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기죽은 야당 실상

여기저기 끼지 못하고…유령 취급?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거대 양당이 정기국회의 쟁점 이슈를 선점하면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존재감이 미약해지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새 지도부 체제를 중심으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바른미래당은 ‘당 정체성 논란’이 최근까지도 끊이질 않고 있다. 민주평화당은 현직 국회의원들의 ‘탈당설’이 제기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난 20대 총선 결과 다당제 국회가 출범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이 등판하면서 국회는 다당제 체제가 됐다. 다당제 국회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았다. 다양한 정책적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다당제의 이점으로 꼽히는 협의와 합의를 국회에 녹여내기 어렵다는 우려가 공존했다. 다당제 국회는 지방선거와 북한의 비핵화 등 굵직굵직한 이슈를 통과했고, 최근 정기국회의 문을 열었다.

출범 이후
연일 제자리

바미당과 평화당은 존재감을 좀처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10월 정기국회의 첫 일정인 대정부질문서부터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그림자에 가려진 형국이다. 

게다가 두 당 내부에선 정기국회를 관통하면서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지지율은 연일 답보상태다. 바미당과 평화당은 정기국회를 통해 가시적인 전환을 모색하는 모양새지만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바미당은 손학규호 출범 이후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섰다. 바미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합당 이후 내부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선 당내 갈등이 후보 간 갈등으로 번졌고,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졌다.

바미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해 당 재건에 나섰다. 이후 바미당은 지난 9·2전당대회를 통해 손학규 대표를 신임 당 대표로 선출했다. 손 대표는 취임 이후 첫 당직 인선서 사무총장에 바른정당 출신 오신환 의원을, 비서실장에 국민의당 출신 채이배 의원을 지명했다. 

전당대회 과정서 불거진 계파갈등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로 손 대표 취임 이후 당내 잡음은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 ‘최고참’인 손 대표는 당 전면에 나서면서 당내 갈등을 진화해 호평을 받았다.

다만 당의 완전한 화학적 결합은 요원해 보인다. 최근 바미당 내에선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 문제를 놓고 의원들 간 마찰이 있었다.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달 6일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 모든 정치 세력이 한뜻으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고, 한국의 강력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자는 대통령과 여당의 요청에 바미당은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김 원내대표는 비핵화의 진전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비준안 처리가 한미 동맹의 균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경청할 가치가 있다”며 “국회 결의안을 채택하고, 이후 비준 동의를 논의하자”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의 연설이 있던 날 바미당 지상욱 의원과 이언주 의원은 국회 비준 동의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비핵화 달성이라는 당의 정강·정책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 의원 역시 “북한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상황서 국회가 힘을 실어줄 때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가 비핵화 진척 정도를 짚었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손 대표는 같은 날 소상공인·자영업자 직능단체 대표자들과 정책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우리 의원들은 애국심과 애족심, 애당심을 가져야 한다”며 사실상 지 의원을 겨냥했다. 

민-한 거대 양당 그림자에 존재감 흐릿
바미당, 정기국회서도 당내 잡음 여전

이에 지 의원은 다음날 SNS 페이스북을 통해 “손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애국심, 애당심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며 공개 질의했다. 손 대표는 다음 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 의원의 공개질의와 관련된 질문에 웃으면서 “됐어, 됐어”라며 즉답을 피했다. 당 의원과 당 지도부가 서로 맞서는 양상이었다.

바미당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지만 최근까지도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 여부에 이견이 있었다.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섰던 지 의원은 지도부의 ‘재신임’을 묻기도 했다. 바미당은 지난 1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서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판문점 선언 및 평양공동선언 비준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며 “마치 당장 처리를 해 줄 것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있는데, 논의를 시작하자는 말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이견과 갈등을 감안한 듯 ‘의결’보다 ‘논의’에 초점을 맞췄다. 

김 원내대표는 ▲판문점 선언 비준안 비용추계 재산정 ▲북측, 국회 비준과 동일한 효력 갖는 국내법적 절차 진행 ▲북한의 현재 핵 불능화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등 세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하며 비준동의에 있어 신중한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 의원은 전제조건에 대해 “대한민국과 달리 북한은 김정은 1인 체제 국가다. 국내법적 절차는 사문화될 수 있는 소지가 많아 효력이 발생하기 어렵다. 핵 불능화의 노력이란 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씀을 주셔야 한다”라며 조목조목 따졌다. 

특히 “(김 원내대표가) 기자들한테 비준을 꼭 하겠다고 말씀을 하고 다니신다는 얘기도 기자들을 통해서 들려온다. 해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판문점 비준안
갈등 수면위로

그는 “원내대표님과 모든 당직자 분들도 개인의 의견이 마치 당의 뜻인 것처럼 오해가 되는 처신을 신중하게 해주시면 좋겠다”며 “또 그런 일이 생길 때는 신임을 여쭙지 않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번 사안을 통해 바미당은 완전한 결합을 이뤄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각에선 “당 발전을 위한 건전한 갈등”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안의 무게감을 놓고 봤을 때 하나 된 목소리가 나오지 못한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 문제는 이번 정기국회의 최대 쟁점 중 하나로 꼽힌다. 바미당은 정기국회의 중대한 사안을 두고 불협화음이 짙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당 의원이 지도부를 향해 당의 ‘정강·정책’을 언급하며 비판한 것은 당내 통합이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평화당은 최근 일부 현역의원들의 ‘탈당설’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평화당 의원들의 탈당설은 지난 추석 연휴 전후로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은 평화당 김경진·이용주 의원이었다.

김 의원의 경우 추석 연휴 때 내건 귀성인사 현수막 사건이 도마에 올랐다. 통상 국회의원 현수막엔 당명과 당 로고, 당 고유색 등이 실린다. 그러나 김 의원의 귀성인사 현수막엔 당명, 당로고가 빠져있었다. 

당 고유색도 평화당을 상징하는 연두색이 아닌 파란색이었다. 김 의원의 현수막은 파란색 바탕에 ‘고향방문을 환영합니다. 국회의원 김경진 올림’이란 글자가 적혀있을 뿐이었다. 평화당 소속인 점도 드러내지 않은 채 ‘국회의원 김경진’이라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의 탈당설에 힘이 실렸다. 일각에선 현수막 바탕색이 파란색인 것을 두고 차후 행선지를 민주당으로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이 의원은 지난달 27일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탈당설 내막을 공개했다. 이 의원은 “추석 명절 이전 본회의가 있었는데 저를 비롯한 김 의원과 몇몇 의원들이 본회의 도중에 모여 티타임을 가졌다”며 운을 뗐다. 

이 의원은 “티타임 중 바미당발, 평화당발 향후 정계개편은 어떻게 될지 가벼운 이야기들이 오고갔다”며 “다당제 체제가 필연적으로 양당 체제로 회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12월 기점으로
탈당설 솔솔!

이어 “그렇다면 12월 쯤 현실화될 것이기 때문에, 김 의원은 어차피 그리 될 바에야 조금 일찍 탈당이라든지 정계개편의 계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의원은 “향후 정계개편의 여부는 정기 국회서 선거제도 개편 여부에 달려있고, 이 부분에 대한 민주당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평화당 의원들의 탈당 의사가 당장 확실시된 것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의원은 공통점이 제법 있다. 김 의원과 이 의원 모두 검사 출신이다. 김 의원은 광주지검서, 이 의원은 서울고검서 부장검사를 지냈다. 이후 두 의원은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나란히 2016년 총선에 출마, 국민의당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김 의원과 이 의원의 의정활동서도 이들의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이른바 ‘청문회 스타’다. 김 의원과 이 의원은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서 활약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질의 과정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여론의 조명을 받았다. 

그는 청문회를 통해 ‘쓰까요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의원 역시 청문회서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에게 문화계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를 연이어 18번 질의해 자백을 받아낸 바 있다.

평화당 초선의원들의 탈당설이 불거지자 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1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서 “(초선의원들이)지금은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약 한두 달 전부터 초선의원 몇 사람이랑 (탈당과 관련한)상의를 했다”며 “당내에 남아서 노선투쟁 같은 것을 해도 좋지만 탈당은 하지 말자고 했다. 그리고 정계개편서 어떤 기회가 오면 함께 당에서 노력해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평화당, 현역 의원 탈당설로 어수선
선거개편 주장하며 분위기 반전 시도

맥락을 살펴보면 평화당은 선거제도 개편 여부를 정계개편의 시발점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의원수를 늘려 교섭단체 지위 확보를 노린다는 해석이다. 바미당 역시 선거제도 영역서 자유롭지 못하다. 좀처럼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지 못하는 상황서 현행 선거제도로 총선을 맞이하기엔 무리가 있다.

지난 1∼2일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진행한 10월 1주차 주중집계에 따르면 바미당과 평화당의 지지율은 각각 6.0%, 2.5%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유권자 1만2462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 1003명이 응답을 완료했다. 응답률 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바미당과 평화당은 이번 정기국회서 선거제도 개편을 중앙 이슈로 끌어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두 당은 선거제 개편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모양새다. 

최근 바미당과 평화당은 정의당과 민중당, 녹색당 그리고 우리미래 등과 함께 지난 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제 개혁 논의를 촉구했다. 이들 정당은 570여개의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개혁공동행동을 결성하고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올해 정기국회에서도 지난 1년간처럼 정치개혁에 관한 논의가 표류한다면, 20대 국회는 명백히 퇴행적인 국회로 기록될 것”이라며 사실상 민주당과 한국당을 압박했다.

바미당 손 대표와 평화당 정 대표, 그리고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손 대표와 정 대표는 각각 바미당과 평화당의 수장으로 자리하면서 선거제도 개편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이날 손 대표는 선거제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정 대표는 사실상 민주당과 한국당을 압박했다.

지지율 답보
돌파구 있나

최근 정 대표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 정의당 이 대표와 함께 지난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당시 이야기를 꺼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대표와 평양 고려호텔 꼭대기 층 술집서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이 대표가)우리 사회를 개혁의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선거제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위해 필요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의 명단을 미루고 있는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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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