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96)결사

드디어 황산벌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거 참.”

짧게 탄식을 내뱉은 유신이 지나쳐 온 길을 돌아보았다.

“백제 놈들 이미 포기한 거 아닐까요?”

“이 좋은 지점에 군사를 배치하지 않은 상태로 보아 그렇게 보아도 무방할 듯합니다.”

흠춘과 품일 역시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주거니 받거니 말을 이었다.


“워낙에 간사한 놈들이라 무슨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니 여기서부터 척후조를 먼저 내보내면서 신속하게 이동합시다.”

의아한 신라군

유신의 명에 따라 십여 명의 병사로 하여금 척후조를 구성하여 급하게 앞으로 나아가도록 했다. 척후조를 보내고 진군에 속도를 더하여 가는 중에 척후병이 달려왔다.

“대장군, 백제의 군사들이 황산(黃山, 충남 논산 연산면 일대) 벌판에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들판에 말이더냐?”

“그러하옵니다.”

“병력은 어느 정도 되어 보이느냐?”


“어림잡아 한 오천여 명 정도 되어 보입니다.”

“오천여 명으로 들판에!”

유신이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곁에 있는 품일과 흠춘을 바라보자 그들 역시 믿기지 않는지 서로의 얼굴을 주시했다.

“대장군, 무슨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게 아닐까요?”

전술상으로 살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오천의 군사로 오만에 이르는 신라의 대군과 들판에서 일전을 치루겠다는 발상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었다.

“그들이 진을 친 장소를 상세히 말해보거라.”

“황산 벌판 뒤로 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강이라. 그러면 결국 배수진을 쳤다는 말이로고.”

유신이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말을 이었다.

“혹시 백제군 장수가 누구인지 알겠느냐?”

“계백이란 이름이 깃발에 적혀 있었습니다.”  

“계백!”


외마디 소리를 지른 유신이 흠춘과 품일을 바라보았다.

“아는 자입니까?”

품일의 질문에 지난 시절 자신의 곁에서 계백의 화살에 목을 맞아 쓰러졌던 부장을 떠올렸다.

“결코 쉽지 않은 전투가 되겠구려.”

계백이 황산벌에 세 개의 진을 치고 중앙에 위치한 진의 막사 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에 중상과 상영이 들어왔다.

“두 분이 어인 일입니까?”


계백이 건성으로 그들을 맞이하며 자리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둘은 자리에 앉을 생각도 않고 멀뚱한 표정을 지으며 계백을 주시했다.

“왜 그러시오?”

“왜나마나 지금 신라의 대군이 침현을 지나 이리로 쳐들어오고 있다는데 장군은 준비하지 않고 뭐하는 게요?”

“침현으로 달려가서 신라군과 일전을 벌이오리까?”

“그곳에 가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군사를 이동해서 적절한 지점을 찾아 적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소.”

“일 없소.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그동안 휴식 취하면서 기다리다 이곳에서 신라군을 맞이할 것이오.”

“이 벌판에서 오만의 신라군을 맞이한다는 이야기요?”기어코 중상이 목소리를 높였다.

“어차피 죽을 목숨 당당하게 죽어야지 않겠소?”

“죽다니!”

김유신, 5만 병력으로 황산벌 진격
계백 백제군 앞서 중상·상영 베다

죽는다는 소리에 상영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이미 백제는 기울었고, 단지 시간 문제지 조만간 신라와 당나라에 의해 점령당할 터요. 그러니 당연히 나라와 명을 함께해야지요.”

남의 일 말하듯 건성으로 답하는 계백의 표정을 살피며 두 사람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갔다.

“왜, 죽는 게 겁나시오?”

“이리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요.”

“당연하고 말고요.”

기어가는 소리로 답한 두 사람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는 게요?”

“이곳은 장군에게 맡기고 우리는 궁으로 돌아가 전하를 보필하는 게 이로울 것 같소.”

“전하를 보필한다, 어떻게 말이오!”

계백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여하튼 전하와 함께하겠소.”

막 걸음을 떼는 순간 계백이 칼로 탁자를 내리쳤다.

“이런 쥐새끼들 같으니라고. 내가 왜 네놈들을 이 전장으로 끌고 들어왔는지 아직도 모르는 게냐!”

계백의 돌연한 변화에 둘의 동작이 동시에 멈추었다.

“밖에 누구 없느냐!”

계백의 외침에 병사 여러 명이 급하게 달려 들어왔다.

“이 두 놈을 포박하라!”

“장군, 그 무슨 소리요!”

갑작스럽게 변한 상황에 두 사람의 눈동자가 보름달처럼 변해갔다.

“백제의 멸망을 가져온 네 두 놈을 제물로 삼아 조상들께 이 사실을 고하련다. 그래서 내가 애초에 네 놈들을 이리 끌어들인 게다. 알겠느냐!”

계백의 고함에 병사들이 신속하게 움직여 둘을 포박하였고, 움직이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두 사람을 개 끌듯 밖으로 끌고 나갔다. 

그를 살피며 계백이 복장을 가지런히 하고 칼을 들고 막사를 나섰다.

“백제의 모든 병사들을 이곳으로 소집하도록 하라.”

계백의 명령에 따라 좌우 진에 있던 병사들이 가운데로 운집하여 정렬을 끝내자 둘을 끌고 병사들의 한 가운데로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병사들이 거리를 두게 되자 정 중앙에 계백과 포박당한 두 사람이 자리하게 되었다.

“백제 병사들이여!”

계백의 고함 소리에 병사들이 계백을 연호했다.

“나 계백은 결코 살아 돌아가지 않을 작정이다. 아니 돌아갈 곳도 없다.”

갑자기 백제 군사들이 숙연해졌다. 

이미 계백이 자신의 식구들을 죽이고 출전한 사실을 알고 있던 터였다.

“나 계백과 또 백제와 운명을 함께하고 싶지 않은 군사들은 지금 바로 뒤로 물러나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라!”

이어 어정쩡한 모습으로 백제군을 살피는 중상과 상영의 발목을 전광석화처럼 칼로 베었다. 

순간 고통스런 신음과 함께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그 상태에 이르러 사방을 살펴보았다. 어느 한 사람의 이동도 보이지 않았다.

“백제 병사들이여, 고맙고도 고맙다.”

계백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장군, 저희는 장군과 마지막을 함께하렵니다.”

정렬해 있던 부대에서 한 명의 병사가 앞으로 나서며 무릎을 꿇고 외쳐대자 모든 병사들이 따라 했다.

백제와 함께…

“고맙다, 백제 병사들이여.”

잠시 침묵을 지키며 병사들의 모습을 찬찬히 훑던 계백이 중상과 상영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나 계백은 전투에 앞서 이 두 간신 놈들의 피로 조상들께 우리의 처참한 현실을 고하려 한다.”

계백의 말이 끝나자 중상과 상영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장군, 제발.”

“제발 무어란 말이냐. 이제는 그 간사한 세치 혀가 굳기라도 했느냐.”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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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