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문’ 재야 대권주자 대예측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10.29 10:36:57
  • 호수 11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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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 채비’ 장외 잠룡들의 용틀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차기 대통령선거까지 3년5개월여가 남았지만, 잠룡들의 행보에 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정부·정당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잠룡뿐 아니라 정치권서 한걸음 물러나 있는 재야 잠룡들까지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주목받는 재야 잠룡들의 최근 행보를 쫓았다.
 

단연 주목받는 재야 잠룡은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정치권에선 유 이사장을 재야 잠룡 중 단연 선두로 꼽는다. 정치권이 유 이사장의 행보에 다시금 주목하기 시작한 시점은 노무현재단 이사장 취임 때였다. ‘친노의 중추’로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영향력이 상당한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직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선
슬슬 시동∼

이는 그간 정치권과 선을 그어왔던 유 이사장의 행보와 대비되면서 정치권의 큰 주목을 받았다. 유 이사장은 지난 6월 말 2년 6개월간 함께한 JTBC <썰전>서 하차할 때도 “정치권과 멀어지기 위해 떠난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정치적 해석이 있을 수밖에 없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2009년 설립된 노무현재단은 5만여명의 후원 회원을 가진 대규모 재단이다. 지난 1일 임시이사회는 2013년 정계를 떠난 후 작가로서 방송활동에 전념해 온 유시민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사장의 면면을 보면 정치적 해석이 과하다고만 치부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명숙 전 총리가 초대 이사장을 맡았고,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차례로 역임했다.


이사장 출신 중 1명은 현직 대통령인 데다 이사장 4명 중 2명이 국무총리를 지냈을 만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가지는 상징성은 민주당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뽐낸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직접 유 이사장을 추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졌다. 유 이사장이 자연스레 정계복귀를 할 수 있는 초석을 이 대표가 놔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이 대표는 유 이사장의 정계복귀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자리에 앉아 있다. 이 대표가 13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유 이사장이 보좌관으로서 수행하는 등 두 사람의 친분이 두텁다는 점도 큰 주목을 받았다.

유 이사장 공천설 이외에도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대표적으로 문 대통령의 ‘킹메이커’ 역할을 해왔던 이 대표가 ‘포스트 문재인’으로 유 이사장을 찍었다는 해석이다.

친노 진영의 대권구도는 그야말로 ‘풍요 속에 빈곤’이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이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성추문으로 회복불능 상태다. 그나마 김경수 경남도지사 정도만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친노 집권 플랜’에 적신호가 켜졌다. 

유 이사장이 굳이 친노 대선주자로 나서지 않더라도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면 세 결집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 친노의 중추로 자리 옮겨
황, 11월초 친박 10인과 회동


이슈의 중심에 있던 유 이사장은 지난 15일 취임식을 가졌다. 유 작가는 이사장직 수락 배경에 대해 “여러 사정상 이 대표께서 제가 생각한 것보다 이른 시기에 권하셨고, 상황을 보니 제가 안 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노 대통령을 모시고 일한 사람으로서 사양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정계 복귀설에 거듭 “기자 분들이 (복귀는)의지의 문제라기보다 상황의 문제라는 분석을 많이 하던데 정치를 하고 말고는 의지의 문제다. 여러 상황이 요구할 때도 본인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저는 다시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 선거에 출마할 의지가 현재도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의 거듭된 발표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그의 정계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진보 진영에 유 이사장이 있다면, 보수 진영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주목받고 있다. 황 전 총리가 다시금 대선주자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달 7일, 문 대통령의 당선 이후 잠행을 거듭하던 그가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기념관서 <황교안의 답: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를 열었을 때다.

유시민 손사래
정치권은 확신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원유철·김정훈·유기준·김진태·이채익·윤상직·정종섭·추경호·송언석·강효상 의원 등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현역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대표적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이 보낸 축기가 행사장 입구에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황 전 총리는 정치적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을 잊지 않았다. 

행사 직후 문정부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황 전 총리는 “지금 나라가 어렵고 걱정하는 분이 많아 저도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또 행사가 끝날 무렵 참석자들에게 “지금 나라가 어렵지만 같이 힘내고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판기념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황 전 총리는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거물급 대선주자의 등장에 목말라있던 보수 지지자들은 황 전 총리에게 큰 호응을 보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1위를 차지했다.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도 있었지만, 무주공산에 가까운 보수 측 대권레이스서 황 전 총리의 존재감이 두각을 보인 결과였다.

열기는 아직 식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21∼22일 전국 성인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한 10월 정례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조사서 황 전 총리는 이낙연 국무총리(14.8%)에 이어 2위(12.4%)를 차지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깨어난 황교안
당권? 대권?


당장 황 전 총리가 한국당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황 전 총리 영입 시도를 공개적으로 알렸다. 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언론과의 인터뷰서 “조만간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함께 황 전 총리를 직접 만나 보수 대통합에 힘을 보태줄 것을 당부할 것”이라며 “이때 입당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황 전 총리의 약점을 덮어주는 행보도 잊지 않았다. 

이진곤 조직강화특위원회 위원은 지난 22일, 당에서 영입을 추진 중인 황 전 총리를 두고 ‘박근혜 사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 관해 “‘내가 누구 사람이다’ 이렇게 지적되는 건 아마 불쾌할 것이다.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의 집사도 아니지 않느냐”며 “민주정치란 동등한 자격으로 다만 직책과 역할로만 구분될 뿐이지, 누구에게 종속돼서 한다든지 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은 벗어나야 한다”고 황 전 총리를 변호했다.

황 전 총리는 한국당 입당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황 전 총리가 여의도와 ‘밀당’을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황 전 총리가 한국당 입당에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한국당 소속 의원들과 만남은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전 총리는 다음달 초 한국당 유기준 의원을 포함한 10여명과 만찬 회동을 열 계획이다. 한국당 초선 의원들과 토론회도 가질 예정이다.

그가 한국당 전당대회(이하 전대)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황 전 총리 측도 전대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상황을 좀 더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오, 지지자 60명과 산행 ‘세 과시’
여의도는 건호·홍걸 행보 궁금해

황 전 총리와 함께 보수 진영에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황 전 총리 영입 의사를 밝히며 “오 전 시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보수 통합에 필요한 인물들”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오 전 시장은 자신의 지지자들 50∼60명과 함께 대규모 산행으로 정치권의 이목을 끌었다. 오 전 시장의 산행은 전대 출마를 알리기 전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앞서 12일 오 전 시장은 언론 인터뷰서 “오랜 동지들, 저를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서울 근교서 트레킹을 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도 지지자들과 대규모 산행을 한 바 있다.

오 전 시장 역시 김 비대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입당 제안을 받은 상태로 전대 출마를 고심 중이다. 입당 제안을 받은 오 전 시장은 김 비대위원장 등에게 “지금 어떻게 입당을 논의할 수 있겠나”라며 “한국당의 지도체제 개편 논의와 결과를 좀 봐야 하지 않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대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범보수 진영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라고만 말하는 등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들 3인 외에도 정치권은 재야 인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씨를 주목한다. 실제 여의도 관계자들은 21대 총선까지 2년이나 남았음에도 노씨와 김씨의 출마 여부를 심심치 않게 질문한다. 

장고 들어간
오세훈 결단은?

한 진보 정당 정치권 인사는 인터뷰 후 가진 티타임서 “노씨가 21대 총선에 나오는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두 사람이 21대 총선에 나왔을 때 당선 가능성 등을 물었다. 정치권은 만약 두 사람에게 대권 욕심이 있다면 21대 총선이 그 시작점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끝나지 않은 노 일가 의혹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의 500만달러 수수 의혹이 재차 도마에 올랐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을 대상으로 한 질의서 노씨의 공소시효가 2023년 2월21일까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검찰 수사를 재차 압박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지난해 10월13일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은 노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부인 권양숙 여사와 장남 노씨를 포함한 5명을 서울중앙지법에 고발한 바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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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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