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편의점 대란

“과포화…이러다 다 망할 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부 편의점주들이 과도한 위약금 문제를 개선하고, 가맹점주들의 최저수익 보장 제도 등을 통해 실질적인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가맹본부에 재차 요구했다. 가맹본부는 이에 대해 이미 상생 방안을 마련해놓은 데다 자체적으로 과다경쟁을 막기 위해 ‘근접출점 제한’ 자율 규약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 상황서 편의점주들의 반복적인 요구에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편의점 불공정 피해사례 발표 및 생존권 보호를 위한 토론회’를 갖고 “가맹본사들은 허위과장된 매출액 정보를 제시해 무분별한 출점을 하며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며 “영업사원들에게 실적을 강요해 가맹점 수만 늘리도록 함으로써 결국 가맹점주들이 모든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심해지는 갈등

이날 토론회에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편의점 본부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한국편의점살리기전국네트워크,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우원식·이학영·제윤경 의원이 토론회를 주관했다.

박기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중소상인공정분과 실행위원은 “편의점 문제의 핵심은 최저임금 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차별적인 점포 확대 등 비합리적인 사업운영 체계에 있다”며 “편의점 본사는 점포 수 늘리기에 혈안이 돼있어 현 구조가 계속되는 한 편의점주의 수익 악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에 따르면 2010년 1만4000여곳이던 편의점 가맹점 수는 2018년 현재 약 4만여곳으로 급격히 늘었다. 또 지난 3월 말 기준 인구 10만명당 편의점 수는 77.6개로, 일본(44.4개)보다 두 배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CU와 GS25는 작년 말 기준 각각 1만2503개, 1만2429개의 점포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CU가 5조원을 넘어섰고, GS25는 6조2000억원 정도를 기록했다. 

반면 편의점 점포당 매출은 작년 2월 이후 12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날 참석한 김경미 서울시 공정경제정책팀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6조원 수준이던 편의점 가맹본사 매출은 지난 2016년 16조원으로 277% 늘었다. 그러나 개별 편의점 매출은 2008년 5억4000만원서 2016년 6억원을 기록하며 소폭 올랐다. 상승분도 담뱃값 인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박 위원은 “이 같은 상황서 편의점들은 24시간 영업을 여전히 강제하고, 과장된 매출 정보를 제공해 개점을 유도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벌여 가맹점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특히 영업을 중단하고자 해도 과도한 위약금을 물도록 해 가맹점주가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고 강제영업을 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A 편의점의 경우 위약금은 매출 총이익 합산금, 취득가 기준 시설 인테리어 비용, 철거 비용 일체 및 폐점수수료로 구성되며, 매출 총이익서 폐점주가 미래 예상영업이익까지 배상해주도록 계약서 상에 명시돼있다. 

또 인테리어 비용은 산정근거를 확인할 수 없는 취득가를 기준으로 하고, 폐점수수료라는 이유없는 비용도 부과돼 폐점을 원하는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박 위원은 “편의점들은 과도한 위약금 문제를 개선하고, 각 가맹점주들의 최저수익을 보장하는 등의 제도를 통해 실질적인 편의점주들의 생존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런 일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입법 운동과 더불어 가맹본사의 적극적인 상생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승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편의점 본부 팀장 역시 “가맹본사가 폐점 위약금을 철폐하고 한시적 ‘희망폐업’을 시행해 편의점주들이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최저수익 보장으로 무분별한 출점도 중단하고, 지원금 중단을 빌미로 24시간 영업을 강제토록 하는 행위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점주-본사 불공정 두고 입장차 여전
줄폐업 가시화…이미 수천곳 문닫아

이 같은 일부 편의점주들의 주장에 대해 가맹본부들은 “사실을 왜곡하고 가맹점주들의 실제 이익보다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시켜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을 펼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폐점 수수료는 상당히 낮은 수준인 데다 24시간 운영하는 점주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을 두고 마치 심야영업을 강제하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심야영업은 점주가 선택할 수 있고, 법으로 규정된 것을 따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위약금은 상호 계약을 기반으로 ‘단순 변심’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맹점주에게만 불리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가맹본부도 적용이 되는 사항”이라며 “공정위가 가진 기준을 가지고 계약을 한 것인데 이를 두고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가 본사와 상생 방안을 마련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계속 정치 쟁점화시켜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며 “본사가 문제가 많은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편의점 업체들도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상황으로, 기업이 같이 살아야 점주들도 함께 잘 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가맹점주협의회가 전체 점주들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갈수록 정치적 이슈로 이를 부각시켜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은 안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편의점주와 본사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는 ‘2020년 편의점 폐업 대란설’이 돌고 있다. 이미 업계에선 2∼3년 후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편의점들이 줄 폐점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 많은 얘기들이 오가고 있었다. 

저마다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편의점 수가 너무 많아 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미 올해 국내 5대 편의점 브랜드의 매장들이 1000개 넘게 폐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접출점과 과도한 가맹수수료, 높아지는 임대료 등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폐업 결심의 결정타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는 2020년부터 편의점 폐업 대란이 시작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규 점포 수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3년 300개로 최저점을 찍은 뒤 2014년 1597개, 2015년 3496개 매장이 새로 생겨났다. 
 

이후 2016년 4224개, 2017년 4291개 등 매년 4000개 이상의 편의점이 늘어났다. 많이 생겨났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심해졌다는 의미. 또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5년 뒤, 폐업을 신청할 편의점수도 많다는 뜻이다.


2010년에는 2807개, 2011년 4284개, 2012년 3338개의 편의점이 생겨났다. 5년 뒤 폐점률을 살펴보면 편의점 개점 그래프와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2013년 1678개, 2014년 2100개, 2017년 1754개의 편의점이 폐점을 했다.

“성장 멈춘다”

한 전문가는 “2020년 이후 편의점업 성장이 멈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구멍가게의 전환수요가 남아있고, 후발 편의점 업체의 출점 정책도 공격적이라 단기적으로 편의점 시장의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하지만 동일 상권서 경쟁이 치열하고 매년 증가하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편의점주의 인건비 상승은 편의점업의 성장정체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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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