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치매설’ 소문과 진실

끝까지…반성은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출석할 수 없다.”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하 전두환씨)의 재판 불출석 사유다. 전씨의 치매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까지 그가 보였던 행보는 치매설과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를 둘러싼 소문과 진실은 무엇일까. 
 

전두환씨의 알츠하이머 진단 사실은 지난달 26일 공개됐다. 그간 전씨에 대한 정신건강 문제가 간혹 언급되긴 했지만 가족을 통해 공식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이하 이씨)는 그의 최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이 같은 입장문을 내놨다. 이씨는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전두환씨는 지금까지 의료진이 처방한 약을 복용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 전날
갑자기 왜?

이씨가 전씨의 알츠하이머 진단 사실을 공개한 시기는 그의 공판 하루 전날이었다. 전씨는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로(사자명예훼손죄) 불구속 기소돼 첫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고 조비오 신부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시 사격을 목격했다”며 당시 광주 민주화운동 상황을 증언했다. 

전씨는 지난해 4월 펴낸 회고록을 통해 그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가면을 쓴 사탄”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전씨 측이 첫 재판이 열리기 바로 전날 알츠하이머 사실과 함께 불출석 사유를 밝히면서 진위에 대해 의문이 일었다. 일단 재판부는 예정대로 재판을 진행했다. 전씨가 법원에 재판 연기 신청이나 불출석 사유서 등을 제출하지 않고 언론 등을 통해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전씨가 법정에 불출석하면서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과 공소 사실 확인 등의 절차가 진행되지 못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 기일을 오는 10월1일 오후 2시30분으로 정하고 전씨의 출석을 요청했다.

전씨 측에 따르면 그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전씨 측에 따르면 그의 알츠하이머 증상은 꽤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공판 하루 전 있었던 입장문을 통해 ‘1995년 옥중 단식’을 언급했다. 이씨는 “(전씨는)1995년 옥중서 시작한 단식을 병원으로 호송된 뒤에도 강행하다가 병실서 쓰러져 28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며 “주치의는 뇌세포의 손상을 우려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집으로 돌아온 후 단식 후유증으로 여겨지는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면서도 “다행히도 일상생활은 물론 회고록 작성을 위한 구술 등 정상적인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공판 하루 앞두고 알츠하이머 주장
전측, 2013년 검찰 수사 이후 발병

전씨는 1995년 12월3일 김영삼정부서 통과된 5·18특별법으로 안양교도소에 구속 수감돼 이날부터 단식을 시행했다. 

그해 12월7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전씨는 단식 나흘째 변호사 접견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5공화국의 정통성이 전면 부인되는 현재 상황을 결코 승복할 수 없다”며 “역사적인 비극인 광주문제에 대해서도 더 이상의 당리당략적 이용을 떠나 이번 기회에 반드시 올바른 진상규명이 이뤄져 광주시민의 아픔이 치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후 계속된 단식으로 건강은 더 악화됐다. 결국 그달 20일 밤, 서울 가락동 경찰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병원서도 단식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30일 병원 측은 응급조치를 시행하면서 그의 단식은 28일 만에 끝이 났다.    

전씨는 단식 후유증으로 국립경찰병원서 73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후 법무부는 1996년 3월2일, 안양교도소에 재수감했다. 

이튿날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당시 법무부 관계자는 “전씨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교도소 수감 생활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병원 소견에 따라 재수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전씨는 1심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심서 형량이 최종 확정됐다. 그 후로 대법원심 이후 약 7개월 뒤인 1997년 12월 김영삼정부 때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단식 후유증?
발병 원인 주장

이씨가 밝힌 것처럼 전씨는 한 달에 가까운 단식을 했다. 또 단식 후유증으로 70일 넘게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씨 주장처럼 그의 건강이 이때부터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다만 온전치 못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1997년 말 석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회고록 준비를 시작했다. 민 전 비서관은 지난달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000년부터 구술 녹취를 하는 등 준비를 시작했다”며 회고록 준비시기를 밝혔다. 결국 전씨의 정신 건강은 회고록 준비를 시작할 때까지 양호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1995년 옥중 단식’에 이어 ‘2013 검찰 압수수색’을 언급했다. 이 여사는 검찰 수사시기에 전씨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전씨의 건강 악화에 결정적이었다고 봤다.

그는 “2013년 검찰이 금속 탐지기까지 동원해 자택 압수수색을 벌였고, 일가친척 등이 무차별적으로 재산 압류 소동을 겪었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은 2013년 7월 전씨의 미납 추징금을 집행하고 은닉 재산을 수사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전씨 자택을 비롯해 일가 친인척 주거지, 장남 전재국씨가 운영하는 시공사의 계열사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이씨는 검찰 압수수색 이후 상황을 설명하며 “한동안 말을 잃고 기억상실증을 앓았다”며 “그 일 이후로 대학병원서 알츠하이머 증세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지난 2013년 검찰 수사 당시 전씨에 대한 치매설 등 그의 건강 이상설이 돌기도 했다. 그해 7월28일 <중앙선데이>에 따르면 전씨의 한 측근은 “모든 것을 잊고 싶은지 자신의 연희동 집이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사실을 모른 척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약간의 치매증상 때문에 실제로 모르는 것 같기도 했다”고 말했다.

건강 문제없어 보였는데…
행보 특이점 없어 고개 갸웃

또 차남 재용씨는 같은 달 25일 서울 강남의 한 한정식집서 장남 재국씨, 장녀 효순씨, 외삼촌 이창석씨와 4자 회동을 할 때 “어머니가 ‘아버지가 지나간 일을 기억 못하는 건 오히려 괜찮다. 가슴 아플 일 없으니 다행이지’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에 대한 치매설 등 건강 이상설이 돌자 당시 민 전 비서관은 그 해 8월6일 보도 참고 자료를 배포했다. 민 전 비서관은 “사리 판단은 분명하고 일상생활도 정상적”이라며 전씨를 향한 논란을 일축했다.

이는 이씨의 입장과 다소 배치된다. 이씨는 “입장문을 통해 압수수색 이후 한동안 말을 잃고 기억상실증을 앓았다”고 밝혔다. 반면 압수수색 이후 상황서 민 전 비서관은 “전씨의 건강은 정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민 전 비서관은 전씨가 2013년 또는 그 전부터 기억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민 전 비서관은 지난달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알츠하이머를 2013년부터 앓고 있었던 것이 맞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알츠하이머)진단 결과를 받은 건 2013년이고 그 전부터도 그런 식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건 주변사람들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2013년 검찰 수사 이후 전 전씨가 알츠하이머를 진단받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치매설과 관련된 보도들이 있었다. 다만 당시 민 전 비서관은 보도 참고 자료를 배포하면서 그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일축했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2013년 전부터 전씨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소 앞뒤가 맞지 않다. 이씨가 주장하는 2013년에 전씨의 알츠하이머 진단이 있었는지 의문이 생기는 까닭이다.

정상→문제
팩트는 뭐?

이씨 주장대로 2013년 전씨의 건강이 나빠졌다고 하더라도 이후 그는 눈에 띌만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전씨는 검찰 압수수색 이후 약 10개월 만인 2014년 5월 이학봉 전 보안사 대공처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당시 그는 미납 추징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결정되면 알려주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당시 전씨는 비교적 정정한 모습으로 여론의 관심을 모았다.
 

전씨는 2015년 10월 모교인 대구공고 체육대회에도 참여해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2016년 20대 총선 당시에는 이씨와 함께 투표장을 찾아 투표하기도 했다. 두 달 뒤인 2016년 6월엔 인터불고 경산컨트리클럽서 열린 대구공고 동문가족 골프대회에 참석했다.

이씨는 전씨가 2013년 검찰 압수수색 이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2013년 이후 해마다 꽤 정정한 모습을 보였다. 전씨가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는 주장에 물음표가 찍히는 까닭이다.

전씨의 행보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전씨는 지난해 연희동 자택서 열린 신년 인사회서 모습을 드러냈다. 전씨는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채널A가 지난해 1월2일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전씨는 연희동 자택 신년 인사회서 “경제를 쥐뿔도 모르는 사람이 나와 다 까먹고, 보좌관 말도 잘 안 듣고, 잘 모르는 사람이 자기 멋대로 설쳐대면서 흔들면 다 망한다”며 당시 불거졌던 최순실 게이트를 비판했다.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는 전씨가 박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씨의 주장대로라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지 4년이 된 시점서 어떻게 박 전 대통령을 기억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민 전 비서관은 지난달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이 어떻다는 것은 전씨가 70년 동안 알고 지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당시 전씨가 박 전 대통령 자체를 언급한 것 보다 ‘평가’를 내렸다는 것에 집중한다. 그는 당시 최순실 게이트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을 단순히 안다는 것과 결이 다르다는 해석이다. 

전씨가 당시 상황을 판단할 정도의 인지능력은 있었다는 것이다. 

전씨는 이 자리서 “이번에는 경제를 잘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남북 관계가 심각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경제가 잘 돼야 한다”며 당시 정국을 진단하기도 했다.

회고록 여는 말
어려움 없다더니

한편 지난해 4월 발간된 전씨 회고록에는 전씨의 기억력이 언급돼있다. 전씨는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 편 여는 말에 ‘근년에 이르러 언제부터인가 나는 가까운 일들이 기억에 저장되지 않는 사례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지만, 사물을 인식하고 사리를 판단하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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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