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탈세 의혹’ 연예인 리스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0.29 10:13:34
  • 호수 11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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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겨둔 ‘톱스타 비자금’ 턴다

[일요시사 취재 1팀] 박창민 기자 = 그동안 연예인 탈세는 좀처럼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최근 국세청이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대기업·중견기업 사주 일가를 비롯해 의사와 교수, 연예인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연예계 탈세가 수면 위에 올랐다. 거물급 연예인들이 탈세로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탈세로 구설에 올랐던 연예인들을 짚어봤다. 
 

지난 9월부터 국세청이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대기업·중견기업 사주 일가를 비롯해 의사와 교수, 연예인 등 93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세청은 “조세회피처를 이용하거나 해외 현지법인과 정상거래 위장 등으로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 65개와 개인 28명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 대상에는 대기업·대자산가 외에 해외 투자나 해외 소비 시 돈의 출처가 불분명한 중견기업 사주 일가, 고소득 전문직 등이 포함됐다. 고소득 의사·교수 등과 일부 펀드매니저, 연예인도 조사 대상에 들어갔다. 

세금 안 내고…
조세도피처로?

국세청은 조세회피처를 이용하거나 미신고 해외 계좌를 이용해 국외로 재산을 도피한 사례, 해외 현지법인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과 편법 상속·증여 등의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조사 대상은 탈세 제보, 외환·무역·자본거래, 국가 간 금융정보 교환 자료, 해외 현지 정보 등을 종합 분석해 선정됐다. 특히 이번에는 조세회피처인 케이만군도와 BVI(영국령 버진아일랜드)로부터 받은 금융 정보를 활용했다.

국세청은 올해엔 금융 정보를 제공받는 국가가 스위스를 포함, 78개국서 98개국으로 확대될 예정인 만큼 조사 효율성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역외탈세 조사는 대기업·대재산가 위주로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중견기업 사주 일가와 연예인 등 고소득 전문직까지 검증 대상이 확대됐다.

역외탈세 자금의 원천이 국내 범죄 혐의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범죄 혐의와 관련된 내용은 정부 차원의 '해외 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과 공조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탈세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한 단순 소득·재산 은닉서 지주회사 제도 등을 악용해 탈세한 자금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복잡해지는 추세다. 친인척 등의 미사용 계좌를 이용한 재산 은닉은 미신고 해외신탁·펀드를 활용하거나 차명 해외법인의 투자금으로 자금을 세탁하는 방식으로 은밀해지고 있다. 

탈세 유형이 이전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진화한 배경에는 전문가 집단의 적극적인 조력이 있는 것으로 국세청은 판단하고 있다.
 

그동안 세무조사 대상에 오른 연예인들의 이름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지난 지난달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서 “조사받는 유명 연예인의 정확한 숫자는 말하기 곤란하다”며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으로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사람이다. 탈세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세무조사를 받은 연예인들의 명단이 서서히 오르내리고 있다. 

내조의 여왕, 김남주

최근 배우 김남주가 국세청 조사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방국세청 산하 삼성세무서 조사과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일정으로 김남주에 대한 개인 통합세무조사를 진행했다.

개인 통합세무조사란 소득세뿐 아니라 개인 사업과 관련된 부가가치세, 원천세 등을 함께 조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속세와 증여세, 양도소득세 등 재산과 관련된 세금은 조사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국세청은 김남주에 대한 세무조조사에서 경비 처리를 제대로 했는지, 수입 금액 누락 여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는 약 15일간 진행됐고, 추징금 규모는 현재 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남주 측은 “김남주는 성실납세자라 15년 만에 랜덤으로 받은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라며 “조사 끝에 아무 문제 없는 것으로 끝났다”고 설명했다. 

꽃미남 배우, 장동건

연예계와 사정기관에 따르면 강남세무서 조사과는 이달 초 배우 장동건을 상대로 한 개인 통합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동건의 개인 통합세무조사가 연예인 탈세 조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동건 측은 “장동건은 그간 성실납세자라 세무조사를 몇년간 받지 않았다. 이번에는 수년 만에 랜덤으로 진행된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다. 조사를 잘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동건은 앞서 탈세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2017년 11월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의 한국인들 2017’서 장동건이 대주주로 있던 회사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영화 관련 페이퍼컴퍼니에 투자한 사실을 확인했다.

국세청 연예계 전격 세무조사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

<뉴스타파>는 버뮤다 법률 회사 애플비의 유출 문서를 통해 장동건이 출연한 영화 <워리어스 웨이>이 관련된 문서들을 발견했다. <워리어스 웨이>를 제작한 한국의 보람엔터테인먼트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한 페이퍼컴퍼니의 계약서였다. 

페이퍼컴퍼니의 이름은 ‘론드리 워리어 리미티드’. ‘론드리 워리어’는 영화 <워리어스 웨이>의 기획단계 명칭이었다. 보람엔터테인먼트는 저작권을 포함해 영화와 관련한 일체의 권리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페이퍼컴퍼니 ‘론드리 워리어 리미티드’에 넘겼다.

영화 <워리어스 웨이>와 관련된 또 다른 계약서도 발견됐다. 스타엠이라는 한국 회사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있는 페이퍼컴퍼니 론드리 워리어 리미티드에 투자를 한다는 내용이다. 투자 금액은 1000만달러(110억원) 가량이다. 투자금은 론드리 워리어 리미티드가 지정하는 뉴질랜드의 은행 계좌에 넣도록 돼있다.
 

그런데 스타엠은 장동건의 매니저 출신이 설립한 회사다. 장동건 역시 회사 설립 당시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였다. 조세도피처의 페이퍼컴퍼니와 계약이 체결됐던 2007년 11월에는 3%서 4%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엠의 주가는 장동건이 유상 증자를 받을 때나 론드리 워리어에 대한 투자 계약이 공개됐을 때 이른바 연예인 효과로 인해 급등하기도 했다. 그동안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자신의 음악 저작권을 옮겨둔 사실이 밝혀졌다. 

연극계 대모, 윤석화

배우 윤석화도 국세청의 타깃이 됐다. 국세청은 최근 윤석화와 남편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을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국세청이 지난 12일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과 개인을 자체 선별한 후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할 때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윤석화 부부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요원들을 전격 투입했다. 

국제거래조사국은 여느 지방국세청 조사국과 달리 국내외 기업이 소득이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이른바 역외탈세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곳이다.

윤석화 부부는 2013년 5월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3차 명단을 공개할 당시 1990년부터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프리미어 코퍼레이션 등 6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김 전 사장은 버진아일랜드에 1990년 프리미어코퍼레이션과 2001년 자토 인베스트먼트, 1993년 PHK홀딩스리미티드를 세웠다. 1993∼2005년 사이 윤석화는 김 전 사장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가운데 멀티-럭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  STV아시아, 에너지링크홀딩스의 주주로 등재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사장은 국내서 처음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이 회사 이름으로 주식을 매매해 수익을 얻는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이었다. 

서울대(경영학과)와 미국 하버드대를 나온 그는 주식과 국제 금융 전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후 외화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고 중앙종금은 부실기관으로 지정된 후 파산했다.

당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윤석화는 자신이 발행인으로 있는 월간 <객석>을 통해 “남편의 사업을 돕고자 이름을 빌려줬던 사실은 있지만,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고, 여기에 임원으로 등재한 사실은 몰랐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일각에선 조세피난처가 개인과 기업의 대규모 탈세 창구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는 여느 조사와 달리 강도 높게 진행될 개연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거액의 세금 추징과 함께 검찰 고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엘레지 여왕, 이미자

가수 이미자는 지난 9월, 세금 부과 불복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서 패소했다. 2년 전, 탈세 의혹에 휘말려 세무조사를 받은 이미자는 이번 소송서 패소하면서 세금 19억9000만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서울행정법원은 “공연료 수입액보다 턱없이 적은 금액만 신고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은닉행위를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19억9000만원의 세금 중 일부를 취소해달라는 이미자의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세무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이미자는 지난 2006년부터 10년간 가수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 76억원 중 58%에 해당하는 44억원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그간 매니저를 통해 현금으로 공연수익금을 받거나 아들에게 현금 증여하는 방식으로 수입을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탈루 방식 복잡·정교하게 진화
그동안 구설에 올랐던 스타는?

그의 탈세 의혹은 지난 2016년 8월 16년간 이미자의 공연을 관리했던 공연기획사 이광희 하늘소리 대표에 의해 폭로됐다. 당시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미자가 10년간 공연료 소득 35억원을 10억원으로 축소 신고했다”며 “25억원의 소득을 누락 신고하고 자사에 대납을 요구해 금전적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그는 “이미자 스스로 탈세한 사실을 밝혔다”며 이미자와의 전화통화 육성 녹음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류스타 장근석

배우 장근석은 2015년 100억원 이상의 추징금을 납부한 바 있다. 당시 장근석의 순수 탈세액만 100억원에 육박하며, 소득신고 누락액은 수백억원대로 추정됐다. 장근석은 중국 등 해외활동 수입의 상당 부분을 신고하지 않았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이를 적발해 추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에 대해 별도의 고발 조치 없이 세무조사를 마무리했다. 
 

장근석의 해당 탈세 사건 조사는 2014년 11월에 종결됐다. 그해 6월부터 반년에 걸쳐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장근석은 100억원대 추징금을 납부한 것으로 보인다. 

소속사는 이에 대해 반박했다. 장근석이 외화수입 탈세로 인한 특별 세무조사를 받은 것도 아니고 장근석이 소속돼있는 소속사의 정기적인 세무조사였다고 주장했다. 또 정기 세무 조사에는 성실히 임했고, 관계당국의 조사과정서 당사의 회계상의 오류로 인한 일부 잘못된 부분에 대해 수정신고 후 납부를 완료한 상태라고 했다. 

당시 소속사 측은 “실체적, 절차적인 부분에 맞춰 납부의무를 명확히 이행하였고 관계당국도 고의성이 없음을 인정해 고발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검찰조사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 보도과정서 마치 장근석이 거액의 추징금을 내고 탈세한 혐의가 있다는 추정 보도를 내며 그것이 사실인양 지속적인 보도가 돼 대중들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어 배우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이에 당사는 심히 유감을 느낀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연예인에 대한 국세청 탈세 조사가 역외탈세에 국한돼있다. 하지만 세무업계는 연예인들 사이서 최근 재테크 수단으로 자주 활용하는 빌딩(단독주택 등)을 매입 후 관리하는 과정서 소득탈루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 홍대나 이태원, 강남 등에서 빌딩이나 단독주택을 매입 한 후 리모델링을 거쳐 카페나 음식점으로 용도를 변경해 영리활동에 나서는 연예인들이 종종 있는데 가족이나 친척에게 영업장 관리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소득세, 부가가치세, 증여세를 탈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상가나 사무실을 특수관계인에게 무상 임대했다면 주변 상권의 크기가 같은 상가나 사무실이 내년 임대료를 기준으로 10%를 부가가치세가 추징된다. 만약 무상 임대한 것과 크기가 똑같은 상가나 사무실이 없다면 세법이 정한 계산방법에 따라 과세표준이 결정된다.

소문 속 주인공
계속 나올 전망

무상으로 임대해준 연예인은 부당행위계산 부인 문제가 발생한다. 현행 소득세법은 특수관계인에게 용역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부당하게 조세부담을 감소시킨 자에게 소득세를 부과한다. 

무상으로 상가를 빌려 쓴 가족이나 친척은 증여세 추징이 발생할 수 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특수관계인이 부동산을 무상으로 사용하고 이익을 얻는 경우, 이를 특수관계인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

증여재산가액은 무상사용한 날로부터 5년마다 5년간의 무상사용을 이익을 한꺼번에 과세하는데, 5년간 증여재산가액이 1억원 미만이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경우 바쁜 스케줄로 인해 자신이 직접 빌딩을 관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역외탈세의 경우 그 규모가 매우 크고 복잡한 반면 국내 탈세 유형은 비교적 흔히 일어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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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