만 세간의 시선은 아직 따갑기만 하다. 다이아 스캔들로 정국이 초토화된 가운데 사태해결에는 수수방관하고 이 대통령이 다시 자원외교를 빙자해 해외순방에 나서며 여론 환기를 노렸다는 의심 때문이다.

두둑한 중동보따리는
MB의 여론 환기 꼼수? 

그간 정부는 자원외교에 역점을 두며 카메룬 다이아몬드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하지만 이는 각종 의혹과 비리로 얼룩지며 비판이 들끓고 있다. CNK그룹이 다이아몬드 개발권 획득과정에서 정권실세의 개입 의혹과 다이아몬드 매장량 뻥튀기·주가조작 등의 혐의가 드러나며 권력형 게이트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건의 배후로 이 대통령의 측근·친인척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실정이다. 때문에 여론은 이 대통령의 두둑한(?) 자원외교 보따리를 반색하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게다가 그간 요란하게 홍보했던 정부의 자원외교의 헛발질도 한두 번이 아니다. KMDC가 개발권을 따낸 미얀마 해상광구는 탐사 시추 결과 ‘빈 광구’로 드러나 현재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앞서 이 대통령이 직접 아랍에미리트까지 달려가서 추진했던 원전수주 역시 ‘제2의 중동 붐’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이면계약 내용이 뒤늦게 공개되며 비난여론이 빗발쳤다. 총 공사비의 절반가량인 100억달러를 한국수출입은행이 비싼 이자로 해외에서 빌려 싼 이자로 UAE에 대출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스캔들이 터진 미묘한 시점에 이 대통령의 해외행은 이번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히 ‘내곡동 사저’와 ‘디도스 파문’으로 정국이 들끓었던 지난해 말경 이 대통령은 거의 해외에서 체류하다시피 했다.

지난해 10·2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입주할 계획이던 내곡동 사저가 ‘의혹백화점’으로 급부상하면서 거센 파문이 일었다. 먼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 명의로 거래가 이루어진 부분에서 ‘부동산실명제법 위반’과 ‘편법증여’ 논란이 제기됐다.

여기에 시형씨는 토지를 공시지가보다 낮은 반값에,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대통령실은 공시지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하며 결과적으로 사저 부지 매입에 혈세투입 의혹을 받으며 강하게 공격받았다. 때문에 이 대통령 스스로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으며 파장이 일파만파 퍼졌다.

비슷한 시기 연이어 ‘디도스 파문’이 터지며 다시 한 번 정국을 뒤흔들었다. 헌정사상 최초의 사이버 부정선거라는 중대한 사태에 여권 및 청와대의 핵심인사들의 이름이 줄줄이 거론되며 폭발력이 커졌다. 그야말로 2011년 4/4분기는 MB정부에 대형 악재들이 겹치며 만신창이로 추락한 시기였다.

한미FTA 국회통과 시 MB 자리 비워 ‘윗선지령’ 의심 키워
MB측근들 거론된 돈 봉투 살포 폭로 있던 뒷날도 중국행

여러 가지 덫에 한꺼번에 걸려들며 숨을 헐떡거리던 지난해 11월 이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두드러졌다. 11월1일 러시아 정상회담과 프랑스 칸 G20 정상회의 참석차 해외 순방길에 올랐고, 이어 11일에는 APEC 참석차 하와이로 떠나 청와대를 비워뒀다. 17일에는 인도네시아 정상회담 및 아세안 정상회의를 이유로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무려 한달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체류했던 셈이다.

한미FTA 비준 동의안이 한나라당의 단독처리로 국회를 통과한 민감한 시기에도 이 대통령은 아예 청와대를 비워둔 상태였다. 지난해 11월22일 이 대통령이 필리핀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던 시점과 딱 맞아떨어진 날치기를 두고 당시 ‘청와대 지령’이란 의혹에 무게가 실렸다.

한 언론사를 중심으로 세간에는 저자세의 한미FTA는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BBK사건과 연관 있다는 ‘빅딜설’이 파다했다. 미국 검찰의 BBK 수사 발표가 무기한 연기되었지만 내년 선거정국을 앞두고 다시 거론될 경우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때문에 다급한 청와대가 여당에 밀명을 내렸다는 것. 이러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며 의심을 더욱 키웠다.

이른바 ‘고승덕 폭로’로 공공연히 떠돌던 ‘전당대회 돈거래설’의 실체가 밝혀지며 정국이 떠들썩했던 상황에도 역시 이 대통령은 해외행을 택했다. 올해 초 고승덕 새누리당 의원의 폭로로 그간 쉬쉬하며 닫아두었던 금권정치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며 그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어 고 의원은 1월8일 검찰에 출두해 지난 2008년 한나라당 7·3 전대 당시 돈 봉투 살포 용의자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을 전격 지목했다.

금권정치의 판도라 상자
열린 다음 날도 해외행


박 전 의장은 지난 7·3 전대 당시 친이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당대표에 당선됐다. MB정권 집권 초기에 당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당청 분위기가 좌우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직접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의 단합을 호소할 정도였고, 박 전 의장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거들고 나섰던 전대에 돈 봉투 살포라는 악재가 터지며 폭발력이 커진 상황이다. 게다가 배후로는 청와대 고위 인사의 이름까지 거명된 상황이다. 물론 이 대통령은 여기서도 하루 뒤인 1월9일 중국 국빈 방문을 이유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처럼 일만 터지면 여지없이 해외로 꽁무니를 빼는 이 대통령. 이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상황에 앞으로 디도스 특검 및 BBK의혹 재점화, 돈 봉투 살포 파문 등 정국을 뒤흔들 핵뇌관들은 수두룩하다.

벌써부터 향후 있을 이 대통령의 해외순방 시점을 놓고 세간의 따가운 시선이 쏠리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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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