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몸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세종증권 인수 로비 의혹에 대한 실체가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참여정부 심장부’를 향하고 있어서다. 검찰은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이 세종증권을 농협에 매각할 수 있게 도와준 명목으로 정화삼 씨 형제에게 30억원을 준 사실을 밝혀냈다. 이중 일부분의 돈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 몫의 상가를 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정대근 전 농협 회장도 홍 사장으로부터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야말로 메가톤급이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참여정부 핵심 실세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 관계자들은 “참여정부 게이트로 번지는 엄청난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어, 정치권은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검찰의 사정칼날이 ‘참여정부 심장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노건평 씨,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 정화삼 씨 형제, 정대근 전 농협회장,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청와대 전 행정관 등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이 대거 검찰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 이들이 대거 연루된 것은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로비 의혹 때문이다.
정-노-정 ‘3각 커넥션’
검찰, 로비 흔적 찾았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 사장은 같은 해 4월 자회사인 세종증권을 매각하기 위해 당시 농협회장이던 정대근 전 회장에게 접촉했다. 그러나 세종증권 매각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홍 사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정화삼 씨 형제에게 농협의 증권사 인수 최종결정권자인 정 전 회장과 친분 관계가 있는 인사를 소개시켜달라고 요청했던 것. 정씨는 같은 해 6월 정 전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노건평 씨를 소개시켜줬고, 노씨 등은 정 전 회장을 통해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줬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농협은 지난 2006년 1월 세종증권을 전격 인수했다.
노씨는 “홍 사장 등을 만났고, 정 전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가까운 데 사는 사람들이 연락을 할 테니 말 좀 들어봐라’고 이야기했다”고 만난 사실을 시인했다. 이는 노씨가 단순한 전화통화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개입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 가운데 검찰은 농협이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홍 사장으로부터 정씨 형제가 ‘로비 성공’ 명목으로 30억원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 이중 일부가 노씨 몫의 부동산을 사는 데 사용됐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실제 검찰에 따르면 홍 사장에게서 로비 성공 사례금 명목으로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정화삼 씨는 2006년 5월 사위 이 전 청와대 행정관의 명의로 김해 내동에 위치한 A빌딩 상가 1층을 9억2000만원에 샀다. 또 정씨 동생 광용 씨는 A빌딩에서 성인오락실 ‘리치게임랜드’를 운영했고, ‘바다이야기’ 수사 당시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홍 대표가 A빌딩에 5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뒤 올해 3월 해지한 것은 이 상가를 정씨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노씨에게 로비 자금이 흘러갔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정씨 형제가 받은 30억 중 “절반 이상을 떼어주라고 했다”는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정씨 형제 중 한 명에게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를 도와줬기 때문에 오락실을 사실상 동업했다”는 진실도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특가법상 알선수재혐의를 적용해 노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홍 사장이 정씨 형제 외에 정 전 회장에게 50억원을 전달했다.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80억의 로비 자금 중 절반 이상이 정 전 회장에게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정 전 회장의 50억 중 일부의 돈은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부지 매각과 관련해 현대·기아차그룹으로부터 3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5년형을 받은 정 전 회장이 또 다시 검찰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
실제 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은 물론 참여정부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검찰은 지난 2005년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해 증권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이를 승인하는 권한을 가진 농림부를 상대로 로비 흔적을 발견하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그 당시 농림부장관이었던 고 박홍수 민주당 사무총장이 타계함으로써 로비 정황을 규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박연차-정대근 커넥션 의혹
박연차 게이트 터진다?
이처럼 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로 연관되어 있다. 세종증권 인수 로비 의혹 과정에서 홍 사장, 정씨 형제, 노씨, 정 전 회장 등이 로비의 중심에 서 있다면, 세종증권으로 인해 최대 수혜를 본 인사도 있다. 바로 박연차 태광 실업 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 역시 검찰 레이더망에 포착된 상태다.
실제 박 회장은 실명 및 차명으로 2005년 2월부터 110억원을 들여 세종증권 주식 197만주를 샀다. 그해 12월 농협과 세종캐피탈이 세종증권 매각·인수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전달 보유주식을 모두 처분했던 것. 그 당시 5000~6000원이었던 주가가 1만5000천~1만7000천원으로 뛰었다. 박 회장과 부인 명의로 산 87만주, 지인 명의로 산 110만주에서 각각 94억·84억원(총178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또 박 회장은 세종증권 주식을 처분한 돈 중 50억원을 농협의 자회사였던 휴켐스를 인수하는 데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박연차-정대근’간의 커넥션이다.
실제 농협은 2006년 6월 제시한 1777억원보다 322억원이 낮은 가격으로 휴켐스를 넘겼고,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수십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종캐피탈, 정화삼 형제·정대근 회장 30억·50억 전달
정화삼씨 사위 10억원대 김해상가 소유…노건평씨 건물(?)
박연차 회장 세종증권 178억원 차익…200억 탈세하기도
또 검찰은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 20억원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함으로써 수사에 탄력이 붙은 상태다.
이뿐만 아니다. 박 회장의 800억원의 비자금도 검찰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박 회장이 800억원의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박 회장이 홍콩에 있는 유령회사를 만든 뒤 원자재 대금인 것처럼 위장, 600억원을 유출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국세청은 박 회장을 200억원대 탈세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목적보다는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해외 법인의 사업자금으로 사용하려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정치권으로 돈이 유입됐는지 여부도 수사 중에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은 검찰 사정 칼날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게다가 세종증권 인수비리 의혹과 박 회장에 대한 수사를 대검 중수부에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주로 정치인 등 고위층 관련 대형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부서다. 주요 수사 내용을 검찰총장에게 수시로 보고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이 대거 검찰 레이더망에 포착됨에 따라 참여정부 핵심인사들이 대거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이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 최고위원에게 7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게다가 봉하마을 사저의 터를 구입할 때도 박 회장이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정화삼 씨는 2000년 총선과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 선거운동을 적극 도와줬고, 노건평 씨와 친분이 있을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을 적극 후원했던 인물이다.
이 때문일까. 정치권은 ‘세종 게이트’가 ‘박연차 게이트’ 급기야는 ‘참여정부 게이트’로 확산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여의도 정가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핵심인사들인 A씨를 비롯해 S·L의원 등이 대거 연루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정치권 ‘초긴장’
정치인 대거 연루?
실제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박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민석 최고위원 다음으로 A씨를 소환하기 위해 시기조율을 하고 있다는 말이 들리고 있다. 이는 ‘표적 수사’라는 역풍을 우려에 시간적 여유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외에도 참여정부 핵심인사인 S·L의원 등도 대거 거론되고 있다”고 정치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이들에 대한 연루 의혹만 계속적으로 불거졌을 뿐이지, 이번 박 회장의 사건으로 인해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는 말들이 회자되고 있다”며 “심지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어, 거물급 정치인들이 줄소환될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검찰의 사정 칼날이 참여정부 핵심인사 심장부를 조금씩 조여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