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꼬인’ 10월 국회 막전막후

일정은 일정대로 대결은 대결대로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반의회주의적 폭거’ ‘국가 기밀 불법 탈취 사건’. 10월 정기국회 첫 주부터 여야는 전면전을 불사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대정부질문서 김동연 부총리와 정면으로 충돌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유은혜 교육부장관의 임명을 강행했다. 여야 간 치열한 난타전이 이어지면서 정국은 격랑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2018년도 정기국회는 지난달 3일 개원했다. 정기국회는 100일간의 회기 동안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그리고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게 된다. 여야 할 것 없이 모든 국회의원이 이 기간에 한 데 어우러진다. 첨예한 갈등이 불가피하면서도 여야 간 합의와 협치를 곳곳서 기대할 수 있다.

협치 강조
현실은…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정기국회 개회식서 “이번 정기국회 100일을 민생입법의 열매를 맺기 위한 ‘협치의 시간, 국회의 시간’이 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10월 정기국회는 첫 걸음부터 꼬이는 모양새다. 

여야는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놨는데 공세 수위 역시 높았다. 

10월 국회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재정정보 자료 폭로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임명으로 대립의 장이 됐다. 

한국당 심 의원의 재정정보 자료 폭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반발을 샀다. 심 의원은 국가재정정보시스템에 접근해 비인가 자료를 확보했다. 심 의원은 키보드의 ‘백스페이스 키’를 사용하다 보니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상적인 방법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당은 이를 불법으로 간주했고,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심 의원을 고발해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심 의원 역시 기재부를 무고로 맞고소했다. 10월 국회가 ‘화약고’로 변모하게 된 까닭이다.

민주당 소속인 유 장관은 현역 국회의원 최초로 인사청문회 결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유 장관은 청문회서 여러 의혹에 대해 해명했지만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유 장관의 임명을 강행했고 야당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기국회 첫 주부터 민주당과 한국당 간 난타전이 일어난 것이다.  

국회 내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충돌하면서 그 파장은 상당했다. 지난 1일 문 의장 주재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서 양당은 기싸움을 벌였다. 이날 문 의장은 “협치에 관해서 한 마디씩 해달라”며 각 당 원내대표들에게 제안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여야가 추석 전 민생법안 처리에 합의한 것을 두고 “국회가 협치 국회로서 국민들께 그나마 추석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곧이어 심 의원 압수수색 건을 언급하며 “행정부가 헌법기관을 고발하는 행위는 헌정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대단히 큰 유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역시 서두에선 여야의 법안처리를 언급했지만 이후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 국회가 왜 갑자기 급류 속으로 들어갔는지 의아스럽다”고 했다. 이어 “의회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상식과 원칙을 생각하면서 국회가 다시 대화와 타협 그리고 협치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처음부터 “물러서지 않겠다”
심-김 충돌 “불법적” vs “정상적”

여야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10월 국회의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여야의 대치는 지난 3일 개최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서 폭발했다. 한국당은 예정에 없던 심 의원을 대정부질문 주자로 내세웠다. 한국당은 “심 의원이 대정부질문서 재정정보시스템 접속을 시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심 의원은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의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이날 심 의원은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김동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과 대치했다. 서로 맞고소한 상태인 김 부총리와 심 의원은 재정정보 자료의 접근 방법 문제와 자료의 적법성을 두고 첨예하게 맞섰다. 

특히 평소 차분한 어투로 답변하곤 했던 김 부총리는 이날 종종 언성을 높이며 심 의원의 질의에 하나하나 반박했다.

심 의원은 예고한 대로 재정정보시스템 접속 과정을 공개했다. 심 의원은 미리 준비한 동영상을 통해 “100% 정상적으로 접속해 자료를 열람했다. 아무런 불법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라며 “지금 의원님이 본 그 자료는 기재부도 볼 수 없는 자료”라고 정면 반박했다. 

김 부총리는 심 의원이 자료에 접근한 과정을 가리키며 “그 루트를 찾아가는 데 적어도 6번의 경로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심 의원은 “6번의 경로라고 하는데 단순한 클릭이 6번이었다”고 맞받아쳤다.

정보 접근 방법에 이어 두 사람은 자료의 적법성을 두고도 강하게 부딪혔다. 김 부총리는 심 의원이 해당 자료를 열람한 것에 대해 “감사관실용이라는 경고가 떠있음에도 들어간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심 의원은 “감사관실이랄지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 문구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 부총리는 “그렇지 않다. 재정집행 실적은 괄호에 감사관실이라고 쓰여 있다”고 말하자 심 의원은 “보지 말라고 주의 표시가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김 부총리는 “공직자라면, 감사관실 표시를 본다면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며 “설령 들어갔다 해도 190회에 걸쳐 100만건 이상 다운로드됐다. 분명하게 사법당국서 위법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정부질문 격돌
적법성 놓고 설전

실제로 심 의원이 접속했던 재정정보 시스템에는 ‘재정집행 실적(감사관실용)’이란 폴더가 있다. 김 부총리의 말대로 ‘감사관실용’이라는 경고가 적혀 있다. 다만 글씨체나 글자 크기 그리고 글자색 등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심 의원이 주장한대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문구’는 없던 셈이다. 이를 두고 ‘감사관실용’이라는 문패를 ‘경고’로 해석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심 의원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료에 접근한 사실의 인지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심 의원은 새로운 내용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을 추가로 폭로했다. 심 의원은 청와대 직원들이 국가 재난과 을지훈련 기간에 술집을 드나들었다며 식당 이름과 날짜 그리고 가격 등 관련 내역을 폭로했다. 

김 부총리는 “일방적으로 상호나 특정 시기가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업무 내용을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심 의원의 자료를 폭로한지 2시간 반 만에 반박자료를 냈다. 청와대는 심 의원의 주장이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심 의원이 폭로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청와대는 해당 자료의 결제액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을 모두 공개했다. 

청와대 살림을 도맡고 있는 이정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은 “심 의원이 문제 제기한 건들의 모든 영수증을 찾고 있다”며 “영수증만 한 트럭 분량인데 하나하나 모두 찾아내서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유 장관의 임명을 두고 또 다시 크게 부딪혔다. 한국당은 그간 유 장관의 자질 등을 두고 교육부장관 임명에 강하게 반대했다. 반면 민주당은 의혹은 해소됐고, 장관직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지난 2일 국회 로텐더홀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유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당 차원서 유 장관의 임명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정부가 반의회주의적인 폭거를 자행한 것”이라며 “이 사람만은 안 된다는 학부모들의 절절한 목소리에도 나몰라라 하는 문재인정권은 도대체 누굴 위한 정권인지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회 밖에서도 유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입제도를연구하는엄마모임, 경기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유 후보자 지명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유 장관은 실정법 위반 사건이 여러 건 있고, 비도덕적 행위가 수차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교육부장관으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심재철
한국당은 유은혜

유 장관은 교육부장관으로 내정된 때를 시작으로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숱한 의혹과 마주했다. 자녀의 위장전입 문제와 병역 기피 의혹, 피감기관 건물 입주 의혹, 지방의원의 사무실 월세 대납 의혹 그리고 남편 회사 사내이사의 국회 비서 겸직 등이 줄을 이었다. 

상습적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실 역시 공분을 샀다. 유 장관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교통법규를 59차례 위반해 236만원의 과태료를 냈다.

그러나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2일 오전 “유 장관이 사과할 건 사과하고 해명할 건 해명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비춰 결정적 하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 역시 이날 오후 유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수여식 뒤 환담서 “인사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 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며 “업무서 아주 유능하다는 걸 보여주셔서 인사청문회 때 제기됐던 염려들이 기우였다는 것을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교육부 장관에 임명된 지 이틀 뒤인 지난 4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했다. 유 장관은 이날 교육부장관 임명을 반대했던 야당 의원들의 십자포화를 받았다. 

심 의원에 이어 유 장관이 대정부질문에 출석하면서 여야는 서로를 향해 더욱 날을 세웠다. 유 의원이 참석한 국회 본회의장에는 야당 의원들의 고성과 막말이 오가며 ‘2차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유 장관은 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위장전입 문제를 지적하자 “여러 차례 국민 여러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딸아이가 입학했던 덕수초등학교는 명문 초등학교가 아니다. 당시 중구 시내에 있었던 이 학교는 초등학교 입학생들이 부족했던 실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주 의원이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교육부장관직을 위해서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할 수 있느냐”고 묻자 유 장관은 “지금 집중하고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일은 교육개혁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일”이라며 답을 회피했다. 

유 장관은 지난 국회 인사청문회서도 총선 출마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바 있다.

주 의원은 다시 총선 출마에 대해 물었지만 유 장관은 “총선에 출마, 불출마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기간 얼마나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을 하고 성과를 내느냐의 문제”라며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이에 주 의원은 “국민들은 장관님의 그런 말씀을 차기 총선에 출마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것이라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임기는 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 여러분들께서 판단해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장관에 대한 질의가 자질 지적으로 이어지자 여당 의원들은 반발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대정부질문을 해라. 여기가 청문회장인가”라고 외쳤고,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이주영 국회부의장에게 “인사청문회 자리가 아니지 않느냐. 청문회서 소명했다”고 말했다.

유, 임명에 야당 공세 진땀
이젠 국감, 정상운영 될까?  

반면 야당에선 유 장관을 향한 고성이 이어졌다. 한국당 김상훈 의원은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해 국민 의혹이 큰 것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그만 좀 물타기 해라”라며 여당을 비판했다.

국회 본회의장이 유 장관과 야당 의원들의 질의응답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자 민주당 홍 원내대표는 의장석 앞으로 나왔다. 홍 원내대표는 이 부의장에게 진행에 문제가 있다고 따져 물었다. 이에 한국당 김 원내대표는 홍 원내대표의 팔을 낚아채면서 제지에 나섰다. 

둘은 잠시 몸싸움을 벌이기도 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를 보였다. 양당 원내대표가 의장석에 나와 대치했던 만큼 이번 정기국회의 앞날은 불투명해졌다.   

‘심재철·유은혜’ 사안을 두고 충돌한 여야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었다. 10월 정기국회 첫 주부터 여야는 대결 양상에 이르렀다. 
 

민주당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심 의원의 대정부질문에 대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심 의원의 질의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렇다”며 깎아내렸다. 이어 박 대변인은 “김 부총리의 치밀하고 설득력 있는 답변 앞에 이렇다할 반박도 내놓지 못했다”며 청와대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한국당은 유 장관에 대한 비판으로 응수했다. 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유 장관의 임명은 청와대의 협치 포기 선언”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도저히 맞지 않았기 때문에 임명에 반대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유 장관 임명 이후 환담에서 발언한 내용을 들어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를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당 일부에선 ‘국회 보이콧’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당 지도부는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당 김 원내대표는 지난 2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민주당 홍 원내대표와의 토론 중 “국회 보이콧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기국회 파행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첫주부터 격렬
국감 괜찮을까?

여야는 일단 예정된 국회 일정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다는 입장인 만큼 국회 보이콧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야가 여느 때보다 치열한 한 주를 보낸 만큼 남은 일정을 안심하고 바라보긴 어렵다. 특히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가 10월 둘째 주(10일)부터 시작된다. 국정감사 기간 여야의 충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여야 갈등으로 10월 첫 주부터 꼬이기 시작한 정기국회가 어떤 국면을 맞이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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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만 아는 보수대연합

장동혁만 아는 보수대연합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방선거를 53일 앞두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자 일각에선 “장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 후 부정선거론을 제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장 대표가 취임 직후 구상했던 보수 대연합은 이미 무너졌다. 그의 구상은 왜 무너졌을까? 그리고 누가 그다음을 노리고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장 대표는 미국 국제공화연구소의 초청을 받았다. 원래는 지난 14일부터 2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초청 측의 요청으로 3일 앞당겨 출국했다. 누가 뭐래도 앞당긴 출국 장 대표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세계의 자유를 지키는 최전선 워싱턴 DC로 출발했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코 외면할 수 없기에 나아간다”고 주장했다. 6·3 지방선거를 53일 앞둔 시점에서, 그것도 일정을 더 늘린 출국이었다. 그 스스로는 “6·3 지방선거는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는 거대한 전선이 될 것”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의 분열과 고통의 시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고, 위기의 대한민국 앞에서 우리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지난 1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너무 갑작스럽게 비밀스럽게 가셔서 명분을 모르겠다”며 “선거를 코앞에 앞둔 상황에서 공천도 마무리가 안 됐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지금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할 것은 선거가 어려운 상황에서 뛰어야 하는 후보들이 단 하루라도 낭비하지 않도록 후보를 빨리 결정지어 주는 일”이라며 “그걸 포기하고 미국에 간 것은 이번 선거가 이미 어렵게 된 마당에 포기하는 심정으로 차라리 다음에 어떤 정치적 행보를 위해서 지지층 결집을 목적하려고 간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지난 11일 경기 수원 방문 도중 기자들을 만나 “미국에 지방선거 표를 찍어줄 유권자가 있느냐”며 “리더가 이번 지방선거를 포기한 거 아니냐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런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이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9일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국제공화연구소의 중요한 목적·역할 중 하나는 각국 부정선거 감시”라며 “장 대표가 그에 대한 기법을 배우고 와서 지방선거 패배 후 부정선거 때문에 졌다고 얘기하려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윤희석 전 대변인도 같은 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비슷한 주장을 했다. 보다 못한 <조선일보>는 지난 10일 국제공화연구소 근무 경력이 있다는 익명의 워싱턴 DC 외교·안보 싱크탱크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해 “개발도상국·후진국의 선거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부정을 감시하는 국제공화연구소를 단순히 부정선거론 연구기관으로 매도하는 것은 상당히 모욕적인 수사”라면서 장 대표를 두둔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8월 당 대표 당선 과정에서 대여 투쟁과 단일 대오를 강조했다. 선출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단일 대오로 뭉쳐 제대로 싸우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지금부터 단일 대오에서 이탈해 내부 총질하는 분들과 당론을 계속 어기는 분에 대해서는 결단하겠다”고 주장했다. 선거 앞두고 미국행…일각선 “부정선거론 배우러?” 극복 못 한 모순…당내 한 제외하고 당외 이와 연대? 이후 진행된 것은 한 전 대표·김 전 최고위원 제명과 배 의원 당원권 1년 정지 등 친한계 일원들에 대한 징계였다. 이들 중 배 의원은 법원에 징계 효력 정치 가처분을 신청했고, 지난달 인용돼 징계 효력에서 벗어났다. 친한계 구성원들은 다수의 방송 시사 프로그램에 활발하게 출연하면서 이익과 불이익을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 원외 인사들도 방송 출연을 통해 존재감을 유지하면서 이들의 의견을 왕성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장 대표 등 친한계가 아닌 국민의힘 인사들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의견을 밝히기 때문에 비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해 9월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면서 “방송에서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를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한 전 대표 대신 선택한 연대 시도 대상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였다. 지난 1월엔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공천 헌금 의혹·통일교 게이트 특검법 공동 추진을 합의했다. 지난달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여 투쟁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이 대표와의 연대를 통해 보수 대연합을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다수 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공조와 연대는 다르다”면서 선거 연대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도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서 징계를 받고 대표직에서 물러나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을 토대로 국민의힘에 대한 강한 반감을 유지하고 있다. 당내 경쟁자와의 투쟁을 위해 불미스럽게 당을 나간 외부 인사와의 연대를 추구하는 그림에 대해선 한동안 “모순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보수 대연합은 당내 갈등을 봉합한 후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라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당선 과정에서 구 친윤(친 윤석열)계와 강경 보수 성향 윤 어게인 세력의 지원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장 대표의 구상을 확인할 수 있다. 장 대표는 친한계를 국민의힘에서 내보낸 후 구 친윤계·윤 어게인을 묶어 강경한 선명 보수 야당을 만들어 그 위에 군림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구 친윤계 중 상당수는 대구·경북·강원 등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통하는 지역 내 유지들과 밀착해 정치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어게인 세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면서,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했다. 두 세력에 대해선 “같은 ‘보수’라는 테두리 안에 있을 뿐, 성향이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구 친윤계는 언론 노출을 가급적 피하면서 지역구 관리에 공을 들이는 토착 보수 성향을 보인다. 반대로 윤 어게인 세력은 대규모 집회 개최·유튜브 활동 등 강경한 의견을 왕성하게 표현하는 것에 주력한다. 실패한 연대 이대로 포기? 아울러 구 친윤계는 윤 어게인 세력과 밀착하는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지난달 국민의힘 의원 전원 명의로 발표된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에도 참여하는 등 윤 전 대통령을 이미 지웠다. 반대로 전한길씨 등 윤 어게인 세력은 절윤 선언을 격렬하게 비판하면서 장 대표에 대해서도 독한 비난을 이어갔다. 장 대표로선 지난해 당 대표 선거 출마 이후부터 구상했던 “구 친윤계·윤 어게인을 묶는다”는 목표가 어긋난 것으로 보여질 여지가 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지방선거 패배와 장 대표 체제 붕괴에 대비해 ‘포스트 장동혁’을 거론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거친 후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포스트 장동혁에 도전할 수 있는 인사로는 ▲오세훈 서울시장 ▲한 전 대표 ▲신동욱 수석최고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달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공천 1차 마감 시한까지 신청하지 않았다. 이어 당의 인적 쇄신·절윤 선언 실천·혁신 선대위 설치 등을 요구하면서 장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다. 오 시장은 추가 공모 기간 내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이때까지도 “서울시장 출마가 아니라 장 대표 체제 붕괴 후 당권에 도전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돌아다녔다. 따라서 오 시장의 선거 당락을 떠나 그가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되지 않는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하더라도 당 대표 출마 및 당선 후 겸직을 막을 법적 제한은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4일 전입신고를 하는 등 부산 북갑에서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전재수 의원은 이곳에서 3선을 했고, 현재 부산 내 유일한 민주당 의원이다. 한 전 대표가 이곳에서 당선돼 민주당의 부산 내 근거지를 소멸하면 국민의힘에 복귀해 다시 당권·대권에 도전할 명분이 붙는다. 신 최고위원에 대해선 지난해 12월부터 “포스트 장동혁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장 소장은 지난해 12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힘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로는 안 되겠다면서 신 최고위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고 주장했다. “구 친윤계로서는 오 시장도 구 친윤계와 성향이 다른 수도권 내 보수 성향 엘리트에 속해 부담스러워할 것이고, 오랫동안 갈등했던 한 전 대표는 말할 것도 없다”는 분석도 돌아다녔다. 신 최고위원에 대해선 한동안 서울시장 출마설도 돌았지만, 실제로 출마하지는 않았다. 3인방 행보는? 성향이 전혀 다른 세력을 조율하면서 그 수장으로 군림하는 데에는 ▲전략적 경계 설정 및 수용 ▲고도화된 소통 ▲정치적 영향력 행사 기술 ▲유연한 지도력 등 고난도 정치술이 필요하다. 이 정치술을 갖추고 세력 조율을 시도했던 대표적인 정치인은 조선 제22대 임금 정조였다. 효종·현종은 어느 한 세력이 일방적인 우위를 점하지 않는 방향으로 서인·남인의 당쟁을 관리했다. 하지만 2대 독자로서 강한 정통성과 고집 센 성격을 가졌던 숙종은 주기적으로 환국을 일으켜 한 세력에 일방적으로 정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왕권을 강화했다. 서인은 학문 방향·남인에 대한 대응 등 논점에서 의견이 엇갈려 노론·소론으로 갈라졌다. 영조가 즉위했을 때는 노론·소론의 당쟁이 극대화됐다. 이 때문에 소론·남인 강경파가 영조를 인정하지 못해 군사 반란을 일으킨 이인좌의 난이 발생했다. 이후 영조가 추진했던 탕평책은 노론·소론의 온건파만 조정에 남겨놔 균형을 유지하는 완론 탕평이었다. 이 때문에 종전엔 없던 탕평파라는 당파가 탄생했다. 이들은 영조의 완론 탕평에 협조해 살아남았다. 하지만 탕평파에는 영조의 사도세자 살해를 끝까지 막지 못했다는 정치적 약점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탕평파의 핵심이었던 사도세자의 처가 풍산 홍씨는 세손 정조의 정치 보복을 우려해야 했다. 정조의 즉위를 도왔던 세력은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의 처가 경주 김씨 가문이었다. 결국 영조의 완론 탕평은 유교에서 금기시하는 척신 정치로 나아갔다. 정조는 즉위 초엔 홍인한·정후겸 등 자신의 즉위를 방해한 세력의 핵심을 숙청한 후 측근 홍국영에게 전권을 맡겼다. 그러다가 홍국영이 과도한 권력욕을 드러내자 숙청한 후 영조와 정반대로 준론 탕평을 추진했다. 준론 탕평은 각 당파의 강경파를 전면에 내세워 당파마다 선명한 당론을 내세우게 한단 것이다. 이는 곧 “영조 이전의 정치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고, 각 당파에 스스로 생각하는 의리를 명확하게 밝히라고 요구하는 체제였다. 그들의 의리 중 무엇이 옳고 그른지 선택하는 심판 겸 절대자는 정조 자신이었다. 정조가 홍국영 숙청 이후 선택한 정국 관리 대리인은 소론 강경파 겸 시파였던 서명선이었다. 이어 그를 견제하기 위해 영조 대에 사실상 조정에서 사라졌던 남인을 조정에 편입시키려고 남인 영수 채제공에게 고위직을 부여했다. 아울러 자신의 스승이었던 김종수와 초강경파인 심환지 등 노론 벽파와 정민시 등 노론 시파도 조정에 공존시켰다. 각 당파의 수장들을 골고루 챙겨 자신으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한 경쟁을 시킨 것이었다. 각 당파의 강경파만 엄선해 조정에 공존시켜야 했기 때문에, 정조의 갈등 조정 업무는 매우 많았다. 김종수는 이따금 갈등을 일으켰다. 정조는 매번 적당한 선에서 김종수를 처벌하면서 그 갈등을 무마했다. 정조도 김종수에 대해선 “위험에 직면하면 위험에서 건져주고, 거의 죽게 되면 죽음에서 구원해 줬다”고 말했다. 선거 패배하면 주목받을 ‘포스트 장’ 누구? 정조의 준론 탕평 갖가지 비결…누가 갖췄나? 서명선은 공개적으로 “저는 채제공과 의리상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고, 채제공이 역적이 아니면 저는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명선은 이인좌의 난 이후 남인에 대한 감정이 격렬해진 소론 일각의 정서를 조정에서 공론화했다. 그런데 막상 서명선은 심환지로부터 탄핵당했다. 서명선이 영의정이 된 것에 심환지가 불만을 품은 것이었다. 그러자 정조는 크게 분노해 김종수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데 “내가 당신에게 상처를 줄까 봐 두렵다”면서 벽파를 ‘우리 벽패는’이라고 일컫는 등 심환지에게 수많은 밀지를 보냈던 사람은 정조였다. 심환지는 보는 즉시 태워 없애야 하는 밀지를 보관해 후세까지 전하게 했다. 이 밀지 모음이 ‘정조 어찰첩’이다. 정조는 심환지에게 밀지를 보내 정국 관리 구상을 밝히면서 심환지에게 구체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등 막후에서 ‘정국’이란 거대한 연극의 감독 겸 주연을 맡았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정조는 세자에게 양위한 후 스스로 정예부대로 육성했던 장용영을 데리고 수원 화성으로 물러앉아 조정을 감독하는 원격 통치를 구상했다. 정조가 정했던 시기는 1804년이었지만, 정조는 1800년 훙서했다. 정조가 구상했던 준론 탕평은 정조 말고는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정조는 할아버지의 극진한 총애를 받을 정도로 공부에 몰두해 즉위 후엔 스스로 성리학의 정통이자 스승을 자처했다. 이는 신하들이 임금을 가르치는 경연을 없애고, 임금이 신하를 가르치는 초계문신제를 채택한 것에서 확인된다. 아울러 서명선·김종수·정민시 등은 정조가 세손 시절부터 가까이 지내면서 사조직 동덕회를 조직할 정도로 측근이었다. 조정 내부엔 정조의 준론 탕평에 동조하는 시파가 있었고, 정조 어찰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벽파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조정 외곽엔 영남 남인 1만명이 연명해 정조의 사도세자 복권을 시도하고 정조의 준론 탕평에 호응하는 등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친위 무력 기반 장용영도 있었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밀지를 주고받으면서 막후에서 정국을 설계하면서 이끄는 부지런함까지 갖췄다. 꿈꾸는 잠룡들 과연 국민의힘은 서로 전혀 다른 구 친윤계·친한계·강경 보수를 모두 조율할 수 있는 수장을 배출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선 모두의 인정을 받는 월등한 실력과 부지런함을 갖춰야 한다. 장 대표가 지금이라도 이를 소화할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누군가가 나타날지, 보수 성향 유권자의 가슴은 타들어 가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