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치매설’ 소문과 진실

끝까지…반성은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출석할 수 없다.”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하 전두환씨)의 재판 불출석 사유다. 전씨의 치매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까지 그가 보였던 행보는 치매설과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를 둘러싼 소문과 진실은 무엇일까. 
 

전두환씨의 알츠하이머 진단 사실은 지난달 26일 공개됐다. 그간 전씨에 대한 정신건강 문제가 간혹 언급되긴 했지만 가족을 통해 공식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이하 이씨)는 그의 최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이 같은 입장문을 내놨다. 이씨는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전두환씨는 지금까지 의료진이 처방한 약을 복용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 전날
갑자기 왜?

이씨가 전씨의 알츠하이머 진단 사실을 공개한 시기는 그의 공판 하루 전날이었다. 전씨는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로(사자명예훼손죄) 불구속 기소돼 첫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고 조비오 신부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시 사격을 목격했다”며 당시 광주 민주화운동 상황을 증언했다. 

전씨는 지난해 4월 펴낸 회고록을 통해 그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가면을 쓴 사탄”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전씨 측이 첫 재판이 열리기 바로 전날 알츠하이머 사실과 함께 불출석 사유를 밝히면서 진위에 대해 의문이 일었다. 일단 재판부는 예정대로 재판을 진행했다. 전씨가 법원에 재판 연기 신청이나 불출석 사유서 등을 제출하지 않고 언론 등을 통해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전씨가 법정에 불출석하면서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과 공소 사실 확인 등의 절차가 진행되지 못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 기일을 오는 10월1일 오후 2시30분으로 정하고 전씨의 출석을 요청했다.

전씨 측에 따르면 그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전씨 측에 따르면 그의 알츠하이머 증상은 꽤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공판 하루 전 있었던 입장문을 통해 ‘1995년 옥중 단식’을 언급했다. 이씨는 “(전씨는)1995년 옥중서 시작한 단식을 병원으로 호송된 뒤에도 강행하다가 병실서 쓰러져 28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며 “주치의는 뇌세포의 손상을 우려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집으로 돌아온 후 단식 후유증으로 여겨지는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면서도 “다행히도 일상생활은 물론 회고록 작성을 위한 구술 등 정상적인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공판 하루 앞두고 알츠하이머 주장
전측, 2013년 검찰 수사 이후 발병

전씨는 1995년 12월3일 김영삼정부서 통과된 5·18특별법으로 안양교도소에 구속 수감돼 이날부터 단식을 시행했다. 

그해 12월7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전씨는 단식 나흘째 변호사 접견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5공화국의 정통성이 전면 부인되는 현재 상황을 결코 승복할 수 없다”며 “역사적인 비극인 광주문제에 대해서도 더 이상의 당리당략적 이용을 떠나 이번 기회에 반드시 올바른 진상규명이 이뤄져 광주시민의 아픔이 치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후 계속된 단식으로 건강은 더 악화됐다. 결국 그달 20일 밤, 서울 가락동 경찰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병원서도 단식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30일 병원 측은 응급조치를 시행하면서 그의 단식은 28일 만에 끝이 났다.    

전씨는 단식 후유증으로 국립경찰병원서 73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후 법무부는 1996년 3월2일, 안양교도소에 재수감했다. 

이튿날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당시 법무부 관계자는 “전씨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교도소 수감 생활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병원 소견에 따라 재수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전씨는 1심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심서 형량이 최종 확정됐다. 그 후로 대법원심 이후 약 7개월 뒤인 1997년 12월 김영삼정부 때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단식 후유증?
발병 원인 주장

이씨가 밝힌 것처럼 전씨는 한 달에 가까운 단식을 했다. 또 단식 후유증으로 70일 넘게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씨 주장처럼 그의 건강이 이때부터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다만 온전치 못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1997년 말 석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회고록 준비를 시작했다. 민 전 비서관은 지난달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000년부터 구술 녹취를 하는 등 준비를 시작했다”며 회고록 준비시기를 밝혔다. 결국 전씨의 정신 건강은 회고록 준비를 시작할 때까지 양호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1995년 옥중 단식’에 이어 ‘2013 검찰 압수수색’을 언급했다. 이 여사는 검찰 수사시기에 전씨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전씨의 건강 악화에 결정적이었다고 봤다.

그는 “2013년 검찰이 금속 탐지기까지 동원해 자택 압수수색을 벌였고, 일가친척 등이 무차별적으로 재산 압류 소동을 겪었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은 2013년 7월 전씨의 미납 추징금을 집행하고 은닉 재산을 수사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전씨 자택을 비롯해 일가 친인척 주거지, 장남 전재국씨가 운영하는 시공사의 계열사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이씨는 검찰 압수수색 이후 상황을 설명하며 “한동안 말을 잃고 기억상실증을 앓았다”며 “그 일 이후로 대학병원서 알츠하이머 증세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지난 2013년 검찰 수사 당시 전씨에 대한 치매설 등 그의 건강 이상설이 돌기도 했다. 그해 7월28일 <중앙선데이>에 따르면 전씨의 한 측근은 “모든 것을 잊고 싶은지 자신의 연희동 집이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사실을 모른 척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약간의 치매증상 때문에 실제로 모르는 것 같기도 했다”고 말했다.

건강 문제없어 보였는데…
행보 특이점 없어 고개 갸웃

또 차남 재용씨는 같은 달 25일 서울 강남의 한 한정식집서 장남 재국씨, 장녀 효순씨, 외삼촌 이창석씨와 4자 회동을 할 때 “어머니가 ‘아버지가 지나간 일을 기억 못하는 건 오히려 괜찮다. 가슴 아플 일 없으니 다행이지’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에 대한 치매설 등 건강 이상설이 돌자 당시 민 전 비서관은 그 해 8월6일 보도 참고 자료를 배포했다. 민 전 비서관은 “사리 판단은 분명하고 일상생활도 정상적”이라며 전씨를 향한 논란을 일축했다.

이는 이씨의 입장과 다소 배치된다. 이씨는 “입장문을 통해 압수수색 이후 한동안 말을 잃고 기억상실증을 앓았다”고 밝혔다. 반면 압수수색 이후 상황서 민 전 비서관은 “전씨의 건강은 정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민 전 비서관은 전씨가 2013년 또는 그 전부터 기억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민 전 비서관은 지난달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알츠하이머를 2013년부터 앓고 있었던 것이 맞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알츠하이머)진단 결과를 받은 건 2013년이고 그 전부터도 그런 식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건 주변사람들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2013년 검찰 수사 이후 전 전씨가 알츠하이머를 진단받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치매설과 관련된 보도들이 있었다. 다만 당시 민 전 비서관은 보도 참고 자료를 배포하면서 그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일축했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2013년 전부터 전씨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소 앞뒤가 맞지 않다. 이씨가 주장하는 2013년에 전씨의 알츠하이머 진단이 있었는지 의문이 생기는 까닭이다.

정상→문제
팩트는 뭐?

이씨 주장대로 2013년 전씨의 건강이 나빠졌다고 하더라도 이후 그는 눈에 띌만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전씨는 검찰 압수수색 이후 약 10개월 만인 2014년 5월 이학봉 전 보안사 대공처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당시 그는 미납 추징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결정되면 알려주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당시 전씨는 비교적 정정한 모습으로 여론의 관심을 모았다.
 

전씨는 2015년 10월 모교인 대구공고 체육대회에도 참여해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2016년 20대 총선 당시에는 이씨와 함께 투표장을 찾아 투표하기도 했다. 두 달 뒤인 2016년 6월엔 인터불고 경산컨트리클럽서 열린 대구공고 동문가족 골프대회에 참석했다.

이씨는 전씨가 2013년 검찰 압수수색 이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2013년 이후 해마다 꽤 정정한 모습을 보였다. 전씨가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는 주장에 물음표가 찍히는 까닭이다.

전씨의 행보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전씨는 지난해 연희동 자택서 열린 신년 인사회서 모습을 드러냈다. 전씨는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채널A가 지난해 1월2일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전씨는 연희동 자택 신년 인사회서 “경제를 쥐뿔도 모르는 사람이 나와 다 까먹고, 보좌관 말도 잘 안 듣고, 잘 모르는 사람이 자기 멋대로 설쳐대면서 흔들면 다 망한다”며 당시 불거졌던 최순실 게이트를 비판했다.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는 전씨가 박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씨의 주장대로라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지 4년이 된 시점서 어떻게 박 전 대통령을 기억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민 전 비서관은 지난달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이 어떻다는 것은 전씨가 70년 동안 알고 지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당시 전씨가 박 전 대통령 자체를 언급한 것 보다 ‘평가’를 내렸다는 것에 집중한다. 그는 당시 최순실 게이트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을 단순히 안다는 것과 결이 다르다는 해석이다. 

전씨가 당시 상황을 판단할 정도의 인지능력은 있었다는 것이다. 

전씨는 이 자리서 “이번에는 경제를 잘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남북 관계가 심각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경제가 잘 돼야 한다”며 당시 정국을 진단하기도 했다.

회고록 여는 말
어려움 없다더니

한편 지난해 4월 발간된 전씨 회고록에는 전씨의 기억력이 언급돼있다. 전씨는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 편 여는 말에 ‘근년에 이르러 언제부터인가 나는 가까운 일들이 기억에 저장되지 않는 사례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지만, 사물을 인식하고 사리를 판단하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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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