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자산신탁 ‘이상한 약관’ 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9.10 11:22:43
  • 호수 11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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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인 척…갑질보다 더한 ‘슈퍼 을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갑질보다 더한 을(乙)질이다. 한국자산신탁(이하 한자신)은 계약서상 을이지만, 고객에 갑질한 의혹이 제기됐다. 한자신 신탁계약서는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정한 불공정한 약관 조항 유형의 대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위탁자(고객)와 맺은 한자신(사업자)의 신탁계약서는 약관 형식으로 관리된 것으로 확인된다.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사업자)가 다수의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의미한다.

을은 을이 
아니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한자신의 신탁계약서 견본 2부(분양형·차입형), 한자신이 고객들과 체결한 11건(분양형 6건·차입형 5건)의 신탁계약서를 비교 분석한 결과 견본과 실제 고객들과 체결한 계약서가 모두 같은 형식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자신 역시 “신탁계약서가 자사에서 만든 표준계약서”라고 인정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11개의 신탁계약서는 다음과 같다.

▲분양형 신탁계약서 = 충북 청주시 강서동 주상복합 신축사업·춘천 효자동 생활형 숙박시설 신축사업·전라북도 익산시 창인동 1가 주상복합 신축사업·제주 성산 디아일랜드 마리나 신축사업·대구 두산동 87-6 오피스텔 신축사업·인천 구월동 주상복합 신축사업. 


▲차입형 신탁계약서 = 오산시 원동 복합빌딩 개발사업·수원 호매실지구 오피스텔 신축사업·대구 수성구 두산동 13번지 오피스텔 신축사업·경남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 391-9번지·충청남도 보령시 명천동 516-6일원 공동주택 신축사업 등이다. 

한자신 신탁계약서 11개 입수 분석 
불공정 의심되는 조항들 다수 포착

한자신의 신탁계약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불공정한 약관 조항 유형의 대표 사례로 보였다. 11개의 한자신 신탁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한자신은 불가역적인 면책 조항으로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해온 사실이 곳곳서 발견됐다. 다음은 ‘충북 청주시 강서동 주상복합 신축사업의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서’ 조항들이다.

▲특약사항 제27조(면책조항) = ①을(乙-한자신)이 본 사업을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 처리하는 모든 업무 및 그 결과는 갑(甲-위탁자·고객)에게 귀속’되고, 이에 대해 갑은 ‘일체의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 ②본 사업과 관련해 을의 귀책사유가 아닌 사유로 을이 부담하는 비용 또는 을에게 손해배상(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귀책사유가 있는 갑 또는 병(丙-시공사)이 이를 부담하지 아니할 경우 을은 부담비용 또는 손해배상 상당액을 신탁재산서 우선 충당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하여 수익자는 '일체 이의를 제기치 아니한다.'

▲특약사항 제28조(시공사의 부도, 파산 등) = ① … 을이 판단하는 경우 병은 건축물의 공사를 중지하고, 그 현장을 을과 협의해 지정하는 자에게 즉시 명도해야 한다. 이 경우 을은 공사도급계약을 해지, 해제하고 예정 가격 및 계약 조건을 제시, 을의 내부규정서 정하는 방법 및 절차에 따라 시공사를 재선정할 수 있다. 갑, 병, 정(丁-금융기관)은 이에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⑥본조에 의한 공사도급계약의 해지, 시공사 변경 및 그에 따른 사업비의 증가 등 본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을이 행한 일체의 행위 및 그 결과(공사비 정산 포함)에 대하여 갑, 병, 정은 '을에게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특약 못들어”
 위탁자 주장 

▲특약사항 제30조(우선적용 등) = ①신탁계약 본문과 특약사항은 상호보완의 효력을 가지되, 계약 내용이 상충되는 경우에는 '특약사항이 신탁계약 본문에 우선해 적용된다.' ②본 신탁계약의 내용은 법령에 위배되지 않으며, 을에게 효력을 가지는 법원의 재판, 행정기관의 행정처분이나 신탁감독기관의 관련 지침과 지도 등에 위배되지 않도록 (변경) 처리될 수 있음을 '갑, 병, 정은 이해하고 보장한다.' 


▲특약사항 제36조(기타) = ①어떠한 원인에든지 본 신탁계약의 일부 용어 약정 조건, 또는 규정이 불법이거나 무효이거나 집행 불가능하더라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본 신탁계약의 나머지 조항은 유효하고 집행 가능하며 완전한 효력을 갖는다.

▲약관 제31조(관할법원) = ①신탁계약으로 인한 다툼이 발생해 소송이 필요한 경우에는 을의 본점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으로 한다.

‘충북 청주시 강서동 주상복합 신축사업의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서’ 외 나머지 10개의 신탁계약서에도 사업시행자의 권한·시공사 부도 파산·면책조항·우선적용·관할법원 등 동일한 내용들이 나타났다. 각 조항의 순번이나 표기에 있어서 상이함만 있을 뿐 10개의 신탁계약서의 내용은 똑같다. 

신탁계약서만 본다면 ‘갑’인 고객(위탁자)은 ‘을’인 한자신에게 그 어떤 이의도 제기할 수 없도록 돼있다. 이 때문에 한자신의 신탁계약서가 공정위서 정한 불공정한 약관 조항 유형에 해당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을이 전혀 을이 아니다. 한자신 신탁계약서에 나온 특약사항이 모두 불공정한 약관 조항들인 것 같다. 하나 같이 사업자인 한자신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한다”며 “‘갑(고객)은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등의 표현이 많은데, 사업자 측의 고의·중대한 과실에 대한 법률상 책임을 회피하는 조항들”이라고 진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한 약관조항의 유형으로 크게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조항 ▲부당한 면책 조항 ▲부당한 계약의 해제·해지 조항 ▲고객의 권익을 침해하는 조항 ▲부당한 채무이행 조항 ▲과중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조항 ▲부당하게 의사표시를 의제하는 조항 ▲부당한 소제기 금지나 재판관할 합의 조항 등으로 나누고 있다. 

어떻게 한자신은 신탁계약을 맺으면서도 수십년간 별탈이 없었던 걸까. 비밀은 특약사항에 있다. 법조계에선 한자신이 약관에 해당되는 일방적 조항을 모두 특약사항에 포함시켜 약관규제법을 교묘히 피해갔다고 지적했다.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에 따르면 사업자가 그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작성, 거래에 사용하는 것을 방지한다.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규제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 생활을 균형 있게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금감원 위반 지적
공정위 심사 중 

변호사는 “한자신 특약사항이 약관에 들어갔다면, 약관규제법에 따라 모두 규제를 받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걸 개인과 개인의 계약인 특약사항으로 돌림으로써, 약관규제법을 우회적으로 피했다”고 말했다. 이어 “11개의 신탁계약서가 동일하다. 이름만 특약이지 약관이나 마찬가지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자신의 모든 신탁계약서에는 ‘특약사항이 신탁계약 본문보다 우선한다’고 돼있다. 이 때문에 한자신은 해마다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한자신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신탁사업과 관련해 105건이 피소돼 송사가 진행 중이다. 대부분 위탁자들로부터 피소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금융감독원도 한자신이 위탁자들에 대한 선관주의·충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대구 수성구 두산동 13번지 오피스텔 신축사업의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을 맺은 위탁자 정모씨는 “한자신이 신탁계약법을 위반했다”(본지 1160호 ‘한국자산신탁 이상한 영업’참조)며 금감원에 진정서를 넣은 바 있다.

지난 6월 금감원의 답변서를 요약하면 ‘한자신이 신탁법 제32조 선관주의 의무와 제33조 충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신탁사는 시공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할 선관주의·충실 의무가 있다. 금감원은 한자신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위탁자들의 신탁재산에 손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특약으로 약관규제법 교묘히 피했나 

하지만 금감원은 한자신이 신탁계약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바로 특약사항 때문이다. 금감원은 신탁계약서에 있는 특약사항 제19조1항, 제22조6항을 내세워 신탁계약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약사항 제22조는 시공사의 부도, 파산 등과 관련된 조항으로 6항에는 ‘을이 행한 일체의 행위 및 그 결과에 대해 갑, 병 및 정은 을에 에게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한자신이 약관의 성격을 띠고 있는 특약으로 수십년간 선관주의·충실 의무를 합법적으로 피해갔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한자신이 특약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는지 여부도 의문이다. 

금융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신탁사는 특약 사항에 대해 위탁자들에게 소상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만약에 이런 설명 없이 사인만 했다면 이 계약은 무효”라고 했다.

그럼에도 복수의 위탁자들은 신탁계약서 작성할 당시 한자신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자신과 춘천 효자동 생활형 숙박시설 신축사업의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을 한 김모씨는 “한자신 본사에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는데, 당시 특약에 관련해서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확인을 제대로 안 한 우리도 잘못이지만, 금융기관과 계약할 때 누가 일일이 약관을 다 읽어보느냐. 읽더라도 우리가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민원을 청구한 정씨도 “한자신과 특약 사항을 조정하거나 협의하지 않았다. 한자신만 믿고 신탁계약서에 도장만 찍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위탁자 A씨도 “한자신에게 계약서와 관련해 그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자신 신탁계약서는 현재 공정위에 불공정약관 심사가 청구된 상태다. 공정위 측은 특약(개별 약정)이 약관법 4조에 의한 건지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약관법 4조에 따라 특약이 약관을 우선한다. 특약이 약관법 4조에 의해 당사자 간 양해로 이뤄졌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답했다.

한자신은 위탁자와 정당하게 이루어진 계약이라는 입장이다. 

“정당한 계약”
 당당한 한자신

회사 관계자는 “신탁계약서는 표준계약서(약관)다. 특약도 큰 틀에서는 같지만, 위탁자와 협의해서 이루어진 정당한 계약”이라며 “위탁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했으며, 법인 대 법인의 계약인데 그걸 읽어보지도 않고 계약했다는 게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신탁계약서가 공정위서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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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