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강사법의 발전을 위한 제안
<박재희 칼럼> 강사법의 발전을 위한 제안
  • 박창민 기자
  • 승인 2018.10.29 10:46
  • 호수 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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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출강하는 시간강사의 근로조건과 지위 등을 개선하기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른바 ‘강사법’)은 2012년 국회를 통과한 이후 7년여 동안 다섯 차례 시행이 유예되면서 개정을 거듭했다.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한 담은 개정안임에도 불구하고 시간강사들의 반대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대학들도 예산 문제 등을 들어 난색을 표했다.

지난달, 장시간 공전하던 개정안에 대해 강사 및 대학 대표, 전문가 등 12명으로 구성된 협의회가 약 5개월간 논의 끝에 합의안을 마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합의안에 따르면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보장하고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하던 근로조건을 법령에 명시하도록 했다. 임용기간은 최소 1년 이상으로 하고 최소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한다. 학기 당 강의 시간은 주 6시간 이하로 하고 방학기간 중에도 임금을 지급한다.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도 않은 합의안의 내용을 평가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다만, 합의안대로  시행된다고 가정할 때 보완해야 할 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강사의 근로시간을 정해야 한다. 최근 광주지방법원 재판부는 시간강사 퇴직금청구 소송 판결서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연구·자료수집·수강생 평가·관련 학사행정업무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일 것이다. 반면, 같은 판결에 명시 된 “경험칙 상 강의시간 2-3배의 준비시간이 필요하다”는 내용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강의 시간이 같더라도 동일한 강의를 두 차례 하는 것과 두 종류의 강의를 한 차례씩 하는 경우의 준비시간은 다를 것이다. 박사과정 강의와 대학교 1학년이 주로 수강하는 강의의 준비 시간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같은 과목의 수업을 할지라도 처음 강의를 맡은 강사는 수년 간 해당 과목을 반복해 강의한 강사보다 더 많은 준비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유사 판례들도 개별적 사실 관계에 따라 결론이 다르다. 1주 당 9시간가량 강의한 사례에 대해 준비시간을 인정해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한 판례가 있는 반면, 준비 시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퇴직금은 1주 당 15시간 이상을 근무한 자에게 지급한다. 주 6시간을 강의했을 때 그 2배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면 퇴직금이 지급 대상이 아니고, 3배를 인정하면 퇴직금 지급대상이 된다. 

주 당 근로시간은 주휴일과 연차휴가 적용 여부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강사의 근로시간이 얼마나 인정되는지를 재판을 해보기 전에는 가늠할 수가 없다. 

퇴직금 등의 지급 또는 수령 여부를 불안정한 상태에 놓아서는 안 된다. 대학으로서는 큰 교비 지출이고 강사에게는 중요한 생활의 원천이다. 법령, 고시나 지침 등으로 이를 확정하거나 확정할 방법을 마련해줘야 불필요한 소송이나 예측하지 못한 경제적 타격을 막을 수 있다. 

근로시간을 확정하지 못하면 대학은 강사 당 5시간 미만의 강의를 배정하고자 하는 유인을 갖게 되는데 이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순기능은 아닐 것이다. 

또 하나 제안할 사항은 방학 중에 지급하는 금품의 성격과 그에 맞는 지급 수준을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사의 생활 안정을 위해 방학 중에도 일정한 금액을 지급한다는 취지는 수긍할 만하다.  

그런데 강사가 방학 중에 지급받는 금품은 과연 무엇인가? 단순히 월급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월급, 다시 말해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되려면 그것이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강사에게 논문 작성 등 의무가 부과된 것이 아니라면 이를 반드시 근로의 대가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방학 중에도 본연의 업무인 강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간주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통상적인 정신노동을 하는 회사원이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자발적으로 학원에 다니며 공부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강사가 방학 중에 받는 금품의 성격이 임금인지 여부에 따라 노동관계법 적용에 미묘한 차이가 생긴다. 근로의 제공이 없다면 방학 중에 받는 금품은 강의를 할 때에 받는 급여와 견줘볼 때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할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방학 중에 지급되는 금품의 성격과 수준에 대한 합의도 필요하다. 강사에게 논문 게재 등 연구 의무를 부여하는 것도 해결방법이 될 수 있다. 연구에 대한 열정과 목표가 있는 강사들이 많을 것이다. 이들에게 연구를 하게 함으로써 방학 중에 지급되는 금품을 임금으로 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또, 각 전공 학문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전임교원 중심으로 이뤄지는 연구실적 평가를 해당 대학의 공적보험 가입자를 기준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내년 1월1일에 개정 강사법이 시행된다면 두 달 남짓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교육부와 대학의 관계자 및 강사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관심과 노력으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순조롭게 시행돼 소기의 목적이 잘 달성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