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빙상장 ‘황제 대관’ 의혹

‘인천의 전명규’ 황금시간대 독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 빙상계는 수십 년간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만들어낸 ‘빙상강국’이라는 빛에 취했다. 그 이면에 갑질과 파벌 그리고 독점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는 사실은 ‘금메달’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렵게 드러난 어둠은 그 근원을 알 수 없을 만큼 뿌리가 깊었다. 최근에는 인천 빙상계에도 ‘또 다른 전명규’가 존재해왔다는 소문이 불거졌다.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을 치른지 꼭 30년 만에 강원도 평창 일대서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은 개최 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국정 농단 사태로 모두가 실패를 점쳤지만 평창올림픽은 예상 밖의 성공을 거뒀다. 금메달 8개, 종합순위 4위라는 당초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질적 향상을 이뤄낸 대회였다는 평을 받았다.

성공한 대회?
어두운 진실

하지만 마냥 성공적이라고 하기엔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대한빙상연맹)과 전명규 전 대한빙상연맹 부회장이 축제의 오점으로 남았다. 여타 대회와 마찬가지로 빙상 종목서 빼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그 과정엔 논란이 가득했다. 진상조사 요구가 빗발쳤고 대한빙상연맹은 청산해야 할 적폐로 지목됐다.

지난 5월23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합동으로 실시한 대한빙상연맹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평창올림픽 과정서의 여러 논란과 의혹을 밝히기 위해 실시한 감사였다. 감사 결과서 주목할 점은 ‘특정인물’로 지목된 전 전 부회장이 한국 빙상계에 끼친 막대한 영향력이다.

그는 권한도 없이 대한빙상연맹 업무에 개입했고 부회장으로 재임할 당시에는 권한을 남용해 국가대표 지도자의 징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사임한 이후에도 대한빙상연맹 업무에 전 전 부회장의 입김이 미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한국체육대학교(이하 한체대) 빙상장이 특정인들에게만 부당하게 대관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 배후에 전 전 부회장이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교육부의 추가 현장 조사 결과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다. 

전 전 부회장은 빙상장 사용 허가 없이 전 한체대 조교가 자신이 지도하는 고등학생을 데리고 대학생들과 빙상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빙상계 관계자는 “전명규 전 부회장의 영향력은 한체대 빙상장서 나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훈련하려는 사람에 비해 빙상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서 대관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은 엄청난 권력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전 전 부회장의 빙상장 대관 전횡과 똑같은 사례가 인천 빙상계서 일어났다는 의혹이 나왔다.

빙상장 운영 과정서 전횡 의혹
“마치 개인 사유시설처럼 사용”

선학국제빙상경기장(이하 선학빙상장) 운영 과정서 조성만 인천빙상경기연맹(이하 인천빙상연맹) 부회장이 ‘갑질 대관’ ‘대관 장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2015년 3월 개장한 선학빙상장은 인천에 딱 하나뿐인 빙상경기장이다. 주경기장(지상)과 보조경기장(지하) 등 두 면의 빙판에 7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관람석은 3200여석 규모다.


앞서 2015년 2월 말까지는 동남스포피아 아이스링크장이 인천 유일의 빙상장이었다. 1993년 개장한 동남스포피아는 2004년 재정난으로 폐장될 위기에 처했지만 박대성 인천빙상연맹 회장이 인수하면서 명맥을 이어갔다. 동남스포피아에는 박 회장 외에도 조 부회장, 정○○ 이사 등 인천빙상연맹 관계자들이 포진해 있었다.

선학빙상장의 개장과 맞물려 동남스포피아의 폐장이 결정됐다. 선학빙상장은 인천시체육회(이하 체육회)가 인천시의 수탁을 받아 관리하기로 했다. 이때 동남스포피아 소속 강사는 물론 정빙기 운전원까지 선학빙상장으로 옮겨왔다. 

선학빙상장 관계자 A씨는 “시청 공무원과 체육회 관계자들이 있긴 했지만 그들은 허수아비였다”며 “실질적인 운영은 동남스포피아 출신 관계자들이 다 했다”고 전했다.

실제 선학빙상장 별동에 위치한 사무실에는 ‘(주)동남스포피아, 인천광역시빙상경기연맹, 인천광역시장애인빙상경기연맹’이라고 쓰인 대형 스티커가 지난해 4월까지 붙어 있었다. A씨는 “인천빙상연맹은 동남스포피아와 동격으로 보면 된다”며 “강사, 정빙기 관리, 매점 운영까지 돈이 오고가는 자리에 모두 동남스포피아 관계자가 있었다”고 말했다.

독점한 대관
장사했나?

또 A씨는 선학빙상장으로 넘어온 동남스포피아 관계자들이 빙상장 대관에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틈을 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 부회장과 그의 측근들이 빙상장 대관을 독점했다고 강조했다. 

대관은 선학빙상장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실제 ‘2017년 선학국제빙상경기장 수입 현황’에 따르면 매출 17억원 중 8억9000만원가량이 대관 수입이었다.

선학빙상장의 경우 지상에 위치한 주경기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반인에게 개방돼있어 그 이후 시간대부터 대관이 가능하다. 지하의 보조경기장은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는 대관용이다. 지상은 쇼트트랙과 피겨 선수들이, 지하는 아이스하키팀이 주로 사용한다.

대관을 하려는 사람들은 오후 6∼8시 시간대를 가장 선호한다. 선수들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훈련하기에 좋은 시간대기 때문이다. 오후 8∼10시, 오후 10∼12시 시간대도 선호도가 높다. 

이보다 더 늦어지면 다음날 선수들의 학교 수업에 지장이 있어 피겨나 쇼트트랙 강사들은 오후 6∼12시 대관을 잡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대관 업무에 밝은 빙상계 관계자 B씨는 “황금시간대 대관, 특히 지상의 주경기장을 독점한다는 것은 빙상 강습을 통한 수익 사업을 독점한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라며 “조 부회장과 그의 측근들이 오후 6∼12시 시간대를 차지하고 다른 강사들의 진입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2017년 2월 대관표를 예로 들었다. 오후 5∼6시에는 ‘인천빙상’과 ‘장애인꿈나무’가 대관했다. 장애인꿈나무는 인천장애인빙상경기연맹 박○○ 전무이사가 맡고 있다. 오후 6∼8시에는 ‘엘리트피겨’ ‘엘리트쇼트’ 등이 탄다.


B씨에 따르면 엘리트피겨는 인천시 소속 피겨선수팀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인천 등록 선수들과 타지역 선수 희망자, 개인 레슨생들로 이뤄진 사설 피겨클럽이다. 클럽 운영과 수업은 조 부회장의 제자이자 인천빙상연맹 이사로 활동해온 정OO씨가 맡고 있다. 오후 8∼10시는 ‘조성만’ ‘킬러웨일즈’ 등이 빌렸다.

B씨는 “조 부회장은 선학빙상장을 마치 개인 사유시설처럼 사용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조 부회장의 대관 독점 의혹이 인천 빙상계에서는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라고도 했다. 

선학빙상장서 대관 업무를 봤던 체육회 관계자 C씨도 조 부회장의 대관 독점 의혹에 대해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마다 다음달 대관 일정을 정하기 위해 회의를 하는데 매번 비슷한 사람들이 왔다”고 덧붙였다.

직접 피해를 당했다는 사례도 나왔다. 또 다른 빙상계 관계자 D씨는 “대관회의 날짜를 도통 알려주질 않았다”며 “25일에 자기들끼리 미리 대관회의를 해놓고 내게는 29일쯤 돼서야 남은 자리를 잡으라고 통보가 왔다”고 토로했다.

측근들에게
좋은 시간대

D씨는 지하의 보조 경기장이나 오전 6∼10시 시간대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오전에는 선수들이 학교에 가야 한다”며 “그래도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시간대라도 잡아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서 “선학빙상장 개장 초기에는 대관이 다 차지도 않았다. 쓰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관내 소속 선수들이 그 시간대에 타게 된 것”이라며 “일단 우리 지역 선수들이 먼저 사용하고 남는 시간을 따지는 게 맞지 않느냐고 시에 주장해왔다. 어느 시도를 가도 자기 지역 선수들이 먼저 쓴다”고 해명했다. 

이어 “인천빙상연맹 관계자로서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존에 타던 선수들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의혹이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 부회장의 대관 관련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조 부회장이 개인계좌로 대관비를 받아 횡령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회의를 통해 대관 스케줄이 결정되면 신청서를 제출한다. 그럼 체육회에서는 허가승인 공문을 내려 보낸다. 이 양식에 체육회 수익금 통장 계좌번호가 적혀있다.

대관비는 시간당 평일 10만원, 주말 13만원이다. 2014년 8월12일부터 2017년 12월31일까지 체육회서 선학빙상장을 수탁 운영한 기간 동안 발생한 모든 대관비는 체육회 통장으로 입금돼야 했다.

하지만 실제 대관비의 일부가 조 부회장의 개인계좌로 입금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서 ‘이중대관’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조 부회장이 대관을 독점한 뒤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를 다른 강사들에 팔아 그 수익을 챙긴다는 의혹과 함께 나온 표현이다.

조 부회장의 개인계좌로 대관비를 보낸 적이 있다는 관계자 E씨는 “대관을 잡을 수가 없어 전전긍긍하던 중에 조 부회장이 대회 참석차 해외로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 부회장이 잡아둔 시간대가 비어 타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자기한테 돈을 내고 타라’고 해서 개인계좌로 입금했다”고 언급했다.

수탁운영 동안 관리 엉망
인천시 “문제 없다” 답변

E씨가 조 부회장의 개인계좌로 돈을 넣은 시기는 2016년. E씨는 자신과 같은 일이 당시에는 많았다고 말했다. E씨에 따르면 조 부회장은 “(대관)빈 시간에 얘기해라, 타고 싶으면 얘기해라” 등의 말을 했고, 대관을 잡지 못한 강사들은 그의 개인계좌로 돈을 넣고 빙판을 사용했다.

조 부회장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그는 개인계좌로 대관비를 받은 적이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2016년 당시 체육회서 단체 이름으로만 대관비를 받았기 때문에 학부모와 강사들의 돈을 모아서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편의상 자신의 계좌를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이어 “(대관비를)횡령했다면 개인계좌로 받은 돈을 (체육회에)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다 냈다”며 “그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체육회가 수탁 운영을 하던 무렵 선학빙상장 대관비 관리는 엉망이었다. 선학빙상장이 민간위탁 시설로 전환되기 불과 몇 개월 전까지도 미납된 대관비는 1억원에 달했다. 선학빙상장서 대관업무를 봤던 체육회 관계자 F씨는 인수인계를 받고 황당했다고 했다.

2017년 8월 기준 대관비 미납 금액은 1억원에 이르렀고 이 중 절반 정도인 4000만∼5000만원이 인천빙상연맹 몫이었다. 약 4∼5개월 정도의 대관비가 밀린 것이다.

또 2017년 8월 대관표를 기준으로 7월 대관비를 추산하면 6800여만원인데 반해, 실제 잡힌 수입은 3400여만원에 불과했다. 약 3000만원이 누락돼있던 것. 인천시 체육시설관리운영조례에 따르면 체육시설 사용료는 사용허가를 받음과 동시에 납부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대관비를 내지 않으면 빙상장을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F씨의 말과 수입 내역으로 추정해보면 대관비를 내지 않고 빙상장을 이용한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조 부회장은 “체육회서 청구서를 보내야 대관비를 내는데, (체육회서)공문을 몰아서 보내거나 누락된 일이 있었다”며 “또 청구서에 오차가 있어 이를 조율하는 과정서 대관비 납부가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F씨는 “이전 담당자가 결재한 날짜와 대관표를 비교해봤다. 청구서가 늦게 들어갔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조 부회장의 해명대로면 인수인계 직후 인천빙상연맹서 대관비를 납부했어야 했는데, 1차, 2차, 3차 독촉 공문까지 보낼 동안 받지 못했다”며 “4개월여 동안 인천빙상연맹, 조 부회장과 싸운 끝에야 (대관비를)다 받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선학빙상장이 민간 위탁으로 전환되는 과정서 인천빙상연맹이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마지 못해 미납금을 냈다는 소문도 돌았다.

돈 안 내고
마음대로?

당시 선학빙상장의 최종 관리주체였던 인천시청 체육진흥과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소문일 수도 있고…”라며 “별도의 행정조치나 징계가 이뤄지진 않았다. 보통 그런 일이 있었다면 보고가 진행되고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지는데 결손 처리한 게 없고 대관비에 따른 세입조치도 끝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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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