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원료 재료 ‘모나자이트 제품’ 주의보

곳곳이 위험…방사능 끼고 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라돈 침대 공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라돈이 검출된 원인은 모나자이트란 돌가루를 썼기 때문. 정부 조사 결과 모나자이트는 일부 온열 매트와 건강 팔찌, 화장품 원료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벽돌, 타일 등 건축자재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생활 속 곳곳에 퍼져있는 방사선 노출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공산품의 라돈 검사와 검출 기준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3일, 한 매체서 대진침대에 들어간 음이온 파우더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진침대에 함유된 음이온 파우더에는 환경부가 정한 실내 공기 라돈 기준(1m³당 200Bq)의 3배가 넘는 620베크렐(Bq)의 라돈이 검출됐다. 라돈은 토양이나 암석, 물 속에서 라듐이 핵분열할 때 발생하는 무색·무취의 가스로 높은 농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폐암, 위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수거 600여개
집단소송 예고

이후 논란이 점차 확산되자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조사가 시작됐고 원안위는 5월10일 라돈(Rn) 검출 논란을 일으킨 대진침대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원안위는 대진침대 모델 9개에 대해 매트리스 속 커버를 조사한 결과 라돈이 검출되긴 했으나 그 농도가 환경부 권고 기준(1m3당 200Bq)보다 훨씬 적은 1m3당 58.5였고, 방사능으로 인한 피폭량은 연간 최대 0.15mSv로 안전 기준치(1mSv)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안위는 5월15일 2차 조사 결과서 대진침대 매트리스 일부 모델서 라돈 피폭량이 기준치의 최대 9.35배까지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1차 조사 결과를 뒤집었다. 

원안위는 1차 조사 때는 문제가 된 모나자이트가 포함된 속커버만 조사했으나 이후 매트리스 스펀지에서도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것이 확인돼 2차 조사에서는 스펀지까지 추가 조사하고 호흡을 통해 유입되는 내부 피폭까지 합산하면서 방사선 피폭량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원안위는 대진침대 매트리스가 가공제품 안전기준에 부적합하다고 판단, 수거 명령 등의 행정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진침대는 음이온을 만들어내기 위해 모나자이트라는 광석을 사용했는데 이 성분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것이 알려지면서 음이온 관련 제품에 대한 위험성도 제기됐다. 즉 모나자이트는 음이온을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침대·팔찌·목걸이·벽지 등에 사용되고 있으나 미량 함유된 우라늄과 토륨 등이 1급 발암물질인 라돈과 토론(라돈의 동위원소) 등을 발생시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에는 대진침대에 이어 까사미아가 2011년 판매한 매트서도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돼 논란이 일었다. 문제가 된 상품은 2011년 당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제조된 세트상품으로, 토퍼 1개와 베개 2개, 바디필로우(몸통베개) 1개 등 총 4개로 알려졌다. 

이처럼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침대서 연이어 라돈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의 라돈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됐다. 

기준 3배 라돈 검출…전량 수거 명령
사태 수습 안됐는데…제품 추가 발견


지난달에는 기능성 베개 브랜드 ‘가누다’의 베개 커버와 가구업체 ‘에넥스’의 매트리스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 라돈침대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서 추가로 라돈 발생 제품이 발견된 것이다.

지난달 18일 원안위는 티앤아이의 가누다 베개, 에넥스 매트리스, 성지베드산업의 더렉스베드에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 정한 가공제품 안전기준(연간 1밀리시버트)을 초과한 방사선이 검출돼 해당 업체에 수거 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가누다 베개의 경우 지난 5월31일 라돈이 검출된다는 소비자의 제보가 접수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회사 측은 자체 조사·측정을 통해 지난 7월26일 가누다 베개 2종 모델(견인베개, 정형베개)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원안위는 소비자로부터 수거한 6개의 시료를 확보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을 통해 정밀 분석했다. 분석 결과 베개 커버서만 라돈·토론이 측정됐다. 2종 모델 모두서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된 모델은 2011년 3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약 2만9000개가 판매됐다. 현재까지 약 1200여건의 자발적 리콜이 신청됐고 900여개가 수거된 상태다.

에넥스도 지난 8월21일 매트리스서 라돈이 검출된다는 소비자 제보를 받고 자체 조사를 통해 8월26일 매트리스 1종 모델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문제가 된 제품명은 ‘앨빈PU가죽 퀸침대+독립스프링매트리스Q(음이온)’이다.
 

원안위가 해당 모델 6개의 시료를 확보해 정밀 분석한 결과 모든 제품서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넘겼다. 해당 모델은 2012년 8월에서 11월까지 244개가 팔렸다. 현재까지 자발적 리콜을 통해 신청된 5건 모두 수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약속했지만…
계속되는 공포

아울러 원안위는 지난 6월25일 성지베드산업의 더렉스베드 제품서 라돈이 검출된다는 제보를 받고 해당 시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14개의 시료 중 4개서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업체에 따르면 이 제품은 2013년부터 6000여개가 판매됐고 이 중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제품은 1210개다. 그러나 원안위는 “이를 입증할 자료가 불명확하고 매트리스 모델도 구분할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원안위는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해 2013년부터 판매된 더렉스베드 6000여개 전제품에 대해 수거 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했다. 제품 수거 시엔 해당 업체가 모나자이트 포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향후 해당 업체의 결함 제품 수거 등 조치가 조속히 완료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며 “생활용품 등에 추가 결함 사례가 없는지 지속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석 연휴 전까지 ‘라돈침대’ 전량 수거를 약속했던 원안위는 약속과 달리 아직도 600여개를 수거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라돈침대(대진침대) 피해자 집단소송 청구액이 520억원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만 이렇다 할 피해자 구제 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라돈침대 파문이 일어난 지 5개월간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일관해 원안위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김성태(비례대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3일 원안위의 라돈침대 수거 현황을 조사한 결과 수거 대상 약 6만8000여개 중 미수거량이 600여개(지난 1일 기준)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수거량은 대진침대·까사미아 제품 각각 500여개, 90여개 등이다.
 

원안위는 미수거량도 제대로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7000여개라고 했던 미수거량은 8월 말 9000여개로 늘었다. 9월 중순에는 다시 2만여개라고 정정했다. 원안위는 지난달 18일 미수거량이 2100여개로 줄었고, 추석 연휴 전 수거 및 해체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친 셈이다. 

우왕좌왕
소극적 대처

처분 작업도 지지부진하다. 라돈침대 원인 물질인 모나자이트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며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피해자들은 집단소송을 예고하며 정부에 보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 의원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인 로덱법률사무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청구액은 5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체적 피해 소송건수와 환불 소송건수는 각각 600여건, 5000여건이다. 가습기살균제(약 100억원대)·BMW 차량화재(약 40억∼50억원대) 사건과 비교하면 소송 액수는 생활안전 사건 가운데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피해 질병 인정 범위를 폐암뿐 아니라 폐질환과 백혈병, 갑상선, 피부질환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안위의 관리 소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07년 방사능 온열매트(모나자이트 사용) 사태를 계기로 2012년 ‘생활 주변 방사능 안전관리법’이 제정됐지만, 방사능 원료물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국내의 모나자이트 수입업체는 한 곳이고, 납품한 회사는 50여개에 불과하다.

김 의원은 “정부가 피해자 대책 계획을 세우기는커녕 피해를 숨기며 무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 차원서 피해자 전수조사와 역학관계를 파악해 피해자 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개최된 ‘생활 속 방사능 물질 사용 얼마나 안전한가’를 주제로 한 소비자 포럼서 원안위 생활방사선안전과 채희연 과장은 “소비자 불안을 경감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춘 생활방사선 제품안전 실현을 목표로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의 규제 현황과 문제점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온열 매트, 건강 팔찌, 화장품…
벽돌, 타일 등 건축자재도 나와

그러면서 제도적 개선 방향으로 의심제품 조사를 확대하는 한편 방사선 위해제품 안전조치 실효성 확보 등에 대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식품첨가물과 기구·용기, 의약품·의약외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 관리 품목에서 음이온 효과를 인정받은 제품은 없다.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과 박종섭 팀장은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방사선 관리 업무에 제외돼있어 제도적 개선을 통해 원료물질부터 제품까지 추적·조사할 수 있도록 관련법령을 개정하고 신체 밀착 일상 생활용품에 모나자이트 사용 제한을 검토하는 등 라돈 관리에 관한 범부처 종합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주영수 교수는 “수집된 정보와 수거된 제품에 대해 노출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집단적 피해가 발생할 때 조사 등 법·제도가 만들어져 국가 시스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김혜정 위원장은 “생활 속에서 발견되는 라돈과 같은 방사성물질은 국가가 방조해서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본 상황”이라며 “그동안 생활 속 방사성물질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유사 침대류 조사, 라텍스 문제 등 공중위생을 해할 우려가 있는 제품의 특허 관리와 식약처의 모나자이트 사용 의심 또는 유사 성분을 포함한 제품의 유통, 원안위 감마방사선에 대한 측정 등 산업부, 특허청 등 관련 부처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조사의 영역과 책임 범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6단독 신상렬 부장판사는 지난 2일 강모씨 등 69명이 대진침대를 상대로 낸 1억3800만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차 변론 기일을 열었다. 

소비자 측은 “측정기를 갖고 (침대를) 검침해봤더니 기준치를 초과하는 피폭량이 나왔다”며 “중대 과실로 의한 손해배상을 하라”고 밝혔다. 

반면 대진침대 측은 “인과관계가 없다. 판매 당시에도 정해진 법령을 준수했고 과실이 없다”고 책임을 부인했다. 또 “이 사건 외에도 제기된 소송이 많은데 대한민국이 피고로 된 사건도 있다”며 “소관인 원자력위원회 입장을 보면서 (입장을 정하면서)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피해 숨기며
무능한 모습

이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라돈침대 집단분쟁 조정위원회에 대해서도 “대진침대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소비자 분쟁 소송은 사실상 어렵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강씨 등은 각 200만원 상당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이 소송을 제기했다. 2차 변론 기일은 다음 달 13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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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