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96)결사

드디어 황산벌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거 참.”

짧게 탄식을 내뱉은 유신이 지나쳐 온 길을 돌아보았다.

“백제 놈들 이미 포기한 거 아닐까요?”

“이 좋은 지점에 군사를 배치하지 않은 상태로 보아 그렇게 보아도 무방할 듯합니다.”

흠춘과 품일 역시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주거니 받거니 말을 이었다.


“워낙에 간사한 놈들이라 무슨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니 여기서부터 척후조를 먼저 내보내면서 신속하게 이동합시다.”

의아한 신라군

유신의 명에 따라 십여 명의 병사로 하여금 척후조를 구성하여 급하게 앞으로 나아가도록 했다. 척후조를 보내고 진군에 속도를 더하여 가는 중에 척후병이 달려왔다.

“대장군, 백제의 군사들이 황산(黃山, 충남 논산 연산면 일대) 벌판에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들판에 말이더냐?”

“그러하옵니다.”

“병력은 어느 정도 되어 보이느냐?”


“어림잡아 한 오천여 명 정도 되어 보입니다.”

“오천여 명으로 들판에!”

유신이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곁에 있는 품일과 흠춘을 바라보자 그들 역시 믿기지 않는지 서로의 얼굴을 주시했다.

“대장군, 무슨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게 아닐까요?”

전술상으로 살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오천의 군사로 오만에 이르는 신라의 대군과 들판에서 일전을 치루겠다는 발상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었다.

“그들이 진을 친 장소를 상세히 말해보거라.”

“황산 벌판 뒤로 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강이라. 그러면 결국 배수진을 쳤다는 말이로고.”

유신이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말을 이었다.

“혹시 백제군 장수가 누구인지 알겠느냐?”

“계백이란 이름이 깃발에 적혀 있었습니다.”  

“계백!”


외마디 소리를 지른 유신이 흠춘과 품일을 바라보았다.

“아는 자입니까?”

품일의 질문에 지난 시절 자신의 곁에서 계백의 화살에 목을 맞아 쓰러졌던 부장을 떠올렸다.

“결코 쉽지 않은 전투가 되겠구려.”

계백이 황산벌에 세 개의 진을 치고 중앙에 위치한 진의 막사 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에 중상과 상영이 들어왔다.

“두 분이 어인 일입니까?”


계백이 건성으로 그들을 맞이하며 자리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둘은 자리에 앉을 생각도 않고 멀뚱한 표정을 지으며 계백을 주시했다.

“왜 그러시오?”

“왜나마나 지금 신라의 대군이 침현을 지나 이리로 쳐들어오고 있다는데 장군은 준비하지 않고 뭐하는 게요?”

“침현으로 달려가서 신라군과 일전을 벌이오리까?”

“그곳에 가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군사를 이동해서 적절한 지점을 찾아 적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소.”

“일 없소.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그동안 휴식 취하면서 기다리다 이곳에서 신라군을 맞이할 것이오.”

“이 벌판에서 오만의 신라군을 맞이한다는 이야기요?”기어코 중상이 목소리를 높였다.

“어차피 죽을 목숨 당당하게 죽어야지 않겠소?”

“죽다니!”

김유신, 5만 병력으로 황산벌 진격
계백 백제군 앞서 중상·상영 베다

죽는다는 소리에 상영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이미 백제는 기울었고, 단지 시간 문제지 조만간 신라와 당나라에 의해 점령당할 터요. 그러니 당연히 나라와 명을 함께해야지요.”

남의 일 말하듯 건성으로 답하는 계백의 표정을 살피며 두 사람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갔다.

“왜, 죽는 게 겁나시오?”

“이리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요.”

“당연하고 말고요.”

기어가는 소리로 답한 두 사람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는 게요?”

“이곳은 장군에게 맡기고 우리는 궁으로 돌아가 전하를 보필하는 게 이로울 것 같소.”

“전하를 보필한다, 어떻게 말이오!”

계백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여하튼 전하와 함께하겠소.”

막 걸음을 떼는 순간 계백이 칼로 탁자를 내리쳤다.

“이런 쥐새끼들 같으니라고. 내가 왜 네놈들을 이 전장으로 끌고 들어왔는지 아직도 모르는 게냐!”

계백의 돌연한 변화에 둘의 동작이 동시에 멈추었다.

“밖에 누구 없느냐!”

계백의 외침에 병사 여러 명이 급하게 달려 들어왔다.

“이 두 놈을 포박하라!”

“장군, 그 무슨 소리요!”

갑작스럽게 변한 상황에 두 사람의 눈동자가 보름달처럼 변해갔다.

“백제의 멸망을 가져온 네 두 놈을 제물로 삼아 조상들께 이 사실을 고하련다. 그래서 내가 애초에 네 놈들을 이리 끌어들인 게다. 알겠느냐!”

계백의 고함에 병사들이 신속하게 움직여 둘을 포박하였고, 움직이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두 사람을 개 끌듯 밖으로 끌고 나갔다. 

그를 살피며 계백이 복장을 가지런히 하고 칼을 들고 막사를 나섰다.

“백제의 모든 병사들을 이곳으로 소집하도록 하라.”

계백의 명령에 따라 좌우 진에 있던 병사들이 가운데로 운집하여 정렬을 끝내자 둘을 끌고 병사들의 한 가운데로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병사들이 거리를 두게 되자 정 중앙에 계백과 포박당한 두 사람이 자리하게 되었다.

“백제 병사들이여!”

계백의 고함 소리에 병사들이 계백을 연호했다.

“나 계백은 결코 살아 돌아가지 않을 작정이다. 아니 돌아갈 곳도 없다.”

갑자기 백제 군사들이 숙연해졌다. 

이미 계백이 자신의 식구들을 죽이고 출전한 사실을 알고 있던 터였다.

“나 계백과 또 백제와 운명을 함께하고 싶지 않은 군사들은 지금 바로 뒤로 물러나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라!”

이어 어정쩡한 모습으로 백제군을 살피는 중상과 상영의 발목을 전광석화처럼 칼로 베었다. 

순간 고통스런 신음과 함께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그 상태에 이르러 사방을 살펴보았다. 어느 한 사람의 이동도 보이지 않았다.

“백제 병사들이여, 고맙고도 고맙다.”

계백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장군, 저희는 장군과 마지막을 함께하렵니다.”

정렬해 있던 부대에서 한 명의 병사가 앞으로 나서며 무릎을 꿇고 외쳐대자 모든 병사들이 따라 했다.

백제와 함께…

“고맙다, 백제 병사들이여.”

잠시 침묵을 지키며 병사들의 모습을 찬찬히 훑던 계백이 중상과 상영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나 계백은 전투에 앞서 이 두 간신 놈들의 피로 조상들께 우리의 처참한 현실을 고하려 한다.”

계백의 말이 끝나자 중상과 상영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장군, 제발.”

“제발 무어란 말이냐. 이제는 그 간사한 세치 혀가 굳기라도 했느냐.”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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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