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불려가는’ 사장님 각양각색 사연

앉아만 있어도 따끔따끔 ‘바늘방석’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올해의 국정감사가 지난 10일부터 시작됐다. 증인 채택을 두고 눈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 재계도 마찬가지다. 증인석에 모습을 드러낼 기업인들에게 벌써부터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국감서 증인으로 불려갈 ‘후보들’을 확인했다.
 

2018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부를 시작으로 이달 31일까지의 일정이다. 여야는 증인신청을 놓고 이미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올해에도 국회상임위원회에선 주요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망신주기
누가 가나?

재계서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국감 기간 동안 자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이 증인석에 설 경우 잠재적인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

각 상임위에서는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간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정무위원회에선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 윤호영 카카오뱅크 은행장과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증인 으로 채택됐다. 

이들을 대상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절차와 관련한 특혜 의혹에 대한 검증이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금융권 채용비리,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과정 특혜 의혹 등을 국감서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금융지주사와 인터넷은행 대표 등 관련 인물들을 증인과 참고인 명단에 포함했다”고 전했다.

한국GM 부사장도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한국GM은 법인 분리 및 철수 의혹과 관련해 올해 논란이 일었던 업체다. 

이와 관련해 이번 국정감사에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도 참고인으로 채택되면서 격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외에도 박상신 대림건설 대표와 임병용 GS건설 대표가 증인석에 오른다. 박 대표와 임 대표는 하도급 위반 여부를 두고 현미경 검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정준철 현대건설기계 영업본부장, 신동구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본부장, 전중선 포스코 가치경영실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증인신청 과정서 재계 총수가 이번 정무위 증인 명단서 제외되면서 여야 간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전 이것이 여야 간 신뢰라고 생각한다”며 “증인 신청과 관련해 다시 한 번 재고를 요청한다. 정무위는 대한민국의 산업을 다루는 곳이다. 많은 부품업체 하도급 업체들이 있는데 이 하도급 문제는 기업 총수들이 나오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지만 결과적으로 총수들은 증인석을 피해갔다.


채용 비리부터
환경 문제까지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선 황창규 KT 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소환됐다.

방통위원회엔 서수길 아프리카 TV대표와 남득현 팝콘TV 대표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최근 일고 있는 1인 미디어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자극적인 방송으로 1인 미디어는 논란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이례적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가 인터넷방송서 과도한 욕설로 물의를 일으킨 BJ A씨에 대해 ‘이용정지 7일’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양대 포털의 상징인 이해진 네이버 GIO,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증인으로 채택돼 눈길을 끌었다. 이 의장은 지난해 국감서도 증인으로 출석된 바 있다. 이들은 지난해 뉴스편집 조작 등의 논란과 관련해 집중 추궁을 받았다. 올해도 야당에선 드루킹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방통위 위원들은 증인 채택을 두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은 “한국당 과방위원은 특검을 통해 실체의 일부가 드러난 드루킹 관련자 8명을 증인 신청했다”며 “드루킹 사건 몸통으로 지목되는 김경수 경남지사,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드루킹 김동원, 초뽀 김보중, 서유기 박선민, 트렐로 강기대, 네이버 이해진 총수, 다음카카오 김범수 의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여론조작에 적극 가담한 양대 포털 사이트 총수들을 비호하느라 여념이 없다. 포털과 민주당 간 정경유착, 정언유착 의혹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네이버 이해진 총수는 지난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뉴스편집 조작, 소상공인 사이버갑질 관련해 국회에 이런저런 약속을 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약속도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다음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출석도 하지 않아 검찰에 고발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드루킹 사건은 무려 1억의 댓글조작을 통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다. 드러난 것만 1억번이다. 드러나지 않은 여론조작은 그 실체를 짐작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브랜든 윤 애플 코리아 영업대표, 데미안 여관 야오 페이스북 코리아 대표이사,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이사, 고동진 삼성전자 대표이사,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등이 방통위의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번 국감이 눈길을 끄는 것은 편의점 업계 CEO들이 대거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점이다. 우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에선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CU 서유승 상무는 정무위서 증인으로 채택돼 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받아야 한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맹점주들을 중심으로 본사와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핵심은 근접 출점 논란이다. 법적 규정이 없어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 갈등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1994년 편의점 업계에서는 점포 간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80m 이내 출점을 금지하는 ‘근접출점자율규약’이 존재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편의점 업계 내 자율 규약을 ‘카르텔(부당한 공동행위)’로 보고 2000년 시정조치 명령을 내려 근접 출점이 가능하게 됐다.

이후 공정위는 2012년 편의점 출점 간의 거리를 도보거리 250m 이내로 제한하는 모범거래기준을 세웠다가 2014년 폐지하면서 근접 출점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지게 됐다. 

이후 편의점 업계가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편의점이 우후죽순 생겨남에 따라 가맹점주와 본사와의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내년도 최저시급이 전년대비 10.9% 인상한 8350원으로 책정됨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된 가맹점주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편의점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에 대한 점검도 이뤄진다. 격전이 예고되는 분야는 홈쇼핑 부문이다. 조성구 GS홈쇼핑 대외본부장, 조항목 NS홈쇼핑 부사장, 이동현 홈앤홈쇼핑 경영전략본부장 등이 증인석 출석을 요청받았다.
 


그동안 TV홈쇼핑 업계에선 연계 편성과 관련해 잡음이 나왔다. 연계 편성은 종편의 건강정보프로그램 인근 시간대에 홈쇼핑 제품을 편성해 홍보효과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건강정보프로그램이 광고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방통위가 4개 종편과 7개 홈쇼핑의 지난해 9·11월 방송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해당 기간 종편 4개사(MBN, TV조선, 채널A, JTBC)의 26개 프로그램서 110회 방송한 내용이 7개 TV홈쇼핑의 상품판매 방송(총 114회)과 연계 편성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막바지 작업
창과 방패는?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선 가습기살균제 사고 피해 논란 관계자들이 대거 소환될 예정이다. 김철 SK디스커버리 대표와 이운규 애경산업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가습기 살균제 논란은 수년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에 따르면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인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하고 애경은 판매를 맡았다. 1994∼2001년 SK케미칼이 직접 제조하고 판매한 가습기메이트의 판매량은 35만5000개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2∼2011년 시중에 유통된 물량은 163만7000개로 집계된다. 가습기넷은 이들 제품의 유해성분 때문에 폐 질환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격화됐다.

수년 째 환경훼손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도 다뤄진다. 이와 관련해 영풍그룹의 이강인 대표 등 15명을 증인석 출석을 요구받으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매일신문>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석포제련소가 위치한)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이자 젖줄인 만큼 어떤 오염인자도 가볍게 넘겨서 안 된다”며 “필요하다면 영풍그룹 회장을 이번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불러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의 김상훈 의원도 “낙동강 수질 문제에 대한 시도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시도민 건강권과 직결된 오염 의혹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영풍석포제련소 사업장 대표의 책임 있는 답변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업계도 긴장감이 감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감에서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블루홀 의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김 대표의 엔씨소프트는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와 모바일 게임 <리니지M> 등은 확률형 아이템 등을 통해 과도한 과금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여전하다.

게임 유저는 좋은 아이템을 나올 것이란 희망에 수차례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확률이 낮을뿐더러 아이템이 뽑힐 확률에 대한 공개가 자율방식으로 이뤄짐에 따라 게임유저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되기도 했다.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주식회사 ‘펍지’의 모회사인 블루홀의 장 대표는 핵(게임 내 불법 프로그램)과 관련된 피해사례에 대한 질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배틀그라운드는 게임 내 핵 문제로 외국계 게임과의 경쟁에 힘이 부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고용노동청 국감도 치열한 검증이 예상된다. 

박상현 바디프렌드 대표가 명단에 포함됐다. 바디프랜드 내부 부조리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가자 바디프랜드는 언론 등의 제보한 직원에 대한 직원을 색출해 징계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대표가 이번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되면 해당 부분에 대한 의혹 검증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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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국감서 재계 총수가 증인석에 출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국감서 대거 빠지면서 검증 수위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올해 논란이 불거졌던 이슈에 대한 강화된 검증이 예상되는 만큼 증인과 상임위원 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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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