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균 의원은 쇄골 이하로는 감각이 없는 1급 척수장애인이다. 지난 1985년 2월1일 평범한 가장으로 직장생활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정 의원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장애인 사회복지 시스템 개선’ 등에 눈을 뜨기 시작했던 것. 정 의원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힘든 과정을 꿋꿋하게 견뎌낸 정 의원을 만나 18대 국회에 임하는 각오를 들어봤다.
정하균 의원은 누구보다도 장애인 복지 분야에 관심이 많다. 일부에서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정 의원은 그렇지 않다고 얘기한다.
정 의원은 “장애인 당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복지 예산과 제도여건을 볼 때 장애인에 대한 복지 분야가 아직 미흡하다”며 “OECD 국가 평균 9분의 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장애인 복지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여전히 후진국이라고 볼 수 있다”며 “제도부분도 지난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지만 시행령 준비과정에서 당초 법률 취지를 크게 훼손하는 내용이 있어 앞으로 장애인 복지정책을 바꿔 나가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 정치에 입문한 계기는.
▲ 2000년대 초부터 장애인 인권운동에 관여했다. 2003년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의 법제위원을 지냈고 2004년 한국척수장애인협회를 설립, 초대 회장을 맡았다. 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장애인 권익옹호 활동에 전념했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에 좀 더 많은 장애인이 참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 첫 국감을 치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 많은 준비를 했지만, 초선의원으로서 아쉬움이 많다. 원구성이 늦어지면서 정기국회 국정감사까지 촉박한 시간 때문에 보다 깊이 있는 자료요구가 이뤄지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 대신 소외받고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정책제언을 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
- 황우석 박사 연구 재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 황우석 박사 사태 이후 국내 줄기세포 연구가 침체되어 있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배아줄기세포 연구부분에서 우위를 갖고 있던 우리나라가 현재는 경쟁에서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너무 경직된 잣대로 이를 바라본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책결정자들뿐 아니라 우리 사회구성원 전체가 좀 더 유연한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줄기세포연구로 당장 가시적인 결과를 얻기는 힘들지만, 희귀·난치질환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줄기세포연구가 그나마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 친박연대 복당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 개인적으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적이 없기 때문에 ‘복당’이라기보다는 ‘입당’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당 정체성이 한나라당에 가깝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정당의 통합이나 해산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순리에 따라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다.
- 친박연대는 박근혜 전 대표를 위한 모임 정당으로 볼 수 있다.
▲ 박 전 대표의 이름을 걸고 만든 정당이니 당연한 것이다. 개인적인 친분여부를 떠나 그의 정치적 이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크게 본다면 측근이라는 말은 틀린 것이 아니다.
-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 비수도권 의원들의 반발이 크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지방발전을 위한 정책들이 수립되고 시행된 후에 추진되어야 한다. 물론 수도권에도 낙후된 지역이 있고,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도권의 역할이 있다. 그러나 지방경제의 붕괴와 그로 인한 공동화 현상이 더 심각하다. 지방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우선시 돼야 한다.
- 종부세와 관련해 일부분 위헌판결이 났는데.
▲ 세대별 부과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예상된 것이다. 세금에 대한 부과는 원칙적으로 개인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법률개정은 국회에서 이뤄질 것이다. 그외 과세한도나 세율에 대한 결정은 부의 재분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해야 된다고 본다.
- 한미 FTA 비준처리 문제가 최근 불거지고 있다.
▲ 한미 FTA로 인해 분명히 이익이 되는 부분과 손해를 보는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한미 FTA 비준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오바마 정부의 등장으로 재협상 요구 등 새로운 변수가 있지만, 미국 의회의 비준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국회의 일정에 맞춰 비준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국내 비준은 여·야가 충분히 합의해서 원만히 이뤄져야 하고, 여당이 단독으로 강행처리해서는 안 된다.
- 경제위기론이 계속 대두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경제위기의 경우 외부적인 충격이 워낙 강하다. 우리도 그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정책결정자들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을 단합시킬 동력이 없다. 정부와 국민들 간의 신뢰회복이 시급하다.
- 의정활동 계획은.
▲ 오랫동안 장애인으로서 제도 밖에서 많은 어려움을 몸소 느꼈다. 보건복지부위원회 위원으로서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소수의 힘없는 자들이 소외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정 의원의 바라는 정치상은.
▲ 사회가 어려울수록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높다. 정치가 있는 듯 없는 듯 국민들이 의식하지 않고 국민들을 편하게 만드는 것이 좋은 정치다. 또 정치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갈려져 있지만 이를 원활하게 조정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다. 앞으로 국민의 말을 충분히 듣고 그 뜻을 헤아리는 정치인이 되기 위해 항상 자신을 되돌아보고 채찍질해 나가겠다.
정 의원이 추진하고 싶은 법안은 무엇?
국회의원이라면 누구나 꼭 하나씩은 추진하고 싶은 법안이 있다. 정하균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정 의원은 보건복지부 위원회 소속 위원인 만큼 국민들의 복지 분야에 단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희귀난치병연구’, ‘환자지원을 위한 법안’이 바로 그것이다.
정 의원은 “의료지원을 시행하고 있지만, 병명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희귀난치병 환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이 법령이 아닌 복지부 지침에 의해서만 시행되고 있어, 명확한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미국의 ‘희귀질환법’ 수준의, 희귀난치질환 환자지원 등에 관련된 제도의 전반적인 사항을 아우르는 법률을 제정하고 싶다는 게 정 의원의 당찬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