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집권여당에서 손꼽히는 ‘미국통’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의 차기 대통령 당선으로 이명박 정부와의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대미통이 절실한 여당으로서는 가뭄 속 단비와도 같은 존재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박 위원장은 지난 11월17일부터 국회 외통위원들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해 국익차원의 활발한 의원외교활동을 펼치고 돌아왔다.
국회 외통위 방미단 단장인 박 위원장은 7일(11월17-23일)이라는 방미기간 동안 단 한시도 쉴 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방미는 빡빡한 일정을 강행군하면서도 여야가 일심동체로 초당적인 외교를 펼쳤다”며 “레임덕 세션을 활용한 시의적절한 방미였고, 국익차원의 현안에 대해 질적으로 조율한 의미있는 방미였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 황진하, 민주당 문학진,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으로 구성된 방미대표단은 방미기간 중 리처드 루가, 척 헤이글 상원의원, 하워드 버먼 하원 외교위원장, 애니 팔레오마베가 하원 외교위 동아태 환경소위 위원장, 애덤 스미스 하원의원 등 상하원 주요인사는 물론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 싱크탱크 관계자 등을 면담했다.
박 위원장은 앞으로 미국과 전략동맹 및 글로벌 파트너십을 추구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먼저 이번 미국 방문의 의미와 활동을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 황진하 한나라당 간사, 문학진 민주당 간사, 박선영 선진과 창조의 모임 간사 등 초당적으로 구성된 외통위 대표단은 미국 의회의 대선 이후 임시회의 계기에 미국 오바마 신정부의 정책 방향과 한미동맹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북한 핵문제와 한미FTA 비준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한 폭넓은 의견 교환을 하기 위해 7일 동안 단 한 순간도 쉴 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방미는 빡빡한 일정 가운데서도 여야가 일심동체로 초당적인 외교를 펼쳤다. 레임덕 세션을 활용한 시의적절한 방미였고, 국익차원의 현안을 실질적으로 조율한 의미있는 방문이었다.
- 미국 현지인들은 오바마 당선자에 대해 대체적으로 어떤 평가를 하고 있었나.
▲ 금번 방문 기간 중 면담한 모든 인사들은 오바마 당선자의 지도자적 자질을 높이 평가했고 오바마 당선자가 지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진취적 리더십과 겸손함을 갖추었으며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좋게 평가했다. 아울러 워싱턴 정치 활동 경력이 짧은 것이 오히려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는 전망을 하였다.
-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처리문제와 관련해 미국 현지 반응은 어떠했나.
▲ 이번에 만난 미측 인사 중 재협상을 거론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우리 역시 마찬가지 입장을 견지했다. 미측 인사 대부분은 미 의회가 반드시 비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표단이 한미 동맹과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측 인사들에게 밝힌 입장을 요약한다면.
▲ 첫째, 한미 동맹은 양국에 정치적 경제적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며 오바마 신행정부 하에서 동맹 존중과 다자협력의 새로운 틀 속에서 양국 관계가 더욱 강화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둘째, 북미 관계 개선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을 주고 남북 관계 개선이 북미 관계 개선에 중요하다는 점과 이를 위한 한미 양국간 사전협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 대표단은 남북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를 위하여 우리 국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주도할 것이라는 점과 한미 양국 의회가 긴밀한 대화를 통해 대북 정책에 대한 공조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밝혔다.
셋째, 한미 FTA가 단순히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한미 동맹의 새로운 전략적 맥락에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FTA로 인해 양국의 일부 국내 산업 분야가 어려움에 직면하는 측면이 있으나 이는 양국이 적극적인 국내 보완대책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넷째, 만약 한국이 비준을 하고 미국 의회가 비준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양국 모두에게 기회의 상실인 동시에 미국에 대한 신뢰의 상실을 가져오게 될 것임을 지적했다.
다섯째, 한미 FTA 비준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양국 의원들간 정책협의 추진을 제안했다.
6박7일간 일정으로 국회 외통위 대표단 이끌고 미국 방문
여야 의원 모두 국익 위한 초당적 의원외교활동 성과 커
- 한미 FTA 비준과 관련해 미 의회와 오바마 당선자의 예상 행보는.
▲ 최근 심각한 경제 위기로 인해 미 의회가 한미FTA를 비준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현지 의견이 대세였다. 내년초 오바마 신정부 진용이 갖춰지면 FTA 문제가 검토될 것이지만 비준 문제는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기존 합의를 존중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며 한미 양측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오바마 당선자는 근본적으로 자유무역주의자이며 시장개방, 자유무역, 국제화를 지지하고 있다.
- 한미 FTA 관련 미국측 인사들의 견해는 어떠했는가.
▲ 한국은 현재 미국의 7대 통상국이며 아시아에서 미국의 2번째 금융협력국가로 한미 FTA는 무역, 투자 증대, 일자리 창출 등 양구에 공통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미국 신정부의 정책순위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금융위기 극복이 우선적으로 다뤄질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근본적으로 시장개방, 자유무역, 국제화를 지지하고 있으나 한미 FTA에 관해서는 다소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오바마 당선자가 선거운동 기간 중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했으나 앞으로 정부가 구성되면 입장이 보다 긍정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하여 일부 인사들은 어떤 형식이든 기존 합의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한국의 선비준이 미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측 인사들의 대체적 의견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한미 FTA 결의안을 비준할 것이며 기존 합의를 바꾸지 않더라도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방안이 있다는 견해다.
- 한미 동맹과 관련해 오바마 정부측의 예상되는 정책 방향은.
▲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국익 추구 및 지역의 평화 안정을 위한 한미 동맹 강화가 필요하며 양국이 실질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한국과의 동맹관계를 생각하고 한미관계를 더욱 강화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동맹관계 발전을 위한 한국의 입장을 우선 경청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그리고 국제무대에서 전략 동맹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오바마 당선자의 정책 추진 전망은.
▲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의 적극적인 직접 외교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나 부시 정부 2기라는 성격 때문에 갑작스런 변화는 없을 것이며 차분하고 신중하게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가 북한과 정상회담을 위해 바로 북한으로 달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차분하고 신중하게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북한의 주민을 굶주리게 하는 유화 정책이 아니라 북한 핵문제와 기아를 해결하고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유도하는 포용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 미국내 자동차산업 전망은.
▲ 오바마 정부는 자동차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형식이든 적절한 체면을 살리는 조치를 기대하는 의견, 미국내 보호주의는 매우 지역적이고 민주당이나 오바마 당선자도 보호주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의견, 미국의 자동차 업계가 한미FTA에 문제를 제기하고는 있으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하는지 불분명한 상태며, 최근 자동차 업계에 대한 구제조치로 한미 FTA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더 이상 높일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 한미 관계와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양측이 서로 제시한 내용이 있는 걸로 아는데.
▲ 우리측 대표단은 한미 양국의 실질적 협의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미국측도 이에 동의했다. 오바마 당선인측은 한미 동맹이 실질적인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야 하며, 양국 현안에 있어 한국의 입장을 우선 경청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측은 한국과 전략동맹 및 글로벌 파트너십을 추구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오바마 정부는 대북 직접 외교가 예상되지만 차분하면서도 신중하게 일관성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 이번 방미외교를 통해 한미간 최대 정책 현안이 순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 우리측 대표단은 한미 양국의 실질적 협의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미측 인사도 이에 동의했다. 한미 FTA 비준안을 우리 국회에서 먼저 통과시키면 미 의회 인준에 모멘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한-EU FTA 조기체결도 미 의회 인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한국이 먼저 비준했는데 미국이 안 하면 양국 간 이익의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신뢰 상실로 이어져 결국 미국 리더십 재건 계획과 상치된다는 점을 확실하게 미국측 인사들에게 전달했다. 실제로 한국이 먼저 비준해야 미국내 찬성론자들이 미 행정부와 의회에 독촉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인사들도 있었다. 피해산업에 대한 예산을 빨리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부터 비준해야 한다. 부시 정부가 오바마 측의 자동차업계 지원 요청을 수용하는 대신 한국 등을 상대로 한 FTA를 처리하는 빅딜 가능성이 미국 재계와 공화당,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외통위 방미 대표단의 향후 활동과 과제는.
▲ 외통위 대표단은 금번 방미를 통하여 한미 FTA의 성공적인 비준을 위해 양국이 공통의 이익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외통위 방미단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외통위에 상정하는 문제를 포함하여 앞으로 FTA 문제를 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에 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초당적으로 협력해 나갈 방침이다.
박 진 위원장 프로필
△ 청와대 비서관
△ 한나라당 서울시당 위원장
△ 17대 대통령직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
△ 제16, 17, 18대 의원
△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