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문’ 재야 대권주자 대예측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10.29 10:36:57
  • 호수 11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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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 채비’ 장외 잠룡들의 용틀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차기 대통령선거까지 3년5개월여가 남았지만, 잠룡들의 행보에 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정부·정당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잠룡뿐 아니라 정치권서 한걸음 물러나 있는 재야 잠룡들까지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주목받는 재야 잠룡들의 최근 행보를 쫓았다.
 

단연 주목받는 재야 잠룡은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정치권에선 유 이사장을 재야 잠룡 중 단연 선두로 꼽는다. 정치권이 유 이사장의 행보에 다시금 주목하기 시작한 시점은 노무현재단 이사장 취임 때였다. ‘친노의 중추’로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영향력이 상당한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직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선
슬슬 시동∼

이는 그간 정치권과 선을 그어왔던 유 이사장의 행보와 대비되면서 정치권의 큰 주목을 받았다. 유 이사장은 지난 6월 말 2년 6개월간 함께한 JTBC <썰전>서 하차할 때도 “정치권과 멀어지기 위해 떠난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정치적 해석이 있을 수밖에 없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2009년 설립된 노무현재단은 5만여명의 후원 회원을 가진 대규모 재단이다. 지난 1일 임시이사회는 2013년 정계를 떠난 후 작가로서 방송활동에 전념해 온 유시민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사장의 면면을 보면 정치적 해석이 과하다고만 치부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명숙 전 총리가 초대 이사장을 맡았고,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차례로 역임했다.


이사장 출신 중 1명은 현직 대통령인 데다 이사장 4명 중 2명이 국무총리를 지냈을 만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가지는 상징성은 민주당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뽐낸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직접 유 이사장을 추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졌다. 유 이사장이 자연스레 정계복귀를 할 수 있는 초석을 이 대표가 놔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이 대표는 유 이사장의 정계복귀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자리에 앉아 있다. 이 대표가 13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유 이사장이 보좌관으로서 수행하는 등 두 사람의 친분이 두텁다는 점도 큰 주목을 받았다.

유 이사장 공천설 이외에도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대표적으로 문 대통령의 ‘킹메이커’ 역할을 해왔던 이 대표가 ‘포스트 문재인’으로 유 이사장을 찍었다는 해석이다.

친노 진영의 대권구도는 그야말로 ‘풍요 속에 빈곤’이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이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성추문으로 회복불능 상태다. 그나마 김경수 경남도지사 정도만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친노 집권 플랜’에 적신호가 켜졌다. 

유 이사장이 굳이 친노 대선주자로 나서지 않더라도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면 세 결집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 친노의 중추로 자리 옮겨
황, 11월초 친박 10인과 회동


이슈의 중심에 있던 유 이사장은 지난 15일 취임식을 가졌다. 유 작가는 이사장직 수락 배경에 대해 “여러 사정상 이 대표께서 제가 생각한 것보다 이른 시기에 권하셨고, 상황을 보니 제가 안 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노 대통령을 모시고 일한 사람으로서 사양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정계 복귀설에 거듭 “기자 분들이 (복귀는)의지의 문제라기보다 상황의 문제라는 분석을 많이 하던데 정치를 하고 말고는 의지의 문제다. 여러 상황이 요구할 때도 본인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저는 다시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 선거에 출마할 의지가 현재도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의 거듭된 발표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그의 정계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진보 진영에 유 이사장이 있다면, 보수 진영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주목받고 있다. 황 전 총리가 다시금 대선주자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달 7일, 문 대통령의 당선 이후 잠행을 거듭하던 그가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기념관서 <황교안의 답: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를 열었을 때다.

유시민 손사래
정치권은 확신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원유철·김정훈·유기준·김진태·이채익·윤상직·정종섭·추경호·송언석·강효상 의원 등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현역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대표적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이 보낸 축기가 행사장 입구에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황 전 총리는 정치적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을 잊지 않았다. 

행사 직후 문정부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황 전 총리는 “지금 나라가 어렵고 걱정하는 분이 많아 저도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또 행사가 끝날 무렵 참석자들에게 “지금 나라가 어렵지만 같이 힘내고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판기념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황 전 총리는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거물급 대선주자의 등장에 목말라있던 보수 지지자들은 황 전 총리에게 큰 호응을 보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1위를 차지했다.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도 있었지만, 무주공산에 가까운 보수 측 대권레이스서 황 전 총리의 존재감이 두각을 보인 결과였다.

열기는 아직 식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21∼22일 전국 성인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한 10월 정례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조사서 황 전 총리는 이낙연 국무총리(14.8%)에 이어 2위(12.4%)를 차지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깨어난 황교안
당권? 대권?


당장 황 전 총리가 한국당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황 전 총리 영입 시도를 공개적으로 알렸다. 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언론과의 인터뷰서 “조만간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함께 황 전 총리를 직접 만나 보수 대통합에 힘을 보태줄 것을 당부할 것”이라며 “이때 입당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황 전 총리의 약점을 덮어주는 행보도 잊지 않았다. 

이진곤 조직강화특위원회 위원은 지난 22일, 당에서 영입을 추진 중인 황 전 총리를 두고 ‘박근혜 사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 관해 “‘내가 누구 사람이다’ 이렇게 지적되는 건 아마 불쾌할 것이다.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의 집사도 아니지 않느냐”며 “민주정치란 동등한 자격으로 다만 직책과 역할로만 구분될 뿐이지, 누구에게 종속돼서 한다든지 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은 벗어나야 한다”고 황 전 총리를 변호했다.

황 전 총리는 한국당 입당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황 전 총리가 여의도와 ‘밀당’을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황 전 총리가 한국당 입당에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한국당 소속 의원들과 만남은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전 총리는 다음달 초 한국당 유기준 의원을 포함한 10여명과 만찬 회동을 열 계획이다. 한국당 초선 의원들과 토론회도 가질 예정이다.

그가 한국당 전당대회(이하 전대)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황 전 총리 측도 전대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상황을 좀 더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오, 지지자 60명과 산행 ‘세 과시’
여의도는 건호·홍걸 행보 궁금해

황 전 총리와 함께 보수 진영에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황 전 총리 영입 의사를 밝히며 “오 전 시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보수 통합에 필요한 인물들”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오 전 시장은 자신의 지지자들 50∼60명과 함께 대규모 산행으로 정치권의 이목을 끌었다. 오 전 시장의 산행은 전대 출마를 알리기 전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앞서 12일 오 전 시장은 언론 인터뷰서 “오랜 동지들, 저를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서울 근교서 트레킹을 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도 지지자들과 대규모 산행을 한 바 있다.

오 전 시장 역시 김 비대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입당 제안을 받은 상태로 전대 출마를 고심 중이다. 입당 제안을 받은 오 전 시장은 김 비대위원장 등에게 “지금 어떻게 입당을 논의할 수 있겠나”라며 “한국당의 지도체제 개편 논의와 결과를 좀 봐야 하지 않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대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범보수 진영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라고만 말하는 등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들 3인 외에도 정치권은 재야 인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씨를 주목한다. 실제 여의도 관계자들은 21대 총선까지 2년이나 남았음에도 노씨와 김씨의 출마 여부를 심심치 않게 질문한다. 

장고 들어간
오세훈 결단은?

한 진보 정당 정치권 인사는 인터뷰 후 가진 티타임서 “노씨가 21대 총선에 나오는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두 사람이 21대 총선에 나왔을 때 당선 가능성 등을 물었다. 정치권은 만약 두 사람에게 대권 욕심이 있다면 21대 총선이 그 시작점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끝나지 않은 노 일가 의혹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의 500만달러 수수 의혹이 재차 도마에 올랐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을 대상으로 한 질의서 노씨의 공소시효가 2023년 2월21일까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검찰 수사를 재차 압박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지난해 10월13일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은 노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부인 권양숙 여사와 장남 노씨를 포함한 5명을 서울중앙지법에 고발한 바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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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