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 뚫는 창’ 디지털 포렌식을 아십니까?

망치로 깬 휴대폰도 살려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사건사고 보도를 보다보면 흔히 등장하는 말이 있다. ‘디지털 포렌식’이다. ‘디지털 포렌식 기법으로’ ‘디지털 포렌식 방법으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등 사건사고 기사에 빠지지 않는다. 휴대폰 등 전자기기가 사건사고 현장서 가장 중요한 증거로 떠오르면서 이를 분석하는 디지털 포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휴대폰이 발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의 일을 앉은 자리서 처리한다. 물건을 사고팔고 공연을 예매하고, 다른 사람에게 돈을 보내고 은행에 저축하고, 책이나 영화를 보고, 회의를 하는 일까지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디지털 정보

손바닥만한 휴대폰 안에는 온갖 정보가 담긴다. 소유자의 개인정보는 물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디를 여행했는지 누구와 통화했는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등 휴대폰에는 한 사람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다. 또 휴대폰 주인과 대화를 나눈 상대의 정보도 곳곳서 발견할 수 있다.

전자기기의 발달은 사건사고의 상황 파악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전자기기 안에 응축된 정보가 사건사고 해결에 도움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길가의 CCTV, 자동차에 블랙박스, 손 안의 휴대폰은 사건사고를 재구성하고 범죄 가능성을 밝혀내는 데, 또 용의자를 지목하고 혐의 사실을 입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증거로 떠올랐다.

이때 전자기기 속 정보를 뽑아내 분석하는 기술이 바로 디지털 포렌식이다. 디지털 포렌식은 PC나 노트북, 휴대폰 등 각종 저장매체 또는 인터넷 상에 남아있는 각종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을 말한다. 포렌식은 법의학 용어로 범죄에 대한 증거를 확정하기 위한 과학적 수사를 일컫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포렌식은 증거 수집, 분석, 제출 등의 절차로 구분된다. 휴대폰을 망치로 부수거나 강에 던져도, 컴퓨터를 포맷해 자료를 지워도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일정 부분 복구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들이 전자기기서 파일을 삭제하면 아예 사라진다고 믿지만 데이터베이스에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07년 ‘신정아 사건’으로 주목
세월호 참사, 국정 농단 때 역할

최근에는 증거 수집 단계서 디지털 포렌식을 한다는 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법 농단 의혹, 드루킹 특검 등에 디지털 포렌식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관계자들의 하드디스크를 조사하는 과정서 디지털 포렌식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재임 중에 사용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요구하자, 대법원이 이 컴퓨터들을 지난해 10월 디가우징했다고 밝히면서 증거 인멸 의혹이 불거졌다. 
 

디가우징은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하드디스크 같은 저장장치에 있는 파일이나 프로그램을 삭제하는 기술을 말한다. 검찰은 전현직 관계자의 컴퓨터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 등을 디지털 포렌식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드루킹 사건에서는 디지털 포렌식이 전면에 등장했다. ‘드루킹 불법 댓글조작’ 의혹 등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출범부터 디지털 증거분석 전문가를 영입해 15명 안팎의 전담팀을 꾸리는 등 디지털 포렌식에 사활을 걸었다.

이들은 핵심 수사 대상인 ‘경제적 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사용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휴대폰, 이들이 대화를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방 자료 등을 검찰과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분석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일부 경공모 회원들은 경찰 수사단계서 압수수색에 대비해 휴대전화 수십 대를 망치로 내리쳐 부쉈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 역시 복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디지털 포렌식이 주목을 받은 건 2007년 학력위조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신정아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은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구하면서 사건의 전말을 파악했다.

당시 디지털 포렌식이 주목을 받으면서 기술의 신뢰성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졌다. 디지털의 경우 복사나 변형이 손쉬운 만큼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구한 자료가 원본인지 검증하는 무결성 보장이 핵심으로 지목됐다. 무결성, 동일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법정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정아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디지털 포렌식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큰 역할을 했다. 바다에 빠져 망가진 사망자의 휴대폰서 침몰 전 세월호 내부를 찍은 영상 등을 복구했다. 또 가족과 친지, 친구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전 국민은 슬픔에 잠겼다. 

지난해에는 세월호에 적재돼있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민간 포렌식 업체의 복구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었다.

사법 농단, 드루킹 사건 때 이용
경찰, 공정위 전담반 개설

국정 농단의 주범 최순실씨의 태블릿PC 역시 디지털 포렌식에 발목이 잡혔다. 최씨의 비선 실세 논란이 한창 불거지던 2016년 10월 JTBC는 <뉴스룸>을 통해 더블루 사무실서 입수한 태블릿PC에 저장된 내용을 보도했다. 

최씨는 해당 태블릿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잡아뗐지만 디지털 포렌식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 등 각종 문서가 청와대 부속 비서관으로부터 전달됐으며 외교와 내치 관련 중요 문서가 완성되기 전에 전송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2016년 5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으로 55년 만에 증거법이 개정돼 디지털 증거가 법에 최초로 명기됐다. 디지털 증거는 과학적 분석 결과에 기초한 디지털 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증명된 경우에 한해 증거로 인정된다.
 

당시 김 의원은 “이번 개정을 통해 ‘종이 증거법’에 따른 명백한 불합리와 모순이 해소돼 55년 만에 디지털 증거법 시대가 개막됐다”며 “최근 디지털 증거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살인, 성폭력 등 강력범죄, 안보범죄, 아동학대 범죄, 데이트 폭력범죄 등 다양한 범죄의 엄단 및 신속한 피해자 구제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찰 수사서 디지털 증거를 분석한 건수는 2013년 1만1200건서 2014년 1만4899건, 2015년 2만4295건, 2016년 3만2281건, 지난해 3만6060건으로 매년 크게 늘었다. 

핵심 증거 비중이 아날로그서 디지털로 이동하면서 경찰 수사 전반에 디지털 증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경찰은 전국 지방경찰청에 디지털 증거를 분석하는 전담부서를 설치해 정확한 수사에 나선다는 계획을 내놨다.


중요성↑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4월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칙’과 예규를 제정해 본격적으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한 조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디지털 포렌식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팀원이 3∼4명에 불과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디지털조사분석과가 정식으로 신설됐고, 본격적인 진용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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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