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강사법의 발전을 위한 제안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0.29 10:12:32
  • 호수 11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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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출강하는 시간강사의 근로조건과 지위 등을 개선하기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른바 ‘강사법’)은 2012년 국회를 통과한 이후 7년여 동안 다섯 차례 시행이 유예되면서 개정을 거듭했다.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한 담은 개정안임에도 불구하고 시간강사들의 반대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대학들도 예산 문제 등을 들어 난색을 표했다.

지난달, 장시간 공전하던 개정안에 대해 강사 및 대학 대표, 전문가 등 12명으로 구성된 협의회가 약 5개월간 논의 끝에 합의안을 마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합의안에 따르면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보장하고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하던 근로조건을 법령에 명시하도록 했다. 임용기간은 최소 1년 이상으로 하고 최소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한다. 학기 당 강의 시간은 주 6시간 이하로 하고 방학기간 중에도 임금을 지급한다.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도 않은 합의안의 내용을 평가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다만, 합의안대로  시행된다고 가정할 때 보완해야 할 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강사의 근로시간을 정해야 한다. 최근 광주지방법원 재판부는 시간강사 퇴직금청구 소송 판결서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연구·자료수집·수강생 평가·관련 학사행정업무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일 것이다. 반면, 같은 판결에 명시 된 “경험칙 상 강의시간 2-3배의 준비시간이 필요하다”는 내용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강의 시간이 같더라도 동일한 강의를 두 차례 하는 것과 두 종류의 강의를 한 차례씩 하는 경우의 준비시간은 다를 것이다. 박사과정 강의와 대학교 1학년이 주로 수강하는 강의의 준비 시간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같은 과목의 수업을 할지라도 처음 강의를 맡은 강사는 수년 간 해당 과목을 반복해 강의한 강사보다 더 많은 준비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유사 판례들도 개별적 사실 관계에 따라 결론이 다르다. 1주 당 9시간가량 강의한 사례에 대해 준비시간을 인정해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한 판례가 있는 반면, 준비 시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퇴직금은 1주 당 15시간 이상을 근무한 자에게 지급한다. 주 6시간을 강의했을 때 그 2배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면 퇴직금이 지급 대상이 아니고, 3배를 인정하면 퇴직금 지급대상이 된다. 

주 당 근로시간은 주휴일과 연차휴가 적용 여부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강사의 근로시간이 얼마나 인정되는지를 재판을 해보기 전에는 가늠할 수가 없다. 

퇴직금 등의 지급 또는 수령 여부를 불안정한 상태에 놓아서는 안 된다. 대학으로서는 큰 교비 지출이고 강사에게는 중요한 생활의 원천이다. 법령, 고시나 지침 등으로 이를 확정하거나 확정할 방법을 마련해줘야 불필요한 소송이나 예측하지 못한 경제적 타격을 막을 수 있다. 

근로시간을 확정하지 못하면 대학은 강사 당 5시간 미만의 강의를 배정하고자 하는 유인을 갖게 되는데 이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순기능은 아닐 것이다. 


또 하나 제안할 사항은 방학 중에 지급하는 금품의 성격과 그에 맞는 지급 수준을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사의 생활 안정을 위해 방학 중에도 일정한 금액을 지급한다는 취지는 수긍할 만하다.  

그런데 강사가 방학 중에 지급받는 금품은 과연 무엇인가? 단순히 월급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월급, 다시 말해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되려면 그것이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강사에게 논문 작성 등 의무가 부과된 것이 아니라면 이를 반드시 근로의 대가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방학 중에도 본연의 업무인 강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간주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통상적인 정신노동을 하는 회사원이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자발적으로 학원에 다니며 공부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강사가 방학 중에 받는 금품의 성격이 임금인지 여부에 따라 노동관계법 적용에 미묘한 차이가 생긴다. 근로의 제공이 없다면 방학 중에 받는 금품은 강의를 할 때에 받는 급여와 견줘볼 때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할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방학 중에 지급되는 금품의 성격과 수준에 대한 합의도 필요하다. 강사에게 논문 게재 등 연구 의무를 부여하는 것도 해결방법이 될 수 있다. 연구에 대한 열정과 목표가 있는 강사들이 많을 것이다. 이들에게 연구를 하게 함으로써 방학 중에 지급되는 금품을 임금으로 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또, 각 전공 학문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전임교원 중심으로 이뤄지는 연구실적 평가를 해당 대학의 공적보험 가입자를 기준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내년 1월1일에 개정 강사법이 시행된다면 두 달 남짓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교육부와 대학의 관계자 및 강사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관심과 노력으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순조롭게 시행돼 소기의 목적이 잘 달성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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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