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생명존중시민회의 출범식

“생명은 사랑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 7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선 각계 각층 인사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생명존중시민회의 출범식이 개최됐다. 자살 방지 및 생명 존중을 실천하기 위해 시민 사회 원로들과 종교계 지도자, 생명운동가 등 각계 시민들이 손을 잡은 것이다. 출범식에 참석한 발기인들은 “생명은 사랑이다, 그 어떤 이유로도 자살은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지난 7일 ‘생명존중시민회의’는 김신일 전 부총리, 꽃동네 오웅진 신부, 박경조 전 성공회 대주교,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권도엽 전 국토부장관, 박인주 생명연대 상임대표, 주대준 CTS 회장, 김형준 명지대 교수, 유창조 동국대 교수 등 120여명의 발기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가졌다.  

새로운 소통

생명존중시민회의는 자살로 내몰리는 사람들에게 힘이 돼주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시민운동의 소통방식으로 카카오톡방을 적극 활용하는 등 기존 시민단체서 사무국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것과는 차별화를 추구한다.

이날 발기인 대표로 나선 김신일 전 부총리는 “우리 사회 전반에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해 있음을 지적하고 정치권이나 기업, 사회단체 등 모두가 부족한 생명존중 인프라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범국민적인 생명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김 전 부총리는 “열악한 현실 속에서 사회구조와 정치·경제적 문화를 바꾸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서 생명경시 풍조를 바꾸는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며 “생명존중시민회의가 우리 사회를 바꾸는 확실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주 생명연대 상임대표는 “경과보고를 통해 생명시민단체들의 주창 활동에 힘입어 문재인정부서 자살률 낮추기가 국정과제에 포함됐음을 상기시키면서 종교계와 학계, 시민사회로 자살예방운동이 범국민적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생명존중시민회의 출범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 지지를 표했고,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이언주 국회의원의 축사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축하 메시지를 통해 “OECD 자살률 13년 연속 1위의 불명예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생명존중 문화운동은 자살로 인한 우리 사회의 고통을 해소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 생명존중의 씨앗이 뿌리내리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언주 의원은 “모두가 타인의 생명은 물론이고 자기자신의 생명에 대해 좀더 그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겸허해야 한다”며 ”자살예방을 위한 국회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살은 이미 사회적 재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자살의 근본적 원인을 제거해 나가는 데 시민사회와 정부가 힘을 모으자. 서울시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생명존중 문화의 조성, 자살예방교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부문서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함”을 강조했다.

출범식과 함께 진행된 ‘생명존중 실현과 자살예방 실효성 증진을 위한 발기인 토론회’에서는 박종화 목사, 이필상 전 총장, 오웅진 신부, 가섭 스님, 김미례 대표, 강남대 4학년 이욱재 학생, 신상현 수사, 권도엽 전 국토부 장관, 가천대 허억 교수, 주대준 CTS 회장 등의 발기인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명존중과 관련한 정책대안과 포부를 밝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상담센터의 명칭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15% 이상 상담자가 증가했다는 강남대의 경험이나 군부대나 유명 대학서의 연이은 자살이 꽃동네서의 봉사 활동만으로 자살률이 현저하게 낮아지거나 없어진 경험, 부모에 의해 동반자살의 형태로 어처구니없이 목숨을 잃는 어린이 자살자가 100여명에 달한다는 발언은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임삼진 생명연대 운영위원장은 향후 사업계획 발표를 통해 “2018년 9월 생명주간을 맞아 <생명존중인 선언>을 발표해 자살예방과 생명존중의 중요성을 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각 분야별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세부방안을 제시하는 메시지를 선포할 것”이라고 전했다. 

각계 120여명 참석
자살 방지 한목소리

그는 “오는 9월 둘째 주(9월9일∼15일)를 종교계가 생명주간으로 공포하고, 시민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교계 어르신들과 지도자들이 중심이 되어 예배, 미사, 법회를 통한 생명의 중요성을 전파할 것”이라며 “생명존중시민회의 참여인사는 물론 일반 시민이나 청소년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생명존중 서약문을 만들어 서약 캠페인을 전개해 온라인과 각종 행사시, 종교계와 연계한 서약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출범식에서는 김신일 전 교육부총리,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윤경로 전 한성대학교 총장, 이필상 전 고려대학교 총장, 우기정 생명문화 이사장, 권도엽 안실련 대표,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 오웅진 꽃동네 유지재단 이사장 등이 고문으로 위촉됐다.

이 외에도 박경조 전 성공회 대주교, 박남수 전 천도교 교령, 이동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이기춘 전 한국생명의 전화 이사장, 김수삼 한양대 석좌교수,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 유수현 생명문화학회 이사장, 이일영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부회장 등 총 16명의 원로와 지도자들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또한 박인주 생명연대 상임대표, 하상훈 한국생명의 전화 원장, 김미례 내린천노인복지센터 대표, 임삼진 롯데홈쇼핑 CSR동반성장위원장, 현명호 생명문화학회 회장, 오강섭 자살예방협회 공동대표, 이범수 동국대 교수, 양두석 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 등 8명을 공동대표로 선출했다.

한편 이날 출범식 행사에서는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이 발기인 200여명이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한 ‘반생명 7대 사회악’과 ‘생명을 살리는 7대 아름다운 행동’을 발표했다.

반생명 7대 사회악으로는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등 폭력행위 ▲언론의 선정적 보도와 사생활 폭로, 무분별한 자살보도 ▲왕따, 집단 따돌림, 무시와 냉소, 무관심 ▲소외계층의 가난·궁핍과 사회적 냉대 ▲SNS상의 악플, 언어폭력, 헤이트 스피치 ▲비교, 자기과시, 조롱, 편견, 편가르기 등 비인격적 행위 ▲직위·권한·권력의 남용 등이 꼽혔다.

활동 시작

반면 생명을 살리는 아름다운 행동으로는 ▲이웃 돌봄과 관심, 같이 있어주기 ▲관용포용배려양보겸손의 미덕 ▲경청, 진지하게 들어주기 ▲진심어린 위로와 격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 북돋아주기 ▲나누고 베푸는 기부문화 확산 ▲공동체 회복 노력과 유대감 ▲SNS에서 선플, 칭찬 달기 등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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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