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원료 재료 ‘모나자이트 제품’ 주의보

곳곳이 위험…방사능 끼고 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라돈 침대 공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라돈이 검출된 원인은 모나자이트란 돌가루를 썼기 때문. 정부 조사 결과 모나자이트는 일부 온열 매트와 건강 팔찌, 화장품 원료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벽돌, 타일 등 건축자재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생활 속 곳곳에 퍼져있는 방사선 노출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공산품의 라돈 검사와 검출 기준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3일, 한 매체서 대진침대에 들어간 음이온 파우더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진침대에 함유된 음이온 파우더에는 환경부가 정한 실내 공기 라돈 기준(1m³당 200Bq)의 3배가 넘는 620베크렐(Bq)의 라돈이 검출됐다. 라돈은 토양이나 암석, 물 속에서 라듐이 핵분열할 때 발생하는 무색·무취의 가스로 높은 농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폐암, 위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수거 600여개
집단소송 예고

이후 논란이 점차 확산되자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조사가 시작됐고 원안위는 5월10일 라돈(Rn) 검출 논란을 일으킨 대진침대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원안위는 대진침대 모델 9개에 대해 매트리스 속 커버를 조사한 결과 라돈이 검출되긴 했으나 그 농도가 환경부 권고 기준(1m3당 200Bq)보다 훨씬 적은 1m3당 58.5였고, 방사능으로 인한 피폭량은 연간 최대 0.15mSv로 안전 기준치(1mSv)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안위는 5월15일 2차 조사 결과서 대진침대 매트리스 일부 모델서 라돈 피폭량이 기준치의 최대 9.35배까지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1차 조사 결과를 뒤집었다. 

원안위는 1차 조사 때는 문제가 된 모나자이트가 포함된 속커버만 조사했으나 이후 매트리스 스펀지에서도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것이 확인돼 2차 조사에서는 스펀지까지 추가 조사하고 호흡을 통해 유입되는 내부 피폭까지 합산하면서 방사선 피폭량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원안위는 대진침대 매트리스가 가공제품 안전기준에 부적합하다고 판단, 수거 명령 등의 행정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진침대는 음이온을 만들어내기 위해 모나자이트라는 광석을 사용했는데 이 성분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것이 알려지면서 음이온 관련 제품에 대한 위험성도 제기됐다. 즉 모나자이트는 음이온을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침대·팔찌·목걸이·벽지 등에 사용되고 있으나 미량 함유된 우라늄과 토륨 등이 1급 발암물질인 라돈과 토론(라돈의 동위원소) 등을 발생시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에는 대진침대에 이어 까사미아가 2011년 판매한 매트서도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돼 논란이 일었다. 문제가 된 상품은 2011년 당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제조된 세트상품으로, 토퍼 1개와 베개 2개, 바디필로우(몸통베개) 1개 등 총 4개로 알려졌다. 

이처럼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침대서 연이어 라돈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의 라돈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됐다. 

기준 3배 라돈 검출…전량 수거 명령
사태 수습 안됐는데…제품 추가 발견


지난달에는 기능성 베개 브랜드 ‘가누다’의 베개 커버와 가구업체 ‘에넥스’의 매트리스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 라돈침대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서 추가로 라돈 발생 제품이 발견된 것이다.

지난달 18일 원안위는 티앤아이의 가누다 베개, 에넥스 매트리스, 성지베드산업의 더렉스베드에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 정한 가공제품 안전기준(연간 1밀리시버트)을 초과한 방사선이 검출돼 해당 업체에 수거 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가누다 베개의 경우 지난 5월31일 라돈이 검출된다는 소비자의 제보가 접수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회사 측은 자체 조사·측정을 통해 지난 7월26일 가누다 베개 2종 모델(견인베개, 정형베개)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원안위는 소비자로부터 수거한 6개의 시료를 확보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을 통해 정밀 분석했다. 분석 결과 베개 커버서만 라돈·토론이 측정됐다. 2종 모델 모두서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된 모델은 2011년 3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약 2만9000개가 판매됐다. 현재까지 약 1200여건의 자발적 리콜이 신청됐고 900여개가 수거된 상태다.

에넥스도 지난 8월21일 매트리스서 라돈이 검출된다는 소비자 제보를 받고 자체 조사를 통해 8월26일 매트리스 1종 모델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문제가 된 제품명은 ‘앨빈PU가죽 퀸침대+독립스프링매트리스Q(음이온)’이다.
 

원안위가 해당 모델 6개의 시료를 확보해 정밀 분석한 결과 모든 제품서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넘겼다. 해당 모델은 2012년 8월에서 11월까지 244개가 팔렸다. 현재까지 자발적 리콜을 통해 신청된 5건 모두 수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약속했지만…
계속되는 공포

아울러 원안위는 지난 6월25일 성지베드산업의 더렉스베드 제품서 라돈이 검출된다는 제보를 받고 해당 시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14개의 시료 중 4개서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업체에 따르면 이 제품은 2013년부터 6000여개가 판매됐고 이 중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제품은 1210개다. 그러나 원안위는 “이를 입증할 자료가 불명확하고 매트리스 모델도 구분할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원안위는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해 2013년부터 판매된 더렉스베드 6000여개 전제품에 대해 수거 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했다. 제품 수거 시엔 해당 업체가 모나자이트 포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향후 해당 업체의 결함 제품 수거 등 조치가 조속히 완료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며 “생활용품 등에 추가 결함 사례가 없는지 지속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석 연휴 전까지 ‘라돈침대’ 전량 수거를 약속했던 원안위는 약속과 달리 아직도 600여개를 수거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라돈침대(대진침대) 피해자 집단소송 청구액이 520억원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만 이렇다 할 피해자 구제 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라돈침대 파문이 일어난 지 5개월간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일관해 원안위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김성태(비례대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3일 원안위의 라돈침대 수거 현황을 조사한 결과 수거 대상 약 6만8000여개 중 미수거량이 600여개(지난 1일 기준)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수거량은 대진침대·까사미아 제품 각각 500여개, 90여개 등이다.
 

원안위는 미수거량도 제대로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7000여개라고 했던 미수거량은 8월 말 9000여개로 늘었다. 9월 중순에는 다시 2만여개라고 정정했다. 원안위는 지난달 18일 미수거량이 2100여개로 줄었고, 추석 연휴 전 수거 및 해체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친 셈이다. 

우왕좌왕
소극적 대처

처분 작업도 지지부진하다. 라돈침대 원인 물질인 모나자이트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며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피해자들은 집단소송을 예고하며 정부에 보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 의원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인 로덱법률사무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청구액은 5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체적 피해 소송건수와 환불 소송건수는 각각 600여건, 5000여건이다. 가습기살균제(약 100억원대)·BMW 차량화재(약 40억∼50억원대) 사건과 비교하면 소송 액수는 생활안전 사건 가운데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피해 질병 인정 범위를 폐암뿐 아니라 폐질환과 백혈병, 갑상선, 피부질환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안위의 관리 소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07년 방사능 온열매트(모나자이트 사용) 사태를 계기로 2012년 ‘생활 주변 방사능 안전관리법’이 제정됐지만, 방사능 원료물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국내의 모나자이트 수입업체는 한 곳이고, 납품한 회사는 50여개에 불과하다.

김 의원은 “정부가 피해자 대책 계획을 세우기는커녕 피해를 숨기며 무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 차원서 피해자 전수조사와 역학관계를 파악해 피해자 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개최된 ‘생활 속 방사능 물질 사용 얼마나 안전한가’를 주제로 한 소비자 포럼서 원안위 생활방사선안전과 채희연 과장은 “소비자 불안을 경감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춘 생활방사선 제품안전 실현을 목표로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의 규제 현황과 문제점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온열 매트, 건강 팔찌, 화장품…
벽돌, 타일 등 건축자재도 나와

그러면서 제도적 개선 방향으로 의심제품 조사를 확대하는 한편 방사선 위해제품 안전조치 실효성 확보 등에 대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식품첨가물과 기구·용기, 의약품·의약외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 관리 품목에서 음이온 효과를 인정받은 제품은 없다.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과 박종섭 팀장은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방사선 관리 업무에 제외돼있어 제도적 개선을 통해 원료물질부터 제품까지 추적·조사할 수 있도록 관련법령을 개정하고 신체 밀착 일상 생활용품에 모나자이트 사용 제한을 검토하는 등 라돈 관리에 관한 범부처 종합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주영수 교수는 “수집된 정보와 수거된 제품에 대해 노출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집단적 피해가 발생할 때 조사 등 법·제도가 만들어져 국가 시스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김혜정 위원장은 “생활 속에서 발견되는 라돈과 같은 방사성물질은 국가가 방조해서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본 상황”이라며 “그동안 생활 속 방사성물질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유사 침대류 조사, 라텍스 문제 등 공중위생을 해할 우려가 있는 제품의 특허 관리와 식약처의 모나자이트 사용 의심 또는 유사 성분을 포함한 제품의 유통, 원안위 감마방사선에 대한 측정 등 산업부, 특허청 등 관련 부처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조사의 영역과 책임 범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6단독 신상렬 부장판사는 지난 2일 강모씨 등 69명이 대진침대를 상대로 낸 1억3800만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차 변론 기일을 열었다. 

소비자 측은 “측정기를 갖고 (침대를) 검침해봤더니 기준치를 초과하는 피폭량이 나왔다”며 “중대 과실로 의한 손해배상을 하라”고 밝혔다. 

반면 대진침대 측은 “인과관계가 없다. 판매 당시에도 정해진 법령을 준수했고 과실이 없다”고 책임을 부인했다. 또 “이 사건 외에도 제기된 소송이 많은데 대한민국이 피고로 된 사건도 있다”며 “소관인 원자력위원회 입장을 보면서 (입장을 정하면서)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피해 숨기며
무능한 모습

이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라돈침대 집단분쟁 조정위원회에 대해서도 “대진침대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소비자 분쟁 소송은 사실상 어렵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강씨 등은 각 200만원 상당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이 소송을 제기했다. 2차 변론 기일은 다음 달 13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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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