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남북 신경전 내막
‘심상찮은’ 남북 신경전 내막
  • 최현목 기자
  • 승인 2018.08.20 11:12
  • 호수 1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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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재다 파투날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제4차 남북고위급회담이 지난 13일 열렸다. 회담 테이블에 앉은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3차 남북정상회담을 9월 내 평양서 개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열릴 장소와 날짜를 두고 회담에 참석한 남북 고위급 인사들의 말이 서로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조명균 통일부장관(사진 오른쪽)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판문점서 제4차 남북고위급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은 고위급회담을 통해 9월 중 평양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다만 정상회담이 열릴 장소와 일시를 도출해내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남북이 각자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번 고위급회담서도 이를 의심케 하는 정황이 감지됐다. 

상반된 입장

고위급회담이 끝난 뒤 우리 측 조명균 장관은 “구체적인 날짜와 관련해서는 (남북이)협의해 나가야 한다는 정도만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조 장관의 발언은 뒷말을 낳았다. 회담의 상대 측이었던 리선권 위원장은 같은 질문에 대해 “날짜 다 돼있다”며 남북이 정상회담 개최 날짜를 협의했음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리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언급 의도에 대해서 평가할 입장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 테이블에 앉은 남북 고위급 인사가 정상회담 날짜에 대해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고위급회담서 날짜 공개에 자신감을 보인 반면 우리 측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일을 제시했지만, 우리 정부가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가 예상되는 북한의 9·9절이 우리 정부를 고민하게 하는 요소로 보인다. 오는 9월9일은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때문에 북측이 남측 고위급 인사의 참석 등 정상회담 개최에 변수가 될 수 있는 여러 제안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입장에선 평양 9·9절 행사 이후 문재인-김정은이 만나는 그림을 국제사회에 보여줘 정권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우리 정부 입장서 부담스러운 제안이다. 미국 정부는 평양 9·9절 행사 때 국제사회가 참석하는 데 대해 비판적이다. 이와 관련해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4일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연설 당시 “미국이 올해 9월 공화국 창건 70돌 경축행사에 다른 나라들이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지 말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공개 비난한 바 있다.

국내 여론도 부담스럽다. 문 대통령이 평양 9·9절 행사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거나 행사 전후로 평양서 정상회담을 가질 경우 국내 보수층의 반발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외교적 논란은 자칫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제4차 남북고위급회담서 발언하는 조명균 통일부장관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회담 직후 춘추관 브리핑서 “(정상회담은)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면 9월 초는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9월 초라고 하면 9월10일까지”라고 말한 점만 봐도 문정부가 평양 9·9절 행사를 전후로 열리는 정상회담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읽힌다.

고위급회담하고도 날짜 못 정해
9·9절 때문? 국내외 여론 부담

일각에선 북한이 우리 측에 문 대통령의 평양 9·9절 행사 참석을 제안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북한이 9·9절 참석을 요청한 적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자신들의 정권 수립기념일인 9·9절에 우리 측의 참석을 요구했고, 북한 정권홍보를 우려한 우리 측이 여기에 난색을 보였기 때문에 정상회담 날짜를 정하지 못했다는 관측을 부인한 것이다.

정상회담 날짜를 정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또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정상회담 전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경제협력 등에서 우리 측의 진척을 보여 달라는 북한의 압박이라는 분석이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고위급회담 종결회의 발언서 “(4·27판문점선언 채택 이후)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서 리 위원장은 “북남 사이 미해결로 되고 있는 문제, 북남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며 “쌍방(남북) 당국이 제 할 바를 옳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북 제재를 이유로 경제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문재인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측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철도·도로·산림 등에 대한 공동 조사·연구를 넘어서는 실질적 협력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교부는 최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을 포함한 모든 남북 교류사업에 대해 “국제사회 대북제재 틀을 준수한다는 원칙하에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제4차 남북고위급회담서 발언하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관계에 대해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속 있게 진행되는 것은 없다” “남측이 돈 안 드는 일만 하려 한다” 등의 비판을 내놓고 있다. 정상회담을 위해 철도·도로·산림 협력 등 판문점선언 합의 사항 이행에 우리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북 측의 압박으로 읽힌다.

고위급회담 대표단 구성서 우리 측은 통일부 장차관에 청와대 안보실 2차장까지 나서는 등 ‘정무형’ 접근을 한 반면, 북측은 철도·도로·산림 등 경제협력에 무게를 실은 ‘실무형’ 접근을 하는 차이를 보였다.

유리한 쪽으로…

통일부는 지난 14일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 후속협의를 통해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후속협의를 해서 (정상회담) 날짜를 잡고 구체적으로 실무회담 등 협의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승부수 던진 트럼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4차 방북을 준비 중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8일 <폭스>와 인터뷰서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다시 방북할 준비가 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3차 방북 당시 종전 선언과 핵 신고서 제출을 놓고 줄다리기 끝에 김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한 바 있다. 이에 이번 4차 방북 때 북한과 미국이 모두 절충안을 갖고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크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는 8월 말 방북이 유력하다.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