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자산신탁 ‘이상한 약관’ 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9.10 11:22:43
  • 호수 11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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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인 척…갑질보다 더한 ‘슈퍼 을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갑질보다 더한 을(乙)질이다. 한국자산신탁(이하 한자신)은 계약서상 을이지만, 고객에 갑질한 의혹이 제기됐다. 한자신 신탁계약서는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정한 불공정한 약관 조항 유형의 대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위탁자(고객)와 맺은 한자신(사업자)의 신탁계약서는 약관 형식으로 관리된 것으로 확인된다.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사업자)가 다수의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의미한다.

을은 을이 
아니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한자신의 신탁계약서 견본 2부(분양형·차입형), 한자신이 고객들과 체결한 11건(분양형 6건·차입형 5건)의 신탁계약서를 비교 분석한 결과 견본과 실제 고객들과 체결한 계약서가 모두 같은 형식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자신 역시 “신탁계약서가 자사에서 만든 표준계약서”라고 인정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11개의 신탁계약서는 다음과 같다.

▲분양형 신탁계약서 = 충북 청주시 강서동 주상복합 신축사업·춘천 효자동 생활형 숙박시설 신축사업·전라북도 익산시 창인동 1가 주상복합 신축사업·제주 성산 디아일랜드 마리나 신축사업·대구 두산동 87-6 오피스텔 신축사업·인천 구월동 주상복합 신축사업. 


▲차입형 신탁계약서 = 오산시 원동 복합빌딩 개발사업·수원 호매실지구 오피스텔 신축사업·대구 수성구 두산동 13번지 오피스텔 신축사업·경남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 391-9번지·충청남도 보령시 명천동 516-6일원 공동주택 신축사업 등이다. 

한자신 신탁계약서 11개 입수 분석 
불공정 의심되는 조항들 다수 포착

한자신의 신탁계약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불공정한 약관 조항 유형의 대표 사례로 보였다. 11개의 한자신 신탁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한자신은 불가역적인 면책 조항으로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해온 사실이 곳곳서 발견됐다. 다음은 ‘충북 청주시 강서동 주상복합 신축사업의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서’ 조항들이다.

▲특약사항 제27조(면책조항) = ①을(乙-한자신)이 본 사업을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 처리하는 모든 업무 및 그 결과는 갑(甲-위탁자·고객)에게 귀속’되고, 이에 대해 갑은 ‘일체의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 ②본 사업과 관련해 을의 귀책사유가 아닌 사유로 을이 부담하는 비용 또는 을에게 손해배상(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귀책사유가 있는 갑 또는 병(丙-시공사)이 이를 부담하지 아니할 경우 을은 부담비용 또는 손해배상 상당액을 신탁재산서 우선 충당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하여 수익자는 '일체 이의를 제기치 아니한다.'

▲특약사항 제28조(시공사의 부도, 파산 등) = ① … 을이 판단하는 경우 병은 건축물의 공사를 중지하고, 그 현장을 을과 협의해 지정하는 자에게 즉시 명도해야 한다. 이 경우 을은 공사도급계약을 해지, 해제하고 예정 가격 및 계약 조건을 제시, 을의 내부규정서 정하는 방법 및 절차에 따라 시공사를 재선정할 수 있다. 갑, 병, 정(丁-금융기관)은 이에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⑥본조에 의한 공사도급계약의 해지, 시공사 변경 및 그에 따른 사업비의 증가 등 본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을이 행한 일체의 행위 및 그 결과(공사비 정산 포함)에 대하여 갑, 병, 정은 '을에게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특약 못들어”
 위탁자 주장 

▲특약사항 제30조(우선적용 등) = ①신탁계약 본문과 특약사항은 상호보완의 효력을 가지되, 계약 내용이 상충되는 경우에는 '특약사항이 신탁계약 본문에 우선해 적용된다.' ②본 신탁계약의 내용은 법령에 위배되지 않으며, 을에게 효력을 가지는 법원의 재판, 행정기관의 행정처분이나 신탁감독기관의 관련 지침과 지도 등에 위배되지 않도록 (변경) 처리될 수 있음을 '갑, 병, 정은 이해하고 보장한다.' 


▲특약사항 제36조(기타) = ①어떠한 원인에든지 본 신탁계약의 일부 용어 약정 조건, 또는 규정이 불법이거나 무효이거나 집행 불가능하더라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본 신탁계약의 나머지 조항은 유효하고 집행 가능하며 완전한 효력을 갖는다.

▲약관 제31조(관할법원) = ①신탁계약으로 인한 다툼이 발생해 소송이 필요한 경우에는 을의 본점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으로 한다.

‘충북 청주시 강서동 주상복합 신축사업의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서’ 외 나머지 10개의 신탁계약서에도 사업시행자의 권한·시공사 부도 파산·면책조항·우선적용·관할법원 등 동일한 내용들이 나타났다. 각 조항의 순번이나 표기에 있어서 상이함만 있을 뿐 10개의 신탁계약서의 내용은 똑같다. 

신탁계약서만 본다면 ‘갑’인 고객(위탁자)은 ‘을’인 한자신에게 그 어떤 이의도 제기할 수 없도록 돼있다. 이 때문에 한자신의 신탁계약서가 공정위서 정한 불공정한 약관 조항 유형에 해당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을이 전혀 을이 아니다. 한자신 신탁계약서에 나온 특약사항이 모두 불공정한 약관 조항들인 것 같다. 하나 같이 사업자인 한자신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한다”며 “‘갑(고객)은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등의 표현이 많은데, 사업자 측의 고의·중대한 과실에 대한 법률상 책임을 회피하는 조항들”이라고 진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한 약관조항의 유형으로 크게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조항 ▲부당한 면책 조항 ▲부당한 계약의 해제·해지 조항 ▲고객의 권익을 침해하는 조항 ▲부당한 채무이행 조항 ▲과중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조항 ▲부당하게 의사표시를 의제하는 조항 ▲부당한 소제기 금지나 재판관할 합의 조항 등으로 나누고 있다. 

어떻게 한자신은 신탁계약을 맺으면서도 수십년간 별탈이 없었던 걸까. 비밀은 특약사항에 있다. 법조계에선 한자신이 약관에 해당되는 일방적 조항을 모두 특약사항에 포함시켜 약관규제법을 교묘히 피해갔다고 지적했다.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에 따르면 사업자가 그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작성, 거래에 사용하는 것을 방지한다.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규제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 생활을 균형 있게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금감원 위반 지적
공정위 심사 중 

변호사는 “한자신 특약사항이 약관에 들어갔다면, 약관규제법에 따라 모두 규제를 받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걸 개인과 개인의 계약인 특약사항으로 돌림으로써, 약관규제법을 우회적으로 피했다”고 말했다. 이어 “11개의 신탁계약서가 동일하다. 이름만 특약이지 약관이나 마찬가지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자신의 모든 신탁계약서에는 ‘특약사항이 신탁계약 본문보다 우선한다’고 돼있다. 이 때문에 한자신은 해마다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한자신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신탁사업과 관련해 105건이 피소돼 송사가 진행 중이다. 대부분 위탁자들로부터 피소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금융감독원도 한자신이 위탁자들에 대한 선관주의·충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대구 수성구 두산동 13번지 오피스텔 신축사업의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을 맺은 위탁자 정모씨는 “한자신이 신탁계약법을 위반했다”(본지 1160호 ‘한국자산신탁 이상한 영업’참조)며 금감원에 진정서를 넣은 바 있다.

지난 6월 금감원의 답변서를 요약하면 ‘한자신이 신탁법 제32조 선관주의 의무와 제33조 충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신탁사는 시공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할 선관주의·충실 의무가 있다. 금감원은 한자신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위탁자들의 신탁재산에 손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특약으로 약관규제법 교묘히 피했나 

하지만 금감원은 한자신이 신탁계약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바로 특약사항 때문이다. 금감원은 신탁계약서에 있는 특약사항 제19조1항, 제22조6항을 내세워 신탁계약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약사항 제22조는 시공사의 부도, 파산 등과 관련된 조항으로 6항에는 ‘을이 행한 일체의 행위 및 그 결과에 대해 갑, 병 및 정은 을에 에게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한자신이 약관의 성격을 띠고 있는 특약으로 수십년간 선관주의·충실 의무를 합법적으로 피해갔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한자신이 특약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는지 여부도 의문이다. 

금융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신탁사는 특약 사항에 대해 위탁자들에게 소상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만약에 이런 설명 없이 사인만 했다면 이 계약은 무효”라고 했다.

그럼에도 복수의 위탁자들은 신탁계약서 작성할 당시 한자신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자신과 춘천 효자동 생활형 숙박시설 신축사업의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을 한 김모씨는 “한자신 본사에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는데, 당시 특약에 관련해서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확인을 제대로 안 한 우리도 잘못이지만, 금융기관과 계약할 때 누가 일일이 약관을 다 읽어보느냐. 읽더라도 우리가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민원을 청구한 정씨도 “한자신과 특약 사항을 조정하거나 협의하지 않았다. 한자신만 믿고 신탁계약서에 도장만 찍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위탁자 A씨도 “한자신에게 계약서와 관련해 그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자신 신탁계약서는 현재 공정위에 불공정약관 심사가 청구된 상태다. 공정위 측은 특약(개별 약정)이 약관법 4조에 의한 건지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약관법 4조에 따라 특약이 약관을 우선한다. 특약이 약관법 4조에 의해 당사자 간 양해로 이뤄졌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답했다.

한자신은 위탁자와 정당하게 이루어진 계약이라는 입장이다. 

“정당한 계약”
 당당한 한자신

회사 관계자는 “신탁계약서는 표준계약서(약관)다. 특약도 큰 틀에서는 같지만, 위탁자와 협의해서 이루어진 정당한 계약”이라며 “위탁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했으며, 법인 대 법인의 계약인데 그걸 읽어보지도 않고 계약했다는 게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신탁계약서가 공정위서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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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