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이사장의 이상한 공약

때가 어느 땐데…장기집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새마을금고 비상근 이사장의 연임 제한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는 올해 3월 새마을금고중앙회장으로 선출된 박차훈 회장이 지지층인 현직 이사장들의 임기보장을 위해 내세운 ‘비상근 이사장 연임제한 폐지’ 공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취임 이후 각종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데다 그를 둘러싼 구설도 계속되고 있다. 이사장 선출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해결책을 위한 조직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이사장의 임기는 4년 연임제로 2번 연임할 경우 최대 12년까지 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사장의 임기제한이 있기 전까지는 무려 40년간 이사장을 역임한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이상한 공약
사실상 종신직

지난 2007년 정부서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해 한차례 연임만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2011년 ‘이사장 연임횟수 연장’에 대한 금고법이 국회에 상정, 2회 연임으로 바뀌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올해 3월 제17대 새마음금고중앙회장으로 선출된 박차훈 회장이 선거공약으로 ‘비상근 이사장 연임제한 폐지’를 내세워 각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당선됐다.

박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비상근 이사장 연임제한 폐지’ 에 대한 설문조사를 각 금고에 실시해 71.8%(822개 금고)의 찬성을 얻어 금고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최근 관계자라고 밝힌 A씨는 “이번에 당선된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이 선거 공약으로 ‘전국 새마을금고이사장 동시선거’를 통해 ‘임기를 연장’하고 장기적으로는 연임제한을 폐지하고자 했으나, 선거 공약 지지층인 현직 이사장들이 임기연장 혜택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자 비상근이 이사장으로 전환 시 연임제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뢰받는 기관 만들 것” 포부로 취임
부정선거 의혹에 ‘종신직’ 추진 잡음

즉 연임 제한에 해당되는 이사장들이 새마을금고법 개정 이후 임기가 만료되기 전 상근에서 비상근으로 전환하는 경우 연임 제한 없이 이사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사실상 종신직으로 이사장을 할 수 있도록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개정은 새마을금고의 발전을 저해하고 이사장들의 사욕을 채워주는 악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민금융을 선도한다는 새마을금고가 이사장들의 종신집권을 위한 금고법 개정에만 치중해 본인들의 사리사욕만을 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사장 선출 관련)선거법은 합리적인 방법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난 3일, 연임 제한 폐지는 새마을금고 신임 회장의 단순 공약 사업일 뿐 법률개정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회장의 공약사항은 부정혼탁 선거를 예방하기 위한 동시선거 실시였다. 비상근이사장 연임 제한 폐지는 현재 전체 금고의 의견 수렴을 거쳐 검토 중이다. 아직 구체화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최근 새마을금고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원천 차단하고 금고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금융권리 보호 강화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새마을금고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 개정을 최근 완료, 지난 6월27일부터 시행 중이다. 

정부 개입했지만…
내부적 자정 필요

시행령에 따르면,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과 기준을 정하고 과태료 부과기준을 신설해 금융기관의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인 일명 ‘꺾기’를 상호금융권 최초로 법령으로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꺾기’는 새마을금고가 여신거래를 하는 경우 차용인의 의사에 반해 예탁금, 적금 등의 상품 가입 또는 매입을 강요하는 행위를 뜻한다. 

개정 시행령에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불공정거래행위의 구체적 유형 및 기준을 정하고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 기준이 신설됐다. 

여신거래와 관련해 차용인의 의사에 반해 예탁금, 적금 등 금고가 취급하는 상품의 해약 또는 인출을 제한하는 행위, 제3자인 담보제공자에게 연대보증을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행위 등을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과 기준으로 정했다.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금고에게는 최대 2000만원, 임직원에게는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되 행위의 정도·횟수·동기 등을 고려해 감경·면제 또는 2분의 1범위에서 가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새마을금고 내부 감시기구인 감사위원회의 위원을 이사회 선출에서 총회 선출로 개편하고 전국의 지역금고를 감사·감독하는 금고감독위원회를 신설하도록 법을 개정함에 따라 감사위원회의 외부위원과 금고감독위원회의 위원 자격 요건을 신설했다. 

감사위원회 외부위원 자격요건은 금고 또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검사 대상 기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을 것 등으로 정했다. 금고감독위원회 위원의 자격요건은 금고 또는 중앙회서 감사, 감독 또는 회계 관련 부문서 상근직으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을 것 등으로 정해 전문성과 경험이 반영되도록 했다. 

이밖에 선거관리위원회 설치, 위원 결격사유 및 외부위원 자격요건, 위원장 선출방법, 관장 사무 등을 반영했다. 또 상호금융권 최초로 공명선거감시단을 법적 기구로 격상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설치하게 됨에 따라 그 구성과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정했다. 

변성완 행안부 지역경제지원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새마을금고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금융 권리를 한층 강하게 보호하고 새마을금고 감독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속 터지는 논란
갑질에 횡령까지

정부가 새마을금고 전반에 대한 수술 칼날을 들이댔지만 내부적 자정 노력 없이는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 새마을금고서 갑질, 비리 등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정부가 지난해 12월 35년 만에 법개정을 통한 내부 감독체계 개선에 나섰지만, 이후에도 각종 논란과 의혹들이 터져 나오는 등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경북 구미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이사장이 결혼하면 퇴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각서를 여직원들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실제로 압박을 받은 여직원들이 사표를 제출했고, 수년간 이 새마을금고서 일했던 여직원들 중 결혼 후 그만둔 이들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천 서구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회식에 쓸 개고기를 준비하도록 시키거나 회식 참석을 강요해 구설에 올랐다. 이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또 손님들 사이에 여직원을 앉게 해 술을 따르게 했고, 직원들은 해당 이사장을 집단 고소해 경찰에 입건된 사건도 있었다. 

또 경기 안양 북부지역의 새마을금고 전 이사장은 직원에게 폭언과 폭설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이사장이 직원의 뺨을 때리고 정강이를 차는 등 무차별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이 지난해 9월 공개됐고, 새마을금고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확산됐다.


대전지역 한 이사장은 아들의 채용 특혜와 횡령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아울러 특정 정당 가입을 압박하고 후원금 납부를 강요한 수원 팔달지역 임원, 10여년 간 여직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이어온 부산 연제구 소재 새마을금고 임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연달아 터지는 사건…신뢰 바닥
사실이면? 불명예 퇴진 가능성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새마을금고는 올해 초 100억원 규모의 불법 대출 사건이 발생해 진통을 앓았다. 부산의 한 새마을금고서 자동차 담보대출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 B씨는 지인 100여명에게 명의를 빌린 후 관련 서류를 위조해 100억원에 달하는 불법 대출을 받고 지난해 11월 잠적했다. 이 새마을 금고의 자본금은 160억원대이다.

비슷한 규모의 대형 금융사고는 2013년에도 있었다. 밀양 SM새마을금고 영업총괄부장 C씨는 3년간 30회에 걸쳐 고객이 예치한 돈 94억여원을 빼돌렸다. C씨는 컴퓨터 작업 등으로 잔액 증명서를 위조해 매 분기 실시되는 자체 감사를 피했고, 금고 총무 업무를 총괄해 동료가 이를 눈치채기도 어려웠다.
 

새마을금고의 금융사고액은 2013년 200억원을 넘어섰고 2014년 40억원대, 이후 10억원대로 줄어들며 개선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10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또 대구 지역 금고에서는 이사장과 간부의 횡령 혐의가 적발돼 경찰 조사가 이뤄지는 등 지역 곳곳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박차훈 회장의 어깨도 무거워지고 있다. 박 회장은 기관 신뢰 회복을 중점 과제로 지목해왔다. 새마을금고는 잦은 금융사고와 지역 이사장들의 갑질 적발로 신인도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다. 

그동안 지역 금고서 각종 논란과 비리 문제가 계속해서 터지면서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던 만큼 사상 첫 비상근회장인 박 회장에게 금융권서 기대하는 바는 컸다. 이에 부응하듯 박 회장은 취임 후 회장 직속 고충처리반 개설을 추진하는 등 지역 금고의 비리 차단에 나섰다.

불명예 퇴진?
좌불안석 이사장

하지만 제17대 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전국 대의원들에게 선물세트를 보낸 혐의를 받으면서 취임하자마자 신뢰도와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만약 박 회장을 둘러싼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불명예 퇴진 가능성도 높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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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