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편의점 대란

“과포화…이러다 다 망할 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부 편의점주들이 과도한 위약금 문제를 개선하고, 가맹점주들의 최저수익 보장 제도 등을 통해 실질적인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가맹본부에 재차 요구했다. 가맹본부는 이에 대해 이미 상생 방안을 마련해놓은 데다 자체적으로 과다경쟁을 막기 위해 ‘근접출점 제한’ 자율 규약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 상황서 편의점주들의 반복적인 요구에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편의점 불공정 피해사례 발표 및 생존권 보호를 위한 토론회’를 갖고 “가맹본사들은 허위과장된 매출액 정보를 제시해 무분별한 출점을 하며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며 “영업사원들에게 실적을 강요해 가맹점 수만 늘리도록 함으로써 결국 가맹점주들이 모든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심해지는 갈등

이날 토론회에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편의점 본부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한국편의점살리기전국네트워크,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우원식·이학영·제윤경 의원이 토론회를 주관했다.

박기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중소상인공정분과 실행위원은 “편의점 문제의 핵심은 최저임금 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차별적인 점포 확대 등 비합리적인 사업운영 체계에 있다”며 “편의점 본사는 점포 수 늘리기에 혈안이 돼있어 현 구조가 계속되는 한 편의점주의 수익 악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에 따르면 2010년 1만4000여곳이던 편의점 가맹점 수는 2018년 현재 약 4만여곳으로 급격히 늘었다. 또 지난 3월 말 기준 인구 10만명당 편의점 수는 77.6개로, 일본(44.4개)보다 두 배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CU와 GS25는 작년 말 기준 각각 1만2503개, 1만2429개의 점포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CU가 5조원을 넘어섰고, GS25는 6조2000억원 정도를 기록했다. 

반면 편의점 점포당 매출은 작년 2월 이후 12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날 참석한 김경미 서울시 공정경제정책팀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6조원 수준이던 편의점 가맹본사 매출은 지난 2016년 16조원으로 277% 늘었다. 그러나 개별 편의점 매출은 2008년 5억4000만원서 2016년 6억원을 기록하며 소폭 올랐다. 상승분도 담뱃값 인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박 위원은 “이 같은 상황서 편의점들은 24시간 영업을 여전히 강제하고, 과장된 매출 정보를 제공해 개점을 유도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벌여 가맹점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특히 영업을 중단하고자 해도 과도한 위약금을 물도록 해 가맹점주가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고 강제영업을 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A 편의점의 경우 위약금은 매출 총이익 합산금, 취득가 기준 시설 인테리어 비용, 철거 비용 일체 및 폐점수수료로 구성되며, 매출 총이익서 폐점주가 미래 예상영업이익까지 배상해주도록 계약서 상에 명시돼있다. 

또 인테리어 비용은 산정근거를 확인할 수 없는 취득가를 기준으로 하고, 폐점수수료라는 이유없는 비용도 부과돼 폐점을 원하는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박 위원은 “편의점들은 과도한 위약금 문제를 개선하고, 각 가맹점주들의 최저수익을 보장하는 등의 제도를 통해 실질적인 편의점주들의 생존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런 일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입법 운동과 더불어 가맹본사의 적극적인 상생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승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편의점 본부 팀장 역시 “가맹본사가 폐점 위약금을 철폐하고 한시적 ‘희망폐업’을 시행해 편의점주들이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최저수익 보장으로 무분별한 출점도 중단하고, 지원금 중단을 빌미로 24시간 영업을 강제토록 하는 행위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점주-본사 불공정 두고 입장차 여전
줄폐업 가시화…이미 수천곳 문닫아

이 같은 일부 편의점주들의 주장에 대해 가맹본부들은 “사실을 왜곡하고 가맹점주들의 실제 이익보다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시켜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을 펼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폐점 수수료는 상당히 낮은 수준인 데다 24시간 운영하는 점주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을 두고 마치 심야영업을 강제하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심야영업은 점주가 선택할 수 있고, 법으로 규정된 것을 따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위약금은 상호 계약을 기반으로 ‘단순 변심’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맹점주에게만 불리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가맹본부도 적용이 되는 사항”이라며 “공정위가 가진 기준을 가지고 계약을 한 것인데 이를 두고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가 본사와 상생 방안을 마련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계속 정치 쟁점화시켜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며 “본사가 문제가 많은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편의점 업체들도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상황으로, 기업이 같이 살아야 점주들도 함께 잘 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가맹점주협의회가 전체 점주들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갈수록 정치적 이슈로 이를 부각시켜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은 안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편의점주와 본사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는 ‘2020년 편의점 폐업 대란설’이 돌고 있다. 이미 업계에선 2∼3년 후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편의점들이 줄 폐점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 많은 얘기들이 오가고 있었다. 

저마다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편의점 수가 너무 많아 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미 올해 국내 5대 편의점 브랜드의 매장들이 1000개 넘게 폐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접출점과 과도한 가맹수수료, 높아지는 임대료 등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폐업 결심의 결정타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는 2020년부터 편의점 폐업 대란이 시작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규 점포 수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3년 300개로 최저점을 찍은 뒤 2014년 1597개, 2015년 3496개 매장이 새로 생겨났다. 
 

이후 2016년 4224개, 2017년 4291개 등 매년 4000개 이상의 편의점이 늘어났다. 많이 생겨났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심해졌다는 의미. 또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5년 뒤, 폐업을 신청할 편의점수도 많다는 뜻이다.


2010년에는 2807개, 2011년 4284개, 2012년 3338개의 편의점이 생겨났다. 5년 뒤 폐점률을 살펴보면 편의점 개점 그래프와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2013년 1678개, 2014년 2100개, 2017년 1754개의 편의점이 폐점을 했다.

“성장 멈춘다”

한 전문가는 “2020년 이후 편의점업 성장이 멈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구멍가게의 전환수요가 남아있고, 후발 편의점 업체의 출점 정책도 공격적이라 단기적으로 편의점 시장의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하지만 동일 상권서 경쟁이 치열하고 매년 증가하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편의점주의 인건비 상승은 편의점업의 성장정체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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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