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감 결산] 논란과 화제 ‘결정적 장면 10’

소문난 잔치 볼 것만 많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정감사였다. 올해 국감 역시 논란과 성과, 그리고 여러 가지 볼거리를 남겼다. 국감 본연의 의미와 부합한 의원들이 있는 반면 오히려 여론의 비판을 받게 된 경우도 있었다. <일요시사>는 10월 한 달 간 펼쳐진 ‘국감 주요 장면’을 모아봤다.
 

2018 국회 국정감사는 지난 10일부터 29일까지 20일간 진행됐다. 국회는 이 기간 동안 국정 전반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며 행정부를 견제·감시하게 된다. 조사 대상이 국정 전반에 해당되다 보니 그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다. 

국감 성적표
A부터 F까지

국회는 그 연유로 분야별 상임위원회를 구성한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각 분야를 맡게 된다.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조계 출신 의원들이 상당수 포진된 것과 같다. 현재 20대 국회에 18개의 상임위가 있다. 국회의원은 국감에 필요한 서류, 증언, 의견 등을 요구할 권리가 주어진다. 국감의 하이라이트라 볼 수 있는 증인 출석 요구도 마찬가지다.

국감 시즌에 국회를 향한 이목은 여느 때보다 집중된다. 국회의원들은 그간 준비했던 자료를 바탕으로 질의를 이어간다. 여론 형성의 적기인 만큼 행정부 견제에 효과적이고, 본인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그 까닭에 무리수를 두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톡톡한 성과를 내놓기도 한다. 이번 국감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해 국감은 첫날부터 때 아닌 고양이 논란으로 떠들썩했다. 사건의 주인공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진태 의원. 김 의원은 국정감사장에 ‘벵갈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지난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서 열린 국무조정실·총리비서실 국감서 우리에 갇혀 있는 벵갈 고양이를 소개했다. 

김 의원은 “지난 9월18일 대전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날 눈치도 없는 퓨마가 탈출해 인터넷 실시간검색 1위를 계속 차지했다. 그랬더니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된 게 맞느냐”고 물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내가 회의 멤버이기 때문에 안다”고 답변했다. 

같은 상임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이날 오후 국정감사서 “고양이의 눈빛이 상당히 불안에 떨면서 사방을 주시했다”며 “국감장, 상임위장에 동물을 데려오는 것을 금지해달라. 꼭 필요하면 여야 합의 하에 회의장에 데려오기로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국정감사도 화제가 됐다. 선동열 야구 대표팀 감독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 야구대표팀 선발 논란’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해당 상임위 소속 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선 감독에게 날선 비판을 이어갔지만 되레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20일간 진행 18개 상임위원회 총출동
대장정 마무리…피감기관에 송곳질의 


선 감독이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일부 선수에게 병역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대표로  선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 의원은 선 감독의 연봉과 근무 형태 등을 캐물으며 본질서 벗어났다는 호된 비판을 받았다.

손 의원은 ‘판공비를 포함해 연봉 2억을 받는다’는 선 감독의 대답에 “KBO 관계자한테 연봉 2억에 판공비는 무제한으로 처리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선 감독이 “전혀 아니다”라고 하자 손 의원은 “더 알아보겠다”며 질의를 이어갔다. 손 의원이 제기한 판공비 의혹은 여기까지였다.

이어 손 의원은 “선수를 관찰하러 현장에 자주 나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선 감독은 “TV로 5경기를 동시에 시청하는 게 더 낫다”고 대답했다. 

프로야구는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경기가 3∼4시간씩 열린다. 게다가 경기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5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현장 관찰보다 TV로 동시에 관찰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손 의원은 “그 우승(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렵다고 다들 생각하지 않는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 발언이 바로 여론의 역풍이 거세진 결정적 이유였다. 오히려 선 감독에 대한 동정론이 일 정도였다.

이와 달리 이슈를 주도한 의원들도 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한국당 유민봉 의원은 각각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과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국감을 통해 사회를 강타한 최대 이슈로 꼽힌다.

한쪽은 역풍
한쪽은 주도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박 의원은 지난 11일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지난 2013∼2017년 동안 감사를 벌인 결과 전국 1878개 사립유치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유치원 교비로 원장이 핸드백을 사고, 노래방과 숙박업소 이용비로 쓰이기도 했다. 심지어 성인용품 구입에도 교비가 쓰였다.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학부모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의 대응은 강경했다. 한유총은 사태가 발발하자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 사과를 했지만 곧바로 MBC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MBC가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한 것에 대해 ‘시도교육청 감사 결과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박 의원에 대한 소송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를 결심할 때부터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막상 닥쳐오니 걱정도 되고,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면서도 “소송 위협에 굴하지 않고 유치원 비리 해결의 끝을 보겠다”고 정면 대응을 예고했다. 

한유총의 소송 소식에 박 의원을 향한 응원과 후원금이 급증했다.


박 의원은 최근 ‘박용진 3법’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지난 23일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을 대표 발의자로 민주당 의원 129명이 전원 이름을 올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소속 유 의원은 지난 18일 서울시 국정감사서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을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지난 2016년 5월 ‘구의역 김 군 사고’ 이후 서울시가 대책으로 내놓은 ‘정부 산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서 재직자의 친인척 상당수가 정규직으로 채용됐다는 것이 골자다. 

유 의원은 해당 의혹을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도 꺼내든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자료가 부족해 의혹 제기에 머물렀다. 유 의원은 이후 1년 동안 관련 자료를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이 제기한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 논란은 일파만파로 퍼지는 형국이다. 한국당은 지난 3월1일자로 무기계약직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서울교통공사 직원 1285명 중 108명이 재직자의 친인척이라는 점에 대해 고용세습이라며 비판했다. 

한국당은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민주평화당 그리고 정의당 등과 함께 이번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맷돌부터 
로봇까지

서울시는 감사원 감사가 우선이란 입장이다. 정치공세에 대한 경고도 덧붙였다.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지난 24일 서울시청 신청사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한 점의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의혹들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확실한 검증을 위해 지난 23일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윤 부시장은 “일부 정치권서 가짜뉴스 등을 확대 양산해 진실을 거짓으로 호도하고 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부분에 대해선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이번 국감에선 눈길을 사로잡는 다양한 소품들이 등장했다. 소총과 로봇부터 한복과 맷돌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적절한 ‘퍼포먼스’였다는 평가와 함께 ‘쇼’라는 비판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기정통부) 소속 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과기정통부 국감에 맷돌을 가지고 왔다. 크기가 작은 맷돌이었다. 

박 의원은 맷돌을 보이며 유영민 과기정통부장관에게 “맷돌 손잡이를 뭐라고 부르는지 아느냐”라며 “어처구니라고 한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당연한 말을 대통령이 하는데 이게 기사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이어 같은 당 박성중 의원은 가정용서비스 로봇을 꺼내들었다. LG전자가 올 연말 출시할 제품 ‘클로이’였다. 박 의원은 로봇을 향해 “의원님들께도 인사 한 번 드리자, 헤이 클로이!”라고 말했지만 생각만큼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로봇이 재차 응답하지 않자 박 의원은 “내가 사투리를 쓰니까 서울 로봇은 못 알아듣는가 보네”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결국 클로이는 인사말을 전했고, 박 의원은 “아주 잘했어”라며 로봇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박 의원은 “국내 산업용 로봇은 근로자 1만명당 531대 수준으로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서비스용 로봇은 그렇지 않다”며 질의를 이어갔다.

국감장에 소총이 등장하기도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K-11 복합형소총을 가져왔다. 

김 의원은 “K-11은 내구도와 명중률이 현저히 떨어져 총기로서 기능을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이제라도 개발을 중단하고 현대전에 필수적인 개인용 무전기와 야간투시경, 주·야간 조준경 등을 보병전투원 전원에게 지급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 관계자는 해당 소총을 견착해 조준 자세를 선보이기도 했다. 

문체위 국감에는 한복과 태권도복이 등장했다. 바미당 김수민·이동섭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두 의원은 한복과 태권도복을 직접 입고 국감장에 출석했다.

주목받은 국감 스타는 누구?
다양한 소품·의상으로 눈길

김 의원은 지난 16일 개량 한복을 입고 문화재청 국감장에 나타났다. 이날 김 의원은 “종로구청이 퓨전 한복은 고궁 출입 시 무료 혜택을 주지 않기로 하고 문화재청 가이드라인을 따르겠다고 했다”며 “한복의 기준을 가볍게 다루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최근 종로구청은 고궁 출입 시 한복을 입고 올 때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개량 한복은 혜택 대상서 제외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 의원은 “개량 한복의 아름다움에 많은 관람객들이 경복궁을 찾는다”며 “한복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선 감독에 대한 질의로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손 의원이 김 의원 옆 자리에 앉아있었다. 손 의원 역시 이날 개량 한복을 입고왔다. 유명 디자이너 출신인 손 의원은 패션 개량 한복을 선보였다. 공교롭게도 김 의원 역시 선 감독을 향한 부적절한 내용의 질의로 도마에 오른 적이 있었다. 

김 의원은 당시 문체위 국감서 선 감독에게 무기명으로 처리된 두 선수의 기록이 적혀있는 판넬을 보이며 “누구를 뽑겠느냐”고 질문했다. 두 선수는 오지환 그리고 김선빈 선수였다. 오지환 선수는 당시 제기됐던 선수 선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었다. 

기록으로 봤을 때 김선빈 선수를 뽑는 게 상식적이지만 대표팀에는 오지환이 올랐다. 문제는 김 의원이 제시한 자료가 작년 통계였다는 것이다. 대표팀 명단 발표는 지난 6월에 있었다. 

김 의원 역시 손 의원과 함께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비판을 받은 두 의원이 나란히 개량 한복을 입고 국감장에 출석한 셈이다. ‘문화적 상상력’을 언급한 안민석 문체위원장의 제안과 한복의 대중적 확산을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야구와 관련된 비판이 꺼지지 않던 시점이라 두 의원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존재감 부각만
부작용도 있어

문체위 소속 이 의원은 지난 18일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12개 기관에 대한 국감서 태권도복을 입고 등장했다. 태권도 공인 9단인 이 의원은 “지난 3월 본회의서 의결한 ‘태권도 국기 지정법’이 오늘부터 시행된다”며 “그것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문화계 산하기관 국감임에도 도복을 착용했다”고 설명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신입생 국감 성적표

지난 6·13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12명의 ‘국감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재보선에서 당선된 12명은 최재성, 김성환, 맹성규, 윤준호, 윤일규, 송갑석, 송언석, 이상헌, 이후삼, 이규희, 서삼석, 김정호 의원이다. 4선의 최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모두 초선이다. 

여의도 신입생들은 이번 국감서 결정적인 장면을 남기지 못했다. 대부분이 초선인 데다 국감을 준비할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생활 밀착형 정책을 제안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최 의원은 보충역 관리문제, 김 의원은 리콜 조치 대상 장난감의 시중 유통 문제, 맹 의원은 의료사고 등을 지적했다.

송갑석·송언석 의원은 각각 전통시장 소화 설비 문제와 광주 아파트값 문제를, 윤준호·윤일규 의원은 각각 강원도 라돈 수치 문제와 대리수술 의혹을 꺼내들었다.

이상헌·이후삼·이규희 의원은 차례로 도서정가제 점검, 서울 노후 하수관 문제, 교차로 신호등 시간 표시제 등을 제시했다. 또한 서 의원은 동해안 바다 사막화 문제를, 김 의원은 민자 고속도로 요금 문제를 제기했다. <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