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96)결사

드디어 황산벌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거 참.”

짧게 탄식을 내뱉은 유신이 지나쳐 온 길을 돌아보았다.

“백제 놈들 이미 포기한 거 아닐까요?”

“이 좋은 지점에 군사를 배치하지 않은 상태로 보아 그렇게 보아도 무방할 듯합니다.”

흠춘과 품일 역시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주거니 받거니 말을 이었다.


“워낙에 간사한 놈들이라 무슨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니 여기서부터 척후조를 먼저 내보내면서 신속하게 이동합시다.”

의아한 신라군

유신의 명에 따라 십여 명의 병사로 하여금 척후조를 구성하여 급하게 앞으로 나아가도록 했다. 척후조를 보내고 진군에 속도를 더하여 가는 중에 척후병이 달려왔다.

“대장군, 백제의 군사들이 황산(黃山, 충남 논산 연산면 일대) 벌판에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들판에 말이더냐?”

“그러하옵니다.”

“병력은 어느 정도 되어 보이느냐?”


“어림잡아 한 오천여 명 정도 되어 보입니다.”

“오천여 명으로 들판에!”

유신이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곁에 있는 품일과 흠춘을 바라보자 그들 역시 믿기지 않는지 서로의 얼굴을 주시했다.

“대장군, 무슨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게 아닐까요?”

전술상으로 살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오천의 군사로 오만에 이르는 신라의 대군과 들판에서 일전을 치루겠다는 발상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었다.

“그들이 진을 친 장소를 상세히 말해보거라.”

“황산 벌판 뒤로 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강이라. 그러면 결국 배수진을 쳤다는 말이로고.”

유신이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말을 이었다.

“혹시 백제군 장수가 누구인지 알겠느냐?”

“계백이란 이름이 깃발에 적혀 있었습니다.”  

“계백!”


외마디 소리를 지른 유신이 흠춘과 품일을 바라보았다.

“아는 자입니까?”

품일의 질문에 지난 시절 자신의 곁에서 계백의 화살에 목을 맞아 쓰러졌던 부장을 떠올렸다.

“결코 쉽지 않은 전투가 되겠구려.”

계백이 황산벌에 세 개의 진을 치고 중앙에 위치한 진의 막사 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에 중상과 상영이 들어왔다.

“두 분이 어인 일입니까?”


계백이 건성으로 그들을 맞이하며 자리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둘은 자리에 앉을 생각도 않고 멀뚱한 표정을 지으며 계백을 주시했다.

“왜 그러시오?”

“왜나마나 지금 신라의 대군이 침현을 지나 이리로 쳐들어오고 있다는데 장군은 준비하지 않고 뭐하는 게요?”

“침현으로 달려가서 신라군과 일전을 벌이오리까?”

“그곳에 가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군사를 이동해서 적절한 지점을 찾아 적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소.”

“일 없소.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그동안 휴식 취하면서 기다리다 이곳에서 신라군을 맞이할 것이오.”

“이 벌판에서 오만의 신라군을 맞이한다는 이야기요?”기어코 중상이 목소리를 높였다.

“어차피 죽을 목숨 당당하게 죽어야지 않겠소?”

“죽다니!”

김유신, 5만 병력으로 황산벌 진격
계백 백제군 앞서 중상·상영 베다

죽는다는 소리에 상영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이미 백제는 기울었고, 단지 시간 문제지 조만간 신라와 당나라에 의해 점령당할 터요. 그러니 당연히 나라와 명을 함께해야지요.”

남의 일 말하듯 건성으로 답하는 계백의 표정을 살피며 두 사람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갔다.

“왜, 죽는 게 겁나시오?”

“이리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요.”

“당연하고 말고요.”

기어가는 소리로 답한 두 사람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는 게요?”

“이곳은 장군에게 맡기고 우리는 궁으로 돌아가 전하를 보필하는 게 이로울 것 같소.”

“전하를 보필한다, 어떻게 말이오!”

계백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여하튼 전하와 함께하겠소.”

막 걸음을 떼는 순간 계백이 칼로 탁자를 내리쳤다.

“이런 쥐새끼들 같으니라고. 내가 왜 네놈들을 이 전장으로 끌고 들어왔는지 아직도 모르는 게냐!”

계백의 돌연한 변화에 둘의 동작이 동시에 멈추었다.

“밖에 누구 없느냐!”

계백의 외침에 병사 여러 명이 급하게 달려 들어왔다.

“이 두 놈을 포박하라!”

“장군, 그 무슨 소리요!”

갑작스럽게 변한 상황에 두 사람의 눈동자가 보름달처럼 변해갔다.

“백제의 멸망을 가져온 네 두 놈을 제물로 삼아 조상들께 이 사실을 고하련다. 그래서 내가 애초에 네 놈들을 이리 끌어들인 게다. 알겠느냐!”

계백의 고함에 병사들이 신속하게 움직여 둘을 포박하였고, 움직이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두 사람을 개 끌듯 밖으로 끌고 나갔다. 

그를 살피며 계백이 복장을 가지런히 하고 칼을 들고 막사를 나섰다.

“백제의 모든 병사들을 이곳으로 소집하도록 하라.”

계백의 명령에 따라 좌우 진에 있던 병사들이 가운데로 운집하여 정렬을 끝내자 둘을 끌고 병사들의 한 가운데로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병사들이 거리를 두게 되자 정 중앙에 계백과 포박당한 두 사람이 자리하게 되었다.

“백제 병사들이여!”

계백의 고함 소리에 병사들이 계백을 연호했다.

“나 계백은 결코 살아 돌아가지 않을 작정이다. 아니 돌아갈 곳도 없다.”

갑자기 백제 군사들이 숙연해졌다. 

이미 계백이 자신의 식구들을 죽이고 출전한 사실을 알고 있던 터였다.

“나 계백과 또 백제와 운명을 함께하고 싶지 않은 군사들은 지금 바로 뒤로 물러나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라!”

이어 어정쩡한 모습으로 백제군을 살피는 중상과 상영의 발목을 전광석화처럼 칼로 베었다. 

순간 고통스런 신음과 함께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그 상태에 이르러 사방을 살펴보았다. 어느 한 사람의 이동도 보이지 않았다.

“백제 병사들이여, 고맙고도 고맙다.”

계백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장군, 저희는 장군과 마지막을 함께하렵니다.”

정렬해 있던 부대에서 한 명의 병사가 앞으로 나서며 무릎을 꿇고 외쳐대자 모든 병사들이 따라 했다.

백제와 함께…

“고맙다, 백제 병사들이여.”

잠시 침묵을 지키며 병사들의 모습을 찬찬히 훑던 계백이 중상과 상영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나 계백은 전투에 앞서 이 두 간신 놈들의 피로 조상들께 우리의 처참한 현실을 고하려 한다.”

계백의 말이 끝나자 중상과 상영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장군, 제발.”

“제발 무어란 말이냐. 이제는 그 간사한 세치 혀가 굳기라도 했느냐.”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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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