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10색’ 인사청문회 관전포인트

“10명 중 2명은 날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인사청문회가 연달아 개최되면서 여야가 본격적으로 부딪힐 전망이다. 문재인정부 2기 개각과 함께 5개 부처 장관을 비롯한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 등 10여명의 인사청문회가 연이어 예정돼있다. 이미 야당에선 정면승부를 예고한 만큼 청문회 험로는 불가피해보인다. 여기에 후보자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고개를 들면서 쉽게 청문회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치열하고도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충돌이 가시적인 데다 청문회를 거칠 후보자들이 10여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5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추후 임명될 1명까지 더하면 총 6명이다.

여야 벌써부터
팽팽한 줄다리기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유은혜 의원, 국방부장관엔 정경두 합참의장이 발탁됐다. 여성가족부장관에 민주당 진선미 의원, 고용노동부장관에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차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는 성윤모 특허청장이 내정됐다. 

헌법재판소장에는 유남석 헌법재판관이 지명됐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총 5명으로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이번 인사청문회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민주당 소속 의원인 유은혜 후보자다. 유 후보자는 내정과 동시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맞닥뜨렸고, 각종 의혹이 연이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유 후보자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 내정했다. 유 후보자는 이날 “문재인정부 2년차에 중책에 내정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교육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 중요하다”며 교육 정책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유 의원의 내정과 동시에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그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청원이 게재됐다.

지명철회 청원은 지난 6일을 기준으로 6만명을 넘어섰다. 꽤 가시적인 숫자다. 청원자는 유 후보자의 ‘전문성’에 대해 지적했다. 현장 경험이 없다는 것이 포인트다. 유 후보자는 국회에 첫 발을 내딛었던 2012년부터 최근까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원회)서 줄곧 활동했다. 다만 현장서의 경력은 찾아보기 어려운데 청원자는 이를 지적한 것이다.   

유 후보자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유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충남 예산서 열린 민주당 워크숍서 전문성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소통 능력이나 중재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 현안은 뚜렷한 입장차와 첨예한 갈등을 낳는 만큼 이를 수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 후보자는 ‘교육공무직법 제정’에 대해서도 소명했다. 그의 전문성을 지적했던 청와대 청원자가 유 후보자의 법안 발의를 비판하면서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유 후보자는 지난 2016년 11월 기간제 교사 등을 정규직화 하는 내용의 교육공무직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법안은 임용 대기 중이거나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거센 반발로 철회됐다.

유 후보자는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교육시설재난공제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 법안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교사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교육공무직이라는 별도의 직제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에 나섰다. 

검증 대상자만 10여명…여야 대립 예고
후보자들 각종 의혹 고개 “예단 어렵다”


해당 법안의 제3조에는 “교육공무직은 교원 또는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라고 명시돼있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유 후보자는 “이번 정부 들어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진행되면서 다시 발의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법안을 재발의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유 후보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서 지적된 사안 외에 또 다른 의혹들과 마주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지난달 31일 유 후보자가 한국체육산업개발 일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 의원 사무실을 낸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곽 의원은 ‘국회 교문위원회 소속인 유 후보자가 피감기관인 한국체육산업개발서 운영하는 공공시설에 지역구 사무실을 낸 것은 갑질’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유 후보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입찰 과정을 거쳐서 사무실에 들어간 것”이라며 “법적인 관계가 성립해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후보자는 자녀와 관련된 의혹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유 후보자는 지난 4일,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과 딸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들의 병역 문제에 대해선 “고의적 또는 불법적 병역기피 행위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아들의 수술 기록과 병역판정신체검사결과 통보서를 공개했다.

유 후보자에 따르면 그의 아들은 만 14세였던 지난 2011년 8월30일 유도 연습을 하다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받았다. 이후 만 17세였던 2014년 9월2일에는 학교서 축구하다 같은 부위를 다시 다쳐 또 수술을 받았다. 
 

아들의 부상은 고의적 병역 기피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유 후보자의 아들은 이로 인해 지난 2016년 신체검사 당시 불안정성대관절(십자인대파열)로 5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불안정선대관절’이 고위공직자의 단골 병역 면제 사유라는 점을 내세우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대법원장 이어
헌재소장까지

유 후보자는 딸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도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라 아이를 세심하게 돌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딸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같은 유치원에 다니던 친구들과 같은 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위장전입 사실에 대해 시인한 것이다.

당시 유 후보자의 실거주지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이었지만 주소지를 서울 중구 정동으로 옮겼다. 유 후보자는 “딸의 주소지 이전은 보육상 불가피했고, 부동산 투기나 명문학군 진학을 위한 부정한 목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의 위장전입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장기용 신부는 지난 6일, 해명의 글을 기자들에게 보냈다. 장 신부는 ”또래 아이들 십여 명이 거의 매일 성당 마당과 저의 집에서 놀았다“며 ”그러던 중 초등학교 입학 때에 유 후보자의 딸만 다른 학교로 가게 됐다. 저의 아내는 이를 측은하게 여겨 유 후보자의 주소지를 저의 집으로 옮겨 학교를 같이 다니게 하자고 제안했다“고 위장전입 배경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나 자녀의 위장전입 사실을 ‘보육상 목적’이었다는 사실에 대해 여론은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유 후보자가 교육부장관 후보자인 만큼 이를 쉽게 간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야당은 인사청문회서 송곳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한국당은 ‘현역의원 불패’를 깨겠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그간 현역 의원들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하곤 했다.

문재인정부의 ‘여성 장관 30%’ 기조에 맞춰 내정된 민주당 소속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성평등 진전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반드시 응답하는 여성가족부를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관 후보자
5인방 운명은?

호주제 폐지에 앞장섰던 진 후보자는 지난 2012년 국회에 입성한 뒤 여성 안전과 관련된 법안을 다수 발의했다. 대표적인 것이 ‘소라넷’ 폐쇄다. 진 후보자는 국내 최대 불법음란물 사이트인 소라넷 폐쇄에 앞장선 바 있다. 

진 후보자는 소라넷에 이어 ‘야딸TV’ 폐쇄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야딸TV는 회원수가 85만명에 달했던 대표적인 음란 사이트였다. 진 후보자는 피해자 제보를 바탕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경찰은 야딸TV 등 음란 사이트 3곳을 폐쇄하고 운영자와 공범 일당을 검거했다.
 

그는 몰래카메라 근절을 위해 몰카 판매 규제법(위장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진 의원의 여가부장관 내정은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진 후보자는 청와대 탁현민 선임행정관의 거취와 관련된 질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탁 행정관은 지난해 5월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출간한 저서에서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친구들과 여중생을 공유했다’ 등의 발언이 나오자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정현백 여가부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서 탁 행정관의 경질을 문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정 장관은 탁 행정관의 경질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건의한 사실을 밝혔다. 이어 탁 행정관은 지난 6월 사직 의사를 표했지만 당시 청와대는 이를 반려했다.


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서도 탁 행정관의 거취와 관련된 질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간 여성 인권을 위해 노력해온 진 후보자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주목 받는 까닭이다.

문 대통령은 고용노동부장관에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차관을 내정했다. 고용 지표 악화 등 어려운 경제 상황과 마주한 때라 이 후보자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정부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을 지냈다. 

이 전 차관의 내정 배경을 두고 전문성에 기인했다는 시각이 다분하다. 이 후보자는 30년 가까이 고용노동부서 근무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줄곧 고용 분야서 일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후보자는 이번 청문회서 고용 지표 개선 방안 등 정책 계획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야권 집중 타깃은 유은혜
여가부 다시 탁현민 공방?

이 후보자는 ‘고용 쇼크’로 불리는 고용동향 개선을 위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물론 청와대와 정부 역시 민생 경제 활력에 힘을 쏟는 형국이다. 특히 야당은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등에 대한 이 후보자의 의견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지난 고용동향 발표 이후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의 경질 등을 요구하면서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화두로 꺼내들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지난 5일, 아파트 다운계약서 의혹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시 법무사에 처리를 맡겼지만 결국 저의 불찰”이라고 인정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00년 서울 강남구 방배동 소재 아파트를 3억7000만원에 매입하면서 계약서에는 매매가를 1억5000만원으로 낮춰 작성해 다운계약서 의혹이 제기됐다. 다운계약서로 취득세 등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2006년 부동산 실거래가격 신고의무제가 도입되기 전 법무사가 당시 관행에 따라 금액을 낮춰 신고한 것을 최근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필요한 법적 절차는 다 밟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주식 투자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5일 국회에 제출된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ABL 바이오’ 비상장 주식 16주를 2080만원(1주당 130만원)에 샀다. 

이 회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1주당 신주 99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했고, 이 후보자의 주식은 1600주로 불어났다. 지난 7일 기준 장외거래 가격으로 1주당 약 2만3000여원에 거래되는 것을 고려해볼 때 이 후보자가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3600여만원인 것으로 예상된다. 석 달여 만에 1600여만원에 가까운 이득을 본 것이다.

일각에선 장외거래가 가능하기 전부터 비상장 주식을 매수한 것은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지인이 다니고 있어 그 회사(ABL 바이오)를 알게 됐으며 장기투자 목적으로 지인에게 주식 취득 방법을 문의한 바 있다”고 밝혔다.

신임 헌법재판소장에는 유남석 헌법재판관이 지명됐다. 사법 농단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유 후보자의 청문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성부터
고질 의혹 산적

야권은 유 후보자를 두고 ‘이념 편향성’을 제기할 전망이다. 유 후보자가 우리법연구회 창립멤버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유 후보자가 국회 동의를 얻을 경우 사법부 양대 수장에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자리하게 된다. 김명수 대법원장 역시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이에 야권은 유 후보자의 청문회서 중립성을 제기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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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