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어깨 무거운 파울루 벤투

최상 아닌 최선…그래도 희망을 건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이 확정됐다.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벤투 감독은 거론됐던 여러 후보들을 제치고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제시한 ‘선임 기준’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선정됐다. 벤투 감독은 시큰둥했던 다른 감독들과는 다르게 면접에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임했다.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상’은 아닐지 모르지만 ‘최선’의 선택이라는 평이다.
 

파울루 벤투(49)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내정됐다. 지난 16일 유럽축구에 정통한 에이전트에 따르면 “KFA와 벤투 감독이 미팅을 가졌고, KFA의 제안에 벤투 감독이 동의했다.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조만간 새 감독을 발표할 예정인데, 벤투 감독이 내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신태용 후임
기준에 적합?

신태용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마지막 경기서 독일을 2대0으로 꺾었지만, 이전까지 답답한 경기력을 반복했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컸다. 지난달 5일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는 선임 소위원회를 열었다. 

신 감독에 대한 평가를 시작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월드컵 예선 통과, 대륙컵 대회 우승, 세계적 수준의 리그 우승 등의 경험을 갖고, 능동적인 스타일의 축구를 만들 수 있는 지도자’를 찾았다. 

지난달 한 차례 유럽 출장을 다녀온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다시 유럽을 방문했다. 첫 출장서 접촉한 후보들은 전부 배제됐다. 카를로스 케이로스(65·포르투갈) 전 이란 감독,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7·콜롬비아) 전 멕시코 감독, 에르베 르나르(50·프랑스) 모로코 감독 등이 1차 접촉 때 후보군(3명)이었다. 


복수의 유럽 현지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번 출장서 전혀 새로운 후보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벤투 감독을 포함, 슬라벤 빌리치(50) 전 크로아티아 감독, 케 산체스 플로레스(54) 전 에스파뇰(스페인) 감독 등과 협상을 전제한 면담을 가졌다. 

협상 테이블서 몸값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협회는 김 위원장에게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좋은 사람을 찾아달라”고 격려했다. 다만 후보들에게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확정
코엘류 이어 두 번째 포르투갈 출신

대부분 한국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으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은 정성은 보이지 않았다. 

한 유럽 축구 관계자는 “키케 감독은 평균 임기가 2년여에 불과할 정도로 이직이 잦았다. 그간 경험하지 못한 장기 계약과 국내 거주에 큰 부담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반면 벤투 감독은 달랐다. 

유럽의 한 에이전트는 “한국 측 연락을 받고 (벤투 감독이)면접에 아주 적극적으로 임했다. 많은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선임 기준’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었다. 

벤투 감독은 독일의 뢰브 감독과 함께 ‘꽃중년 감독’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현역시절 명 미드필더였다. 1988년 CF벤피카(포르투갈)서 데뷔한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서 선수생활을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벤투 감독은 투쟁심과 카리스마로 유명했다.


포르투갈 대표 선수로도 활약했다. 1992년부터 2002년까지 35번의 A매치를 뛰었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벤투 감독에게 ‘한국’은 최소한 선수로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국가다. 한국과의 200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D조 최종전의 악몽 때문이다. 

감독 업적?
“조금 아쉽다”

포르투갈은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서 한국을 상대했으나 2명이 퇴장당하는 아수라장 끝에 0-1로 졌다. 벤투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로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조국의 패배를 막진 못했다.

2000 유럽축구연맹선수권(유로) 3위 포르투갈의 2002 한일월드컵은 장밋빛 기대로 부풀었다. 1966 잉글랜드월드컵 3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과 대등 혹은 뛰어넘는 업적을 목표로 했으나 한국전 패배로 16강조차 올라가지 못하고 탈락했다.
 

유로 2000 준결승 멤버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축구 대표팀 소속으로 치른 마지막 국가대항 메이저대회 경기가 바로 2002월드컵 한국전이었다. 

은퇴 후 2004년 스포르팅 리스본의 유소년팀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벤투 감독은 1년 뒤 스포르팅 리스본의 1군 감독이 됐다.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벤투 감독은 승승장구했다. 

두 번의 FA컵, 한 번의 슈퍼컵 우승을 차지했다. 리그서도 두 번이나 2위에 올랐다. 나니, 주앙 무티뉴, 미겔 벨로소 등을 발굴, 육성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당시 맨유를 이끌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후임자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커리어 정점은 유로2012다. 2010년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에 이어 포르투갈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초반 다소 부진한 행보를 보였다. 우려 속에 첫 메이저대회인 유로2012에 나선 벤투 감독은 탁월한 지도력을 과시하며 포르투갈을 깜짝 4강까지 올려놨다. 

“가차 없다”
강한 카리스마

4강서 스페인에 아쉽게 패했지만, 당시 최악의 멤버라는 평가 속에서도 탄탄한 수비와 빠른 역습을 바탕으로 단단한 축구를 만들었다. 벤투 감독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도 나섰다. 죽음의 조인 G조 (독일, 미국, 가나)에 배정됐다. 

독일에 4-0으로 참패하기는 했으나 미국과 2-2 비기고, 홍명보호를 평가전서 묵사발로 만든 가나에 2-1로 이겨 1승1무1패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골득실차서 뒤져 16강 토너먼트에는 독일, 미국이 올라가고 포르투갈, 가나가 탈락했다. 이후 유로2016 예선 첫 경기서 알바니아에 0-1로 충격패하며 경질됐다. 

그의 다음 스텝은 놀랍게도 브라질이었다. 크루제이루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세 달도 되지 않아 사임했다. 한 달 만에 곧바로 그리스의 올림피아코스 감독직에 오른 벤투 감독은 팀을 빠르게 장악했다. 올림피아코스는 3월 리그 선두, 컵대회 4강, 유로파리그 16강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경질됐다. 3연패가 원인이었지만, 일부 선수단과의 불화 때문이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벤투 감독은 2017년 아시아로 눈길을 돌렸다. 명장들을 모으던 중국 슈퍼리그의 충칭 리판으로 무대를 옮겼다. 장외룡 감독의 후임으로 나선 벤투 감독은 2018 중국 슈퍼리그에 임했으나 13라운드 종료 후 경질됐다. 

13위에 머물렀던 성적 그리고 FA컵 16강 탈락 등을 문책당한 결과다. 짧은 휴식을 취하던 벤투 감독은 다음 행선지를 한국으로 정했다. 

49세 ‘꽃중년 감독’으로 인기
현역시절 투쟁심·카리스마 유명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은 ‘단단한 축구’를 강조한다. 넘치는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선수의 명성과는 상관없이 팀 분위기를 해치면 가차없이 제외한다. 유로2012 당시에도 베테랑을 빼고 ‘젊은 피’를 중용하며 성공을 거둔 적이 있다. 

전술은 4-3-3을 선호하며 공격 시에는 역습을 강조하고 수비 시에는 미드필드부터 ‘많이 뛰는 축구’를 구사한다. 남미와 유럽 등 다양한 무대를 경험했고 특히 중국 슈퍼리그를 통해 아시아 무대를 접했다는 점도 우리에게 긍정적이다.
 


물론 벤투 감독 선임 소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일부 누리꾼들도 있다.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서 조별리그 탈락에 그친 점, 올해 중국 수퍼리그 충칭 리판에 부임한 뒤 성적부진으로 7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은 점 등 때문이다. 

포르투갈 감독 시절 자국 팬들로부터 ‘호날두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점도 부각되고 있다.

축구계 정통한 관계자는 “축구팬들 사이서 인기가 높았던 키케 감독 대신 부임한다는 점 때문인지 벤투 감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키케 감독은 훌륭한 지도자지만, 연봉과 계약기간서 축구협회와 이견을 보여 협상을 접었다”고 전했다.     

한 축구인은 “키케 감독을 비롯해 다수의 후보자들이 한국행에 대해 적극성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만큼 한국 축구의 위상이 높지 않다는 의미”라며 “벤투 감독이 ‘최상’은 아닐지 모르지만, ‘최선’의 선택으로는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뚜껑 열어봐야”
의심스런 시선

벤투 감독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4년 계약이 유력하다. 경력이 화려한 벤투 감독의 연봉은 역대 대표팀 최고 수준이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연봉(15억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새 감독 영입을 위해 사재 40억원을 출연했다. 새 사령탑의 A대표팀 데뷔전은 다음달 코스타리카(7일), 칠레(11일)와의 2연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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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