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국회 문턱 넘은 3인의 헌법재판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0.22 10:00:55
  • 호수 11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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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사법기관 드디어 정상화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사법부 최고 기관인 헌법재판소가 한 달 만에 정상화될 조짐이다. 김기영·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인준됐다. 그동안 정치권서 여야간 이견으로 국회 추천 몫이었던, 신임 재판관들에 대한 표결 합의가 늦어졌다. 
 

국회는 지난 17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 몫 재판관 후보자 3명의 선출안을 의결했다. 교섭단체 여야 3개 정당이 각각 추천한 김기영(더불어민주당), 이종석(자유한국당), 이영진(바른미래당) 재판관 후보자의 선출안은 연기식 무기명 투표 결과 모두 가결됐다.

김기영 재판관은 총 238표 가운데 찬성 125표, 반대 111표, 기권 2표를 얻어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다. 이종석 재판관과 이영진 재판관에 대한 찬성표는 각각 201표, 210표였다. 이종석 후보자는 반대 33표, 기권 4표를, 이영진 후보자는 반대 23표, 기권 5표를 각각 얻었다.

재판 심리 올스톱 
한 달 만에 정상화

앞서 여야는 인사청문회를 끝내고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서 선출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인준에 진통을 겪어왔다. 자유한국당이 김기영 재판관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문제 삼으며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면서 사달이 났다. 

자유한국당은 “법원 내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정치적 편향성을 갖는 단체라며 김기영 재판관에게 공정한 헌법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판관 후보자를 서로 교차 지명하기로 내부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나돌면서 자유한국당의 반대는 더욱 거세졌다. 더불어민주당이 김기영 재판관을 선출해주는 대신 김 대법원장이 대표적인 진보성향 법조인인 이석태 재판관을 지명하기로 사전에 약속했다는 의혹이다.

정치적 편향, 내부지명 의혹 제기
여야 진통 끝에 결국 선출안 가결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김기영 재판관이 실제로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더불어민주당과 대법원장이 교차 지명에 사전교감 했는지 등 의혹을 뒷받침할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정치적 공세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헌법재판소 정상화를 위해 선출안 표결을 하기로 합의하면서 사태 해결의 물꼬가 터졌다.

한 달 가까이 이어져온 재판관 ‘6인 비상체제’가 해소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19일부터 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과 서기석·조용호·이선애·이은애·이석태 재판관 등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가운데 7명이 출석해야 회의를 열 수 있다. 그런데 사건 심리에 필요한 재판관 수인 7명을 못 채운 채 한 달간 이어져온 것이다. 그동안 심리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당연히 위헌 여부에 대한 결론도 내릴 수 없다.

낙태, 위안부…
산적한 숙제들

헌법재판소의 중요 사안을 의결하는 재판관회의 구성도 불가능했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회의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7명의 재판관이 출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관련된 내부규칙은 물론 새로 접수된 사건을 누구에게 배당할지에 대한 결정도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헌법재판 사건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 사건과 최저임금제 위헌 여부 사건 등 사회 구성원 간 갈등이 깊은 사건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와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사드(THAAD) 배치 승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박근혜정부서 시행된 각종 행정조치의 위헌 여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엄격한 김기영

김기영 재판관은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판사로 평가받는다. 충남 홍성 출신인 김기영 재판관은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육군 법무관으로 복무한 뒤 1996년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특허법원 판사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지난 2월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를 맡았다. 지식재산권 관련 재판을 오랫동안 맡아 특허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갖춘 판사로 평가받는다.

국가권력 남용에 대해서는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판결을 자주 내렸다. 2015년 9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서 “긴급조치는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기존 대법원 판례를 깨고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014년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맡아 이른바 ‘그루밍 성범죄’(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자행하는 성범죄)에 대한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법원 안팎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법원 내 진보적 성향 판사 모임이라는 평가를 받는 ‘국제인권법연구회’간사를 지냈다. 김 대법원장이 이 단체의 회장을 지낸 바 있다.

2009년 광주지법 부장판사 시절엔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인 신영철 전 대법관의 이른바 ‘촛불재판 개입 의혹’을 폭로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이 같은 이력이 알려지면서 인사청문회 과정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정치적 편향성’이 의심된다며 헌법재판관 임명을 반대하고 나섰다.

김기영 재판관은 청문회서 세 차례의 위장전입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두 자녀의 사립 초등학교 추첨을 위한 것으로, 아내가 했던 일이지만 제가 잘 살피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사과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 아내의 위장 취업 의혹에 대해서도 “아내가 혼자 재산 관리도 하고 교육 문제도 해결했다”고 답변했다. 김기영 재판관 가족은 총 세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 충남 논산에 거주하던 2001년 12월과 대전에 살던 2005년 12월 각각 아들과 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서울 종로구와 양천구로 위장전입했다. 

2006년 1월의 경우엔 부동산 투기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당시 다른 가족은 경북 구미에 있는 김기영 재판관 처가 거주했는데, 아내만 1년 넘게 일산 신도시에 전입해 있었다. 문재인정부의 ‘고위 공직 배제 7대 원칙’ 중 위장전입은 2005년 7월 이후를 기준으로 한다. 

김 후보자는 이 기준을 두 차례 위반한 셈이다. 그는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했다.

야당은 김기영 재판관의 아내가 2013년부터 약 5년간 어머니 회사서 급여 명목으로 총 3억8000만원을 받은 것에 대해 위장취업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은 “상근도 아닌데 이사로 등재해 월급만 받았던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기영 재판관은 “국민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유념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도덕교사 이종석

이종석 재판관은 법원 내에서 ‘도덕교사’로 불릴 정도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북 칠곡 출신인 이 내정자는 대구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3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9년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 대구지법 부장판사, 대전·서울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원장 등을 지냈다.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원칙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워 판결을 내렸다. 이런 성품 덕분에 헌법재판서도 소신에 따른 결정을 내리지 않겠냐는 평을 듣는다. 원칙론자로 꼽히면서도 다양한 재판업무 경험을 토대로 현대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대변하고 조화시켜 사회통합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2년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동양그룹, 웅진그룹, STX그룹 등 굵직한 기업 회생사건을 맡아 다양하고 복합적인 채권자들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회생절차를 효과적으로 이끌었다.

당시 기업회생절차를 간소화하고 채권단 의견을 반영해 단기간 내에 회생절차 졸업을 유도하는 '패스트트랙 절차'를 처음으로 도입해 기업회생 절차를 효율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14년 MBC가 사측에 비판적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낸 전보발령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듬해 10월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전보발령효력정지 가처분’ 항고심서 기각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종석 재판관은 인사청문회서 “이후 본안재판서 다른 판결이 확정됐기 때문에 기각 판단은 잘못됐다고 판단된다”며 유감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종석 재판관은 청문회 과정서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키코(KIKO)에 관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고법 부장판사였던 2011년 5월 중장비 제조수출업체인 수산중공업이 “부당한 키코계약으로 입은 손해를 물어내라”며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서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는 키코분쟁에 대한 항소심 첫 판단이었다. 

최근에 키코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에 정부 운영 협력 사례로 언급돼 재판거래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행정처는 ‘상고법원을 위한 BH설득방안’으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음”이라며 특정 판결들을 기재했다. 이 중 키코 사건은 이 후보자가 한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례가 적혀 있다. 

이종석 재판관은 “(판결 당시) 재판거래 의혹이 전혀 없는 시점이고 사건 처리와 관련해 어느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한 적 없다”며 “순수하게 민사사건 원칙과 법리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고 결론을 도출하는 데 다른 고려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이종석 재판관은 1982∼1996년까지 위장 전입을 5차례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헌법통 이영진

이영진 재판관은 법원 내에서 ‘자타공인’으로 국민 기본권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충남 홍성 출신인 이영진 재판관은 서울 남강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한 후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청주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과 전주지법·수원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2009년 법원을 떠나 2년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1년 판사로 재임용된 뒤에는 사법연수원 교수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헌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해 법원 내에서는 ‘헌법통’으로 불린다. ‘헌법상 의회의 대정부견제권’과 ‘헌법상 영토·통일조항의 개정논의와 남북특수관계론’ 등 다수의 헌법 관련 논문을 저술했다. 

2015년 부산고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경남지방변호사회가 선정하는 우수법관으로 뽑혔고, 법원 내 ‘솔로몬 문학회’ 회장도 맡아 문학에도 조예가 깊다.

그는 각종 시국사건서 헌법상 보장된 국민 기본권을 국가권력보다 우선시하는 다수의 판결을 내려 기본권보장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불어 각종 재판 심리 때나 판결문 작성 시 헌법적 가치와 기본권보장을 중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8월에는 ‘긴급조치 9호’ 혐의로 징역형을 살았던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의 재심서 40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1975년 징역 12년의 판결이 확정된 김승효씨의 재심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의 삶을 그린 영화 <자백>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영진 재판관을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한 바른미래당은 “헌법의 이론과 실무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25년간 법조인으로서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앞장서왔다”고 추천 사유를 밝히기도 했다.

인사 청문회서 이영진 재판관의 ‘편법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2009년 법관직을 그만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임명된 후 2011년 법관으로 재임용됐다. 이에 대해 이영진 재판관은 “2009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서 법사위 전문위원을 외부직으로 뽑는다며 제게 의향을 물었고, 전문위원 임기를 마친 후 다시 채용하는 절차를 거쳐 법관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의견 교감을 받고 국회로 갔다”고 밝혔다.

6인 체제 끝내고 9인 완성 
‘마비’ 헌법재판소 재가동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이영진 재판관이 현직 법관 신분을 유지한 채로 전문위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우회적인 방법을 썼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재판관은 2009년 수원지법 부장판사 시절 법관직을 그만두고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으로 임명된 후 2011년 임기를 마치고 곧바로 법관으로 재임용돼 사법연수원 교수로 근무했다.

이영진 재판관은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서는 도덕성과 관련된 의혹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다른 정당서도 이영진 재판관을 반대하자는 의견은 없었다. 당시 바른미래당은 이영진 재판관 한 명이라도 청문회를 통과시키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의 반대로 이루지 못했다. 


<cmp@ilyosisa.co.kr>

 

[김기영]

▲충남 홍성 ▲홍성고-서울대 법대 ▲인천지법 판사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 ▲특허법원 판사 ▲광주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이종석]

▲경북 칠곡 ▲대구 경북고-서울대 법대 ▲인천지법 판사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 ▲대구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전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원장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이영진]

▲충남 홍성 ▲남강고-성균관대 법대 ▲청주지법 판사 ▲법원행정처 사법제도연구담당 판사·사법정책담당관 ▲서울고법 판사 ▲전주지법 부장판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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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한 달에도 몇 번씩 험지를 찾아 선거 유세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 그는 진보 진영에서조차 ‘강성 중 강성’으로 꼽힌다. 차가운 보수의 심장을 녹일 정 대표의 험지 공략법은 무엇일까? 6·3 지방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선거가 100일도 더 남은 시점부터 선거 전략을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 대표가 된 순간부터 6월3일 출구조사 발표 날을 상상했다”며 “실무자들에게 새벽 5시 일정을 좀 잡으라고 했다. 새벽 시장에 가겠다. 그리고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다니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후보들 앞으로 이어 “‘대표부터 우리 후보, 당원들, 선거운동원들까지 지극 정성을 다하면 결국 하늘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재명정부를 가장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험지인 지역에는 각각 ▲전재수 부산시장 ▲김부겸 대구시장 ▲오중기 경북도지사 ▲김상욱 울산시장 등이 후보로 나선다. 정 대표는 이곳에 도전한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승리를 위한 필승카드”라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지난 18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울산 남부갑에 전태진 변호사를 공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황희 공관위원장은 “울산 남구갑은 이번 재보궐 선거구 중 민주당 험지에 해당하는 곳”이라면서 “인재 영입 1호 인물을 울산 남구갑에 배치하는 전략공관위 결정은, 가장 험지에 가장 참신하고 뛰어난 후보를 배치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낮은 자세’와 ‘주민 스킨십’을 투트랙으로 험지 표심 사냥에 나섰다. 정 대표는 험지에 출마한 후보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 등 바닥 민심을 훑으며 주민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일 정 대표는 대구를 찾았다. 정 대표는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를 치켜세우며 “대구 선거에서 이길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때마다 대구·경북 그러면 그늘진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김 후보께서 대구에 밝은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울산을 찾아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울산 남부갑에 출마하는 전태진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정 대표는 남구 신정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난 뒤 “울산은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많이 말씀한다”면서도 “오늘 와서 보니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상인이 귓속말로 ‘제가 지금은 빨간 옷을 입고 있는데 마음은 파랗다’고 전했다”며 “울산에도 조심스럽게 파란 바람이 일렁이고 있다. 최선으로 울산 시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후보 손잡고 적진으로 정면 돌파 “막상 오니 파란 물결” 자신감도 충남 보령에서는 “이곳 보령을 누가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하느냐”며 “오늘 와서 보니까 단 한 명도 웃지 않은 분이 없었다. 다들 웃어주고 엄지척 해주고 우리 민주당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어깨에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약 한 달 만에 경남을 다시 찾았다. 이날 정 대표는 욕지도 앞바다에서 선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육지 중심적인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섬마을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허성무 경남도당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정 대표는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경남만 세 차례를 방문했다. 지난달 18일 하동·진주를 찾은 데 이어 23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양산으로 향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남 선거를 분석해 봤을 때 대체로 민주당이 약간 우세한 정도인 것 같다”며 “그래서 부산과 울산, 경남 중에서 민주당이 가장 집중해야 할 지역으로 경남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은 무당층이 다른 지역보다 좀 많은 것으로 제가 파악하고 있다”며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부터 파란 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오늘 섬에 왔다. 경남을 파란 바람으로 물들일 때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험지에서 ‘이곳은 예전처럼 보수 지지세가 강하지 않다’는 여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민심이 과거와 다르게 흐른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밑 작업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험지를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역시 출마 선언 당시 ‘민주당’ ‘이재명’ ‘내란’ 등 보수 지지자에게 반감을 살 만한 내용은 제외하고, “경제 도시 대구를 만들 사람”이라는 실용주의 가치를 내세웠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가 보수의 심장인 TK를 찾는다면 오히려 대구 표심이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그러나 정 대표가 광폭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이미 험지에서조차 표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 있는 자신감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이미지에 묻혀서 그렇지 정 대표는 이기고 지는 싸움에 있어서 굉장히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단어를 써야 민심에 먹히는지 전략을 굉장히 잘 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담이지만 일머리가 좋고 힘쓰는 일도 무척 잘한다고 한다”며 “시장에서 딸기를 상자째 나르고 농촌에서 밭을 갈아엎는 노동 현장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여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여권 프리미엄이 핸디캡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코스피 상승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 등이 맞물려 지금의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텃밭을 비운 사이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경쟁하면 험지도 겨뤄볼 만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 역시 <일요시사>를 통해 “예산 배정과 정책 입법 등은 정부에서 하지만 국회의 역할도 크다. 지금 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고 보수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 대통의 실용주의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 기조와 맞물려 집권 여당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국민의힘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인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행동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보수 결집력이 느슨해진 점 역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가져왔다고 봤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5%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30.0%, ‘잘 모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다. 리얼미터는 “중동 위기 속 원유 대량 확보 및 코스피 6200선 회복 등 경제·에너지 안보 성과가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인권 발언, 현직 대통령 최초 세월호 12주기 참석 등으로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압승 어게인? 민주당도 정당 지지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31.4%를 각각 기록해 19.1%p 격차를 벌렸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5.4%다.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2018년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해당 지방선거는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실시된 첫 전국 단위 선거로, 민주당은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4곳에서 승리해 중앙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쥐게 됐다. 당시 민주당은 처음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곳에 모두 승기를 꽂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와 경북 단 2곳의 광역단체 수성에 그쳐 ‘보수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최대 승부처였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부산 오거돈(55.2%) ▲울산 송철호(52.9%) ▲경남 김경수(52.8%) 후보 등이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민주 계열 정당이 부·울·경 광역단체에서 승리한 사례는 처음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성공한 동진 전략’으로 평가했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사실상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서울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울산 북구 ▲경남 김해을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총 226곳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 한국당이 53곳에 승기를 꽂았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도 서울 서초구를 제외하고는 24개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다시 한번 기대하는 ‘2018 지선 압승’ 지지율 업고 싹쓸이…이번에도 통할까? 당시 민주당의 당대표는 추미애 의원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추미애 대표는 특유의 ‘추다르크’ 성격을 앞세워 험지를 찾았고, 투표 전날에는 마지막 유세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경부선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추 대표는 “영남지역은 저희가 조직을 갖추지 못했는데, 한 분 한 분 눈빛을 지켜보니 과거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8년 전 추 대표가 문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한반도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지금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과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 유세 역시 추 대표는 연설로 표심을 공략한 반면 정 대표는 선상 최고위 회의 등 입체적인 퍼포먼스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2018년 지방선거 역시 ‘보수 막판 결집’이 최대 분수령이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목소리를 낮춘 ‘샤이 보수’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끝내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결국 샤이 보수의 반란은 없었다는 게 당시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문정부 심판론’을 밀어 붙였지만 민심은 집권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과거 사례를 이정표 삼기에 앞서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자세를 낮추고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 대표 역시 “대통령 지지율도 고공행진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보니 일부 후보나 당에서 마치 선거가 쉬운 것처럼, 다 이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쉬운 선거는 없다. 모든 선거는 다 어렵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지방선거가 2018년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방심했다 ‘훅’갈라 이 관계자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 수치는 샤이 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라며 “최근 현장 사진을 보면 험지를 찾은 민주당과 그들을 반기는 시민이 한 컷에 담기는데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물론 샤이보수 성향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가 변수”라며 “보수 결집력이 민주당 험지 선거를 판가름할 하나의 척도”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 나갔다 돌아오니 ‘싸늘’ 아직도 시달리는 대표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지도부가 뚜벅뚜벅 험지로 향하는 사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여전히 방미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위해 방미했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당무가 지연된 점을 언급하며 “열흘이나 집을 비운 가장이 언제 와서 정리하려나 실소만 터져나온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조차 날 선 목소리가 나오자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맹탕 방미’ 논란을 반박했다. 장 대표는 “미국 정부와 의회, 조야를 아울러 많은 분을 만나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며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한미 동맹을 지탱할 신뢰 토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접촉 인사를 묻는 질문에는 “외교 관례상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사퇴 압박에는 “저는 당원들이 선택한 대표”라며 “필요한 거취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