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66)창업 투자금 날린 사연

수익금 준다더니…사라진 종잣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이어갑니다.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예순여섯 번째 주인공은 창업에 도전했다가 투자금만 날린 A씨 이야기입니다.
 

경기도 일산 등지서 학원사업을 하던 A씨는 노후 대비책으로 창업을 떠올렸다. 한때 학원가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그는 2010년 학원 경기가 점차 불황에 접어들자 다른 사업을 통해 수익의 다각화를 꿈꿨다. 오랜 시간 학원사업에만 매진해왔던 A씨에게 다른 사업은 생소했을 터. 그래서 그는 ‘위탁 운영’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려 했다.

1억 넘게 투자

A씨가 F사 B소장을 만난 것도 그때였다. F사는 경영컨설팅을 하는 회사로, B소장은 블로그를 통해 창업 노하우, 교육 등의 정보를 전달했다. 여러 사람의 소개를 거쳐 B소장을 만난 A씨는 서울 양재 하이브랜드 건물에 사무실 두 곳을 얻어 커리 전문점과 감자탕 가게를 내기로 했다. 계약기간은 2년이었다.

A씨가 B소장의 회사인 F사와 계약을 맺는 과정서 들인 돈은 투자금 6000만원, 임대보증금 4000만원 등 1억원을 웃돌았다. A씨는 F사에 두 가게의 영업 활동을 맡기는 대신, 매달 일정 금액의 투자수익금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일정기간 수익이 발생하지 않거나 A씨가 투자수익금을 지급받지 못할 경우 약정 해약과 제3자에게 가게 매매가 가능하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A씨는 약정 조항에 따라 가게에서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원금은 손해 보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A씨의 생각은 계약이 이뤄진 지 두 달 만에 산산조각 났다.

노후 대비책으로 창업 도전
가게 두 곳 위탁운영 맡겨

당초 A씨가 받기로 한 투자수익금은 각 매장서 180만원씩 총 360만원. 하지만 가게 오픈 첫 달에만 투자수익금이 지급됐을 뿐 그 이후 점차 줄어들더니 이내 감감무소식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가게가 들어선 건물 관리인과 임대인으로부터 관리비와 임차료를 내라는 독촉이 이어졌다. A씨에 따르면 건물 관리인과 임대인이 문제 삼을 때까지 8개월여가량 가게 관리비와 임차료가 지급되지 않았다.

이들은 A씨와 F사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했다. 결국 A씨는 F사가 책임지고 마무리한다는 확인서를 받고, 미납된 관리비 2500여만원을 지급했다.

A씨는 “집에 압류가 들어올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내가 관리비를 전부 지급하고 나서야 소를 취하해줬다”고 털어놨다. 그 사이 A씨는 B소장에게 약정 조항대로 원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2012년 9월 B소장과 F사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가게 두 곳을 오픈하는 과정서 들인 투자금 등의 돈과 F사 대신 납부한 관리비를 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B소장은 당시 A씨의 청구를 기각해 달라며 제출한 답변서에서 “A씨가 1억원 이상을 회사에 입금해줬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임대보증금을 제외한 6000여만원 상당만 입금됐다”고 설명했다.

맡긴 돈 못 받고
관리비 대신 내고

이어 “투자계약의 조건상 위탁 운영하는 매장을 제3자에게 매매할 경우 A씨에게 투자원금을 지급하고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고 상호계약했다”며 “계약이 만료된 현 시점서 제3자 매매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원금을 원고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푸드 코트를 운영하며 많은 손실을 입었다”며 “공동명의로 투자해 운영돼온 매장의 손실을 온전히 저에게 돌리며 투자금 전액을 돌려달라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계약기간이 끝난 상황서 소장을 통해 투자계약에 대한 해지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A씨와 B소장의 엇갈린 주장을 두고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소장과 F사가 관리비를, F사가 투자금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F사가 법원 판결 이전에 이미 폐업처리가 됐다는 점이다.

A씨에 따르면 F사는 2011년 9월 이미 폐업처리가 완료됐다. 그는 “법원 판결 이후 B소장이 개인회생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소장의 개인회생 진행 과정서 이의를 신청했고, 결국 B소장의 개인회생은 기각됐다.

소송과 개인회생 등의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A씨는 B소장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그 과정이 ‘구걸’에 가까웠다고 자조했다.

채무 조정했지만…

그러던 중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채무를 재조정하고 공증을 받았다. B소장의 채무금을 8000만원으로 조정하고 그가 40개월에 걸쳐 200만원씩 A씨에게 갚는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A씨에 따르면 B소장은 첫 달부터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

A씨는 “B소장은 나와 채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동안에도 방송 출연, 언론 보도, 블로그 등을 통해 사업을 홍보해왔다”며 “개인적인 채무를 떠나 언제든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입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소장 입장은?


B소장은 A씨의 주장에 대해 “채무에 대해서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다르고 또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갚을 수 있는 상환에 대한 부분과 조율을 자율적으로 서로 동의하는 것으로 했다”며 “개인적인 음해나 이런 것들은 하지 않는 조건을 붙였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각서를 썼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각서에는)기사 제보를 통해서 어떤 역할을 하겠다고 하면 채무가 소멸되도록 돼있다”며 “그 자료를 (기자가)못 봤을 수도 있지만 A씨가 하도 개인적인 음해를 해서 마지막에 서로 그런 약속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사를 통하든 뭘 하든 개인적인 음해가 나오면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면서도 “개인적인 채무 내용은 기사거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장은 “정상적인 다른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기사)을 통해서 개인적인 명예훼손을 한다거나 하면 변호사를 통해서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거듭 입장을 밝혔다.

B소장은 “1년 넘게 서로 연락이 없었다. 이런 식의 기사 제보는 예전에 A씨가 하려던 방법”이라며 “거기에 대해서는 받아놓은 각서나 사인이 있기 때문에 변호사를 통해 대처하겠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무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활동이 중단되면 경제활동이 안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활동을 못하게 하겠다’ ‘매체에 보도를 하겠다’ ‘음해를 하겠다’ 등의 얘기들은 사전에 합의해서 하지 않기로 했던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내가 인정하지 못할 부분까지 채무를 더 인정해줬다”며 “그런데 일정 정도의 숙려기간 없이, 계속 통화하면서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아니고, 상환 방법을 찾은 것도 아니고. 1년 지나서 기자를 통해서 이렇게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 나도 당연히 할 말은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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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