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영국신사’ 홍석우 신임 지식경제부 장관

화려한 ‘친정’ 복귀 “집안 살림 잘 부탁해요”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홍석우 전 코트라 사장이 지식경제부 장관에 취임했다. 지난 9월 정전사태 이후 최중경 전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지 한 달 만이다. 이에 따라 홍 장관은 내부 출신 장관이란 영예를 안고 ‘친정’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러나 아직 축배를 들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게 그 이유다.

최중경 전 장관 사의 표명한 지 30일 만에 내정
지경부 요직 두루 거쳐…중소기업·무역 분야 두각


청와대가 9·15 정전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의 후임으로 홍석우 전 코트라 사장을 임명했다. 산통 끝에 단행된 인사다. 정전사태가 발생한 지 42일, 최중경 전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지 30일 만에  단행된 인사다.

인선 배경에 대해 청와대는 “지난 30여년간의 지식경제부 업무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높은 식견을 바탕으로 산업·무역·중소기업·에너지 분야 등의 당면 현안을 무난하게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TK, 고려대 인맥
타이틀 모두 피해

홍 장관은 지식경제부의 전신인 상공부와 산업자원부의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무역정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어지간해서는 역정을 내지 않아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괄괄하기보다는 온후하고 차분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끈다는 평가다.

탁월한 업무능력을 인정받긴 했지만 사실 홍 장관은 지경부 장관 하마평에서 그다지 자주 오르내리던 인물이 아니다. 그동안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을 비롯해 기획예산처 출신인 김대기 청와대 경제수석, 한준호 삼천리 회장, 김영학 전 지식경제부 2차관, 오영호 무역협회장 등이 장관 후보자로 거론됐다.

김동선 청장은 2년 넘게 청와대 지경비서관을 지내며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김대기 경제수석 역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온 데다 합리적 성품으로 무난한 조직 관리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준호 회장은 정전사태 경질 인사에 따른 후속 인사인 만큼 에너지 분야 전문가를 후임 장관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김영학 전 차관 역시 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하마평에 올랐다. 옛 산자부에서 자원개발실장을 역임한 오영호 무역협회장도 후보로 언급됐다.

쟁쟁한 후보군 속에서 홍 장관이 발탁된 것은 지경부 전문가이면서도 출신 지역·학교 등에서 여론의 비판을 피해갈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홍 장관은 충북 청주 출신으로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왔다. TK와 고려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모두 피한 것이다.

게다가 무역·중소기업 전문가로 분류돼 정부의 공생 발전에도 부합된다는 평이다. 공직 생활을 상공부 수출 1과 사무관을 시작으로 주미대사관 상무관, 산업자원부 무역정책과 과장, 부산·울산 지방중소기업청 청장, 대구·경북 지방중소기업청 청장을 맡으면서 무역·중소기업 전문가로 입지를 다졌다.

홍 장관 스스로도 이번 인사를 예상하지 못했다. 코트라 사장에 취임한 지 불과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홍 장관은 청와대가 발표하기 몇 시간 전에 통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홍 장관은 지난 15일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치렀다. 이어 다음 날인 지난 16일 지식경제위원회는 별다른 이견 없이 ‘적격’ 의견으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지경위는 청문보고서를 통해 “홍 후보자의 30여년 간의 공직생활 경험과 전문성을 감안했을 때 실물경제와 에너지 자원 정책을 총괄하는 지경부 장관으로서 능력과 자질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 자원 정책의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홍 후보자가 총괄업무를 경험하면서 전반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고, 재산관련 의혹이나 도덕성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경부 출신인 홍 장관의 취임에 지경부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경부 측 관계자는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지경부가 안고 있는 현안을 잘 아는 내부 출신이 장관이 돼 그만큼 문제 해결에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홍 장관이 결단력이 있어 여러 문제의 정확한 개선 방안을 내놓고,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홍 장관은 이희범 전 산자부 장관 이후 8년 만에 내부 출신 장관이란 영예를 안고 친정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러나 아직 축배를 들긴 이르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여간 험난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재산관련 의혹이나
도덕성 문제없다

연일 치솟는 휘발유 가격 안정과 정전사태 재발 방지는 물론 곧바로 닥쳐올 겨울철 전력난 대비가 해결해야할 현안 1순위다. 올 연초부터 중동사태 악화 등 악재가 연이어 벌어지면서 국내 유가시장에 상륙한 고유가는 집권 후반기 국가정책의 최우선 목표인 서민경제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고유가는 지경부가 올해 내내 머리를 싸매고 해법 찾기에 골몰한 선결 과제다.

정부가 올해 4월 초 정유사에 대한 압박을 통해 3개월간 한시적인 가격인하 결정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7월 이후 다시 기름값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휘발유는 7주 연속 상승세를 그리며 기름값 2000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 전 장관이 회계사 출신임을 내세워 정유사의 수익구조를 샅샅이 뒤지고, 주유소 장부를 들춰내가면서 가격 거품을 빼기 위해 팔 걷고 나섰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정전사태로 사의 표명을 한 뒤에는 최 전 장관이 의욕적으로 내놓은 대안주유소 등의 각종 기름값 대책에 힘이 빠지면서 정부 눈치를 보던 업계는 기름값 인상에 거침이 없는 모습이다. 만약 홍 장관이 이런 기름값 난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충분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지경부 뿐만 아니라 MB정부 전체에 대한 실망감과 불만감이 팽배해질 수 있다.

전력수급 안정대책 역시 고심거리다. 당초 최 전 장관이 올 연말까지 자리를 지켜 정전사태 피해보상과 대책을 마무리 할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예상보다 빠른 교체로 홍 장관의 몫으로 남게 됐다.

인사청문회 무난…경과보고서도 이견 없이 채택
고유가, 전력수급 안정, 동반성장 등 과제 산적


정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손해보상 문제나 재발방지 대책, 전력공급 능력 확보, 한전과 전력거래소 통합 등 전력기관 간 역할 설정 등 민감한 현안에서 전력당국의 수장인 홍 장관이 어떤 업무스타일로 위기를 돌파할지 관심을 모은다.

글로벌 재정위기 이후 갈수록 뚜렷해지는 수출 둔화나 한미 FTA 후속조치 등 현안이 쌓여 있다. 올해 수출입을 포함한 무역 규모는 1조 달러 달성이 확실해 보이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쪼그라드는 등 앞으로 한국 수출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도 큰 관심사다.
동반성장 정책도 추진 1년이 지난 현재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공생발전을 국정기조로 내세우면서 주무부처 수장인 홍 내정자의 어깨를 무겁게 할 공산이 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도 문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나 초과이익공유제 등을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갈등의 골이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만큼 홍 내정자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어디에 놓을지도 주목된다. 다만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동반성장 문제는 원만하게 풀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이밖에 최 전 장관이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을 주도한 산업자원협력실이 향후 홍 장관 밑에선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사다. 국가 간 산업자원협력을 확대하고 산업자원협력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신설된 산업자원협력실은 최 전 장관이 직접 진두지휘할 만큼 지경부내에서 가장 급부상한 핵심 부서로 꼽힌다.
또 MB정부가 집권 성과로 내세우며 공을 들이고 있는 자원개발정책이나 한전 등 주요 공기업의 적자문제, 러시아와 북한을 잇는 가스관 연결사업 등도 홍 장관이 고민해야할 숙제다.

부드러운 영국신사
카리스마 보여줄까

한편, 일각에선 ‘부드러운 영국 신사’로 알려진 홍 장관이 이 같은 쟁점들을 결단력 있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있다. 최 전 장관이 기름값 대책부터 대·중소기업 공생 발전에 이르기까지 청와대를 대신해 업계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만큼 최 전 장관에 비해 홍 장관의 카리스마가 얼마만큼 발휘될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물론 그의 뛰어난 소통 능력이 부처 간 협의에서 잘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행시 23회 동기이면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동문으로 친분이 두터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호흡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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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