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문’ 재야 대권주자 대예측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10.29 10:36:57
  • 호수 11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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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 채비’ 장외 잠룡들의 용틀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차기 대통령선거까지 3년5개월여가 남았지만, 잠룡들의 행보에 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정부·정당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잠룡뿐 아니라 정치권서 한걸음 물러나 있는 재야 잠룡들까지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주목받는 재야 잠룡들의 최근 행보를 쫓았다.
 

단연 주목받는 재야 잠룡은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정치권에선 유 이사장을 재야 잠룡 중 단연 선두로 꼽는다. 정치권이 유 이사장의 행보에 다시금 주목하기 시작한 시점은 노무현재단 이사장 취임 때였다. ‘친노의 중추’로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영향력이 상당한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직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선
슬슬 시동∼

이는 그간 정치권과 선을 그어왔던 유 이사장의 행보와 대비되면서 정치권의 큰 주목을 받았다. 유 이사장은 지난 6월 말 2년 6개월간 함께한 JTBC <썰전>서 하차할 때도 “정치권과 멀어지기 위해 떠난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정치적 해석이 있을 수밖에 없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2009년 설립된 노무현재단은 5만여명의 후원 회원을 가진 대규모 재단이다. 지난 1일 임시이사회는 2013년 정계를 떠난 후 작가로서 방송활동에 전념해 온 유시민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사장의 면면을 보면 정치적 해석이 과하다고만 치부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명숙 전 총리가 초대 이사장을 맡았고,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차례로 역임했다.


이사장 출신 중 1명은 현직 대통령인 데다 이사장 4명 중 2명이 국무총리를 지냈을 만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가지는 상징성은 민주당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뽐낸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직접 유 이사장을 추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졌다. 유 이사장이 자연스레 정계복귀를 할 수 있는 초석을 이 대표가 놔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이 대표는 유 이사장의 정계복귀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자리에 앉아 있다. 이 대표가 13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유 이사장이 보좌관으로서 수행하는 등 두 사람의 친분이 두텁다는 점도 큰 주목을 받았다.

유 이사장 공천설 이외에도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대표적으로 문 대통령의 ‘킹메이커’ 역할을 해왔던 이 대표가 ‘포스트 문재인’으로 유 이사장을 찍었다는 해석이다.

친노 진영의 대권구도는 그야말로 ‘풍요 속에 빈곤’이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이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성추문으로 회복불능 상태다. 그나마 김경수 경남도지사 정도만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친노 집권 플랜’에 적신호가 켜졌다. 

유 이사장이 굳이 친노 대선주자로 나서지 않더라도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면 세 결집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 친노의 중추로 자리 옮겨
황, 11월초 친박 10인과 회동


이슈의 중심에 있던 유 이사장은 지난 15일 취임식을 가졌다. 유 작가는 이사장직 수락 배경에 대해 “여러 사정상 이 대표께서 제가 생각한 것보다 이른 시기에 권하셨고, 상황을 보니 제가 안 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노 대통령을 모시고 일한 사람으로서 사양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정계 복귀설에 거듭 “기자 분들이 (복귀는)의지의 문제라기보다 상황의 문제라는 분석을 많이 하던데 정치를 하고 말고는 의지의 문제다. 여러 상황이 요구할 때도 본인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저는 다시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 선거에 출마할 의지가 현재도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의 거듭된 발표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그의 정계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진보 진영에 유 이사장이 있다면, 보수 진영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주목받고 있다. 황 전 총리가 다시금 대선주자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달 7일, 문 대통령의 당선 이후 잠행을 거듭하던 그가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기념관서 <황교안의 답: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를 열었을 때다.

유시민 손사래
정치권은 확신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원유철·김정훈·유기준·김진태·이채익·윤상직·정종섭·추경호·송언석·강효상 의원 등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현역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대표적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이 보낸 축기가 행사장 입구에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황 전 총리는 정치적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을 잊지 않았다. 

행사 직후 문정부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황 전 총리는 “지금 나라가 어렵고 걱정하는 분이 많아 저도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또 행사가 끝날 무렵 참석자들에게 “지금 나라가 어렵지만 같이 힘내고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판기념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황 전 총리는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거물급 대선주자의 등장에 목말라있던 보수 지지자들은 황 전 총리에게 큰 호응을 보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1위를 차지했다.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도 있었지만, 무주공산에 가까운 보수 측 대권레이스서 황 전 총리의 존재감이 두각을 보인 결과였다.

열기는 아직 식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21∼22일 전국 성인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한 10월 정례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조사서 황 전 총리는 이낙연 국무총리(14.8%)에 이어 2위(12.4%)를 차지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깨어난 황교안
당권? 대권?


당장 황 전 총리가 한국당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황 전 총리 영입 시도를 공개적으로 알렸다. 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언론과의 인터뷰서 “조만간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함께 황 전 총리를 직접 만나 보수 대통합에 힘을 보태줄 것을 당부할 것”이라며 “이때 입당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황 전 총리의 약점을 덮어주는 행보도 잊지 않았다. 

이진곤 조직강화특위원회 위원은 지난 22일, 당에서 영입을 추진 중인 황 전 총리를 두고 ‘박근혜 사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 관해 “‘내가 누구 사람이다’ 이렇게 지적되는 건 아마 불쾌할 것이다.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의 집사도 아니지 않느냐”며 “민주정치란 동등한 자격으로 다만 직책과 역할로만 구분될 뿐이지, 누구에게 종속돼서 한다든지 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은 벗어나야 한다”고 황 전 총리를 변호했다.

황 전 총리는 한국당 입당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황 전 총리가 여의도와 ‘밀당’을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황 전 총리가 한국당 입당에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한국당 소속 의원들과 만남은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전 총리는 다음달 초 한국당 유기준 의원을 포함한 10여명과 만찬 회동을 열 계획이다. 한국당 초선 의원들과 토론회도 가질 예정이다.

그가 한국당 전당대회(이하 전대)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황 전 총리 측도 전대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상황을 좀 더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오, 지지자 60명과 산행 ‘세 과시’
여의도는 건호·홍걸 행보 궁금해

황 전 총리와 함께 보수 진영에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황 전 총리 영입 의사를 밝히며 “오 전 시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보수 통합에 필요한 인물들”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오 전 시장은 자신의 지지자들 50∼60명과 함께 대규모 산행으로 정치권의 이목을 끌었다. 오 전 시장의 산행은 전대 출마를 알리기 전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앞서 12일 오 전 시장은 언론 인터뷰서 “오랜 동지들, 저를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서울 근교서 트레킹을 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도 지지자들과 대규모 산행을 한 바 있다.

오 전 시장 역시 김 비대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입당 제안을 받은 상태로 전대 출마를 고심 중이다. 입당 제안을 받은 오 전 시장은 김 비대위원장 등에게 “지금 어떻게 입당을 논의할 수 있겠나”라며 “한국당의 지도체제 개편 논의와 결과를 좀 봐야 하지 않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대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범보수 진영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라고만 말하는 등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들 3인 외에도 정치권은 재야 인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씨를 주목한다. 실제 여의도 관계자들은 21대 총선까지 2년이나 남았음에도 노씨와 김씨의 출마 여부를 심심치 않게 질문한다. 

장고 들어간
오세훈 결단은?

한 진보 정당 정치권 인사는 인터뷰 후 가진 티타임서 “노씨가 21대 총선에 나오는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두 사람이 21대 총선에 나왔을 때 당선 가능성 등을 물었다. 정치권은 만약 두 사람에게 대권 욕심이 있다면 21대 총선이 그 시작점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끝나지 않은 노 일가 의혹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의 500만달러 수수 의혹이 재차 도마에 올랐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을 대상으로 한 질의서 노씨의 공소시효가 2023년 2월21일까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검찰 수사를 재차 압박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지난해 10월13일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은 노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부인 권양숙 여사와 장남 노씨를 포함한 5명을 서울중앙지법에 고발한 바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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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