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기억하는 사진작가’ 박희자

예술과 생산 그리고 창작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양헌 미술평론가는 ‘쇠퇴와 구원 사이에서’라는 글을 통해 모더니즘 미술사의 죽음과 종말에 대한 가설을 소개했다. 그중 하나가 사진의 등장이다. 이 평론가는 “렌즈 기반의 예술서 가장 앞에 놓인 사진은 자신의 생일을 기억하는 최초의 장르이자 이미지를 해방시킨 계기이며 명징한 지표성으로 현실과 가상을 이중매개하면서 미술사의 순혈주의를 문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송은 아트큐브는 재단법인 송은 문화재단이 송은 아트스페이스와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다. 신진 작가들의 전시 개최를 지원하면서 창작 의욕을 고무하기 위한 작가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2002년 1월 개관한 이래 매년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전시공간과 제작을 후원하는 등 작가들의 전시활동을 돕는다.

예술의 가치

2018-2019 송은 아트큐브 전시 지원 공모 프로그램에 선정된 사진작가 박희자가 개인전 ‘다중노출’을 선보인다. 박희자는 기술과 예술의 경계서 예술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전시에선 서울 을지로 상가를 배경으로 제조업서의 생산과 예술서의 창작의 경계를 탐구한다.

‘경치의 오브제’ 시리즈에 등장하는 사물과 대상은 공통적으로 한 공간서 계속 사용되면서 그 나름의 역사와 기능을 지니고 그것만의 존재 의미를 생성한다. 그것이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인지 누가, 언제, 어떤 이유로 현재의 풍경을 만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매일의 일상이 덧입혀져 사물은 마치 스스로 그 자리를 찾아 그곳에 꼭 들어맞게 놓인 듯하고, 이제는 각각의 사물들이 놓인 그 상태 그대로 완전하게 풍경과 스토리를 완성한다.


을지로 일대 배경
제조업 생산 주목

을지로의 상가서 쉽게 볼 수 있는 ‘생산자’의 행위를 재현한 ‘퍼포머’ 시리즈도 주목할 만하다. 퍼포머는 진지한 표정으로 생산자의 장갑을 끼고 수레, 집게, 의자, 철사 등을 사용해 일상적이고 반복적이면서도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행위를 선보인다.

분명 생산자의 행위를 하고 있지만 예술성을 획득한 퍼포머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관객에게 생산과 창작의 경계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박희자는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예술과 생산의 경계 그리고 창작의 유희”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작업 ‘Art School Project’를 진행하면서 그리고 이후 다른 작업들을 지속하면서 창작의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에 이것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며 “그래서 다년간 그것이 가진 의미, 가치, 선택과 비선택, 효율의 정도를 매기는 것이 가능한지, 가치를 잃은 무엇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면 그것이 되는가를 고민해왔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를 재현한 예술
경계에 대한 화두 던져

이번 작업은 창작에 대한 작가의 근본적인 물음서 시작됐다. 그는 답을 찾기 위해 창작과 생산이 이뤄지는 현장을 기록하고 그곳서 창작을 시도했다. 산업현장서의 생산물과 그곳서 반응하는 작가의 생산물, 이 과정을 통해 그는 예술과 산업의 구분과 경계를 고민하는 동시에 창작 과정에서의 유희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했다.

박희자는 “이번 전시는 만드는 것 혹은 창작과 생산의 경계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는 자리”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전시된 이미지는 국내 모든 제조업이 모여 있는 을지로 일대 특히 대림상가와 세운청계상가를 중심으로 기록됐다”며 “이미지의 대상은 창작물이기도 하고 창작자이기도 하고 때론 아무 것도 아니지만 창작물처럼 여겨지는 것들”이라고 소개했다.


작가가 창조한 이미지는 보여주기 방식서 다시 한 번 창작된다. 박희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재구성된 이미지가 변형의 과정을 거치는 창작의 순환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자 했다.
 

이양헌 평론가는 “오랫동안 회화를 욕망해왔고 리얼리즘의 적자였으며 20세기 미술을 보존하는 기억의 대리자로서 공고했던 사진은 이제 최초의 피사체들처럼 쇠락해가는 매체가 됐다”면서도 “사진은 사물의 운명과 관계 맺으며 구성과 배치를 조율하고 조형성을 실험하면서 여전히 인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의 변형

이어 “이는 사진을 과거의 매체로 확증하지 않으면서, 지난 시간들을 회고적으로 소환하고 동시에 나아갈 미래를 개방하는 예언적 차원을 예비하고 있다”며 “최초의 사진들로부터 해방된 이미지의 세계로 이행하는 찬란한 노정을 경험한다면, 우리는 오직 쇠퇴의 순간에만 구원이 가능하다는 작은 환희로 안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박희자는?]

1982년 출생

▲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 졸업(2017)
Academy of Fine Arts in Prague, Studio of Prof. Jojef Dabering 수료(2015)
서울예술대학교 디자인학부 사진전공 졸업(2006)

▲개인전

‘사물이탈’ 공;간극, 서울(2018)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 777레지던스 갤러리, 경기(2016)
‘The Women of Island’ 갤러리가비, 서울(2013)

▲수상


제11회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선정(2017)
제9회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 프로그램 올해의 작가 선정(2016)제15회 사진비평상 작품상 부문 수상, 포토스페이스(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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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