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강력범죄 ‘강서구’ 무슨 일이…

연달아 터지는 살인 ‘도대체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강서구서 짧은 시일 내에 잔혹한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강서구는 이미 현직 의원의 청부살인사건, 쇼핑몰살인사건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적이 있다. 여기에 8일 동안 두 차례의 흉기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시민들은 강서구의 치안 문제를 거론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강서구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

지난 14일,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PC방서 PC방 손님 김성수(29)가 PC방 아르바이트 직원 신모(20)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담당의가 가족들에게 시신을 보지 말라고 권유했을 정도로 끔찍하고 잔인한 범행 방식이었다. 하지만 범행 동기가 매우 사소했던 데다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안일한 대응과 사건 축소·은폐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건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잊을만 하면… 
강력 처벌 여론

김씨는 동생과 온라인 게임을 하러 강서구의 한 PC방을 찾았다. 김씨가 앉으려는 자리 정리 문제를 놓고 PC방 아르바이트생인 신모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김씨는 “제대로 치워주지 않느냐”며 “환불해달라”고 했고 이 과정서 마찰이 있었던 것이다. 

실랑이가 있었고 두 사람은 112에 신고를 했다. 출동한 경찰관은 두 사람을 제지했다. 두 사람 사이에 폭력이 오간 것도 아니고, 위험한 상황도 아니라고 판단한 경찰은 두 사람을 돌려보낸 뒤 복귀했다.

하지만 분노를 참지 못한 김씨는 PC방서 300여m 떨어진 자신의 집에서 흉기를 챙겨 다시 PC방으로 달려갔다. 


그는 PC방 앞에 서 있던 신씨를 보자마자 주먹을 휘둘렀고 신씨가 넘어지자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한 방송사가 공개한 사건 영상을 보면 형 김씨가 신씨를 덮친 뒤 흉기를 휘두르는 동안 동생은 신씨의 양쪽 팔을 잡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동생이 피해자의 팔을 뒤에서 붙잡은 사이 형이 칼로 찔렀다”며 경찰이 공범인 동생을 놓쳤다는 목격담이 퍼졌다. 

동생은 경찰조사에서 “형이 집에서 칼을 갖고 왔을 줄은 몰랐다”며 “신씨를 뒤에서 붙잡은 건 말리려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범행 장소서 동생이 피해자를 잡는 모습이 CCTV에 찍힌 건 사실이지만 이후에 형을 말리는 장면도 있다. 또 동생이 주변 사람들에게 ‘도와달라’ ‘신고해 달라’ 외치는 장면도 확인됐다”고 했다.

김씨는 신씨의 얼굴을 30여 차례 찔렀다. 현장서 쓰러진 신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시간 만인 이날 오전 11시쯤 사망했다. 

10월17일 자신을 신씨의 여자친구라고 밝힌 A씨는 페이스북에 ‘강서구 피시방 살인 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링크를 공유하며 “부디 한 번씩만 동의 부탁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A씨는 범행이 발생하기 약 1시간 전 신씨에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사랑한다”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PC방 살인사건 8일 만에 터진 주차장 살인
“불안해 살겠나…” 잔혹 흉기범죄 공포 확산

A씨는 “(오빠는)누구보다 주변 사람을 잘 챙기고 그 누구보다 따뜻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피의자는 불친절하다는 허술한 이유로 흉기를 갖고 돌아와 처참하게 범행을 저질렀고,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는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이라고 진술했습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래서 저는 심신이 미약한 상태라는 이유로 피의자의 형량이 감형될 수 있다는 점과 앞으로 이와 같은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고 염려하여 여러분께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부디 한 번씩 동의해 주시고 주변에도 알려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어 “제발 제대로 수사해 주세요. 평생 감옥에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오빠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고 했다. 

김씨는 “자리를 치워달라고 했는데 화장실을 갖다온 사이에도 안치워져 있어서 화가났고 1000원 환불을 요구했으나 거부 당해 ‘나만 바보가 됐구나’라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김씨의 부모와 동생은 잡혀간 형이 10년간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고 증언했다.

조현증 증세 진단까지 받은 정도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심신미약을 사유로 감형을 노리는 사람들을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청원이 진행 중인데 불과 하루 만에 참여인원이 20만명을 넘겼다.

PC방 살인사건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 강서구서 다시 한번 살인사건이 터졌다. 지난 22일 오전,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지상주차장서 이모(47)씨가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주한 범인은 전 남편인 김모(48)씨였다. 이날 오전 7시쯤 신고를 받고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씨는 숨진 뒤였다. 

경찰은 인근 CCTV 자료를 분석해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9시40분쯤 서울시 동작구 보라매병원서 김씨를 검거했다. 김씨는 체포 당시 수면제 2~3정과 함께 술을 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발칵!
치안 괜찮나?


김씨는 “이혼 과정서 쌓인 감정 문제로 살해했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두 사람은 4년 전 이혼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범행 당시 김씨가 술에 취해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방범 카메라로 동선을 추적한 결과 동튼 직후 영상서 김씨가 비틀거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씨가 사건 며칠 전부터 전처를 찾는다며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녔다는 주민 증언도 있다. 

사건 이후 지난 23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강서구 등촌동 47세 여성 살인사건의 주범인 저희 아빠는 절대 심신미약이 아니고 사회와 영원히 격리해야 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며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청원했다.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에 대한 청와대 청원

딸 김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이혼 전부터 아버지의 폭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2015년 2월에는 어머니가 친구들과 제주도를 다녀왔는데 아버지가 바람을 핀 것 아니냐며 어머니를 잔혹하게 폭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에 신고했고 접근금지 명령이 떨어졌으나 아버지는 계속 집 주변을 배회하고 협박했다”며 “어머니는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 들어가서 지내는 등 4년 동안 6번이나 이사를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버지 김씨는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집요하게 이씨를 쫓아다녔으며 자매와 이씨는 올해 3월 등촌동의 아파트로 이사했다. 

딸 김씨는 “2년 전 (아버지가)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막냇동생을 미행해 칼과 밧줄, 테이프를 들고 따라와 살해하겠다고 협박을 한 적도 있다”며 “그때도 경찰에 신고했었는데 보복이 두려워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특히 “아버지는 굉장히 언변이 좋고 치밀한 사람이다. (어머니를) 죽여도 6개월 안에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면서 호언장담하기도 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CCTV에도 아버지가 며칠 전부터 아파트 주변을 서성이는 게 찍혔다”며 “계획적으로 살해할 목적으로 찾아온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딸들의 주장과 관련해 경찰은 “CCTV 상으로 아버지가 사건 발생일 이전에 범행지 주변을 서성이는 게 확인됐다”며 “흉기 역시 미리 준비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는 심신미약을 주장하지 않았고 관련 진단서를 제출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까마귀 날자…
우연의 일치?

다만 아버지 김씨는 “범행 후 수면제를 다량 복용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으며 평소에도 불면증으로 수면제를 복용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경찰은 과거 김씨 집안서 벌어진 가정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당시 주거지 관할 경찰서를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2015년 폭행 당시 이들의 거주지가 부천이었고 아버지가 살해 협박을 했다는 2년 전 거주지가 미아삼거리라 해당 경찰서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강서구에선 2014년 2건의 청부살인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2014년 3월29일 당시 시의원이었던 김형식 의원이 살인 교사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김형식 의원이 자신의 친구에게 재력가 송모씨를 살인하도록 교사했다는 혐의를 적용, 그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송씨와 채무관계에 있던 김형식 의원은 빚 독촉서 벗어나기 위해 살인을 청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은 김 의원의 사주를 받아 송씨를 살해한 팽모씨도 함께 구속했다. 팽씨는 2014년 3월3일 오전 강서구 내발산동의 송씨 소유 건물서 그의 머리와 신체를 둔기로 수십 차례 때려 숨지게 했다. 

팽씨는 범행 3일 뒤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5월22일 선양서 중국 공안에 의해 체포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사업 도중 김씨에게 7000만원 정도를 빚졌는데 김씨가 이를 탕감해주겠다면서 범행을 부추겼다고 밝혔다. 

중국 공안에게 붙잡힌 팽씨는 김 의원이 한국으로 오지 말고 중국서 죽으라고 했다는 진술을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김 의원은 송씨가 빌려준 돈을 빨리 갚지 않으면 6·4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협박하자 친구 팽씨에게 범행도구까지 제공하며 송씨를 살해하도록 사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김 의원은 “차용증은 술에 취한 상태서 송씨가 써달라고 해서 써준 것이지 실제 돈을 빌린 적이 없다”며 “팽씨가 내게 빌려간 돈을 갚아야 해 송씨를 상대로 강도질한 것”이라고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 

당시 경찰은 범행 수법이 잔인해 원한 때문에 벌어진 사건으로 추정됐지만 현장에 지문조차 남아 있지 않아 용의자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러나 모자를 쓰고 건물을 빠져나가는 남성의 모습이 CCTV에 찍혀 결국 경찰은 살해 사건 피의자인 44살 팽씨를 석 달 만에 중국서 붙잡았다. 

“조용한 동네였는데…”
두 번의 청부살인도

팽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살해한 것은 맞지만 10년 동안 친하게 지낸 김형식 의원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팽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데다 김형식 의원의 도장이 찍힌 차용증이 발견됐기 때문에 혐의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말했다. 

송씨가 살해당한 지 불과 2주일 가량 지난 같은 달 20일 강서구 관내에선 또 한 건의 청부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이날 저녁 7시18분쯤 방화동의 한 건물 앞 도로에는 흉기에 수 차례 찔린 50대 남성이 쓰러져 숨을 거뒀다. 

숨진 남성은 해당 건물에 입주한 건설업체 사장인 경모(59)씨. 

경씨는 퇴근을 하던 중 건물 1층 계단에서 길이 28㎝에 이르는 흉기를 든 괴한 김모(50)씨에게 가슴, 옆구리 등을 7차례나 찔렸다. 경찰은 용의자 이동로에 위치한 CCTV서 용의자의 발목이 녹화된 영상을 발견했고 근처 현금인출기서 김씨의 인상착의가 CCTV에 나온 용의자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김씨를 피의자로 전환하기 위해 경찰은 여러 전문기관에 신장계측, 걸음걸이 분석, 동일인 감정 등을 의뢰했다. 

민간업체 법영상분석연구소(대법원 특수감정인)의 감정 결과 영상 속 용의자와 김씨는 얼굴의 윤곽선, 머리모양, 탈모 위치와 형태 등에서 모두 유사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씨를 특정하는 데 결정적이었던 단서는 김씨의 걸음걸이였다. 법보행 분석 결과 사건 당시 현장 주변을 배회한 용의자는 양쪽 발가락이 안쪽을 향하는 안짱걸음을 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성인의 경우 일자걸음이나 팔자걸음을 걷는 경우가 많은데 김씨는 안짱걸음을 걸었다”며 “보행속도와 보폭 분석 결과 역시 동일 인물일 개연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씨의 통화내역과 금융거래 내역, 소송관계 등을 확인해 피해자 경씨와 소송관계에 있던 건설업체 대표 이씨가 지인 이씨를 통해 김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9월에는 강서구의 한 대형 쇼핑몰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1일 오후 9시50분께 강서구에 위치한 한 쇼핑몰에서 매장 직원 최모(31)씨가 옆 매장에서 일하는 50대 여성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최씨는 범행 뒤 남성 고객이 쫓아오자 달아나다가 1층서 지하 1층으로 뛰어내려 크게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평소 사이가 안 좋았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무서운 동네?
주민들 화들짝

8일 동안 두 차례의 흉기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시민들은 강서구의 치안 문제를 거론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한 시민은 “강서구가 원래 이런 동네가 아니었는데, 점점 무서운 동네가 되고 있다”며 “개발 전에는 조용한 동네였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했다. 한 누리꾼은 “강서구 왜 갑자기 살인자 동네가 됐는지…”라며 “강서구서 살다 이사 왔는데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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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