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되면 울릴’ 정계개편 총성

거대 야당이 꿈틀댄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정계개편의 바람이 여의도 국회를 관통하고 있다. 한국당은 바미당에게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평화당 내부에선 일부 의원들의 탈당설이 제기됐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치권 셈법이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다만 정계개편의 바람은 선거제 개편에 달려있다는 게 중론이다. 선거제 개혁을 논의할 국회 정개특위의 활동기한은 12월31일까지다. 그 결과에 따라 개편 여부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정치권 최대 이슈로 정계개편이 손꼽히고 있다. 사실 20대 국회서 정계개편 이슈는 더 이상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계개편은 이미 지난 6·13지방선거 이후 한 차례 국회를 뒤흔든 바 있다. 개편 가능성을 두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와 각종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양당제 체제로의 회귀’까지 언급됐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다당제 체제
깔끔히 정리?

현재 국회는 다당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2020년에 치러질 총선이 차츰 가까워지면서 개편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정계개편 이슈가 국회를 덮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 위원의 ‘보수단일대오 형성’ 발언 때문이다. 

전 위원은 지난 4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대통령제를 계속 고수한다면 소선거구제와 양당제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며 “내년에는 보수 통합 전당대회로 가야 되고, 보수단일대오로 가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밝혔다. 


전 위원은 최근까지도 연일 ‘보수단일대오’를 주장하고 있다.

전 위원의 보수단일대오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의 통합 가능성이 대두됐다. 한때 보수라는 가치아래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였기 때문이다.

바미당 소속 의원들 중 일부는 과거 한국당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을 탈당하면서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소속 의원들의 한국당 복당으로 바른정당은 위기를 겪었다. 바른정당은 훗날 국민의당과 합당했고, 오늘날의 바미당이 창당됐다.

그 연유로 전 위원의 보수단일대오 발언에 바미당이 가장 먼저 언급됐다. 바미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제기된 정계개편서도 한국당과의 통합이 거론된 바 있다.

한국, 연일 바미당 향해 러브콜
바미, 집안 단속 나서며 선긋기

그러나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연일 선을 그었다. 손 대표는 지난 15일 다소 격앙된 상태로 “한국당과의 통합이라는 건 전혀 없다”며 “만약 우리 당에서 갈 사람이 있으면 가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중도우파의 새로운 통합은 바미당을 중심으로 이뤄지지 적폐 청산 대상인 한국당으로 안 된다”며 “한국당은 다음 총선에서 없어질 정당”이라며 작심한 듯 비판을 이어갔다.


한국당의 보수단일대오와 손 대표의 ‘갈 테면 가라’가 충돌하는 양상이다. 한국당은 보수 통합을 외치며 바미당을 흔들고 있다. 바미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후 지지율 답보상태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손학규호가 출범했지만 취임 100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고질적인 당내 통합 문제도 큰 부담이다. 바미당은 손 대표 취임 이후 내부 통합 문제로 잡음이 잦아드는 형국이었지만, 최근 당 통합 문제가 다시금 불거져 나왔다. 이는 당 정체성 논란으로 번졌다.

바미당은 최근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안을 두고 당내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바미당 투톱인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는 판문점 선언 비준안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언주·지상욱 의원 등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 의원은 당의 정강·정책과 함께 지도부의 신임을 묻기도 했다. 바미당 지도부는 지난 8일 의원총회에 조명균 통일부장관을 초청해 당내 갈등을 매듭짓고자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전문가를 모셔서 듣든가 할 일이지 장관을 부르다니 여당이라도 된 줄 착각한 모양”이라며 “아예 대놓고 2중대가 되기로 한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아예 총회에 불참했다.

지선 이후
다시 화두로

지 의원은 의총에 참석해 “조 장관의 의견 개진을 공개가 아닌 비공개로 하겠다고 했고, 일정을 따로 잡아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에 반대하는 전문가의 시간을 잡아주기로 해서 오늘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다만 지 의원은 손 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 비준안에 반대하는 이들을 향해 “냉전적 안보관을 탈피하고, 평화 프로세스서 당당한 야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바미당에는 냉전적 안보관을 가진 의원은 없다. 걱정 말라”며 완전히 물러서진 않았다. 

바미당은 의총 이후 판문점 선언 비준에 대해 “국회 비준대상은 아니다”라며 “대신 당 차원의 지지결의안을 추진하겠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당내 갈등과 지지율 답보 등 회복세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서 한국당의 보수단일대오 발언은 바미당에게 달갑지 않다. 현행 소선거구제로 2020년 총선이 치러질 때 바미당의 선전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바미당은 이미 지난 6월 지방선거서 참패에 가까운 성적을 냈고 지지율도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손 대표는 당의 상황을 고려해 “갈 테면 가라”며 사실상 집안 단속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도 정계개편의 바람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평화당 초선 의원들의 ‘탈당설’이 새어나오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다. 탈당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김경진·이용주 의원이다. 김 의원과 이 의원은 왕성한 대내외 활동으로 평화당의 주력 인물로 평가받는다. 다만 이들의 탈당은 당장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의원은 지난 11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12월 이후 탈당이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선거법 개정이라든지 정계개편의 방향을 알아보고 필요하다면 탈당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의원은 “김 의원과 저는 12월 이전에 탈당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이 정계개편의 시기를 12월로 한정한 까닭은 그 시기에 마무리될 선거제 개편 논의 때문이다. 현행 소선거제로 다가오는 2020 총선을 치르기엔 평화당에게 다소 무리가 있다. 저조한 지지율 탓이다. 

바미당 역시 마찬가지다. 그 연유로 바미당과 평화당을 이끄는 정동영 대표와 손 대표는 취임 전후로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당 명운을 걸고 선거제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 대표 역시 선거제 개혁을 “정치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두 당은 정의당과 원외정당 그리고 시민단체 등과 함께 선거제 개편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선거제 개혁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지지율에 따라 의석수가 결정되는 것으로 현행 소선거구제보다 국회 진입장벽이 낮다.


여야는 지난 16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정개특위는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는 창구다. 정개특위는 지난 7월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구성안이 의결됐지만 원 구성을 두고 여야 간 합의가 늦춰졌다.

정개특위의 활동시한은 오는 12월31일까지다. 이 의원이 정계개편의 시기를 12월로 한정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선거제 개편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오는 2020 총선은 소선거제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바미당과 평화당은 현재 지지율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정개특위가 내놓을 결과물에 따라 양당 소속 의원들의 ‘정치적 결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개특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 18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감대가 높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여러 가지 쟁점들을 조율할 것”이라며 사실상 선거제도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잡음 들리자
바로 흔들기?

바미당과 평화당을 비롯한 정의당 등 소수 3당은 선거제 개편에 적극 동의하고 있지만 관건은 거대 양당이다. 현행 선거제도가 민주당과 한국당에게 유리한 만큼 양보를 이끌어내야 한다.

민주당은 원내 정당 가운데 연일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인 한국당과도 그 격차가 크다. 민주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것처럼 이번 총선서도 ‘민주당 바람’을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양보가 관전 포인트인 까닭이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 중·대선거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6월 지방선거서 크게 패배한 한국당으로선 한 선거구서 한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보다 두 명 이상을 뽑는 게 유리하다. 한 선거구서 민주당 등에게 1등자리를 줘도 2등자리만큼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 간 간극이 드러나면서 정개특위의 합의는 요원해질 전망이다. 특히 정개특위의 활동 시기는 두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또 국회는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구성 법정기한(총선 18개월 10일 전인 지난 15일)을 넘긴 상태다. 논의에 속도가 필요한 만큼 여야의 첨예한 갈등이 선명해질 전망이다.

정개특위 구성, 활동 12월까지
선거제 개편 불발시 이합집산?

여야가 선거제 개편 합의에 실패한다면 바미당과 평화당 의원들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이미 한국당이 보수단일대오를 외치며 바미당을 흔들어 놓은 상황이다. 바미당 소속 의원들의 한국당 행이 가시화될 경우 민주당서도 상응한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결국 의석수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평화당 의원들의 탈당이 이뤄진다면 민주당으로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평화당 의원들의 진영은 한국당보단 민주당에 가깝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한국당에선 ‘태극기 부대’를 통합의 대상이라 밝히면서 바미당 의원들의 한국당행은 가능성이 다소 낮아졌다는 해석이다. 
 

전 위원은 지난 15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과의 인터뷰서 태극기 부대에 대해 “(그분들은)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자였다. 극우가 아니다”라며 “그러면 그들을 보수 세력에서 앞으로 제외할 것이냐, 그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지난 17일 “태극기 부대까지 통합 대상이라며 수구세력의 몸집 부풀리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최고위원 역시 “보수대통합의 전제가 극우라는 것이 증명됐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한국당의 태극기 부대 발언으로 선거제 개편이 불발되더라도 바미당 의원들의 한국당행은 전보다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 개편의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지만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이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인 까닭이다. 문 대통령은 선거제 개혁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의장은 “선거제 개편에 합의하면 정치개혁을 제일 잘 한 국회가 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한편 최근 각 정당의 지지율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지난 1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5∼17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민주당 42.3%로 선두를 지켰다. 이어 한국당이 20%로 2위를 기록했고, 정의당9.8%, 바미당6.6%, 평화당 3.1% 순이었다.

보수 통합설
민주당 조치는?

이번 여론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포인트로 응답률은 7.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