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통계로 본 한가위 진화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9.17 10:55:44
  • 호수 1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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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애 나누던 시절은 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는 빠르게 변했다. 특히 10년간 추석 풍경은 몰라보게 바뀌었다. 1인 가구 증가로 나홀로 추석을 보내는 이도 많아졌으며, 당일 귀성·귀경이 대세다. 추석 연휴 여행객이 크게 늘었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서 발간한 ‘통계로 본 10년간 추석의 경제·사회상 변화’ 리포트로 오늘날 추석 풍경을 들여다봤다. 
 

대한민국이 빠르게 변한 만큼 추석도 과거와 비해 많이 달라졌다. 특히 추석은 경제적 측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리포트를 통해 “소득의 향상, 새로운 기술의 등장, 인구구조·사회인식의 변화 등으로 추석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0년 동안 경제·사회적 측면서 추석의 모습이 얼마나 변했는지 살펴봤다. 추석과 관련 통계 지표들은 약 10년 전 인 2006년과 2016년의 것이다. 더불어 올해와 지난해 나온 각종 통계로 변화상을 비교했다. 

떠나자! 해외로

추석 기간 중 해외여행을 나간 비중이 급증했다. 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추석 기간 해외여행을 나간 비중이 2006년 1.2%서 2016년 3.1%로 늘었다. 일반적으로 추석이 걸쳐 있는 9, 10월 내국인 출국자 수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7.0%로 급증했다. 금융위기로 경제가 위축된 2008∼2009년 역성장을 했지만, 2010년 이후 해외여행이 늘어나는 추세다.

추석 기간 해외여행이 증가한 건 연휴가 길기 때문이다. 연휴가 길수록 내국인 출국자수는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추석이 3일이었던 해의 내국인 출국자수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7%에 불과했다. 

하지만 추석이 3일 이상이었던 해를 보면 내국인 출국자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약 10.0% 상승했다. 

지난 10년간 추석 사회 변화 보니…
여행, 나홀로, 당일치기 등 바뀐 풍경

지난해 추석 연휴는 개천절과 임시공휴일, 대체공휴일에 한글날까지 겹쳐 총 10일간의 휴가가 이어졌다. 정부가 10월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추석 연휴가 9월30일부터 10월9일까지 늘어났다. 

역대 최장인 10일로 지난해 사람들은 연휴 동안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 수는 102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내국인 출국자 수(32만명)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올해 역시 추석 연휴 해외 여행객들이 늘지 주목된다. 올해 추석연휴는 연차 이틀을 사용하면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최장 9일을 쉴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해외 여행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가량 늘었다”며 “이번 추석 연휴 때는 하루 평균 기준으로 역대 추석 연휴 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해외에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온종일 방콕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로 ‘나홀로 추석’이 늘었다. 평균 가구원 수는 10년 전인 2006년 2.94명에서 2016년 2.58명으로 약 0.36% 감소했다. 2006년 당시만 해도 4인 가구가 가장 일반적이었지만, 1인 가구가 급증해 가구 형태가 변하고 있다. 

가구주 평균연령은 2006년 48.4세서 20016년 53.2세로 증가했다. 60세 이상 고령 가구 비중은 2006년 15.1%서 2016년 19.8%로 4.7%가 급증한 추세다. 

나홀로 추석 즐기기가 늘어가고 있지만, 만혼과 비혼의 일상화, 명절 스트레스, 명절 지출 부담 등의 이유로 고향에 가지 않는 경향이 늘고 있다. 그만큼 명절 연휴를 혼자서 보내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명절 기간 독거노인들의 사회적 고립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독거노인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추석 등 명절 기간 사회적 고립과 소외 등을 느끼는 고령층들도 늘었다. 2016년 통계청이 발표한 ‘2017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 가구는 전년도 보다 7만1000가구 늘어난 129만4000가구로 나타났다.

독거노인에게 추석은 외로울 수밖에 없는 날이다. 특히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 지나면 자살을 시도하는 독거노인이 급증한다. TV서 종일 가족을 만나 반갑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다보면 ‘나를 찾는 사람은 왜 없나, 살아서 뭐하나’라는 생각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실제로 대한민국 사회의 자살률은 전 세계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81.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통계청 조사결과 국내 독거노인의 15%가 자살을 생각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면 충분

추석 당일 귀성·귀경이 과거 대비 늘어났다. 추석 당일 귀성객 비중은 2006년 27.7%서 2016년의 경우 51.8%로 크게 증가했다. 추석 당일과 추석 하루 후 귀경객 비중도 2006년 60.7%서 2016년 67.0%로 늘었다.  

귀경·귀성 시 자가용, 일반 열차, 시외버스 이용은 줄었다. 반면 비행기, 고속열차 등 이용은 늘었다. 추석 기간을 이용한 교통수단은 10년 전(2006∼2016년)과 비교해 고속열차가 1.6%서 2.5% 상승했다. 비행기는 1.3%서 5.1%로 크게 늘었다. 

반면 자가용은 85.2%서 83.9%로 감소했다. 일반 열차는 4.2%서 1.8%, 시외버스는 2.3%서 1.0%로 이용하는 사람이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당일 귀성·귀경이 증가한 건 기술 발전과 도로망 확충 등이 이유로 풀이된다.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 등으로 교통 정보를 얻기 쉬우며, 이 때문에 고속도로 주요 구간 소요 시간 등이 줄었다. 

2006년 추석 기간 도로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TV(55.7%), 라디오(28.4%) 등의 매체에 의존했다. 2016년에는 교통 상황 안내 정보를 얻기 위해 스마트폰(63.1%), 내비게이션(8.1%)을 이용했다. 스마트폰 이용률은 기존 매체를 뛰어넘었다. 

도로망 확충, 정부의 특별교통대책 시행 등은 귀성·귀경 소유 시간을 단축하기도 했다. 

귀성길의 경우 서울/대전 소요시간은 2006년 5시간5분이었지만, 2017년 3시간10분으로 크게 줄었다. 서울/부산 소요시간은 동 기간 8시간40분서 6시간으로 단축됐다. 귀경길의 경우 서울/대전 소요시간은 2006년 7시간서 2017년 3시간30분으로. 서울/부산 소요시간은 동 기간 9시간50분서 7시간 20분으로 줄었다. 

가벼운 지갑

추석 상여금 지급액은 늘어나고 있으나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의 비율은 줄어들었다. 추석상여금 지급액은 금융위기 영향서 벗어난 2012년 이후부터 비교적 빠르게 늘었다. 2016년 104만4000원, 2017년 105만1000원을 기록했다.

다만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의 비중은 2013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다 최근에 줄어들었다. 올해는 상여금을 지급할 예정인 기업이 48.9%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880개사를 대상으로 ‘추석 상여금’에 대해 조사한 결과, 48.9%가 ‘추석 상여금을 미지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지급한 기업은 54.5%로 올해는 이보다 5.6% 감소한 수치다. 직원 1인당 상여금 평균은 62만원으로 2017년(66만원), 2016년(71만원)보다 줄었다. 상여금 지급액은 기업 형태별로 대기업이 평균 119만원, 중견기업 76만원, 중소기업 59만원의 순이다. 

급격한 환경 변화…인식도 급변
편리하고 합리적으로 연휴 보내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2배 이상 많다. 상여금 지급 계획도 대기업은 60.9%가 ‘상여금을 지급한다’고 대답했지만 중소기업은 48.6%가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상여금을 미지급 기업(450개사)은 그 이유로 ‘선물 등으로 대체하고 있어서’(35.1%), ‘명절 상여금 지급 규정이 없어서’(29.8%), ‘지급 여력이 부족해서’(28.7%), ‘불경기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20.9%), ‘상반기 성과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8.2%), ‘연말에 별도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어서’(4.7%)의 순이다. 

장바구니 부담

주요 성수품들의 가격이 10년 전 보다 큰 폭으로 올라 가계의 추석 장바구니 부담이 늘어났다. 추석 기간 과일, 육류, 견과류 등 수요가 급증한다. 추석의 경우 주요 과일류의 수확기여서 설날보다 소비 변동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배는 946.1%, 사과 246.7%, 견과류 96.0%, 소고기 140.1%, 돼지고기 32.6%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수요가 늘어나 가격도 크게 올랐다. 2006년 추석 기간과 비교해 2016년 성수품들의 가격은 농산물 40.7%, 축산물 46.8%, 수산물 54.6% 올랐다. 동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인 25.8%를 상회했다. 
 

2006년과 비교해서 2016년 추석 기간 농산물인 배추(223.0%), 밤(75.2%), 도라지(44.3%), 고사리(40.5%), 배(40.3%), 사과(6.0%) 가격도 올랐다. 수산물인 조기는 63.7%, 오징어 56.2%, 고등어43.8% 증가했다. 축산물인  쇠고기는 38.0%, 돼지고기 54.3%, 닭고기 52.8%로 가격이 올랐다.

쓸쓸한 노인들

현대경제연구원은 추석 연휴를 국내 경제의 활성화 기회로 삼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 방안으로 ▲변화하는 추석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가구 특성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 ▲가계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추석 성수품 가격 안정을 위해 노력 ▲여행객들의 수요에 맞는 관광 기반을 갖춰 추석 기간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소비를 국내로 돌리려는 노력 필요 등을 제시했다.

이어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고, 고령층의 여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산업을 육성 및 활성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노인 여가 산업 정책에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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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