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1월의 가볼 만한 곳 ⑤충남 태안

천수만 붉게 물들이는 아침 해를 품에 안다

한국관광공사는 ‘일출도 보고, 소원도 빌고’라는 테마 하에 2012년 1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제주 서귀포, 강원 고성, 전남 순천, 경남 하동, 충남 태안 등 5곳을 각각 선정, 발표하였다.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천수만의 해돋이 비경을 다섯 번째로 소개한다.  

황도의 해돋이는 기러기 떼의 편대비행과 함께 시작된다. 먼동이 틀 무렵 황도 바닷가에 서면 기러기 떼의 울음소리가 새벽잠을 깨운다. 천수만의 간월호와 부남호에서 겨울을 나는 기러기 떼, 가창오리 떼는 참으로 부지런해서 이른 새벽부터 V자 편대비행을 하거나 군무를 시작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건만 겨울 철새들은 저마다 방향을 잡아 아침먹이를 찾아 나선다.

이른 새벽부터 펼쳐지는
기러기·가창오리 떼 편대비행
 
황도 동쪽 편 해안길이나 선착장 방파제에서 천수만 건너편으로 새벽 공기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불빛이 보인다. 간월도 상가에서 뻗어 나오는 불빛이다. 그 불빛의 남쪽 끄트머리를 유심히 바라보면 간월암이 자리 잡고 있다. 간월암 새벽 예불의 목탁소리가 바다를 건너 해돋이를 기다리는 여행객들의 귀에까지 들리는 듯하다.
안면도와 홍성, 보령 사이에 깊숙이 들어온 천수만은 물안개가 자주 낀다. 해가 뜨기 전 자욱한 물안개를 헤치고 작은 고깃배들이 통통거리면서 잔잔하기 이를 데 없는 천수만을 헤엄친다.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시적인 모습이다.

그렇게 새벽 여명의 서정미에 취한 지 30여 분 지날 즈음 마침내 아침 해가 모습을 내민다. 하늘이 연보라에서 진보라로, 진보라에서 황금빛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바닷물결도 하늘빛을 닮아 시시각각 황홀한 패션쇼를 펼친다. 카메라를 든 여행객들은 각자의 취향대로 하늘과 바다 사이에 고깃배를 넣거나 황도 앞에 떠있는 솔섬, 풍두섬 등을 배치시켜 사진을 찍는다. 현지 주민들은 솔섬을 윽섬, 풍두섬을 솔섬이라고도 부른다. 때마침 기러기 떼라도 날아와서 프레임에 들어간다면 금상첨화이다.

황도 남쪽 바닷가 일출
황도초등학교의 벽화

황도 바닷가에서 체험하는 해돋이 감상의 즐거움은 해가 완전히 홍성의 야산 위로 솟아올랐어도 끝나질 않는다. 아침 햇살을 가득 받아 한없이 따스하게만 느껴지는 갯벌로 시선을 두면 굴을 캐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고 나오는 황도 주민들의 부지런한 삶이 파인더에 들어온다.


지난 여름 바지락을 캐느라 험해진 그들의 손마디는 겨울이 되어서도 고와질 틈이 없다. 그들은 한겨울에도 천수만 굴을 캐기에 바쁘다. 이곳 굴은 남해안 지방의 굴과 달리 크기가 자잘하다. 비록 몸체는 작지만 썰물 때 햇볕을 많이 받아서 풍미가 그윽하다고 주민들은 자랑한다.

황도 바닷가에서 일출 감상을 끝내고 돌아 나올 때 지금은 폐교된 황도초등학교를 지난다. 2003년 문을 닫은 황도초등학교의 담과 건물에는 앙증맞은 명패와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져 있어 발걸음을 붙잡는다. 여행객들 역시 유년시절로 돌아가 무너져버린 교사와 주차장으로 변한 운동장을 돌면서 추억에 잠긴다.

황도초등학교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황도붕기풍어제’ 사당을 볼 수 있다. 사당 앞에 선 수령 200년의 홰나무 뒤로 풍어제 유래비가 세워져 있고 그 뒤에 사당이 자리를 잡았다. 고기가 많이 잡히고 마을이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붕기풍어제는 매년 정월 초이튿날부터 초사흗날까지 벌어지는 민속 행사이다.

황도붕기풍어제는 1977년 제18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민속놀이로 지금도 설날 다음 날이면 각지에서 풍어제를 구경하려는 여행객들이 모여든다. 주민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황도에서는 붕기풍어놀이가 가장 큰 연중행사로 남녀노소 구분 없이 전 주민이 참여한다. 제례는 피고사를 시작으로 해서 본굿, 뱃기경주, 지숙경쟁, 뱃고사, 강변용신굿으로 이어진다.

안면암, 안면도자연휴양림
천상병 시인 옛집도 볼거리
 
황도 일출 감상 후 가볼만한 명소는 안면암, 안면도자연휴양림, 꽃지해변, 안면해수욕장, 샛별해수욕장, 영목항, 백사장항 등 참으로 많다.

정당리의 안면암도 일출 감상지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77번 국도를 따라 안면읍내로 내려가다 보면 안면암 표지판을 만난다. 소나무가 반겨주는 좁다란 길을 따라 바다를 향해 10여 분 달리면 천수만 바닷가에 콘크리트로 지어진 조계종 사찰 안면암이 세워져 있다. 이 사찰은 기도 도량이기도 하지만 바로 앞에 떠있는 조구널과 여우섬을 조연 삼아 천수만 일출을 촬영하기 좋은 곳이라서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다.

아무리 발길이 바빠도 안면도자연휴양림을 지나칠 수는 없다. 남한 땅의 동쪽에 울진 금강송이 있다면 서쪽에는 안면도 안면송이 있다. 안면도의 소나무는 백제시대 때 구룡사라는 절의 사찰림으로 보호받았으며 고려시대부터 국가가 특별 관리하는 자원으로 대접받았다. 조선시대로 넘어와서도 섬 안의 73군데를 민간인이 함부로 벌채할 수 없는 봉산으로 지정, 궁궐 건축이나 선박 제조용 목재의 공급처로 엄격히 관리했다.


문학 기행에 관심이 많은 여행객들이라면 작고한 천상병(1930∼1993년)시인의 옛집을 추천한다. 안면읍내에서 안면도휴양림 입구, 상촌삼거리, 지포저수지를 차례로 지나 누동삼거리에 이르면 대야도 어촌체험마을 입구를 알리는 대형 안내판이 서 있고 아래 부분에 천상병 시인 고택으로 가는 화살표가 보인다. 의정부 수락산 자락에 있던 시인의 집은 2004년 안면도로 옮겨졌다.

천상병 시인의 옛집은 단순함의 극치를 이루는 일(一) 자 집이다. 남향한 고택의 지붕에는 슬레이트가 얹어졌다. 가운데에 여닫이문을 단 방을 중심으로 서쪽에 여닫이문 하나를 단 건넌방, 동쪽에 미닫이문을 단 안방. 방 3개짜리로 단출하다. 가운데 방으로 들어가면 궤짝을 이용한 책상 위에 먼지 앉은 문예지 몇 권이 올려있고 오른쪽 벽에 시 ‘귀천’이 걸려 있는가 하면 ‘강물’이 방바닥 위에 앉아 있다. 시인의 사진은 양쪽 방에 하나씩 걸려 방문객들의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로 시작되는 시 ‘귀천’은 언제 읽어도 여행객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를 깨우쳐준다.

꽃지해변의 해넘이 으뜸
백사장항 들러 특산해물 맛봐
 
걷기여행 마니아들이라면 태안해변길 5코스를 걸어보자.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에서부터 안면해수욕장을 거쳐 백사장항에 이르기까지 약 12.1km 거리를 바닷가를 따라 걸을 수 있다. 해송숲 사이를 주로 지나가게 되는 이 길은 ‘노을길’이라고 불린다.

안면도는 서쪽 해안 전부가 일몰 감상 명소이지만 그 중에서도 꽃지해변의 해넘이를 으뜸으로 친다.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가 바다에 솟아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이면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해가 넘어가는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데 방포항으로 이어지는 꽃다리 주변이 촬영 포인트이다.

섬 여행을 마칠 무렵 건어물이나 꽃게, 굴, 생선 등을 맛보고 사가고 싶다면 안면도 북단의 백사장항이나 남단의 영목항을 찾아가면 된다. 백사장항은 안면도 최대의 항구로 고깃배가 많이 드나들고 경매가 이뤄지는 장면도 볼 수 있다. 겨울철 생선으로는 우럭과 아귀, 물메기가 흔히 보이고 건어물 중에서는 말린 박대와 말린 우럭, 말린 보리새우가 인기 품목이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여행정보>
♣당일 여행코스
① 황도 일출 감상 → 안면암 → 안면도자연휴양림 → 천상병 시인 옛집 → 꽃지해변 일몰 감상
② 황도 일출 감상 → 안면도자연휴양림 → 고남패총박물관 → 안면해수욕장 → 백사장항
♣1박2일 여행코스
① 첫째 날 : 황도 일출 감상 → 안면암 → 안면도자연휴양림 → 천상병 시인 옛집 → 영목항 → 꽃지해변 일몰 감상
② 둘째 날 : 안면해수욕장 → 백사장항 → 태안마애삼존불 → 안흥성 → 신진도
♣대중교통
태안읍 - 황도리 : 하루 5회 운행
안면읍 - 황도리 : 하루 5회 운행
♣자가운전
① 서해안고속도로 홍성나들목 → 갈산터널 → 천수만방조제 → 간월도 입구 → 안면대교 → 황도리
② 경부고속도로 → 당진-대전간 고속도로 예산 수덕사 나들목 → 홍성군 갈산면 → 천수만방조제 → 안면대교 → 황도리
♣주변 볼거리 : 신진도, 만리포, 학암포, 몽산포, 천리포수목원, 청산수목원, 솔향기길, 만대포구, 태안마애삼존불, 안흥성, 신두리 사구, 백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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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