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꼬인’ 10월 국회 막전막후

일정은 일정대로 대결은 대결대로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반의회주의적 폭거’ ‘국가 기밀 불법 탈취 사건’. 10월 정기국회 첫 주부터 여야는 전면전을 불사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대정부질문서 김동연 부총리와 정면으로 충돌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유은혜 교육부장관의 임명을 강행했다. 여야 간 치열한 난타전이 이어지면서 정국은 격랑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2018년도 정기국회는 지난달 3일 개원했다. 정기국회는 100일간의 회기 동안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그리고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게 된다. 여야 할 것 없이 모든 국회의원이 이 기간에 한 데 어우러진다. 첨예한 갈등이 불가피하면서도 여야 간 합의와 협치를 곳곳서 기대할 수 있다.

협치 강조
현실은…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정기국회 개회식서 “이번 정기국회 100일을 민생입법의 열매를 맺기 위한 ‘협치의 시간, 국회의 시간’이 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10월 정기국회는 첫 걸음부터 꼬이는 모양새다. 

여야는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놨는데 공세 수위 역시 높았다. 

10월 국회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재정정보 자료 폭로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임명으로 대립의 장이 됐다. 


한국당 심 의원의 재정정보 자료 폭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반발을 샀다. 심 의원은 국가재정정보시스템에 접근해 비인가 자료를 확보했다. 심 의원은 키보드의 ‘백스페이스 키’를 사용하다 보니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상적인 방법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당은 이를 불법으로 간주했고,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심 의원을 고발해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심 의원 역시 기재부를 무고로 맞고소했다. 10월 국회가 ‘화약고’로 변모하게 된 까닭이다.

민주당 소속인 유 장관은 현역 국회의원 최초로 인사청문회 결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유 장관은 청문회서 여러 의혹에 대해 해명했지만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유 장관의 임명을 강행했고 야당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기국회 첫 주부터 민주당과 한국당 간 난타전이 일어난 것이다.  

국회 내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충돌하면서 그 파장은 상당했다. 지난 1일 문 의장 주재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서 양당은 기싸움을 벌였다. 이날 문 의장은 “협치에 관해서 한 마디씩 해달라”며 각 당 원내대표들에게 제안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여야가 추석 전 민생법안 처리에 합의한 것을 두고 “국회가 협치 국회로서 국민들께 그나마 추석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곧이어 심 의원 압수수색 건을 언급하며 “행정부가 헌법기관을 고발하는 행위는 헌정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대단히 큰 유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역시 서두에선 여야의 법안처리를 언급했지만 이후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 국회가 왜 갑자기 급류 속으로 들어갔는지 의아스럽다”고 했다. 이어 “의회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상식과 원칙을 생각하면서 국회가 다시 대화와 타협 그리고 협치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처음부터 “물러서지 않겠다”
심-김 충돌 “불법적” vs “정상적”


여야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10월 국회의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여야의 대치는 지난 3일 개최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서 폭발했다. 한국당은 예정에 없던 심 의원을 대정부질문 주자로 내세웠다. 한국당은 “심 의원이 대정부질문서 재정정보시스템 접속을 시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심 의원은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의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이날 심 의원은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김동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과 대치했다. 서로 맞고소한 상태인 김 부총리와 심 의원은 재정정보 자료의 접근 방법 문제와 자료의 적법성을 두고 첨예하게 맞섰다. 

특히 평소 차분한 어투로 답변하곤 했던 김 부총리는 이날 종종 언성을 높이며 심 의원의 질의에 하나하나 반박했다.

심 의원은 예고한 대로 재정정보시스템 접속 과정을 공개했다. 심 의원은 미리 준비한 동영상을 통해 “100% 정상적으로 접속해 자료를 열람했다. 아무런 불법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라며 “지금 의원님이 본 그 자료는 기재부도 볼 수 없는 자료”라고 정면 반박했다. 

김 부총리는 심 의원이 자료에 접근한 과정을 가리키며 “그 루트를 찾아가는 데 적어도 6번의 경로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심 의원은 “6번의 경로라고 하는데 단순한 클릭이 6번이었다”고 맞받아쳤다.

정보 접근 방법에 이어 두 사람은 자료의 적법성을 두고도 강하게 부딪혔다. 김 부총리는 심 의원이 해당 자료를 열람한 것에 대해 “감사관실용이라는 경고가 떠있음에도 들어간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심 의원은 “감사관실이랄지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 문구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 부총리는 “그렇지 않다. 재정집행 실적은 괄호에 감사관실이라고 쓰여 있다”고 말하자 심 의원은 “보지 말라고 주의 표시가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김 부총리는 “공직자라면, 감사관실 표시를 본다면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며 “설령 들어갔다 해도 190회에 걸쳐 100만건 이상 다운로드됐다. 분명하게 사법당국서 위법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정부질문 격돌
적법성 놓고 설전

실제로 심 의원이 접속했던 재정정보 시스템에는 ‘재정집행 실적(감사관실용)’이란 폴더가 있다. 김 부총리의 말대로 ‘감사관실용’이라는 경고가 적혀 있다. 다만 글씨체나 글자 크기 그리고 글자색 등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심 의원이 주장한대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문구’는 없던 셈이다. 이를 두고 ‘감사관실용’이라는 문패를 ‘경고’로 해석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심 의원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료에 접근한 사실의 인지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심 의원은 새로운 내용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을 추가로 폭로했다. 심 의원은 청와대 직원들이 국가 재난과 을지훈련 기간에 술집을 드나들었다며 식당 이름과 날짜 그리고 가격 등 관련 내역을 폭로했다. 

김 부총리는 “일방적으로 상호나 특정 시기가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업무 내용을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심 의원의 자료를 폭로한지 2시간 반 만에 반박자료를 냈다. 청와대는 심 의원의 주장이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심 의원이 폭로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청와대는 해당 자료의 결제액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을 모두 공개했다. 

청와대 살림을 도맡고 있는 이정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은 “심 의원이 문제 제기한 건들의 모든 영수증을 찾고 있다”며 “영수증만 한 트럭 분량인데 하나하나 모두 찾아내서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유 장관의 임명을 두고 또 다시 크게 부딪혔다. 한국당은 그간 유 장관의 자질 등을 두고 교육부장관 임명에 강하게 반대했다. 반면 민주당은 의혹은 해소됐고, 장관직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지난 2일 국회 로텐더홀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유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당 차원서 유 장관의 임명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정부가 반의회주의적인 폭거를 자행한 것”이라며 “이 사람만은 안 된다는 학부모들의 절절한 목소리에도 나몰라라 하는 문재인정권은 도대체 누굴 위한 정권인지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회 밖에서도 유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입제도를연구하는엄마모임, 경기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유 후보자 지명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유 장관은 실정법 위반 사건이 여러 건 있고, 비도덕적 행위가 수차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교육부장관으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심재철
한국당은 유은혜

유 장관은 교육부장관으로 내정된 때를 시작으로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숱한 의혹과 마주했다. 자녀의 위장전입 문제와 병역 기피 의혹, 피감기관 건물 입주 의혹, 지방의원의 사무실 월세 대납 의혹 그리고 남편 회사 사내이사의 국회 비서 겸직 등이 줄을 이었다. 

상습적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실 역시 공분을 샀다. 유 장관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교통법규를 59차례 위반해 236만원의 과태료를 냈다.

그러나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2일 오전 “유 장관이 사과할 건 사과하고 해명할 건 해명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비춰 결정적 하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 역시 이날 오후 유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수여식 뒤 환담서 “인사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 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며 “업무서 아주 유능하다는 걸 보여주셔서 인사청문회 때 제기됐던 염려들이 기우였다는 것을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교육부 장관에 임명된 지 이틀 뒤인 지난 4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했다. 유 장관은 이날 교육부장관 임명을 반대했던 야당 의원들의 십자포화를 받았다. 

심 의원에 이어 유 장관이 대정부질문에 출석하면서 여야는 서로를 향해 더욱 날을 세웠다. 유 의원이 참석한 국회 본회의장에는 야당 의원들의 고성과 막말이 오가며 ‘2차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유 장관은 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위장전입 문제를 지적하자 “여러 차례 국민 여러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딸아이가 입학했던 덕수초등학교는 명문 초등학교가 아니다. 당시 중구 시내에 있었던 이 학교는 초등학교 입학생들이 부족했던 실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주 의원이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교육부장관직을 위해서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할 수 있느냐”고 묻자 유 장관은 “지금 집중하고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일은 교육개혁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일”이라며 답을 회피했다. 

유 장관은 지난 국회 인사청문회서도 총선 출마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바 있다.

주 의원은 다시 총선 출마에 대해 물었지만 유 장관은 “총선에 출마, 불출마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기간 얼마나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을 하고 성과를 내느냐의 문제”라며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이에 주 의원은 “국민들은 장관님의 그런 말씀을 차기 총선에 출마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것이라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임기는 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 여러분들께서 판단해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장관에 대한 질의가 자질 지적으로 이어지자 여당 의원들은 반발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대정부질문을 해라. 여기가 청문회장인가”라고 외쳤고,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이주영 국회부의장에게 “인사청문회 자리가 아니지 않느냐. 청문회서 소명했다”고 말했다.

유, 임명에 야당 공세 진땀
이젠 국감, 정상운영 될까?  

반면 야당에선 유 장관을 향한 고성이 이어졌다. 한국당 김상훈 의원은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해 국민 의혹이 큰 것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그만 좀 물타기 해라”라며 여당을 비판했다.

국회 본회의장이 유 장관과 야당 의원들의 질의응답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자 민주당 홍 원내대표는 의장석 앞으로 나왔다. 홍 원내대표는 이 부의장에게 진행에 문제가 있다고 따져 물었다. 이에 한국당 김 원내대표는 홍 원내대표의 팔을 낚아채면서 제지에 나섰다. 

둘은 잠시 몸싸움을 벌이기도 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를 보였다. 양당 원내대표가 의장석에 나와 대치했던 만큼 이번 정기국회의 앞날은 불투명해졌다.   

‘심재철·유은혜’ 사안을 두고 충돌한 여야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었다. 10월 정기국회 첫 주부터 여야는 대결 양상에 이르렀다. 
 

민주당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심 의원의 대정부질문에 대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심 의원의 질의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렇다”며 깎아내렸다. 이어 박 대변인은 “김 부총리의 치밀하고 설득력 있는 답변 앞에 이렇다할 반박도 내놓지 못했다”며 청와대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한국당은 유 장관에 대한 비판으로 응수했다. 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유 장관의 임명은 청와대의 협치 포기 선언”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도저히 맞지 않았기 때문에 임명에 반대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유 장관 임명 이후 환담에서 발언한 내용을 들어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를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당 일부에선 ‘국회 보이콧’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당 지도부는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당 김 원내대표는 지난 2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민주당 홍 원내대표와의 토론 중 “국회 보이콧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기국회 파행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첫주부터 격렬
국감 괜찮을까?

여야는 일단 예정된 국회 일정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다는 입장인 만큼 국회 보이콧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야가 여느 때보다 치열한 한 주를 보낸 만큼 남은 일정을 안심하고 바라보긴 어렵다. 특히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가 10월 둘째 주(10일)부터 시작된다. 국정감사 기간 여야의 충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여야 갈등으로 10월 첫 주부터 꼬이기 시작한 정기국회가 어떤 국면을 맞이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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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