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이사장의 이상한 공약

때가 어느 땐데…장기집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새마을금고 비상근 이사장의 연임 제한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는 올해 3월 새마을금고중앙회장으로 선출된 박차훈 회장이 지지층인 현직 이사장들의 임기보장을 위해 내세운 ‘비상근 이사장 연임제한 폐지’ 공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취임 이후 각종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데다 그를 둘러싼 구설도 계속되고 있다. 이사장 선출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해결책을 위한 조직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이사장의 임기는 4년 연임제로 2번 연임할 경우 최대 12년까지 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사장의 임기제한이 있기 전까지는 무려 40년간 이사장을 역임한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이상한 공약
사실상 종신직

지난 2007년 정부서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해 한차례 연임만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2011년 ‘이사장 연임횟수 연장’에 대한 금고법이 국회에 상정, 2회 연임으로 바뀌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올해 3월 제17대 새마음금고중앙회장으로 선출된 박차훈 회장이 선거공약으로 ‘비상근 이사장 연임제한 폐지’를 내세워 각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당선됐다.

박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비상근 이사장 연임제한 폐지’ 에 대한 설문조사를 각 금고에 실시해 71.8%(822개 금고)의 찬성을 얻어 금고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최근 관계자라고 밝힌 A씨는 “이번에 당선된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이 선거 공약으로 ‘전국 새마을금고이사장 동시선거’를 통해 ‘임기를 연장’하고 장기적으로는 연임제한을 폐지하고자 했으나, 선거 공약 지지층인 현직 이사장들이 임기연장 혜택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자 비상근이 이사장으로 전환 시 연임제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뢰받는 기관 만들 것” 포부로 취임
부정선거 의혹에 ‘종신직’ 추진 잡음

즉 연임 제한에 해당되는 이사장들이 새마을금고법 개정 이후 임기가 만료되기 전 상근에서 비상근으로 전환하는 경우 연임 제한 없이 이사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사실상 종신직으로 이사장을 할 수 있도록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개정은 새마을금고의 발전을 저해하고 이사장들의 사욕을 채워주는 악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민금융을 선도한다는 새마을금고가 이사장들의 종신집권을 위한 금고법 개정에만 치중해 본인들의 사리사욕만을 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사장 선출 관련)선거법은 합리적인 방법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난 3일, 연임 제한 폐지는 새마을금고 신임 회장의 단순 공약 사업일 뿐 법률개정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회장의 공약사항은 부정혼탁 선거를 예방하기 위한 동시선거 실시였다. 비상근이사장 연임 제한 폐지는 현재 전체 금고의 의견 수렴을 거쳐 검토 중이다. 아직 구체화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최근 새마을금고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원천 차단하고 금고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금융권리 보호 강화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새마을금고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 개정을 최근 완료, 지난 6월27일부터 시행 중이다. 

정부 개입했지만…
내부적 자정 필요

시행령에 따르면,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과 기준을 정하고 과태료 부과기준을 신설해 금융기관의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인 일명 ‘꺾기’를 상호금융권 최초로 법령으로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꺾기’는 새마을금고가 여신거래를 하는 경우 차용인의 의사에 반해 예탁금, 적금 등의 상품 가입 또는 매입을 강요하는 행위를 뜻한다. 

개정 시행령에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불공정거래행위의 구체적 유형 및 기준을 정하고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 기준이 신설됐다. 

여신거래와 관련해 차용인의 의사에 반해 예탁금, 적금 등 금고가 취급하는 상품의 해약 또는 인출을 제한하는 행위, 제3자인 담보제공자에게 연대보증을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행위 등을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과 기준으로 정했다.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금고에게는 최대 2000만원, 임직원에게는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되 행위의 정도·횟수·동기 등을 고려해 감경·면제 또는 2분의 1범위에서 가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새마을금고 내부 감시기구인 감사위원회의 위원을 이사회 선출에서 총회 선출로 개편하고 전국의 지역금고를 감사·감독하는 금고감독위원회를 신설하도록 법을 개정함에 따라 감사위원회의 외부위원과 금고감독위원회의 위원 자격 요건을 신설했다. 

감사위원회 외부위원 자격요건은 금고 또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검사 대상 기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을 것 등으로 정했다. 금고감독위원회 위원의 자격요건은 금고 또는 중앙회서 감사, 감독 또는 회계 관련 부문서 상근직으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을 것 등으로 정해 전문성과 경험이 반영되도록 했다. 

이밖에 선거관리위원회 설치, 위원 결격사유 및 외부위원 자격요건, 위원장 선출방법, 관장 사무 등을 반영했다. 또 상호금융권 최초로 공명선거감시단을 법적 기구로 격상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설치하게 됨에 따라 그 구성과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정했다. 

변성완 행안부 지역경제지원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새마을금고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금융 권리를 한층 강하게 보호하고 새마을금고 감독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속 터지는 논란
갑질에 횡령까지

정부가 새마을금고 전반에 대한 수술 칼날을 들이댔지만 내부적 자정 노력 없이는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 새마을금고서 갑질, 비리 등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정부가 지난해 12월 35년 만에 법개정을 통한 내부 감독체계 개선에 나섰지만, 이후에도 각종 논란과 의혹들이 터져 나오는 등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경북 구미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이사장이 결혼하면 퇴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각서를 여직원들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실제로 압박을 받은 여직원들이 사표를 제출했고, 수년간 이 새마을금고서 일했던 여직원들 중 결혼 후 그만둔 이들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천 서구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회식에 쓸 개고기를 준비하도록 시키거나 회식 참석을 강요해 구설에 올랐다. 이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또 손님들 사이에 여직원을 앉게 해 술을 따르게 했고, 직원들은 해당 이사장을 집단 고소해 경찰에 입건된 사건도 있었다. 

또 경기 안양 북부지역의 새마을금고 전 이사장은 직원에게 폭언과 폭설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이사장이 직원의 뺨을 때리고 정강이를 차는 등 무차별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이 지난해 9월 공개됐고, 새마을금고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확산됐다.


대전지역 한 이사장은 아들의 채용 특혜와 횡령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아울러 특정 정당 가입을 압박하고 후원금 납부를 강요한 수원 팔달지역 임원, 10여년 간 여직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이어온 부산 연제구 소재 새마을금고 임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연달아 터지는 사건…신뢰 바닥
사실이면? 불명예 퇴진 가능성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새마을금고는 올해 초 100억원 규모의 불법 대출 사건이 발생해 진통을 앓았다. 부산의 한 새마을금고서 자동차 담보대출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 B씨는 지인 100여명에게 명의를 빌린 후 관련 서류를 위조해 100억원에 달하는 불법 대출을 받고 지난해 11월 잠적했다. 이 새마을 금고의 자본금은 160억원대이다.

비슷한 규모의 대형 금융사고는 2013년에도 있었다. 밀양 SM새마을금고 영업총괄부장 C씨는 3년간 30회에 걸쳐 고객이 예치한 돈 94억여원을 빼돌렸다. C씨는 컴퓨터 작업 등으로 잔액 증명서를 위조해 매 분기 실시되는 자체 감사를 피했고, 금고 총무 업무를 총괄해 동료가 이를 눈치채기도 어려웠다.
 

새마을금고의 금융사고액은 2013년 200억원을 넘어섰고 2014년 40억원대, 이후 10억원대로 줄어들며 개선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10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또 대구 지역 금고에서는 이사장과 간부의 횡령 혐의가 적발돼 경찰 조사가 이뤄지는 등 지역 곳곳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박차훈 회장의 어깨도 무거워지고 있다. 박 회장은 기관 신뢰 회복을 중점 과제로 지목해왔다. 새마을금고는 잦은 금융사고와 지역 이사장들의 갑질 적발로 신인도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다. 

그동안 지역 금고서 각종 논란과 비리 문제가 계속해서 터지면서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던 만큼 사상 첫 비상근회장인 박 회장에게 금융권서 기대하는 바는 컸다. 이에 부응하듯 박 회장은 취임 후 회장 직속 고충처리반 개설을 추진하는 등 지역 금고의 비리 차단에 나섰다.

불명예 퇴진?
좌불안석 이사장

하지만 제17대 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전국 대의원들에게 선물세트를 보낸 혐의를 받으면서 취임하자마자 신뢰도와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만약 박 회장을 둘러싼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불명예 퇴진 가능성도 높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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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