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어깨 무거운 파울루 벤투

최상 아닌 최선…그래도 희망을 건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이 확정됐다.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벤투 감독은 거론됐던 여러 후보들을 제치고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제시한 ‘선임 기준’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선정됐다. 벤투 감독은 시큰둥했던 다른 감독들과는 다르게 면접에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임했다.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상’은 아닐지 모르지만 ‘최선’의 선택이라는 평이다.
 

파울루 벤투(49)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내정됐다. 지난 16일 유럽축구에 정통한 에이전트에 따르면 “KFA와 벤투 감독이 미팅을 가졌고, KFA의 제안에 벤투 감독이 동의했다.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조만간 새 감독을 발표할 예정인데, 벤투 감독이 내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신태용 후임
기준에 적합?

신태용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마지막 경기서 독일을 2대0으로 꺾었지만, 이전까지 답답한 경기력을 반복했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컸다. 지난달 5일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는 선임 소위원회를 열었다. 

신 감독에 대한 평가를 시작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월드컵 예선 통과, 대륙컵 대회 우승, 세계적 수준의 리그 우승 등의 경험을 갖고, 능동적인 스타일의 축구를 만들 수 있는 지도자’를 찾았다. 

지난달 한 차례 유럽 출장을 다녀온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다시 유럽을 방문했다. 첫 출장서 접촉한 후보들은 전부 배제됐다. 카를로스 케이로스(65·포르투갈) 전 이란 감독,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7·콜롬비아) 전 멕시코 감독, 에르베 르나르(50·프랑스) 모로코 감독 등이 1차 접촉 때 후보군(3명)이었다. 

복수의 유럽 현지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번 출장서 전혀 새로운 후보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벤투 감독을 포함, 슬라벤 빌리치(50) 전 크로아티아 감독, 케 산체스 플로레스(54) 전 에스파뇰(스페인) 감독 등과 협상을 전제한 면담을 가졌다. 

협상 테이블서 몸값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협회는 김 위원장에게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좋은 사람을 찾아달라”고 격려했다. 다만 후보들에게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확정
코엘류 이어 두 번째 포르투갈 출신

대부분 한국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으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은 정성은 보이지 않았다. 

한 유럽 축구 관계자는 “키케 감독은 평균 임기가 2년여에 불과할 정도로 이직이 잦았다. 그간 경험하지 못한 장기 계약과 국내 거주에 큰 부담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반면 벤투 감독은 달랐다. 

유럽의 한 에이전트는 “한국 측 연락을 받고 (벤투 감독이)면접에 아주 적극적으로 임했다. 많은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선임 기준’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었다. 

벤투 감독은 독일의 뢰브 감독과 함께 ‘꽃중년 감독’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현역시절 명 미드필더였다. 1988년 CF벤피카(포르투갈)서 데뷔한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서 선수생활을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벤투 감독은 투쟁심과 카리스마로 유명했다.

포르투갈 대표 선수로도 활약했다. 1992년부터 2002년까지 35번의 A매치를 뛰었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벤투 감독에게 ‘한국’은 최소한 선수로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국가다. 한국과의 200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D조 최종전의 악몽 때문이다. 

감독 업적?
“조금 아쉽다”

포르투갈은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서 한국을 상대했으나 2명이 퇴장당하는 아수라장 끝에 0-1로 졌다. 벤투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로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조국의 패배를 막진 못했다.

2000 유럽축구연맹선수권(유로) 3위 포르투갈의 2002 한일월드컵은 장밋빛 기대로 부풀었다. 1966 잉글랜드월드컵 3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과 대등 혹은 뛰어넘는 업적을 목표로 했으나 한국전 패배로 16강조차 올라가지 못하고 탈락했다.
 

유로 2000 준결승 멤버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축구 대표팀 소속으로 치른 마지막 국가대항 메이저대회 경기가 바로 2002월드컵 한국전이었다. 

은퇴 후 2004년 스포르팅 리스본의 유소년팀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벤투 감독은 1년 뒤 스포르팅 리스본의 1군 감독이 됐다.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벤투 감독은 승승장구했다. 

두 번의 FA컵, 한 번의 슈퍼컵 우승을 차지했다. 리그서도 두 번이나 2위에 올랐다. 나니, 주앙 무티뉴, 미겔 벨로소 등을 발굴, 육성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당시 맨유를 이끌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후임자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커리어 정점은 유로2012다. 2010년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에 이어 포르투갈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초반 다소 부진한 행보를 보였다. 우려 속에 첫 메이저대회인 유로2012에 나선 벤투 감독은 탁월한 지도력을 과시하며 포르투갈을 깜짝 4강까지 올려놨다. 

“가차 없다”
강한 카리스마

4강서 스페인에 아쉽게 패했지만, 당시 최악의 멤버라는 평가 속에서도 탄탄한 수비와 빠른 역습을 바탕으로 단단한 축구를 만들었다. 벤투 감독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도 나섰다. 죽음의 조인 G조 (독일, 미국, 가나)에 배정됐다. 

독일에 4-0으로 참패하기는 했으나 미국과 2-2 비기고, 홍명보호를 평가전서 묵사발로 만든 가나에 2-1로 이겨 1승1무1패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골득실차서 뒤져 16강 토너먼트에는 독일, 미국이 올라가고 포르투갈, 가나가 탈락했다. 이후 유로2016 예선 첫 경기서 알바니아에 0-1로 충격패하며 경질됐다. 

그의 다음 스텝은 놀랍게도 브라질이었다. 크루제이루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세 달도 되지 않아 사임했다. 한 달 만에 곧바로 그리스의 올림피아코스 감독직에 오른 벤투 감독은 팀을 빠르게 장악했다. 올림피아코스는 3월 리그 선두, 컵대회 4강, 유로파리그 16강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경질됐다. 3연패가 원인이었지만, 일부 선수단과의 불화 때문이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벤투 감독은 2017년 아시아로 눈길을 돌렸다. 명장들을 모으던 중국 슈퍼리그의 충칭 리판으로 무대를 옮겼다. 장외룡 감독의 후임으로 나선 벤투 감독은 2018 중국 슈퍼리그에 임했으나 13라운드 종료 후 경질됐다. 

13위에 머물렀던 성적 그리고 FA컵 16강 탈락 등을 문책당한 결과다. 짧은 휴식을 취하던 벤투 감독은 다음 행선지를 한국으로 정했다. 

49세 ‘꽃중년 감독’으로 인기
현역시절 투쟁심·카리스마 유명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은 ‘단단한 축구’를 강조한다. 넘치는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선수의 명성과는 상관없이 팀 분위기를 해치면 가차없이 제외한다. 유로2012 당시에도 베테랑을 빼고 ‘젊은 피’를 중용하며 성공을 거둔 적이 있다. 

전술은 4-3-3을 선호하며 공격 시에는 역습을 강조하고 수비 시에는 미드필드부터 ‘많이 뛰는 축구’를 구사한다. 남미와 유럽 등 다양한 무대를 경험했고 특히 중국 슈퍼리그를 통해 아시아 무대를 접했다는 점도 우리에게 긍정적이다.
 

물론 벤투 감독 선임 소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일부 누리꾼들도 있다.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서 조별리그 탈락에 그친 점, 올해 중국 수퍼리그 충칭 리판에 부임한 뒤 성적부진으로 7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은 점 등 때문이다. 

포르투갈 감독 시절 자국 팬들로부터 ‘호날두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점도 부각되고 있다.

축구계 정통한 관계자는 “축구팬들 사이서 인기가 높았던 키케 감독 대신 부임한다는 점 때문인지 벤투 감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키케 감독은 훌륭한 지도자지만, 연봉과 계약기간서 축구협회와 이견을 보여 협상을 접었다”고 전했다.     

한 축구인은 “키케 감독을 비롯해 다수의 후보자들이 한국행에 대해 적극성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만큼 한국 축구의 위상이 높지 않다는 의미”라며 “벤투 감독이 ‘최상’은 아닐지 모르지만, ‘최선’의 선택으로는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뚜껑 열어봐야”
의심스런 시선

벤투 감독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4년 계약이 유력하다. 경력이 화려한 벤투 감독의 연봉은 역대 대표팀 최고 수준이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연봉(15억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새 감독 영입을 위해 사재 40억원을 출연했다. 새 사령탑의 A대표팀 데뷔전은 다음달 코스타리카(7일), 칠레(11일)와의 2연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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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