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영국신사’ 홍석우 신임 지식경제부 장관

화려한 ‘친정’ 복귀 “집안 살림 잘 부탁해요”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홍석우 전 코트라 사장이 지식경제부 장관에 취임했다. 지난 9월 정전사태 이후 최중경 전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지 한 달 만이다. 이에 따라 홍 장관은 내부 출신 장관이란 영예를 안고 ‘친정’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러나 아직 축배를 들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게 그 이유다.

최중경 전 장관 사의 표명한 지 30일 만에 내정
지경부 요직 두루 거쳐…중소기업·무역 분야 두각


청와대가 9·15 정전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의 후임으로 홍석우 전 코트라 사장을 임명했다. 산통 끝에 단행된 인사다. 정전사태가 발생한 지 42일, 최중경 전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지 30일 만에  단행된 인사다.

인선 배경에 대해 청와대는 “지난 30여년간의 지식경제부 업무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높은 식견을 바탕으로 산업·무역·중소기업·에너지 분야 등의 당면 현안을 무난하게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TK, 고려대 인맥
타이틀 모두 피해

홍 장관은 지식경제부의 전신인 상공부와 산업자원부의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무역정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어지간해서는 역정을 내지 않아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괄괄하기보다는 온후하고 차분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끈다는 평가다.

탁월한 업무능력을 인정받긴 했지만 사실 홍 장관은 지경부 장관 하마평에서 그다지 자주 오르내리던 인물이 아니다. 그동안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을 비롯해 기획예산처 출신인 김대기 청와대 경제수석, 한준호 삼천리 회장, 김영학 전 지식경제부 2차관, 오영호 무역협회장 등이 장관 후보자로 거론됐다.

김동선 청장은 2년 넘게 청와대 지경비서관을 지내며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김대기 경제수석 역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온 데다 합리적 성품으로 무난한 조직 관리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준호 회장은 정전사태 경질 인사에 따른 후속 인사인 만큼 에너지 분야 전문가를 후임 장관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김영학 전 차관 역시 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하마평에 올랐다. 옛 산자부에서 자원개발실장을 역임한 오영호 무역협회장도 후보로 언급됐다.

쟁쟁한 후보군 속에서 홍 장관이 발탁된 것은 지경부 전문가이면서도 출신 지역·학교 등에서 여론의 비판을 피해갈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홍 장관은 충북 청주 출신으로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왔다. TK와 고려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모두 피한 것이다.

게다가 무역·중소기업 전문가로 분류돼 정부의 공생 발전에도 부합된다는 평이다. 공직 생활을 상공부 수출 1과 사무관을 시작으로 주미대사관 상무관, 산업자원부 무역정책과 과장, 부산·울산 지방중소기업청 청장, 대구·경북 지방중소기업청 청장을 맡으면서 무역·중소기업 전문가로 입지를 다졌다.

홍 장관 스스로도 이번 인사를 예상하지 못했다. 코트라 사장에 취임한 지 불과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홍 장관은 청와대가 발표하기 몇 시간 전에 통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홍 장관은 지난 15일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치렀다. 이어 다음 날인 지난 16일 지식경제위원회는 별다른 이견 없이 ‘적격’ 의견으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지경위는 청문보고서를 통해 “홍 후보자의 30여년 간의 공직생활 경험과 전문성을 감안했을 때 실물경제와 에너지 자원 정책을 총괄하는 지경부 장관으로서 능력과 자질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 자원 정책의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홍 후보자가 총괄업무를 경험하면서 전반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고, 재산관련 의혹이나 도덕성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경부 출신인 홍 장관의 취임에 지경부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경부 측 관계자는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지경부가 안고 있는 현안을 잘 아는 내부 출신이 장관이 돼 그만큼 문제 해결에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홍 장관이 결단력이 있어 여러 문제의 정확한 개선 방안을 내놓고,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홍 장관은 이희범 전 산자부 장관 이후 8년 만에 내부 출신 장관이란 영예를 안고 친정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러나 아직 축배를 들긴 이르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여간 험난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재산관련 의혹이나
도덕성 문제없다

연일 치솟는 휘발유 가격 안정과 정전사태 재발 방지는 물론 곧바로 닥쳐올 겨울철 전력난 대비가 해결해야할 현안 1순위다. 올 연초부터 중동사태 악화 등 악재가 연이어 벌어지면서 국내 유가시장에 상륙한 고유가는 집권 후반기 국가정책의 최우선 목표인 서민경제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고유가는 지경부가 올해 내내 머리를 싸매고 해법 찾기에 골몰한 선결 과제다.

정부가 올해 4월 초 정유사에 대한 압박을 통해 3개월간 한시적인 가격인하 결정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7월 이후 다시 기름값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휘발유는 7주 연속 상승세를 그리며 기름값 2000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 전 장관이 회계사 출신임을 내세워 정유사의 수익구조를 샅샅이 뒤지고, 주유소 장부를 들춰내가면서 가격 거품을 빼기 위해 팔 걷고 나섰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정전사태로 사의 표명을 한 뒤에는 최 전 장관이 의욕적으로 내놓은 대안주유소 등의 각종 기름값 대책에 힘이 빠지면서 정부 눈치를 보던 업계는 기름값 인상에 거침이 없는 모습이다. 만약 홍 장관이 이런 기름값 난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충분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지경부 뿐만 아니라 MB정부 전체에 대한 실망감과 불만감이 팽배해질 수 있다.

전력수급 안정대책 역시 고심거리다. 당초 최 전 장관이 올 연말까지 자리를 지켜 정전사태 피해보상과 대책을 마무리 할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예상보다 빠른 교체로 홍 장관의 몫으로 남게 됐다.

인사청문회 무난…경과보고서도 이견 없이 채택
고유가, 전력수급 안정, 동반성장 등 과제 산적


정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손해보상 문제나 재발방지 대책, 전력공급 능력 확보, 한전과 전력거래소 통합 등 전력기관 간 역할 설정 등 민감한 현안에서 전력당국의 수장인 홍 장관이 어떤 업무스타일로 위기를 돌파할지 관심을 모은다.

글로벌 재정위기 이후 갈수록 뚜렷해지는 수출 둔화나 한미 FTA 후속조치 등 현안이 쌓여 있다. 올해 수출입을 포함한 무역 규모는 1조 달러 달성이 확실해 보이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쪼그라드는 등 앞으로 한국 수출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도 큰 관심사다.
동반성장 정책도 추진 1년이 지난 현재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공생발전을 국정기조로 내세우면서 주무부처 수장인 홍 내정자의 어깨를 무겁게 할 공산이 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도 문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나 초과이익공유제 등을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갈등의 골이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만큼 홍 내정자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어디에 놓을지도 주목된다. 다만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동반성장 문제는 원만하게 풀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이밖에 최 전 장관이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을 주도한 산업자원협력실이 향후 홍 장관 밑에선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사다. 국가 간 산업자원협력을 확대하고 산업자원협력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신설된 산업자원협력실은 최 전 장관이 직접 진두지휘할 만큼 지경부내에서 가장 급부상한 핵심 부서로 꼽힌다.
또 MB정부가 집권 성과로 내세우며 공을 들이고 있는 자원개발정책이나 한전 등 주요 공기업의 적자문제, 러시아와 북한을 잇는 가스관 연결사업 등도 홍 장관이 고민해야할 숙제다.

부드러운 영국신사
카리스마 보여줄까

한편, 일각에선 ‘부드러운 영국 신사’로 알려진 홍 장관이 이 같은 쟁점들을 결단력 있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있다. 최 전 장관이 기름값 대책부터 대·중소기업 공생 발전에 이르기까지 청와대를 대신해 업계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만큼 최 전 장관에 비해 홍 장관의 카리스마가 얼마만큼 발휘될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물론 그의 뛰어난 소통 능력이 부처 간 협의에서 잘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행시 23회 동기이면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동문으로 친분이 두터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호흡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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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