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검’ 60일 성적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9.03 14:06:51
  • 호수 11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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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놓치고 노회찬만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빈 수레가 요란했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성적표다. 가장 큰 목표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별건 수사로 정의당 노회찬 의원만 죽음으로 내몰았다. 특검 사상 최초로 수사 기간 연장까지 포기했다. 일각에선 의혹만 남기고 면죄부만 줬다고 지적했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 공감 조작 범행 횟수가 1억 차례 가까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허익범(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27일 이 같은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은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의 주범 드루킹 김모(49)씨와 그가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댓글 조작 범행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명암 엇갈린 
60일간 기록

특검팀에 따르면 드루킹은 지난 2016년 여름 한 정당 선거관계자로부터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댓글 작성 기계 200대를 구입, 운영해 효과를 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듣고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드루킹은 지난 2016년 10월부터 이른바 ‘킹크랩’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했고, 다음달 초기 버전을 구현했다. 이후 드루킹은 그가 이끈 경공모 회원들과 함께 지난 2016년 12월부터 실제 댓글 조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이 파악한 드루킹 일당의 범행 시기는 지난 2016년 12월4일부터 지난 3월21일까지다. 드루킹 일당은 킹크랩 프로그램을 이용해 총 8만1623개의 네이버·다음·네이트 뉴스 기사의 댓글 141만643개에 대해 총 9971만1788회의 공감·비공감 클릭 버튼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검찰과 특검팀이 기소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횟수는 약 1300만회 수준이었다. 지난 6월27일부터 수사를 개시한 특검팀은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드루킹 일당의 총 범행 횟수를 특정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들을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기소 대상자로는 드루킹과 둘리 우모씨, 솔본아르타 양모씨, 서유기 박모씨, 초뽀 김모씨와 트렐로 강모씨, 파로스 김모씨와 성원 김모씨와 아보카 도모 변호사 등 총 9명이다.

기사 댓글 클릭 조작 1억 차례 달해 
김경수 범행에 대부분 공모한 혐의 

하지만 수사의 핵심이었던 김경수 경남도지사 수사 실패와 별건 수사로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자초해 ‘빈손 특검’이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허 특검은 지난 6월7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고 20일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6월27일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개시 이튿날 드루킹과 공범 4명이 수감된 서울구치소를 압수수색하고, 도·윤 변호사를 입건하며 수사 신호탄을 쐈다.

특검팀이 경기 파주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 현장조사에서 휴대전화 21대, 유심카드 53개를 확보하면서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검팀은 경공모 창고를 압수수색하며 새로운 증거물 확보에 집중했다.
 

특검팀은 7월17일 드루킹의 측근이자 오사카 총영사 인사청탁의 당사자로 알려진 도 변호사를 긴급체포하면서 첫 강제 신병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이후 잇따라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특검의 1차 위기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관련 수사에서 시작됐다. 이 과정서 특검은 언론을 통해 노 의원이 드루킹 일당에게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흘렸다. 수사 압박이 임박하자 노 의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치권과 여론이 들끓었다. 내심 수사성과를 기대해온 부분서 벽에 부딪혔고, 별건수사 논란까지 불거지며 특검팀은 크게 위축됐다.

기존의 의혹들
사실 다르기도

노 의원의 죽음으로 주춤했던 특검은 곧이어 드루킹 공범들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수사 재정비에 나섰다. 7월 말에는 김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관사와 국회 의원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김 지사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및 선거법위반 피의자로 입건하고 8월6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38시간 동안 고강도 조사를 진행했다. 드루킹과 대질신문을 진행하는 등 김 지사 혐의 입증에 사활을 걸었다. 

김 지사가 2016년 가을 드루킹이 운영하는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2층 강의장서 킹크랩 초기 버전 시연을 본 뒤 댓글조작 작업을 승인·지시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드루킹이 ‘킹크랩 시연회’에 대한 일부 진술을 번복하며 수사가 주춤했고, 법원은 김 지사가 댓글조작에 가담했거나 공모한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김 지사에게 드루킹을 직접 소개한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청탁한 도모 변호사를 직접 만난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하지만 이미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수사 동력을 잃은 상황서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뚜렷한 혐의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더불어 드루킹 특검수사는 사상 처음으로 연장 수사 없이 종료했다. 역대 13번의 특검 중 수사기간 연장을 포기한 최초의 특검으로 기록됐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밝히지 못하거나, 혐의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의 동력을 잃었다. 

부실한 수사?
면죄부 지적도

박상융 특별검사보는 “진상 및 수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특검은 굳이 더 이상의 조사나 수사가 적절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아 수사 기한 승인 신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용두사미로 끝난 드루킹 특검을 두고, 현 정권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지난해 대통령 선거 전부터 댓글조작을 벌였다는 혐의를 특정하면서도 특검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던 경찰의 부실수사와 청와대의 사건 연루 의혹 등에서 불법행위가 없다는 결론을 내놨기 때문이다.
 

최득신 특검보는 “제가 경찰이었더라도 그 이상 못했을 것이고, 짧은 기간을 감안했을 때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이 될 수 있는지 특검 수사 과정서 체크를 했으나 사법 처리할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 수사 과정서도 경찰 부실 수사의 실체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이 같은 설명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검은 경찰이 두 차례나 압수수색했던 드루킹의 경기 파주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 쓰레기더미서 댓글조작에 사용된 휴대전화와 유심칩 케이스 수십 개를 찾아냈다.  


잇단 영장 기각…기소만
특검 사상 첫 연장 포기

이를 토대로 특검팀은 재판서 뒤집기를 별렀다. 특검팀은 김 지사 공소장에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공범임을 적시하고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이익제공의사표시) 혐의를 담았다.

김 지사가 매크로를 활용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작업에 대해 인지했고, 이를 묵인한 것으로 의심했다. 킹크랩 시연회를 참관하며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을 인지했고, 이후 드루킹 김씨에게 조작할 기사의 인터넷주소(URL)를 보내는 등 사실상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 지사는 킹크랩의 존재를 모른다는 입장이다. 드루킹 측이 댓글 조작을 한다는 것을 경찰 수사 이후 언론을 통해 알게 됐기 때문에 드루킹과 주고받은 기사 URL은 선플운동을 요청하는 차원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법정서 양 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다만 드루킹 김씨의 진술 외에 물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 혐의 입증에 난관이 예상된다. 현재 구속 기소된 드루킹 등 일당 6명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에 배당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특검팀의 추가 기소에 따라 기존 사건과 병합이 예상된다.

이제 재판으로
치열한 공방 예고


특검법은 특검이 공소제기한 재판을 신속 운영해 1심은 공소제기일 기준 3개월 이내에, 2심 및 3심은 전심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각각 2개월 이내에 하도록 규정한다. 특검법에 따르면 유무죄 최종 판단이 7개월 안에 결정나지만, 전례에 비춰볼 때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종료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역시 1년을 넘겼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한 2심이 지난달 24일에야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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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