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특별대담> 국회의장 문희상에게 변화를 묻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9.17 10:46:09
  • 호수 1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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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은 의원답게 국회는 국회답게 “달라지겠습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안부를 묻는 뜻 깊은 시간이다. 추석이 있는 9월은 ‘국회의 달’이기도 하다. 국회는 지난 3일부터 시작된 100일간의 정기국회 기간 동안 ‘협치’ 가능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후반기 국회 2년은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가 될 것이다.” 

지난 7월 후반기 국회의장이 된 문 의장은 취임일성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지난 3일 있은 정기국회 개회식서 문 의장은 “이번 정기국회 100일을 민생입법의 열매를 맺기 위한 협치의 시간, 국회의 시간이 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협치의 열쇠를 쥔 문 의장은 <일요시사>와의 대담을 통해 “단 1%라도 국민의 신뢰를 더 얻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다음은 문 의장과 일문일답.

- 추석을 맞은 국민들께 덕담 한 말씀.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가고 한 해의 땀과 정성을 수확하는 축복의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폭염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컸습니다. 더욱이 일자리 문제, 소득 양극화 심화 등 민생의 어려움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지쳐있는 국민 여러분께 먼저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후반기 국회의장을 맡으며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협치와 통합의 국회’ ‘일 잘하는 실력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를 제시했습니다. 저는 의장 임기동안 단 1%라도 국민의 신뢰를 더 얻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에게 힘이 되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일 년 중 가장 좋은 계절, 그 한가운데서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 국민 모두가 행복하고 넉넉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보고 어떤 심정이셨는지?
▲지난 8월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1, 2차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전쟁 속에서 헤어졌던 어머니와 아들, 아버지와 딸, 형제와 자매는 65년이 지나서야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재회했습니다.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속에는 천륜을 끊어버렸던 전쟁의 비정함과 분단세월의 야속함이 고스란히 묻어있습니다. 

6·25전쟁과 지난 70년의 분단이 애꿎은 사람들의 천륜을 끊어버렸습니다. 이제 정치가 이들의 천륜을 이어줘야 합니다. 결자해지,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에 여야 정치권이 뜻을 모아 나갈 수 있도록 국회의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 정치를 시작한 지 40년이 흘렀습니다. 처음에 목표하셨던 일을 많이 달성하셨는지?
▲‘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의 제 삶은 ‘덤’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20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여러 경험이 쌓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선배·동료 의원님들께서 부덕하고 불민하기 짝이 없는 저에게 국회의장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맡겨주셨습니다. 국회의장직을 저의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고 정치인생 40년의 경험과 지혜를 모두 쏟아 혼신의 힘을 다해 역사적 소임을 수행하겠습니다.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강조
정기국회 100일 레이스, 역할론↑

- 40년 정치인생 중 가장 힘들었을 때와 힘이 났을 때를 각각 꼽아주신다면?
▲아마 2009년이 여러 가지로 힘들었던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민주정부 1, 2기 10년 동안 쌓아올린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해에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차례로 서거하셨는데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1997년 대선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적이고 수평적인 정권교체를 이뤘을 때, 인생에 가장 큰 보람을 느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금도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으로서 온 힘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에 매일 아침 새로운 힘이 나는 듯합니다.  

- 지난 3월 발표된 ‘2017사회통합실태조사’ 신뢰부문서 국회가 꼴찌를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통계청의 ‘2017 한국의 사회지표’ 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6선 국회의원으로서 이런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기관신뢰도 조사에서 만년 꼴찌인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께서는 국회를 보고 싸움 좀 그만하라고 할 수 있겠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국회는 싸움을 하는 곳입니다. 국회는 의견이 다른 이익, 계층, 지역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전부 모인 곳이기 때문에 일사불란한 것이 오히려 잘못된 것입니다. 


매일 싸우며 일해야 살아서 펄펄 뛰는 국회가 되는데,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막말로 싸우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서로를 타도의 대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논리 대 논리로 싸우며, 서로 상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신뢰받는 국회 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삼국지 인물과 연관된 별명을 갖고 계십니다(겉은 장비, 속은 조조). 의장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삼국지 인물 중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있다면?
▲저는 별명을 즐기는 편입니다. 정치인이 별명을 갖기가 쉽지 않은데, 다양한 별명을 붙여주시는 것은 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다는 행복한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부터 저를 보고 겉은 장비, 속은 조조라는 말들을 많이 하시는데 생긴 모습 때문에 장비로 불리는 것은 이제 제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왕 머리가 좋다고 표현해 주시는 것이라면 조조보다는 제갈공명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17기관신뢰도 꼴찌
“꼭 신뢰받는 국회로”

-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각오 한 말씀.
▲국정감사뿐 아니라 정기국회 100일은 매우 중요한 시간입니다. 국회가 국회다워지는 ‘국회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행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일은 입법부의 몫이자 입법부 본연의 역할입니다. 
 

특히 국정감사는 상임위별로 피감기관에 대해 현미경 감사를 실시하고 정책현장, 민생현장을 두루 점검한 뒤 그 결과를 예산안 심사와 민생입법 발의·심사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국회 활동의 필수절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정감사가 지적과 비판이 난무하는 여야 정쟁의 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편부당한 사항들이 시정되고 제도개선으로 이어지는 ‘정책 검증의 장’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또한 상임위뿐 아니라 상임위 소위원회도 활성화해 상시적으로 정부정책을 검증·견제하는 상시국회 체계로 갖춰나가야 할 것입니다.

- 곤란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만, 최근 국회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폐지 문제로 잡음이 많았습니다. 국민들이 특활비 사용에 분노했던 이유를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저는 국회의장 취임 일성으로 “대명천지에 쌈짓돈이 어디 있고 주머닛돈이 어디 있느냐 이것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특활비라는 예산의 성격상 내역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알고 보면 쓸 수밖에 없었겠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이를 바꿔나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 지난 8월16일 특활비 용도에 부합하는 것을 제외하고 전액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특활비 폐지를 계기로 예산, 인사, 조직운영 등 국회 전반에 대한 개혁을 실천할 것입니다. 이미 의장 직속 국회혁신 자문위원회를 신설했습니다. 그동안의 방만한 운영, 예산 낭비 등을 철저히 살펴보고 바로 잡아갈 것입니다.

- 연내 개헌을 강조하셨습니다. 로드맵은?
▲개헌안을 제안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에 따라 대통령의 역할은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국회가 합의하면 대통령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제 국회가 할 때입니다. 여야 모두 개헌의 당위성에 공감하고, 각 당 원내대표가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여당도 야당도 동의할 수 있는 개헌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개헌안 도출을 위해 교섭단체 대표들과 자주 만나 대화하고 독려하겠습니다.

겉은 장비, 속은 조조?
“제갈량으로 불러달라”

- 원내에만 7개 정당이 있습니다. 이들의 협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실 건지?
▲다당제의 제20대 국회는 협치가 숙명입니다. 어느 한 정당도 과반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국회 선진화법도 협치를 필수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난 7월13일 ‘협치로 국회의 계절을 열어가자’고 제안했고, 여야 각 정당 지도부서 흔쾌히 화답해주셨습니다. 머리를 맞대면 협치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원칙에 맞고, 여야 간 합의만 하면 되는 일입니다. 협치의 3원칙은 첫째 대의명분, 국민적 요구가 있어야 합니다. 둘째 절차적 투명성, 밀실서 하면 야합이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타이밍입니다. ‘줄탁동기’라는 말이 있듯이 타이밍이 맞아야 협치가 완성됩니다. 저 또한 국회가 하나로 뭉쳐서 새롭고 든든한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도록 여러 당의 의견을 조율하고, 협치와 소통의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 역대 국회의장 중 가장 존경하는 분이 있다면?
▲역대 국회의장 모두 국가와 국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시기마다 국민이 요구하는 국회의장 상은 달라질 것입니다. 국회의장은 국정운영의 한 축인 입법부의 수장이기 때문에 그 막중한 책임을 느끼며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2대 국회의장을 역임한 해공 신익희 선생께서는 ‘민주주의는 얼른 생각하면 모든 일이 치밀하지 못하고 대단히 둔하게 보일 때가 있다. 굼뜨고 민활하지 못해도 이것이 튼튼하고 가장 옳은 길이고 드문드문 더뎌도 황소의 걸음이다’는 말씀을 남겼습니다. 국회가 지금 당장은 국민의 눈높이를 따르지 못하는 못난 모습입니다. 앞으로 협치를 바탕으로 의회주의가 만발하고 국회가 더욱 국회다워질 수 있도록 ‘호시우행’의 자세로 변화해 나가겠습니다.


<chm@ilyosisa.co.kr>


[문희상은?]

▲서울대 법학 학사
▲제26대 대통령비서실 실장
▲전 국회 부의장
▲전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6선 국회의원(14·16·17·18·19·20대)
▲제20대 국회 후반기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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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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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