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역사를 기록하다’ 이종구
<아트&아트인> ‘역사를 기록하다’ 이종구
  • 장지선 기자
  • 승인 2018.10.16 11:39
  • 호수 1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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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찾아온 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바야흐로 격변의 시대다. 2016년 겨울 광화문 광장에 촛불을 든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한 그때, 한국 사회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통령 탄핵,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치던 광장은 긴 겨울을 지나 이제 봄을 맞이하고 있다. 작가 이종구의 눈에 담긴 봄이 온 광장을 만나보자.
 

▲봄이 왔다 2, 2018, 캔버스에 아크릴릭, 182x227cm

학고재 갤러리가 작가 이종구의 개인전, ‘광장_봄이 오다(Agora_Spring Is Here)’를 소개하고 있다. 2009년 ‘세 개의 풍경’ 이후 9년 만에 학고재로 돌아왔다. 놓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할 서사의 맥락을 누구보다 잘 꿰뚫어 보고 끈질기게 천착하며 뛰어나게 형상하는 작가로 알려진 그는 이번 전시서 최근작 33점을 선보인다.

긴 겨울을 지나

이종구의 작품 속에는 광장의 시간이 담겼다. 그는 “최근 몇 해 동안 우리는 일상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사건들 속에서 살아왔다”며 “세월호 사건은 국민을 위한 국가의 역할과 임무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한 충격과 분노의 비극적인 사건이었고, 4월27일 남북 정상의 만남과 판문점 선언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은 금세기 최고의 역사적인 감동의 이벤트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2016년 겨울에서 2017년 봄까지 우리는 광화문 광장서 촛불을 밝혔다”며 “촛불혁명을 통해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을 파면시켰고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이어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평화의 시대가 우리에게 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추리, 세월호, 정상회담…
2016년 겨울서 2017년 봄

이종구의 이번 전시는 광장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예술적 기록이자 증언, 상상의 결과물이다. ‘학교 가자, 1반∼10반-세월’ 연작은 세월호 사건 피해자인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단원고는 그 당시 남녀 반이 각각 5반씩이었고 총 학생 수가 350여명이었다. 세월호 사건 당시 75명만 생존했다.

단원고 학생들의 일화는 전 국민을 울릴 만큼 슬픈 내용이 많았다. 특히 2학년 2반 정지웅 학생 이야기가 가슴을 저민다. 사건 당시 구명조끼를 발견한 정군은 같은 반 친구에게 그것을 입혀 먼저 내보냈다. 친구들을 더 돕고자 했던 그는 결국 배에서 나오지 못했다.
 

▲세월-아이들 광화문에오다 1, 2017, 한지에 아크릴릭, 콜라주, 210x159cm

이종구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여러 번 추모관을 방문했다”며 “임하도에 가서 3개월간 희생자의 넋을 추모하며 그린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광장-가족’은 이종구의 가족들이 빨간 피켓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앉아있는 모습이 담긴 작품이다. 우측 상단에 ‘박근혜 퇴진’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목적이 무엇인지 관람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추가로 삽입한 이미지다.

작가가 사건에 직접 참여
싸우고 목소리 낸 흔적들

광화문의 촛불이 개인, 가족, 단체, 광장의 시민들로 이어져 거대한 촛불시위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봄이 왔다 1∼3’ 연작은 한반도 4·27 남북정상회담의 중요 장면을 그린 것이다. ‘봄이 왔다 1’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봄이 왔다 2’는 두 정상이 남북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장면, ‘봄이 왔다 3’에는 그 장면의 뒷모습을 담았다. 

봄이 왔다 연작 중 가장 큰 작품인 봄이 왔다 2는 자연의 풍경과 인물의 표정으로 통일의 열망을 표현했다.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일대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가 확장되는 과정서 주거지 이전을 하게 된 대추리 사람들을 담은 작품도 눈에 띈다. 이종구는 미군 기지 확대 반대 시위 당시 대추리에 직접 가서 함께 목소리를 냈고 그때 연작을 기획했다. 
 

▲대추리의 기억-캠프험프리스, 2018, 한지에 아크릴릭, 130x194cm

그동안 고향 오지리를 통해 발언했던 우리 시대 피폐해져 가고 있는 국토 현실 풍경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다시 찾아온 봄

학고재 갤러리는 “이종구 화백은 세월호 사건의 슬픔, 윤리를 저버린 정권을 질타하는 광장의 촛불집회 그 과정을 거쳐 정권이 바뀌고 남북 화해가 조성돼 한반도에 희망이 오는 최근의 역사적 사건을 대하소설보다 장엄하게 완성해냈다”며 “시공간을 넘나들며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작가가 지켜야 할 미학의 정신을 화면에 오롯이 구현해 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이종구는?]

1954년 충청남도 서산 출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졸업(1976)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졸업(1988)
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서양화전공 교수

▲개인전

‘광장_봄이 오다’ 학고재, 서울(2018)
‘한국 현대미술의 눈과 정신 Ⅱ: 리얼리즘의 복권’ 가나인사아트센터, 서울(2016)
‘절집기행’ 미황사, 해남(2015)
‘우현예술상 수상기념전’ 인천아트플랫폼, 인천(2010)
‘국토: 세 개의 풍경’ 학고재, 서울; 신세계 갤러리, 광주(2009)

▲수상

우현상(2010)
올해의 작가상(2005)
가나미술상(1994)
제6회 중앙미술대전 장려상(1983)
제5회 중앙미술대전 특선(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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