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남북정상회담> 두 정상에 남은 과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10.01 10:21:49
  • 호수 11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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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김-트 서울서 모이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역사적인 9·18남북평양정상회담(이하 평양회담)이 막을 내렸다. 11년 만에 평양서 만난 남북 정상은 평양공동선언문에 합의하며 한반도 평화가 머지않았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발표된 평화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합의였다. 두 정상은 이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비핵화’와 ‘종전’이라는 다음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18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출발했다. 이날 오전 8시6분경 청와대 관저를 나선 문 대통령은 오전 8시23분경 서울공항에 도착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등의 배웅을 받으며 공군1호기에 탑승했다.

숨 가빴던
평양회담

문 대통령은 서울공항서 평양으로 출발할 당시 별도의 성명이나 대국민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다만 이륙에 앞서 환담장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게 “이번 방북으로 북미대화가 재개되기만 한다면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남북이 자주 만나는 게 매우 중요하고 정례화를 넘어 필요할 때 언제든 만나는 관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이 탄 공군1호기는 이날 오전 9시49분경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했다. 공항장에는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직접 마중 나왔다. 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도 함께 문 대통령 내외를 영접했다.

김 위원장이 공군1호기로 다가서자 공항 곳곳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평양 시민들은 꽃술과 한반도기, 인공기를 흔들며 만세를 불렀다. 환영인파 뒤로는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자!’ ‘평양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인사 과정서 문 대통령을 힘껏 포옹한 뒤 뺨과 뺨을 부딪치는 서양식 ‘뺨 인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김 부부장과 함께 공항에 미리 도착해 대기하던 화동들은 문 대통령 내외에게 꽃을 건넸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인사와 함께 30초가량 대화를 나눴고, 뒤이어 북한군 의장대 사열을 받은 뒤 나란히 미리 준비된 벤츠 차량으로 걸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서 자신을 반기는 평양 시민 일부와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눴다. 일부 시민은 이에 상기된 표정으로 울먹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깜짝 차량 동승회담’을 가졌다. 앞서 지난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방북 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함께 50여분간 함께 승용차를 타고 동승회담을 진행한 바 있다. 동승회담은 보좌진 없이 진행돼 과연 그 차량 안에서 두 정상이 어떤 대화를 나눴을지 관심을 모았다.

파격의 3일
세계도 관심

두 정상을 태운 차량은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했다. 영빈관을 에워싼 평양 시민들은 정상들이 탑승한 차가 다가오자 도로 앞까지 달려 나가 꽃을 흔들며 환호했다. 두 정상은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카퍼레이드를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영빈관에 도착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별도로 오찬을 가진 후 오후 3시45분부터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서 1일차 회담을 시작했다. 우리 측에서는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배석했고 북측은 김 부부장,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이 배석했다.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담 후 두 정상은 만찬자리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의기투합의 시간을 가졌다. 


먼저 입을 연 김 위원장은 “민족 앞에 약속한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위해 노심초사하시며 평화의 새 시대, 민족번영의 새 역사를 흔들림 없이 이어나가려는 굳은 마음을 안고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 내외분을 열렬히 환영한다”며 “우리들은 좋게 출발한 평화번영의 새 역사를 지속해 나가며 북남관계서 꽃피는 봄날과 풍요한 결실만이 있도록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환영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화답으로 “오가는 거리마다 뜨거운 환영을 보내준 북녘 동포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며 “오늘 도착해보니 평양의 발전이 참으로 놀랍다. 대동강변을 따라 늘어선 고층 빌딩과 평양 시민들의 활기찬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과학과 경제를 발전시켜 주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려는 김 위원장의 지도력과 성취를 알 수 있었다”고 김 위원장을 추켜세웠다.

재회한 두 정상 “반갑습니다”
평양선언문서 비핵화 의기투합

평양회담 둘째 날인 지난 9월19일 두 정상은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를 발표했다. 합의서에는 ▲핵시설 폐기 등 완전한 비핵화 협력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가동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 ▲보건의료 협력 즉시 추진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유치 협력 ▲연내 동서철도·도로협력 착공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등이 핵심 내용으로 포함됐다.

두 정상이 핵시설 폐기 등 완전한 비핵화 협력에 합의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미국의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 완전한 비핵화 추진에 협력키로 했다.

또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해 군사 분야 합의서의 이행실태를 점검키로 했다.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적 소통과 긴밀한 협의도 진행한다. 두 정상은 합의서에서 “비무장지대(DMZ)를 비롯한 대치지역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산가족들의 상시 상봉을 위한 상설면회소를 조속한 시일 내에 개소하는 데도 합의했다. 두 정상은 이 같은 조치가 인도적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가기 위함이라며 “적십자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도 파격적인 합의 내용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평양회담 둘째 날 기자회견서 “김 위원장이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약속했다”며 “가까운 시일이라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핵화 협력
미국 반응은?

평양선언문을 통해 북한 비핵화의 로드맵이 발표되자 세계의 눈은 미국 워싱턴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인 가운데 미국이 이를 얼마만큼 신뢰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반도 종전의 키를 쥐고 있다. 미국은 남북과 함께 한반도 종전선언의 당사국이다. 이에 완벽한 의미의 종전을 위해서는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후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북한과 ‘선 비핵화 조치 후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미국 사이서 중재외교를 펼쳐온 이유다.
 

평양회담 합의서에는 종전선언이 빠졌다. 앞서 두 정상이 지난 4월27일 판문점선언문에 연내 종전선언을 추진키로 명시한 것과 대비된다. 북미 간 논의사항이자 미국이 부담스러워하는 종전선언 문제를 남북 주도로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단 북측은 미국이 6·12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해 비핵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기서 상응조치란 종전선언을 의미한다.

만족한 트럼프 종전까지는 “글쎄”
바빠진 폼페이오 북미회담 가시권

문 대통령으로부터 평양회담 결과를 전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24일(현지시각)뉴욕서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실무 작업을 준비 중에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북미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서 11월 중간선거 이전 김 위원장과 워싱턴서 북미정상회담을 갖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폼페이오 장관이 유엔총회 참석차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뉴욕에 도착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남을 가져 북미정상회담 조기 개최 가능성을 높였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과 연계해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비핵화와 종전의 당사국이 모두 서울에 모인다는 점에서 두 문제가 동시에 타결되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다만 남북미가 비핵화와 종전에 대한 공통된 공감대를 형성해야한다는 점에서 실제 3자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비핵화·종전
동시 타결되나

폼페이오 장관은 한미정상회담 전날인 지난달 23일 미국의 한 언론과 인터뷰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이) 어떤 양보를 할 것인지에 대해 모두 각자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어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간 것 자체를 양보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양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에 대한 대가로 북한의 핵리스트 신고를 확약받길 원한다. 폼페이오 장관이 조만간 평양을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의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옥에 티’ 백화원 욕설 파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18일 평양 백화원서 대화를 나누던 중 “지X하네”로 추정되는 욕설이 송출돼 파문을 낳았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남북 정상회담 도중 “XX하네”라고 욕설한 카메라기자를 엄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추석 연휴를 뜨겁게 달궜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정황을 파악 중”이라고 발표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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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